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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_ _) 헝글대표 눈팅족 일카 입니다.
지난주에 폭설도 오고 해서인지,
이젠 정말 겨울속으로 점점 걸어들어가고 있는 것 같네요.
오늘도 역시 저번 글에 이어 잃어버린 것에 대해 써보려 하는데요,
음...;;
일단 한번 달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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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 녀석을 처음 만난건,
이제 막 부대 전입신고를 마치고
어리버리 하게 정신 못차리고 있었지만,
군기하나 는 확실하게 들어있었던 군생활의 갓 이등병 때 였다.
그때의 난 이등병 답게
누가 옆에서 바람만 후~ 하고 불어도
"이병! 위이이이이일~! 콰아아아아악!!!!!!!!(일카 임;)"
하고 부대가 떠나갈 정도로 관등성명을 댈 만큼 긴장해 있었고
앞으로 이곳에서 지낼 2년여가 너무 낯설고 두려워서
정말 먹먹...... 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던 듯 하다.
글로 쓰자니 쉽게 '먹먹......' 하다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미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정말 그 기분은 말로 표현이 힘들 것이다.
음;
마치 육식동물이 바글바글 살고 있는 거대한 정글에
갑자기 하늘에서 톡- 하고 떨어진 토끼의 기분??
그런데 알고보니 내가 살아야 할 이 정글엔
늑대 뿐만 아니라 사자, 호랑이,
심지어 티라노사우르스;;; 까지 살고 있구나...
라는걸 알았을때의 기분???
으음;;;
이런 비유도 적절하지 않구나... 라고 느낄만큼;;
아직까지 그때의 기분을 설명하는건 나에겐 어려운 일인 듯 하다;
그렇게 먹먹 하고 앞이 보이지 않는
군생활의 초입인 이등병 시절에
나는 그 녀석을
'동기' 라는
나에게 주는 한줄기 작은 빛과 같은 이름으로
처음 만날 수 있었다.
녀석은 나보다 부대에 하루를 빨리 왔다고 한다.
약간은 찢어진 눈,
웃을때 살짝 보이는 덧니,
전체적으로 평범하지만 귀염상이란 생각이 녀석에 대한 첫 인상이었고,
약간 어눌한 말투에 자주 장난기가 섞여 있는것이 느껴져
우리는 힘든 생활에서도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소대도 같은 소대로 편입되고
모포를 깔고 자는 잠자리도 바로 옆이라
우리는 없는 시간이지만 (이등병들은 자유로운 시간이 거의 없다)
잠깐 잠깐 틈나는대로 이야기를 하며
힘든것을 서로에게 의지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녀석에게는 문제가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행동이 느리다는 것' 이다.
그게 일반적으론 뭐가 문제인가?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문제는
여기는 바로 '군대' 였다.
하필 또, 우리 내무반에는
사단내에서도 고약하기로 이름나 있는
정말 독사와 같은 선임들이 3명정도 있었다.
특히나 그 중에 한명은 정말 심했는데,
사실 나는 평소 생각에도
군대는 전투집단 이기 때문에 어느정도의 군 기강 확립을 위해서
어느정도의 갈굼(?) 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이 사람은 정말 심해도 너무 심했었다.
아마 우리 말고도 부대 사람들 대다수가 싫어했던걸 보니,
뭔가 좀 아니긴 아닌 선임 이었던 것 같다.
자연스럽게 이 동기 녀석은 어느정도 신병 적응기간이 지나자마자
그 독사같은 선임들에게 폭풍갈굼을 먹기 시작하였고,
미비했지만 군기를 잡는다는 명목하에
구타가 비일비재했던 그 당시의 내무반 분위기라
행동이 느릿느릿한 그녀석이 그 선임들의 표적이 되었는지,
자주 갈굼을 당하고 놀림감도 되었다가
나중에는
맞아도 잘 티가 안나는 등이나 목, 가슴 같은곳에
주먹으로 구타까지 당하기도 했었다.....
글을 쓰는 지금도 생각해보면 신기한게,
지금은 당연히 그건 말도 안되는 일 아닌가? 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땐 그 부조리한 것이 당연한 문화 속에 있었고,
거기다가 그 문화의 먹이사슬 가장 아랫구조에 있는 이등병이라는 신분에 적응해버려서 그런지
어떻게 막아야된다... 라는 생각조차 가지지 못했다.
