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그리의
      뉴질랜드 원정기-①
1. 프롤로그
      

뉴질랜드 이야기를 들은건 아마 스르르 녹은 눈이 흔적도 없던 봄철 쯤 되었을때였다.

        그때 나와 용득이는 녹아버린 눈때문에 골프장으로 발빠르게 영업 변경하는 홍천의모 스키장에 다녀온 충격에서 아직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지난 겨울 시즌은 후배의 강압적인 권고에 난생처음 스노보드란 희안한 장난감을 타고 놀기 시작했던, 내 인생의 획기적인(?)
        전환점을 가져왔던 시즌이었다. 그 덕에 난 눈 녹은 허탈감을 달래기 위해 스케이트보드를 시작했고, 생각보다 잘 늘지도 않고,
        여기저기 상처만 생기는 스케이트보드를 타면서 아직도 하얀 설원이 그리웠다.

        어느 인터넷 사이트였던가? 한여름에도 스키/스노보드를 즐기는 나라가 있고, 우리나라의 스노보더들도 많이 찾는다는 소개가 나왔다.

        그 글을 읽은지 얼마 안되어, 난 친구 용득과 저녁이나 먹자고 만난 자리에서, "우리 뉴질랜드나 갈까?" 하고
        지나가는 소리로 물어 보았고, 의외로 심각하게 받아들인 용득이 "음. 정말이지. 함 생각해 보자구" 하면서,
        본격적으로 자료 조사를 시작했다.

        막상 가려고 맘은 먹었으되, 아직은 과연 짧은 여름휴가에 거기를 갔다 오는게 가능할까 하는 생각에 그리 준비는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 다시 그 이야기가 나온건 본격적으로 여름으로 진입하던 7월 초순. 조금 미적거리다간 갈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겠다는 생각에
        우린 갑자기 서두르기 시작했다. 다행히, 친구 와이프나 나의 여친 모두 별 반대없이 갔다 오라고 격려해주었고, 휴가 날짜도 알맞게
        잡힐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불과 한달밖에 남지 않은 여름 휴가철에 겨울의 나라인 뉴질랜드행 좌석은 거의 남아있지 않았던 것이다.
        

        항상 헝그리할 수 밖에 없는 우리로써는 비싼 비행기를 타고 여행하고 싶지는 않았고, 호텔과 항공권이 결합되어 상대적으로 할인율이
        높은 에어텔을 찾았지만, 늦은 예약 덕에 입맛에 맞는 항공권은 구하기 힘들었다. 일단 가능한 항공은 모두 대기 신청을 해 놓고
        이리 저리 연락하느라, 사실 그 7월의 회사 일은 거의 평소의 절반 밖에 못했던 것 같다.

        아무튼, 그렇게 간절히 바랬던 탓인지, 여행을 떠나기 일주일 전에 의뢰했던 곳 중 하나인, 스키익스프레스에서 자리가 났다는 연락이
        왔다.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고, 작지만 설질이 좋다던 마운트헛의 일정이기에, 기쁜 맘에 바로 확정하고 떠날 준비를 했다.

        일정이 확정되자마자 평소 자주 가던 스노보드샵에 가서 왁싱도 하고, 장비도 점검하면서 드뎌 출발 날짜가 다가왔다.

        


    


      [멀리서 바라본 마운트헛의 전경. 크라이스트처치공항에서 메스번으로 가는 셔틀버스에서 본 모습]
    
2. 출발
      

드뎌 휴가가 시작되고, 새벽녘에 일어난 나는 깜짝 놀랐다, 바깥에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것이다.

        때마침 집에 우산이 하나도 없다니,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아무튼, 스노보드에 배낭에 둘러매고 일단 집을 나왔다, 하지만,
        이런 내 마음도 몰라주듯 비는 그칠 줄을 모르고,

        나는 아파트 현관에서 망연자실해 있을 따름이었다, 그때 구세주처럼 나타난 택시 한대..

        일과를 끝내고 들어가는 택시인지, 손님을 태우고 들어가는 택시인지 모르지만, 아무튼 택시는 아파트의 막다른 골목쪽으로 한참을
        들어가고 있었다.

