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묻답 게시판에 보면 어떻게 입어야 따뜻한가요?” 같은 질문이 자주 올라오고 그에 답변으로 달리는 것들의 주종은 대개가 여러 개를 껴입으세요라는 것을 봅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어 그러면 안되는데 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일상 생활에 있어서 겨울에 옷을 따뜻하게 입는 방법으로는 얇은 옷을 여러 개 껴입는 것이 정답입니다. 하지만 활동이 많은 스노우보드, 등산의 경우에는 다르지요.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은 더 추운 환경과 육체적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땀입니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스노우보드 복장을 제대로 챙겨 입는 방법은 일상 생활보다는 등산복을 챙겨 입는 것에 가깝다고 하겠습니다.

 

제가 이 문제에 많은 고민을 하고 시행착오를 겪게 되며 결국 이 글을 쓰게 된 것도 저 스스로가 추위를 매우 많이 타고 또 땀을 많이 흘리는 체질이기 때문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여러 분들이 권하는 대로 여러 벌을 많이 챙겨 입고 중간에 톨티, 톨후드도 입어 봤습니다. 이렇게 입으면 당연히 처음에는 따뜻합니다. 하지만 슬로프 몇 번 돌고 대낮이 되면 속옷부터 축축하게 땀으로 젖어오면서 오후, 저녁, 밤이 되면 오히려 더 추워지죠. 모두 땀이 배출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보온의 핵심은 몸이 젖지 않는 것이니까요.

 

많은 분들이 보드복을 살 때, 15Kg/20Km 등 수치를 중요시 여깁니다. 비싸지만 고어텍스를 선호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속옷 대신 유니클로 히트텍 등의 고가 기능성 이너웨어를 입으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 수치며 기능성이며 하는 것의 핵심은 발수와 투습입니다. 발수는 외부의 눈, 수분을 차단하는 능력이며 투습은 내부의 땀을 밖으로 뽑아내는 능력이죠. 요즘 노스페이스 하이벤트 TV 광고에서 자랑하는 기능입니다. 땀이 수증기로 배출되는 게 눈으로 보이죠.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고어텍스등 투습 수치가 높은 고가의 보드복을 아우터 웨어로 입어봐야 속에 껴 입는 옷들이 땀을 아우터 웨어로까지 전달해 주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입니다. 마찬가지로 흡한속건(땀을 흡수해서 빨리 말려준다)이 자랑이라는 히트테크 등을 이너웨어로 입어봐야 그 위에 입는 미들웨어가 이너웨어가 흡수해 준 땀을 아우터웨어로까지 통과시켜 주지 않으면 역시 말짱 도루묵입니다. 결국 이너웨어가 속건(빨리 건조)되지 못하고 축축하게 젖어버리죠.

 

대부분의 경우 문제는 중간에 입는 미들웨어입니다. 우리나라 스노우보더 대부분들이 면으로 된 톨티나 톨후드를 입으시고 또 추천해 주십니다. 면소재는 천연 소재로 우리 몸에 좋은 소재이긴 하나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땀을 흡수해 젖어 버린다는 겁니다. 땀을 흡수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밖으로 배출하지를 못하는 거죠. 이러니 아무리 이너웨어인 히트테크가 땀을 말리려고 밖으로 뿜어 봐야 미들웨어인 면톨티가 땀을 그대로 흡수해서 젖어버리니 방수 투습 성능 좋은 고어텍스 아우터웨어 (보드복 자켓)이 다 소용이 없는 것입니다. 참고로 보호대나 히트텍 밑에 면속옷을 입는 것도 같은 이유로 비추입니다. 속옷이 젖어버리면 아무리 히트텍이라도 대책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미들웨어를 입어야 하나요? 일단 면소재를 피하는 게 중요합니다. 톨티 톨후드라도 합성 소재면 훨씬 나을 겁니다. 가장 추천하는 소재는 흔히들 폴라플리스(Polartec이라는 회사에서 나오는 플리스 제품으로 상표명입니다)로 만든 등산용 미들웨어입니다. 등산복 브랜드 매장에 가면 깔려 있는 것들이죠. 버튼 같은 브랜드에서도 당연히 나오지만 많이 비쌉니다. 천연 소재로는 울소재가 보온 및 발수가 탁월하지만 비싸고 세탁이 용이하지 않은 단점이 있습니다. 물론 등산용 의류가 스노우보더들의 입장에서 보면 아저씨 삘 나고 마땅치 않은 점이 있습니다. 패션이 보온이나 기능성보다 중요하다고 하는 스노우보더라면 그렇겠죠. 하지만 저는 일단 추우면 죽도 밥도 안되는 사람이라 타협이 안되더군요. 게다가 톨티 톨후드 안입는다고 간지가 죽는 것도 아니구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입습니다. 기본적으로 이너웨어로 히트텍을 입습니다. 시즌초나 말에는 땀이많이 안 나는 하체는 안입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 위에 보호대를 상,하체 모두 챙겨 입습니다. 그 위에 미들웨어로 폴라폴리스 유사 합성 소재로 된 콜롬비아 등산용 미들웨어를 입습니다. 폴라폴리스는 앞서도 말했듯이 고어텍스와 마찬가지의 상표명이기 때문에 상표값을 하느라 폴라플리스 제품은 좀더 비쌉니다. 낮은 산 올라갈 때 고어텍스가 사치인 것처럼 미들웨어도 굳이 폴라플리스가 아니어도 상관없습니다. 따뜻한 날에는 미들웨어는 생략합니다.