부끄럽게 나도 그 사이클에 적응해버려 그냥 하염없이 지켜보기만 할뿐...
또는, 나에게 안일어난 사실이라는 것에 안도하며
비겁하게 하루하루 시간이 지나기를 바랬던 것일지도 모른다...
사실, 우리에겐 동기가 한명 더 있었다.
우리의 또다른 동기였던 그 녀석은 우리와 다른 옆 내무반 이었는데,
이녀석은 그녀석과 자주 비교가 되곤 했다.
알고보면 이 느린 동기녀석이 선임들에게 혼나는 이유는 정말 별것이 아니다.
예를 들면,
아침에 기상나팔이 울려 일어날때 남들보다 조금 느릿느릿 일어나기...
일어나서 자기 옷 챙겨 입는것도 남들보다 조금 느릿느릿...
그리고 옷 다 입고 내려와서 전투화 신는것도 느릿느릿...
그렇게 남들보다 1~2분 느린 그 모습을 독사같은 선임들은 못참아 했고,
어디서 개발했는지 듣도보도 못한 신선하고 날카로운 쌍욕을
그 녀석의 귀에 팍팍 꽂아대며 하루를 시작하곤 했다.
그와는 선명하게 반해, 반대편 내무반의 또 다른 동기 녀석은
일어남과 동시에 자기 이불을 다 개고 선임이불 개는것 도와주는데까지 5초.
자기옷 다 입고 막사 밑으로 내려와 선임들 슬리퍼 깔아주는데 10초.
그렇게 번개처럼 날아다니는 녀석인데다가
타고난 말빨과 아부로 선임들 기분까지 맞춰주는 녀석이었으니,
그 녀석을 좋아하지 않을 선임은 없었고.
"야이 거북이같은 색키야! 너는 쟤 반만큼만 따라가도 군생활 핀다.
이건 귓구멍에 X을 박았나, 맨날 말해도 달라지지가 않냐?!"
와 같은 듣는사람이 정말 자존심 상하는 말을
느린 동기녀석에게 아무렇지 않게 뱉어내곤 했었다.
그래도 그 녀석은 힘든 와중에서도 한번씩 씨익- 귀엽게 웃을 줄 아는 녀석이었고,
특히 아무도 없을땐, 나에게 형형 하면서 장난도 치고
보급받은 먹을것도 나눠주는 착한녀석 이었다.
세상이 무너져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간다는 말 처럼,
그렇게 힘든 자대에서의 시간이 어느새 두달여가 지나가고
우리는 거의 비슷한 날짜에 백일휴가를 다녀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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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다녀오신 분들이 공감하시듯
정말 4박 5일이 4.5초 처럼 휙 지나갔다.
그렇게 꿈과 같은 4박5일의 휴가가 총알처럼 지나가고 난 후,
다시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처럼 육공트럭에 몸을 올리던 그 때 그 기분은 정말 얼마나 묘하던지,
부대에 복귀해서 까짓거 다시 잘해보자고 마음을 다 잡았지만
그게 마음처럼 될리가 없었다.
나보다 하루먼저 휴가를 나가고 하루먼저 부대에 복귀한 내 옆자리의 그 동기녀석도
아직까지 100일휴가의 꿈에서 못 깨어났는지,
한눈에 보기에도 반쯤 넋이 나가 있었다.
그런데,
100일휴가가 지나자마자
지금까지의 군생활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라고 느낄만큼
여러곳에서의 갈굼이 날아왔다.
이전과는 하던 일도 거의 두배이상이나 늘어났는데,
조금만 실수를 해도 이전과는 다르게
쌍시옷이 많이 들어간 육두문자가 사방에서 날아왔다.
그냥 무난하던 내가 그정도 였으니
약간 느릿느릿 하던 내 동기녀석의 갈굼당하는것이 훨씬 더 많아진 것은
불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리고 자연스럽다고 해야 할까,
그 독사3인방 선임의 갈굼도 이전보다 심하게 늘어났고
특히 그 중 대장독사 선임은 아무렇지않게 그 동기녀석의 뺨을 때리는 등
정말 심하게 그녀석을 대하고 있었다.