        참고로 도곡 아파트는 아파트 사잇길로 가다보면 막다른 곳에 다다르는 경우가 많이 있다. 모르는 사람은 좁은 길에 후진할 수 밖에
        없다. 비운의 택시는 손님을 내리고 막다른 골목으로 가던 길이었고, 그것은 나한테 행운을 의미했다. :)

        이렇게 해서 운좋게 삼성동 공항 터미널에 갈 수 있었고, 친구와 가까스로 만난 난 드뎌 출국 수속을 시작했다.


      

오사까의 간사이 공항은 복잡했다,좀전에 출발했던 인천공항과 비슷한 구조에 여름 휴가철이라 그런지
        어린 학생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특히 우리가 타려는 에어뉴질랜드 게이트 앞에는 어디 중 or 고등학교에서 왔을 여학생들이 시장바닥을
        만들고 있던 중이었다.

        '아! 고생문이 훤 하구나. 시간도 오래 걸린다던데.'

        혼자 생각이 잠시후 두번째 행운으로 바뀔 줄이야,좌석표 받으러 항공사 직원에게 갔을 때 사람 좋아 보이는 남자 직원이 자리가
        없다면서 몇번이나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시간을 끌더니, 결국 좌석표를 업그레이드해줬다.


      

난생 처음 탄 비즈니스 클래스는 열시간이 넘는 비행을 너무 편안하고 재미있게 만들어 주었다. '음.
        담에 마일리지 모이면 종종 애용해야지' 아무튼, 비싼게 좋긴 좋다.

        


    


      

      
[오사카의 간사이공항에서 전동차를 기다리며 한 컷]
3. 도착
      

여기는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공항, 용득이는 장난친다고 입국수속부터 캠코더에 담는다. 어버버버~
        내릴때부터 한기가 느껴지더니, 잠시 나간 바깥은 겨울. 말이 필요없다.

        하아~ 하며 입김을 뿜어대면서 우리는 참지 못하고 환성을 질렀다

        "겨어울이다아!!!!!!!"

        이렇게 기쁠 수가 있을까? 그 찬고 깨끗한 공기.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셔틀 버스는 아직 한시간반이나 남았기에, 이른 아침 타국의 공항에서 우린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사진을 찍고,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일본 남자를 만나서 이야기를 했는데,

        자기는 사진사인데 돈 벌러 뉴질랜드에 와 있단다.

        경제대국 일본이지만, 정말 편안하게 사는 일본인은 드물다는 생각을 했다, 몇마디 하면서 나이도 비슷하고, 말도 잘 통해서 금새
        친해지고 사진도 찍었다.

        무거운 스노보드도 아직까지는 짐처럼 느껴지지 않고, 모든 것이 아름답게만 보이는 아침이다. 아, 뉴질랜드여! 이렇게 아름답다니!


      

10:30분경에 도착한 셔틀버스 운전사는 우리 둘과 호주인이라는 백인 친구 한 명을 태우고 드뎌
        메스번으로 출발했다. 나이가 많이 든 아저씨였는데, 버스에 무거운 짐을 실어주고, 질문에 친절하게 대답해 주는 등 첫 인상이
        좋았다.

        (솔직히 노인네가 짐을 들어주는 대목에선 좀 미안했다. 동방예의지국의 청년이..)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은 한없이 평화로왔다. 계속 농촌으로만 지나서 그런지, 뉴질랜드라는 나라 전체가 농촌이라 그런지 평원이
        계속 이어지고, 저 멀리 우리가 갈 마운트헛의 흰 봉우리만 보일 뿐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양을 치는 목장이었다.

        목장은 커다란 우리처럼 울타리를 쳐 놓았는데, 그 울타리라는게, 키 큰 나무를 촘촘하게 심어놓은 것이다.

        그것도 사방 반듯하게 큰 정사각형으로 울타리를 해 놓아서,자연적인 목장들만 봤던 나에게는 참 어색하면서도 신기하게 느껴졌다.

        용득이는 여전히 부지런히 캠코더를 돌리고 있었다, 그러다 혼자 중얼거리는 소리를 우연히 들었다.

        "마운트헛, 조금만 기다려라. 내가 간다!"

