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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9 Nitro Select Eero TLS
장비 선택에 있어 우선 순위를 매길 때 흔히 부츠를 리스트 가장 맨 위에 놓는다. 필자 또한 그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이며 어떤 부츠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그 시즌의 라이딩 쾌적 지수가 달라지기 까지 한다.
하지만 올해에는 예년과는 다르게 데크를 가장 먼저 고르고 바인딩, 부츠 순으로 장비를 선택하였다.
[Nitro Select Eero TLS]
사실 나이트로의 데크는 쫀득한 탄성과 뛰어난 엣지 그립, 카리스마 있는 남성적인 디자인으로 예전부터 무척 좋아라 하던 종류의 데크였다. 하지만 바인딩과 부츠에서 만큼은 엄청난 부피와 무게, 깔끔하지 않은 마무리 때문에 신어 보기도 전에 아예 고려대상에서 제외하곤 하였는데... 실제로 본사에서도 부츠나 바인딩에 대해서는 구색을 맞추기 위한 상품일 뿐 그다지 눈에 띄는 마케팅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올시즌 탈 데크로 나이트로 Eero 를 선택하고 난 뒤 그 동안 눈여겨 보지 않았던 나이트로 바인딩과 부츠를이 눈에 들어왔다. 3, 4년 전 모델들과는 현저히 다른 깔끔한 외관과 마무리, 몰라보게 가벼워진 무게가 내 눈을 자극하기 시작했는데.....
일단 내가 부츠를 고르는 기준은
첫째, 홀딩능력
둘째, 편안함
셋째, 무게
넷째, 내구성
다섯째, 레이싱 시스템
여섯째, 가격
일곱째, 디자인
순이다.
오랫동안 끈 부츠를 사용했기 때문에 발목만 잘 잡아주고 편안하기만 하다면 끈 묶는 방식이 조금 불편해도 크게 상관하지 않는 편이다. 예전엔 발이 불편해도 뛰어난 퍼포먼스를 제공하는 부츠를 선호했지만 나이를 한 두살 먹다보니 편안하지 않으면 절대 고려 대상에 넣지 않게 되었다.
이번에 Eero 부츠를 고를 땐 사실 위에 언급한 내용들을 제대로 체크하지 않았었고 단순히 데크와 바인딩 모두 Eero 모델을 골랐기 때문에 부츠도 "에잇 그냥 한 번 써보자, 나빠봤자 얼마나 나쁘겠어?"하는 생각으로 덜컥 고르게 되었다. 대책없는 선택이었지만 한 달 넘게 사용하고 있는 현재 올시즌 구비한 장비 중 가장 맘에 드는 것이 바로 부츠라는 사실!은 정말로 의외였다.
다음은 나이트로 USA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제원과 사진이다.
부츠의 제원을 살펴보면 이렇게 온갖 좋은 말들이 다 써있다.
하지만 철저히 내 기준에서 당장 확인할 수 있는 내용만 언급해 본다면,
첫째, 홀딩능력
발목을 잡아 주는 능력은 최고 수준이다. 단순히 발목만 잡아 주는 것이 아니라 발 전체를 골고루 잡아주기 때문에 발목만 잡아 줬을 때 생기는 발목의 피로나 하중이 타 부츠에 비해 상당히 적은 편이다. 부츠를 너무 세게 묶지 않아도 뒤꿈치가 쉽게 뜨지 않으며 프레스 계열 기술이 들어가도 뒤틀림 없이 발 전체를 견고하게 받쳐준다.
[그립이 우수하면서도 견고한 재질로 되어 힘전달이 용이하다]
[위에서 내려다 본 모습]
[양쪽의 파란색 부분이 아킬레스 건을 편하게 정확하게 잡아준다]
둘째, 편안함
부츠는 전체적으로 하드한 편이지만 편안함을 버리지 않는 하드함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발목 뿐만 아니라 발 전체를 잡아주기 때문에 어느 한 곳에 압력이 집중되는 프레셔 포인트가 없고 강한 토턴이 들어가거나 그라운드 트릭을 할 때에도 발 전체에 압력이 분산되어 편안함을 유지할 수 있다.
[Type 3 라이너]
[외피와의 밀착감을 높이는 구조]
셋째, 무게
나이트로 새 부츠에 가장 후한 점수를 주고 싶은 부분이다. 4,5년 전 나이트로 부츠는 흡사 스키 부츠와 같은 엄청난 무게를 가지고 있었다. 아무리 훌륭한 성능을 발휘한다고 해도 그 정도 무게의 부츠를 사용하려면 적잖은 용기가 필요할 것이다. 경량 부츠의 최고봉인 32나 최근 그에 버금가는 경량화를 실현하고 있는 버튼이나 살로몬의 상급 부츠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여전히 하드함을 유지하고 있으면서도 상당히 합리적인 무게를 제시하고 있다. 최근 부츠들이 너무 경량화에 치중한 나머지 내구성이 떨어지고 너무 소프트해지는 경향이 있었는데 오히려 이 정도의 하드함과 내구성을 지키고 있는 정도라면 1, 200g 정도의 무게차이는 충분히 감내하고도 남을 수 있는 수치이다.
[초경량은 아니지만 이정도 견고함에 이 정도 무게라면 붸리 땡큐 캄솨!]