100일 휴가를 다녀온지 삼일째 되던 그 다음날 아침,
아침을 먹고 청소시간이 되자
내 동기녀석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그녀석 : 야...... 우리 담배 나가서 담배 하나 피고오자......
뭔가 이상했다.
아직 우리끼리 담배피러 나간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는데,
이녀석도 그걸 모르는건 분명 아닐텐데...
일카 : 응? 담배??
야 안돼;; 우리 지금 빨리 화장실 청소하고 모포 각잡아야되잖아;;
헛소리 하지말고 빨리 청소나 하자;;
그녀석 : 아, 좀...... 그냥 나가자...... 제발......
하며 살짝 이녀석이 언성을 높였고
그때, 그 이야기를 하필
그 독사 선임이 지나가며 듣고야 말았다.
독사 : 와...... 요즘 애들 미쳤네 진짜......
너 뭐라 그랬냐 지금?? 이등병끼리 담배피러 간다고???
야, 일카 너 이 미친쉑기야,
10분 준다, 너 위로 내 밑으로 다 탁구장 집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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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의 일은 보나마나 뻔했다.
지금 탁구장 안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저 독사선임은 그 밑에 새끼독사 2마리와 함께 담배를 피면서 가오를 잡고
군기가 빠졌다느니 어쨌다느니 하면서 거기 모인 자기 후임들 빠따를 때리겠지.
그리고 그때부터 우리들에게도 폭풍 내리 갈굼이 시작되겠지...
아... 젠장... 안그래도 휴가복귀해서 힘든데, 정말 힘들어 지겠구나...
라고 생각하며 주위를 둘러봤는데,
그녀석이 없어졌다.
옆 내무반으로 가봤더니, 거기에도 역시 없고 다른 동기만 멀뚱멀뚱 앉아있을 뿐이었다.
어딜갔지?
아까 나랑 같이 선임들 찾으러 돌아다닐땐 있었는데?
화장실이라도 갔나?
막사를 온통 다 뒤지고 혹시 근무가 바뀌었나 싶어 근무표도 다시 확인해봤지만
역시 어느곳에도 없었다.
이걸 어떻게 해야할까... 생각하다가 내무반에 누워있는 한 병장에게 말했더니
'아, 어딘가 있겠지... 내비둬~~'
하는 말만 돌아왔다.
설마 큰일은 아니겠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탁구장에 집합해있던 사람들이 일을 치르고 돌아왔고
나는 그 동기가 없어졌다고 맞선임에게 먼저 보고를 하였다.
사람들은 이자식이 앞으로 벌어질 일이 무서워서 어딘가에 숨어있겠다 생각하고
괘씸해서 빨리 찾아내자고 막사와 막사주변, 타 중대까지 다 뒤져봤지만
그녀석은 나오지 않았다.
그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분대장 선임이 간부들에게 보고를 했고,
간부들은 황급히 모든 중대원들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온 부대를 샅샅히 뒤져봤지만
그 동기를 찾을 순 없었다,
녀석은 탈영 을 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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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녀석이 없어지고 하루가 지나고.
그날 밤이 지나갔음에도 그녀석은 잡히지 않았다.
우리는 모두 내무반의 침상에 각을 잡고 앉아서
초조하게 상급부대의 후속조치결과만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중대는 비상사태에 걸려서
근무조와 꼭 필요한 업무부서만 제대로 돌아갈 뿐,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계속되는 대기만을 해야했다.
이미 이 일은 사단급으로도 보고가 되어
인근 몇개 부대의 협조를 얻어서
주변 지역 마을과 온 산을 뒤지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기를 48 시간.
고요한 침묵 속에서
뚜벅뚜벅 행보관이 걸어오는 소리가 났고,
처음에 차마 입을 떼지 못하던 그 간부가
우리모두가 궁금해 하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녀석은
우리 부대의 뒷산에서
목을 멘 체로...... 발견되었다 고 한다.
훌쩍.
누군가가 먼저 울기 시작했다.
훌쩍훌쩍.