        


    


      
[크라이스트처치 공항에서 우연히 만난 일본인 친구와 한 컷. 나중에 또 우연히 만남]

      

      [크라이스트처치
      공항에 막 도착해서, 입국수속을 기다리며]
  
엮인글 :

보드맨

2001.10.30 10:00:30
*.227.63.72

규만형~ 짝짝짝~!!! 넘 잼나요^^ 담편두 언넝 올려주세요~글거 스티커 쩜 드릴테니 오프때 봐요^^

보드맨

2001.10.30 10:01:33
*.227.63.72

글거...용득이 형님은 많이 나으셨나요? 못뵈었지만 안부줌 전해주세요^^

sky

2001.11.05 14:29:49
*.51.79.4

아! 2편은 언제오나? !!

보드누님

2001.11.07 11:37:04
*.122.62.10

규만님...으..부러비.. 담편..기둘려요..얼릉..올려줘잉.~

하늘을 날다.

2008.10.08 09:18:20
*.125.167.68

부럽습니다~~~~~~

말리

2013.01.23 11:22:45
*.243.5.50

올여름 뉴질랜드른 지금부터 준비하고 있는 저에게 도움이 되는 글입니다.

감사합니다

김규만

2014.10.11 09:52:52
*.199.138.170

아직도 이 글이 여기 남아 있다니 신기하군요. 원래 시리즈로 연재하려 했는데 미국으로 유학오면서 끊겨서 죄송합니다. 담에 기회가 되면 다른 글로 찾아뵙지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추천 수 조회 수
공지 일반 이용안내 [9] Rider 2005-09-13 571 15281
237 보드장에서의 절약법 절약법이라... [2] 김남기 2002-09-25 53 2049
236 보드장에서의 절약법 [韓日Boarders] 지난 시즌 나의 절약법.... [16] [韓日Boarders] 2002-09-25 14 2952
235 보드장에서의 절약법 [절약법]늬들이 저략을 아러? (부제 : 장비... [5] ][mago 2002-09-25 23 3221
234 보드장에서의 절약법 [절약법] 직딩 주말 보더의 경우 [돈절약, ... [9] o/t man 2002-09-25 18 2967
233 보드장에서의 절약법 나의 처절했던 헝그리라이딩 1부 - 위슬러편 [9] 안갈키주 2002-09-25 43 2647
232 절약법 무식하게 배불리기 가장좋은 방법!!! 대식가... [8] funnygirl 2002-09-25 58 2568
231 보드장에서의 절약법 초보 보더의 첫 시즌 나기 [8] 김승철 2002-09-24 16 3002
230 보드장에서의 절약법 아는 길 물어가고 돌다리 두들겨 건너기.(미... [3] 02-03 2002-09-24 42 2449
229 보드장에서의 절약법 no.19번에 이은 보드장에서의 음식편(자료첨부) [12] 김민우 2002-09-24 27 2530
228 보드장에서의 절약법 [몽실] 나름대로의 최저가격 최고의 배부름... [3] 꽃미]犬[몽실이 2002-09-24 29 2354
227 일반 절약이 무얼까... [2] Sansalone 2002-09-24 75 1944
226 보드장에서의 절약법 나름대로의 절약법 입니다( 교통편 & 식사편... [15] 김민우 2002-09-24 14 3230
225 보드장에서의 절약법 보드장에서의 비용 절감편.. Jeep™ 2002-09-24 33 2007
224 보드장에서의 절약법 전 시즌에 이렇게 허기진 배를 채웠답니다. [1] stussy/진규/ 2002-09-24 26 1995
223 보드장에서의 절약법 보드장에서 식비를 절약하려면....?? [1] 케이지 2002-09-24 50 2309
222 절약법 아껴서 한번 더 타자 crazyboarder 2002-09-23 44 2127
221 절약법 나의 시즌을 즐겁고 재미있게 보내는 법.. [3] 나이트로 매... 2002-09-23 42 2160
220 절약법 02-03 각 카드회사 별 활인 내역입니다 한탁 2002-09-23 37 3125
219 절약법 한시즌 보딩한 초보가 말하는 절약법 [2] 게맛보더 2002-09-23 43 2609
218 절약법 사서먹지 말고 만들어 먹어요~ [7] with 2002-09-23 52 2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