넷째, 내구성
한 달 정도 사용한 현재 내구성을 논하기에는 이른감이 있지만 어쨌든 현재까지 바인딩과의 마찰에 의한 작은 스크래치를 제외하고는 처음 살 때와 거의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추운 날씨에 터질 가능성이 높은 뒤꿈치 에어백도 문제가 없으며(두배로 강화되었다고 함) 뒤꿈치 부분에 바인딩과 마칠이 일어나는 부분도 여전히 원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퀵 레이싱 시스템에서 흔히 일어나는 신발끈의 마모도 없으며 가장 중요한 발목 부분의 견고함도 아직까진 문제가 없다. 하드한 부츠에 속하는 말라뮤트도 한 시즌 열심히 타면 발목 부분이 무너져 더이상 하드함을 유지하기 힘든데 Eero 부츠는 어떨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충격 흡수를 위한 에어 시스템. 시즌 동안 잘 버텨주길 바란다]
다섯째, 레이싱 시스템
TLS 라고 하는 레이싱 시스템으로 발목 아래 부분과 윗 부분을 따로 조이는 방식이다. 주욱 잡아 당기기만 해도 저절로 고정이 되는 방식이며 풀 때에는 끈을 부츠텅의 직각 방향으로 살짝 당겨주기만 하면 된다. 직관적으로 알 수 있으며 당겨진 끈과 손잡이는 부츠 외피 양 옆 혹은 뒤쪽에 있는 주머니에 넣으면 된다.
보아 시스템이나 발목 위아래 구분없이 조이는 방식에 비해 발목을 더 견고하게 잡아주면서도 발목에 가해지는 압박이 적어 편안함을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발목 위쪽 끈을 조일 때 끈이 지나가는 부분에 부츠 텅과 걸리는 부분이 있어 끈을 조일 때 마다 한 손으로 약간씩 정리를 해주어야 하는 불편함이 작은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일단 한 번 조여진 끈은 거의 풀리는 적이 없으며 라이딩을 하는 도중에도 느슨해 지거나 하지 않아 도중에 다시 조여야 하는 불편함이 없다. 개인적으로는 살로몬의 레이싱 시스템이 좀 더 간단하고 빠르지만 끈이 잘 풀리고 손잡이 처리가 불안하며 발목에 압박이 크다는 단점이 있는데, 이와 반대로 끈을 묶는 방식은 약간 더 복잡하지만 일단 묶으면 다시 손 볼 일이 없는 나이트로의 레이싱 시스템에 좀 더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잡아 당긴 손잡이는 양옆에 있는 조그만 포켓에 집어 넣을 수 있다]
[끈이 너무 길게 남으면 이렇게 뒤에 넣어도 된다]
여섯째, 가격
소비자가 45만원 정도에 20% 할인한 가격은 36만원이다. 경쟁 모델인 말라뮤트와는 비슷한 수준이며 버튼 이온보다는 조금 저렴하다. 약간 부담은 가는 가격이지만 항상 하는 얘기지만 부츠에 대한 투자는 아끼지 않는 것이 좋다.
일곱째, 디자인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색상인 화이트와 레드, 전체적으로 균형잡힌 디자인에 디테일이 튀지도 않고 클래식하면서도 심플하다. 부피가 아주 크지도 작지도 않으며 억지스러운 부분이 없어 맘에 든다. 자전거든 보드든 디자인이 괜찮은 제품들은 품질도 어느 정도 따라와 주는 편이라 전체적인 디자인이 안정되어 있으면 제품의 성능도 기대해 볼만 한데, Eero 모델은 충분히 성능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하는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심플한 외관(사진출처 www.nitrousa.com)]
전체평
제품 인지도에 비해 가격 경쟁력은 크지 않지만 단순히 제품의 성능과 퀄러티만 생각해본다면 충분히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는 제품이다. 무엇보다 편안하고 견고하며 홀딩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적당히 가벼운 무게와 더불어 부츠가 가지고 있어야 할 모든 조건(적어도 내 기준에서는)을 다 가지고 있다. 반면 편리하고 직관적인 레이싱 시스템이긴 하지만 디테일한 부분이 아직 1% 부족한 느낌이 든다. 위쪽 부분을 조일 때 끈이 가끔 걸리는 단점이 개선 되기만 한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것 같다.
예전에 32 팀투가 처음 나왔을 때 뛰어난 퍼포먼스에도 불구하고 부츠가 아닌 발이 저온 열성형 되었던 아픈 기억이 있었고, 말라뮤트, 0506, 0607 모델 또한 발목 통증으로 지난 3년간 2년을 통증과 함께 라이딩 했었던 과거가 있기 때문에 올 시즌 선택한 Eero 에 대한 믿음이 상대적으로 더 큰 것 같다. 사람마다 발 모양이 제각기 다르고 추구하는 라이딩 스타일도 다르기 때문에 정답은 없다. 나에게는 최고의 부츠라도 어떤 사람에게는 공짜로 얻어도 사용하지 못할 부츠가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혹시 새 부츠를 구입할 계획이 있는 라이더라면 샵에가서 한 번 쯤 신어봐도 나쁘지 않은 부츠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디자인도 이쁘고 발도 잘 잡아주니 다음에 부츠 살때 후보에 올려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