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 슬로프: 파노라마, 호크

설질: 좋습니다. 1월 성수기만큼 단단하지 않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저같이 설질 크게 안 타는 사람에게는 사실상 성수기나 다름없을 정도.

날씨: 주간 맑았으나 오후 2시 30분 경부터 눈. 쌓일 정도는 아니지만 분위기 내는데는 짱짱. 거의 내내 영하 유지하다가 일몰 후부터 기온 하강. 정상은 19시 20분무렵 -8도 하향 돌파하고 때때로 눈보라. 날씨가 추워지는게 느껴집니다.

인파: 주간에 생각보다 적어서 어리둥절했는데, 야간 오픈 시 곤돌라에는 쏟아져 들어오는 수준. 그래도 일반 슬로프 대기줄은 널널. 슬로프가 넓다보니 딱히 불편하지도 않고. 형들 삼촌들 투성이인 용평에 비하면 신기할 정도로 2030 위주. 보더들도 많네요.

휘팍은 딱 8년만에 옵니다. 어제 웰팍도 그랬지만 촬영이나 행사로는 왔었어도 슬로프는 8년 12년 그렇네요. 2015년 1월 쏟아지는 눈 속에서 심야 즐기러 왔던 게 엊그제 같은데, 그 이후에 산 고글은 본드로 붙여놨건만 알이 자꾸 빠지고, 몇 번이나 바꾼 장갑도 다 터져서 물 들어오고 손 시리고..

설질도 좋고 분위기도 좋네요. 갈까 말까 고민하시는 분들은 그냥 달리셔도 후회 안 하실 듯 합니다. 저도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카빙 멋있게 하는 보더들보고 무리하다가 허벅지 터지기 전까지는... 관광보더면 관광이나 해야지 어제도 6시간이나 타놓고 너무 무리했네요.

몽블랑 카페?는 약간 아쉽습니다. 따뜻하고 뷰 좋은 곳에서 눈보라 보며 따뜻한 콬코아나 한 잔 하려고 했는데, 실내는 라면 분위기. 실외(포장마차 같은)에서 음료수 한 잔 달렸더니 너무 추웠어요. 하프패스 다 쓰지도 못하고 휘팍에 막대한 수익을 안겨준 채 퇴각했습니다.

내일은 진짜 닉값 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는데.. 허벅지 안 돌아오면 국밥이나 먹고 서울로 돌아가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숙소 입실 시간이 남아서 쓸데없이 드라이브하다가 바라본 태기산 정상 방향입니다. 오늘 하루종일 상고대가 예쁘게 유지되었네요.

눈 펑펑 내리는 장면은 카메라가 아무리 좋아도 못 잡는 듯 합니다.

설질 이 정도면 훌륭합니다. 인파도 적당하고. 딱 떠오르는 표현이라면 '놀기 좋다'

블랑이 앞에서 남자 혼자 셀카찍는 거 아무것도 아닙니다. 여러분도 해보세요.

어제 갔던 웰리힐리가 저 멀리 보입니다. 어둠이 내린 뒤에는 슬로프에 불을 껐는지 화려하지 않아서 이 사진으로나마.

성수기에 보드는 안 타고 적도까지 가서 열흘이나 촬영했는데, 그때 '한국 돌아가면 스키장 가야지ㅠ'하던 결심 따위는 어디로 가고 -8도에 눈보라까지 치니 추버 DG겠어서 숙소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