또 누군가가 따라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저기 반대쪽 앞을 보니 그녀석을 마치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며
심하게 때리고 욕했던 독사선임이 보였다.
그 선임도 눈시울이 벌게져 눈물같은 것을 흘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순간 이성을 잃어버렸다.
눈물 흘릴 자격도 없는 놈이 울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손살같이 달려가서 앉아있는 그 선임을 구두발로 밟고 주먹을 날렸다.
모두가 다 미쳐서 아수라장이 되었다.
나도 반쯤 미친거 같았고.
세상도 미친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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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 헌병대가 내려오고 일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일단 모든 외부와의 전화선은 끊어진채로 조사가 계속 되었는데,
결과적으로 그 세명의 선임은 14박 15일의 영창을 갔다와서 다른 부대로 전출이 되었고,
나는 다행스럽게도 다른 병사들이 증언을 잘 해주서인지,
하극상의 큰 사고에도 불구하고 4박5일의 군기교육대를 다녀오는데서 그치게 되었다.
1명의 자살병사가 생긴 우리부대는 완전히 재건축 되었다.
6개월동안 다른 업무는 꿈도 꾸지 못한 채,
상급부대에서 계속 내려오는 지시사항을 이행해야 했는데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을 군대에서 뼈저리게 체험 할 수 있었다.
그녀석이 넘었던 담을 다 허물고 새 담을 지어야 했고.
군대 군대 낡았던 철조망을 다 걷어내고 새 철조망을 둘러내었고.
그녀석이 목에 걸었던 빨래줄대신 새롭게 철제로 된 건조장을 건축해야 했다.
그녀석이 담을 넘어 건너갔던 개울 가운데의 돌다리를 없애는 작업을 했고,
근무초소도 한군대 더 늘어났다.
그래도 그녀석 덕분인지,
6개월동안 모든 병사들이 거의 밤을 세어가며 힘을 합쳐 부대를 재공사 한 덕분에 서로서로 많이 친해져서
그날 이후로 우리부대에서 구타나 가혹행위는 거의 없어질 수 있었고
나 역시 별다를 것 없는 자잘한 일들로
남은 군생활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다만, 국방부의 시계가 흐르고 흘러
마지막 전역 하는 날.
부대를 나서며 뒤를 다시 한번 돌아보고는
한방울 눈물이 흘렸던 것은 아직도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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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세상을 살다가
도저히 풀리지 않는 어려운 문제들을 만날 때면.
대체 정답은 무엇일까?
아니, 도대체 정답이란 있는 것 일까?
하는 생각을 해보곤 한다.
나중에서야 안 사실이지만,
그녀석은 중학교 중퇴에다가
집에는 부모님도 안계시고,
할머니와 함께 동생 둘과 살고 있었다고 했다.
의무교육도 못마치고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힘든...
그런 녀석까지 군대에 무조건 보내야 할 만큼
병역의 의무가 무거운 것인가... 하는 생각도 해 본다.
나는 지금도 가끔 생각해 본다.
만약 그녀석이 담배피러 나가자고 했을 때.
내가 그 손을 잡아 주었다면...
...그랬다면 지금 결과는 바뀌어 있을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일의 당연함이
어느 누구에겐 당연하지 않은일이 될 수 있다는 것 을 알았다.
나에게 맞다고 생각하는 가치의 기준이
다른 누구에겐 기준이 될 수 없을수도 있다는 것 도 알았다.
그리고.
주변에 누군가가 나에게 손을 내 밀었을 때.
다시 한번만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 을...
알 수 있었다.
지금에서야 나이도 어느정도 들고
시간도 꽤나 흘러버려 그날 일도 흐릿해 졌지만,
아직까지도
그날 내가 잃어버린 것은
가슴속에 남아 있는 것 같다.
어렵게 끊었던 담배가 다시 땡기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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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편에 이어서
또 잃어버린 것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쓰게 된 글인데요,
이래저래 생각이 많아지는 초저녁밤 이네요.
별로 유쾌한 이야기가 아니라 죄송해요 ㅠㅠ
그냥 빨리 심야 보드나 타러 갔다와야겠습니다!
헝글분들 모두 안전보딩하시고,
계속해서 행복한 겨울 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