 

그리고 그 위에 아우터 웨어로 보드복 자켓을 입는데 날씨에 따라 구분해서 세가지를 번갈아 입습니다. 따뜻한 날에는 소위 쉘(Shell)이라고 하는 보온 소재가 전혀 안 들어간 자켓을 입습니다. 일반적인 겨울 날씨에는 소위 인슐레이티드(Insulated)라고 하는 보온 소재(프리마로프트니 뭐 이런)가 좀 들어가 살짝 두툼한 자켓을 입습니다. 아주 추운 날씨거나 심야 시간에는 소위 패딩자켓을 입습니다. 단 패딩 제품의 경우 투습 기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 신경써서 고릅니다.

 

이렇게 입으면 땀이 차서 추울 일은 절대 없습니다. 신기하게 몸은 따뜻한데 땀은 차질 않습니다. 스노우보딩이 한결 쾌적해집니다.

 

한가지 팁을 더 보태면 손, 발입니다. 몸에 땀이 많고 추위를 많이 타면 손, 발도 마찬가지인 경우가 많습니다. 발이 시려우면 정말 보드 탈 맛 안 납니다. 일단 발이 추위를 많이 타시는 분들은 보드 끈을 너무 조이지 않았나 사이즈가 너무 꽉 끼진 않나 생각해 보세요. 당연히 피가 안통하면 온기가 전해지지 않으니 시렵게 됩니다. 부츠끈을 풀렀더니 피가 쫙 도는 느낌이 들면서 발이 따뜻해진다 하는 분은 너무 꽉 조이고 계신 겁니다. 또 발에 땀이 많아 젖는 분은 울(Wool) 소재로 된 양말을 적극 추천합니다. 저는 해외 검색 등을 통해서 스마트울(SmartWool)이라는 브랜드에서 나온 스노우보드 전용 양말을 신습니다. 가격은 깜짝 놀랄 만큼 비싸지만 확실히 잘 안 젖고 그만큼 따뜻합니다. 국내에서는 영원무역에서 수입해 판매합니다.

 

손의 경우는 저는 가죽소재 고어텍스 벙어리장갑을 낍니다. 좀 비싸지만(자켓이나 이런 것보단 덜 비쌉니다) 확실한 대책입니다. 벙어리장갑 끼기 전에는 불편하지 않을까 했는데 전혀 안 불편합니다. 벙어리 안에서 손가락이 자유로이 움직이니까 오히려 더 바인딩 채울 때는 더 편하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그 이외(핸드폰을 한다던가)에는 손가락 장갑도 장갑 벗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니까요.

 

이 글이 저처럼 추위를 많이 타고 땀을 많이 흘리는 헝그리보더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따뜻하고 쾌적한 2012-2013 시즌되시길 바랍니다. 

 

p.s. 아무리 껴 입어도 땀 안난다는 분들은 정말 복받으신 분들입니다.

 

 

엮인글 :

라리라

2012.10.23 13:05:59
*.141.241.71

네 출처만 밝혀 주세요. 저도 애써 헝글에 올린 거니까요.

조조맹덕

2012.10.22 00:41:53
*.32.154.73

가죽소재 고어텍스 벙어리장갑

이거 제가 처음 입문할때 산 건데..

지금까지 머리에서 발끝까지 같은 장비는 요거 뿐인듯. 뭐 다른 장갑도 많지만 메인은 이넘

막쌍

2012.12.31 00:56:14
*.22.26.42

전 그래서 항상 등산복 입고 다녀요. 쾌적하거든요. ^^: 

코피한잔

2013.01.19 00:33:53
*.223.120.71

잘보고 갑니다,

일족일도

2015.02.07 19:43:27
*.62.216.151

감합니다 좋은 정보 얻고 가요~!^^근데 비추천은 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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