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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성 (변호사) 기자 입력 2017.10.15 14:32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될 처지에 놓였다. 현직 장성과 금융감독원 임직원, 공직자의 형제자매가 빠지는 등 공수처의 수사대상이 되는 고위공직자 범위가 크게 축소됐다. 규모도 5분의 1 토막이 났다. 공직자 수사 시작시 검경이 공수처에 통지하도록 한 의무도 없애 공수처의 수사우선권이 사실상 무력화될 위기에 놓였다.
법무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공수처 법무부안'을 15일 발표했다. 앞서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개혁위)는 지난달 공수처 설치와 관련해 자체 권고안을 법무부에 통보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내놓은 바 있으나, 이날 법무부가 내놓은 법무부안은 개혁위 안에서 크게 후퇴했다.
이날 법무부가 밝힌 공수처 법무부안에 따르면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 되는 자는 '현직 및 퇴직 후 2년 이내의 고위공직자 및 그 가족'에 한정된다. 개혁위 권고안에서는 퇴직 후 3년 이내였으나 범위가 축소됐다.
특히 개혁위 권고안에는 '중앙행정기관 등의 고위공무원단'이 전부 수사대상에 포함됐으나 법무부 안에서는 '정무직 공무원'으로 축소됐다. 특히 금융감독원과 현직 장성급 장교도 공수처 수사대상에서 빠졌다. 일반 고위공직자의 '형제자매'도 수사 대상에서 빠졌다.
이에 따라 수사대상이 되는 고위공직자의 범위는 대통령, 국무총리, 국회의원, 대법원장‧대법관‧판사, 헌재소장‧재판관, 광역자치단체장‧교육감, 국무조정실‧총리비서실‧중앙행정기관‧중앙선관위‧국회사무처‧예산정책처‧입법조사처‧국회도서관‧대법원장비서실‧법원공무원교육원‧사법정책연구원‧헌재사무처의 정무직 공무원, 대통령비서실‧경호처‧안보실‧국정원 3급 이상, 검찰총장‧검사, 장성급(전직에 한함) 장교, 경무관 급 이상 경찰공무원 등이다.
또 수사대상 범죄도 협소해졌다. 공직자의 문서죄와 재산죄 관련해서는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이 있어야' 한다는 부분이 추가됐다.
공수처의 수사대상 범죄는
△형법상 공무원 직무범죄(뇌물수수, 직무유기 등)
△직무관련 문서죄(문서등 위변조‧동행사, 허위공문서작성 등)
△직무 관련 재산죄((업무상)횡령‧배임, 배임수‧증재 등)
△특별법상 금품수수죄(특가법위반(알선수재)
△변호사법위반(청탁명목금품수수)
△정치자금법위반(정치자금부정수수)
△기타 범죄(국정원법상 정치관여, 직권남용)
△국감법위반(위증) △각 범죄로 인한 범죄수익은닉법위반죄
△관련 범인은닉‧위증‧허위감정‧증거인멸‧증인은닉‧무고‧국감법위반(위증)
△고위공직자 직무범죄 수사과정에서 인지된 직접 관련범죄다.
특히 고위공직자 수사와 관련해선 공수처장 요청이 없이도 반드시 공수처에 사건을 이첩하거나(박범계의원안) 수사 여부를 공수처에 통지하도록 했던 것이(개혁위안) 전부 삭제됐다. 공수처의 범죄수사와 중복되는 검찰, 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의 범죄수사는 공수처장이 이첩을 요청하는 경우에만 공수처에 이첩하도록 했다.
이는 공수처의 공직자 범죄 수사우선권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조항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타 기관의 고위공직자 수사 여부를 통지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공수처가 먼저 이첩요청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규모도 크게 줄었다. 최대 122명의 규모로 예정됐던 개혁위 안에서 5분의 1로 줄었다. 법무부는 처장‧차장 각 1명, 공수처 검사 25명 이내(처장, 차장, 공보‧기획검사 등 포함)로 이른바 특부수 3개 팀(각 팀장 1명, 팀원 6명)만이 구성 가능하도록 했다.
백인성 (변호사) 기자 isbaek@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