흐~ 제 블로그에 3년전에 올렸던 글인데요. 오랫만에 읽으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아직 헬멧 없으신 분들... 꼭 읽어보세요.
ps. 참! 블로그의 원문을 그대로 가져온거라서 일기식이다 보니 반말이 섞여있어요. 이해바랍니다.
<수박깨지는 소리와 기억상실증>
놀라운 경험을 했어.
tv 드라마에서 주인공들이 흔히들 경험하는 '기억상실증'이 내가 해 본 경험이야.
누구나가 다 경험하지 못한 일이라 경험기를 기록하고 싶어.
일단 신기해...
아주~ 신기해.
정말 기억이 나지 않더라구...
어떻게 된 일이냐면...
강촌리조트였어.
나~ 스키. 10년탔어. 나름데로 잘 탄단 말이야.
그게 문제야. 스키 10년 타본 사람들아.
어때요?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아서 존대말)
재미있어? 조금 질릴 때도 된거 같은데... 아마 나랑 같은 생각들일껄...?
이제 나에게 스키가 주는 스릴은 '그것'보다 못햐.
'그것'?
'그것'이라면 여러가지 행위가 있겠지만 이 글에선 음... 이렇게 비유해보자.
'그것' = 다른 사람의 핸드폰 폴더를 열고 무슨 문자들이 왔나... 훔쳐보기.!! ㅋㅋㅋ
- 이거 스릴 죽음이야... (한 두어번 해본 일 같아. 좋은 짓은 아니지. )
- 핸드폰 주인이 언제 올지 몰라. 눈을 상하 좌우로 힐끔거리며 경계를 하면서
- 핸드폰의 내용들을 감상하지. 짧은 시간에 빨리 봐야 해.
-,.-... 나 이상한 사람 아니다.
그냥... 할 짓이 없어서 정말로 한두어번 해본 짓이야.
이상한 눈으로 보지 말아줘. 다신 안 그럴께.
괜히 이상한 글을 적은것 같아서 후회스럽네.
알았어. 그만 해. 니들은 한번도 다른 사람 핸드폰 훔쳐본적 없냐?
피차 마찬가지면서...
이쯤에서 협상하자구... ok? 좋아. 다신 핸드폰 훔쳐본거 가지고 왈가왈부 하지 말자구.
아무튼... 스키는 이제 나에게 스릴감을 선물하지 못하더라구.
인생... 뭐 있어? 직진이지!!! 익사이팅하게 살아야잖아.
.
.
같이 강촌에 간 친척 동생 왈..." 형~ 재미 없어 보이네. 그러지 말고 더 늙기 전에 보드 타."
" 그건 뭐 재밌냐? " - daru
" 이것도 많이 타다보면 그저 그렇긴 한데... 일반적인 견해로는 보드가 더 재밌어." - daru 동생
" 너 신발 사이즈 뭐여" - daru
" 270." - daru 동생
" 부츠 벗어봐." - daru
" 앙? 형! 난 스키 못타." - daru 동생
" 응... 나도 보드 못타. ㅋㅋㅋ" - daru
Vm~
부츠 바꿔 신었다. 이럴 땐 동생 놈보다 나이 많은 게 다행이다. ㅋㅋㅋ (나... 속 없다. 잘 알고 있다.)
" 270 맞아? 에이띠~ 발가락 구부러 진거 가튼뎅... 뭐 잠깐이니깐..."
여기서 잠깐...
내 친척 동생... 스키를 못탄다. 보드만 탄단다.
내 참... 아니 스키도 안배우고 보드를 탄단 말이여?
동생 말로는 많은 보더들이 자기와 마찬가지란다. 이해할 수 없네.
근데... 내가 타보니깐 뭐 스키 못타도 괜찮겠더라구... 물론 스키를 탔다면 좋은 점도 있겠지.
이렇게 동생 보드를 뺏어서 상급자 리프트에 오른다.
동생이 만류한다. 밑에서 연습좀 해보란다.
짜식~... 형 운동 잘 하잖아. 괜찮아.
룰루...~ 리프트에서 괜히 신난다. 신난 기분으로 담배한대 꼬나 문다. - 앗... 리프트에선 금연이다.!!!
아무리 신이 나더라도 이정도 에티켓은 지키자. 담배... 참자.
그건 그렇고 부츠 무지 편하다.
룰루...~
리프트에서 내려서 다른 보더들이 하는 행동을 유심히 살핀다.
따라쟁이 daru!
바인딩 꽉 조이고... 일어선다.
그리고 2초 후 뒤로 발라당 쓰러진다.
' 헉... 이거 뭐냐. 이상하게 균형 안잡히네... 에이씽~ 궁둥이 깨지겠네. '
동생한테 전화가 온다. " 형... 그러다 다쳐. 내려와 "
쪼끔 겁이 난다. " 야~ 나 이거 타면 직활강 할꺼 같당 -ㅡ;"
" 으이구... 형. 그냥 걸어서 내려와. "
나 대한 건아이다. 걸어서 슬로프를 내려간다? 이게 될 말이야?
" 야! X팔리게~. 어떻게 내려가?"
아무튼 내려오란다. 기본이나 좀 배우라고...
부딫혀 보자.
다시 일어선다. 옆에 멋있게 생긴 한 청년을 보니깐 "ㅡ" <- 이런 방향인 데크를 점프해서
" ㅣ " <- 이런 방향으로 돌린다. 그리고 멋있게 내려간다.
따라쟁이 daru
나도 점프한다. 아싸 "ㅣ" <- 이렇게 됐다.
