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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선박을 타기로 한 날에 항구에 도착한 한국인 직원 68명은 ‘신원이 확인된 한국인 접수명단을 받은 적이 없다’는 터키영사의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들어야 했다. 심지어 동구권 국적자들의 명단도 있는데 한국대사관으로부터는 신원확인서를 받지 않았다고 했다. 당연히 터키 선박은 우리 직원들의 승선을 거부했다. 너무나 분하고 억울했다. 한국 신문에 ‘40여 명의 한국교민들이 터키 선박에 탑승하여 무사히 리비아를 출국했다’는 기사가 났다는 소식을 나중에 알고 어이가 없었다.
이제 남은 것은 자력으로 리비아를 탈출하는 길밖에 없었다. 국민을 보호해주지 못하는 우리 정부가 한없이 원망스러웠고 서러웠다. 캠프나 숙소에서 탈출할 때 거의 빈 몸으로, 가방에는 손에 잡히는 아무것이나 쑤셔 넣어서 들고 나와, 수중에 돈은 고사하고 제대로 된 탈출의 준비가 있을 리도 없었다.
‘이 점을 꼭 잊지 말고 써주세요. 우리를 도와준 이들은 리비아 현지인들이었노라고. 우리를 보호해준 이들도 모두 현지인들이었다고. 기자 양반, 꼭 써주세요.’
약 4주 전 이집트교민들이 피난할 때도 사정은 같았다. 본국에서 명색이 ‘구조’하라고 보내준 특별전세기에 천 몇백 불씩을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에 기가 찼었다. 우리는 GNP 2만 불의 나라가 맞는가. 그토록 우습게 보는 중국도 통째로 인근의 외국선박을 렌트해 급파했는데 우리 외교부의 능력은 중국수준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생사의 갈림길에 이르러 무력한 국력을 깨달았어야 하는 우리 국민들의 자존심은 어떻게 회복시켜줄 것인가.
현재 각국 정부는 트리폴리공항과 벵가지공항이 수시로 폐쇄돼 항공편에만 의존할 수 없자 바닷길, 육로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또 그리스와 몰타 주재 중국 공관을 통해 선박 4척을 임대해 급파했습니다. 미국은 주초 전세기를 동원해 자국민을 소개하려는 계획이 무산되자 600명 정원의 전세 페리를 투입해 인근 몰타로 자국민을 피신시켰습니다. 프랑스는 공군기 3대를 트리폴리로 급파했습니다. 독일은 여객기와 군용기 2대를 보내 자국민 400명을 철수시키기로 했습니다. 네덜란드에서는 공군 수송기와 해군 프리깃함이 리비아로 출발했습니다. 22일 항공기 4대를 보내 자국민 339명을 데려간 러시아는 현재 선박을 이용한 2단계 구출 작전에 착수했습니다. 이집트 중국 대사관은 버스 100여 대를 투입하는 등 육·해·공 합동 작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앗, 여권만들어주는 일은 하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