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선선해지면서 시즌 준비로 헝그리보더를 비롯해서 각 동호회, 그리고 보드샵 등이 분주해지고 있습니다.
올해는 어떤 컨셉으로 의상을 맞출까?
올해는 어떤 장비로 보드장을 누벼볼까?
각자 나름대로 겨울에 보드장에서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즐거운 상상을 하느라 여념이 없을 때입니다. 저 역시 그러한 보더 가운데 한명이지요.
저도 시즌 준비로 샵투어도 다니고, 동호회에서 단체로 시즌방도 잡아놓았고, 시즌권도 준비했고 이래저래 올해는 지름신이 자꾸만 찾아와서 여느 시즌 준비때와 비교하여 출혈이 조금은 심한 편입니다. 여러분은 어떠신지요?
난생 처음으로 이월이 아닌 신상장비도 구입해보기도 하고 보호대, 장갑 등이 너무 낡았다 싶어서 새로 구입도 하고 하느라 참 돈이 많이도 들어갔네요. 다음달 카드값은 어떻게 메울지부터 걱정이 되네요.
제가 이글을 쓰게 된 이유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여러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무언가 우리가 잊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기 위함입니다.
며칠 전 샵투어를 갔을 때, 한무리의 동호회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이미 그 샵과는 많은 친분이 있는지 모두들 왁자지껄한 가운데 새로 나온 장비들을 구경하느라 여념이 없는 그들이었습니다. 그 틈에 끼어있는 몇몇의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그 동호회의 새로 가입하신 초보님들 같아 보였는데 아마도 장비를 마련하러 동호회 사람들을 따라나온 모양이었습니다.
이래저래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가라앉고 그 초보님들이 주인공이 되어 장비를 마련하는 모습을 보는데 어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그들에게 "예산은 얼마나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을 먼저 던지자 당황했는지 선뜻 대답을 못하더군요. 그러자 옆에서 지켜보던 한 사람이 "신상이면 대략 칠팔십은 잡아야 돼"라고 거들자 샵직원이 "그럼 70정도에서 맞춰드릴까요?"라고 하더군요. 그 초보님은 어리둥절해있다가 "네~"하고 짧은 대답만을 내뱉은채 멍하니 굳어있고, 샵직원은 여기저기를 뒤지면서 장비를 조합해주더군요.
결국 그 초보님은 10분도 채 되지 않아서 뭔가 씁쓸한 표정으로 카드결제를 통해 07-08 상급장비를 마련하게 되었고, 나머지 초보님들 역시 일사천리로 장사가 진행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를 지켜보는 저는 씁쓸한 기분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그 가운데 한 초보님께서 얘기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저기.. 이월상품은 더 싸다고 그러던데... 이월상품은 없나요?"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튀어나오는 한마디...
"이월타고 다니면 무시당한다. 초보라고 무시당하고, 이월장비 탄다고 무시당해. 그러고 싶어?"
그들의 샵투어에는 어떠한 융통성도 없었고 신입회원들을 위하여 선임회원들이 정성을 들여서 저렴한 가격으로 최상의 장비를 마쳐주는 모습도 없었습니다. 마치 샵직원과 회원이 짜고서 초보들에게 값비싼 신상을 팔아먹는게 아닐까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고글을 구경하던 저는 제대로 된 대접도 받지 못한채, 그들에게 온 신경이 쏠려있는 샵직원들을 뒤로하고 샵을 나왔습니다.
샵 앞에는 그들이 타고온 차량들이 보였습니다. 단종된지 한참은 된 승용차 2대가 있더군요. 순간 피식 웃음이 나왔습니다. 신상 상급장비만을 노래부르던 그들이 타고온 차라면 적어도 어느정도는 되어야하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어쩌면 지금 그들이 가지고 있는 장비의 가격이 그들의 타고온 차보다 훨씬 비쌀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굳이 이 일화가 아니더라도 보드를 타면서 이런저런 사람을 만나다보면 온 생각이 온통 보드에만 집중되어 있어서 현실성이 결여되는 언행을 하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그중 대표적인 예가 위에서 말씀드린 신상상급장비에 대한 집착이 아닌가 싶더군요. 오로지 자신의 인생은 보드장에서만 존재한다고 생각하기까지 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어이없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측은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그들의 인생에 관여하고픈 생각은 없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회원들에게까지 자신들의 생각을 강요하는 행위는 옳지못한 행동이 아닐까요?
신입회원들을 데리고 샵투어를 가면서 같이 발품 팔아가면서 이월상품을 찾아 헤매고, 샵직원의 상술을 경험으로 차단하면서 자신과 이번 시즌을 함께할 사람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좋은 장비를 찾아주는 보람을 느끼면 안되는건지 아쉬운 생각이 듭니다.
이미 헝그리보더가 헝그리보더라는 이름이 유명무실하게 비싼 장비자랑의 무대가 되어버린지 오래인 지금의 상황에서 이런 글도 공감대를 얻기는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소비도 자기만족이라는 말이 있지요. 비싸고 좋은제품을 구입해야만이 자신의 소비가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렇다고 굳이 그들의 소비습관에 간섭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그릇된 소비가치관을 남에게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저는 신상타령, 장비자랑 하는 사람들에게 꼭 물어보고 싶은 말이 생겼습니다.
"차는 뭐 타고 다니십니까?"
그리고, 또 해주고 싶은 말이 생겼습니다.
"당신에게 보드는 환상이고, 차는 현실이다."
P.S 비로그인으로 써서 죄송합니다. 사실 이곳에서 친한 보더들 중 몇몇이 요런 행태를 보이는지라 괜히 로그인으로 썼다간 서먹해질 수도 있어서 비로거로 쓰게 되었습니다. 양해해주세요..^^
저는 신상이 싫습니다.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