슬금슬금 내려간다. 응? 나 점프만 했지 아무짓도 안했다. 근데 내려간다.
어....?
어....
어....
어...~!! @#%$#$^%$#^%^$@#$%^&%$# !!
이런 미친...
욘니 빨리 내려간다.
자연스럽게 데크 앞이 들린다. 아주 방방 날고 있다.
이건 스릴이 아닌 듯 하다. 죽음이다.
이러다간 죽겠다 싶어서 옆으로 눕는다.
...
...
...
삼백팔십9천육백이백번은 구른다.
"후아~" 안죽었다. 다행이다.
나 완전히 눈사람 됐다.
안죽어서 다행이다. 안도의 큰 웃음을 지어본다. 음하하하~ 사실 아파서 죽을것 같다.
.
잠시 후 바인딩 풀른다.
그리고 용감히 걸어서 내려간다.
한참을 내려간다.
강촌에 온 모든 스키어, 보더. 그리고 페트롤, 심지어 리프트 알바생들까지 모두 날 보고 있는거 같다.
그래도 죽는 거 보단 괜찮아.
다 내려와서 한숨을 쉰다.
동생이 날 반긴다.
감격스럽다. 눈물이 글썽거린다. " 나 살아왔다."
" 그래. 형 기본은 배우고 타자."
묵묵히 대답한다. " 웅 "
그래서 배운다. 초급자 슬로프로 간다.
재밌다. 마치 처음 스키를 배울 때 느낌이다. 신난다.
아.. 이렇게 타는 구나. 양팔 벌리고 슬슬 이렇게 타는구나.
10분쯤 배우고 나서 daru가 물어본다. " 야. 이건 S자로 턴 어떻게 해? "
" 형. 차례차례 배우지 그래... 그건 슬라이드좀 더 해보구... " daru 동생이 만류한다.
" 괜찮아. 짜샤~ ㅋㅋㅋ 빨랑 갈쳐줘... 주글래? "
동생 어쩔 수 없이 갈쳐준다. 근데... 뭔 소린지 모르겠다.
daru... 그냥 내려가본다. 뭐 대충 S자가 되는 것 같다. 잘 내려가는 것 같다.
이때였다.!!!!!!!!!!!!!!!!!!!!!!!!!!!!!!!!!!!!!!!!!!!!!!!!!!!!!!!
바로 이때였다. !!!!!!!!!!!!!!!!!!!!!!!!
내려가던 daru... 스키장 콘도쪽을 등지고 하늘에 떠 있게 된다. 새가 된 것 같다.
(-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가 '역엣지'란다. 처음 알았다.)
근데 날개가 없다.
낙하산도 없다.
켁... daru... 머리로 랜딩한다.
수박깨지는 소리 난다.
하늘에 별들이 돈다.
히미해진다.
눈 감긴다.
'사람이 이러다 죽는구나... 이제 알겠어' - 이런 생각이 난다.
옆에서 동생이 부른다. " 형!!! 괜찮아? 위험하니깐 절루 가서 앉아 "
daru... 시키는 데로 한다.
한참을 가만히 있는다.
"여기가 어디냐?" - 슬로프에 백헤딩을 한 후 내가 처음 한 말이란다.
"여기 어떻게 왔냐?" - 두번째 말이란다.
"나 그만 가야겠다" - 세번째 말...
어떻게 내려왔는지 지금도 기억이 안난다. 동생말로는 다시 보드타고 내려왔단다. 대단한 의지다.
아무튼 다 내려와서 담배를 한대 피우는데... 눈물이 난다.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는다. 아니 아주 오래된 기억만 난다.
최근의 기억은 하나도 없다. 정말 기억이 없다. 아무것도 모르겠다. 내가 무슨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daru가 이러한 상태에 빠지자 놀랜 동생이 다른슬로프에서 스키타던 자기 형과 누나(3남매)를
데리고 왔다.
동생이 데려온 동생네 형!... - 나한텐 2살 많은 친척형.
daru를 보자 마자 여러가지 물어본다.
daru... 대답이 귀찮다. 형이 안되겠다고 병원가서 ct촬영하자 그런다. (형... 의사다.)
그래서 춘천에 있는 뭐시기.. 한림대 병원이던가? 아무튼 병원으로 갔다.
daru... 아깐 눈물이 나더니만 이젠 웃음이 난다.
신경외과의사가 왔다.
날 관찰한다.... 질문도 한다. - 나... 아까보단 쪼금 괜찮아 졌다. 대답 잘~ 한다.
한참 후에 의사왈~ " 가시구요... 내일 아침에도 기억이 나질 않으면 다시 오세요"
이래서 숙소로 돌아 왔다.
많이 괜찮아 졌다.
"형! ... 나 왜 그런거지? " - daru
"땡칠이 될뻔 한거지 뭐... 그것도 기억상실증이야."
.
.
.
이리하여... 난 땡칠이 될뻔 한 일을 무사히 넘기고... 단기적인 기억상실증만 체험했다.
소중한 경험인거 같다.
몇일 후... 보드샾에 갔다.
중저가 스키 풀셑정도 하는 30십만원이 넘는 돈을 지불하고 헬멧, 고글, 각종 보호대를 샀다.
특히 헬멧은 젤루 비싼걸로 샀다.
헝글님들~ 헬멧 꼭 착용하세요. 사람 머리는 생각보다 단단하지만 한편으로는 생각처럼 단단하지도 않다고 하네요^^ 안전보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