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래는 동네 사람들이나 마실 다니던 지리산 자락 마을에 있는 조그만 식당
예전같으면 외지 사람들한테는 결코 알려질 일 없는 곳인데, 몇년 전 전국일주를 하던 자전거 동호회 사람들이 우연히
들렸다가 인터넷에 올린 글때문에 알려진 뒤로는 매니아들도 많이 생기고 지금은 나름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가게는 꽤 오래됐고 주인이 몇번 바뀌었는데 지금은 딱 우리네 어머니 같은 아주머니 한 분이 10년째 혼자 운영하고 계신다.
포스가 느껴지는 식당 전경
1년만에 다시 들르는 거라 혹시나 개발이다 뭐다해서 없어지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이 그대로다.
이 식당엔 메뉴판도 없고 그래서 당연히 가격표도 없다.
가오리찜, 족탕, 돼지 주물럭, 김치찌개까지 하는 건 아는데 메뉴가 더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고, 가격은 메뉴 하나당 만원 정도
가오리가 작으면 오천원도 받으시고, 재료가 되면 이거저거 다른것도 만들어 주시고, 작년에 왔을 때는 옆테이블에 계시던
현지분들이 멀리서 왔다고 당신들이 주문하신 메뉴도 덜어서 주시고, 어쩔땐 가격도 깍아주시고...
소위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OECD국가 중에 이런 스타일로 운영되는 식당이 우리나라 말고 또 있을까? ^^
테이블이 4개 있고 왼쪽으로 조그만 방이 하나 있다.
소문이 나기는 났다보다.
우리가 앉자마자 자리가 곧 다 차더니 그냥 돌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마음에 드는 가게안 풍경
중간에 보이는게 '지리산'이란 이름의 막걸린데 꽤나 맛있다.
주문한 건 가오리찜과 돼지 주물럭과 막걸리
자리에 앉으면 기본으로 나오는 찬들
동네 분들은 그냥 기본찬에 막걸리 한사발씩 드시고 가시곤 한다.
계란 후라이
콩자반과 멸치 볶음
시금치
홍합 미역국
적당히 묵은 김치
무생채
파김치
두부
오이 무침(?)
담담하게 적어나가고 있지만 여기 반찬 하나하나 꽤나 맛있다.
살짝 볶은거 같은데 이 오이도 슴슴한게 마냥 들어간다.
미역줄기
오이 소박이
막걸리부터 한 사발
안주는 두부에 파김치를 얹어서
막걸리를 한사발 들이키니 나오는 가오리찜과 미나리
이 가게 뒤란에서 직접 말린 가오린데 꽤나 부드럽고 담백하다.
초고추장을 조금 얹어서 한입
돼지 주물럭
맛있는 음식을 내오는 식당들은 음식의 비쥬얼도 좋다.
지글지글
야채부터 먼저
원래 요리를 잘하면 돼지고기는 비계가 맛있는데 이 집이 딱 그렇다.
쫀득한게 별미다.
난로위에 커다란 냄비
여긴 손님들이 알아서 반찬도 가져가고 미역국도 떨어지면 이렇게 퍼담는다.
주인 아주머니
이 집에 처음 갔을때 먼데서 부러 왔다고 음식값도 깍아 주시고, 지리산이 그려져 있는 달력도 하나 챙겨주시고, 가게밖까지 마중 나와서
손도 흔들어 주시는데 마음이 얼마나 따뜻해지던지...
자제분들 다 시집 장가 보내시고 10년전부터 이 가게를 맡아 하시는데 외진 곳까지 사람들이 찾아와 주는게 그냥 고맙고 신기하신가 보다.
요즘은 워낙 알려져서 유명인들도 많이 오고, TV나 신문사에서도 찾아오곤 하는데 당신은 그런 건 필요없고 멀리서 찾아와 주는 사람들이
고맙기만 하시단다.
공기가 좋은건지 음식이 맛있는 건지 마음이 편한건지 막걸리에 취한건지 기분은 마냥 좋고 해는 져서 어둑어둑
참 재미있고 멋진 식당이다.
전라남도 구례군 구례읍 봉동리 204-2
061-782-5474
아 그나저나 갑자기 배고파져서 잠자기 힘들어졌네요..ㅜㅢ