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부대 의무대는 멀쩡하지 못했음
군의관은 전역 얼마 남지도 않은 말년이었고
심지어는 산부인과 전문의라 애들 아픈거 봐주는것도 시큰둥 했음
아프다 -> 타이레놀
또아프다 -> 외진 （...）
오히려 의무병 아저씨들이 잘 챙겨줌
까진데 드레싱 하는건 거의 예술급이었고,
찢어진 상처까지 봉합하더라
나도 다래끼 몇번 나서 갔더니 또 오지 말라고 테라마이신（안연고） 12개 박스 주더라
효과 개 굳
뭐 여튼 그렇게 외진을 엄청 보내다 보니 개꿀인가 싶기도 하지만
정작 진짜 치료가 필요한 코막힘, 허리통증, 두통 이런건 씨알도 안먹힘
그러던 와중에 의무대 아저씨 하나가
병자들 사대로 자기가 침을 좀 놓을줄 아는데 놔드리까요 그럼
그렇게 김치박스 들다가 허리 삐끗한 취사병 막내가 침을 맞았는데
아니 시바 걷지도 못하던 놈이 갑자기 날아 다니는거
뭐지뭐지 하며 우리는 대체의학의 기적을 보고 있었음
군의관도 그냥 니가 다해 하면서 시큰둥하게 내비둠
그러다 보니, 이양반이 침을 잘놓는다고 소문이 부대에 퍼짐
그래서 다들 기적을 맛보고자, 평소같으면 걍 외진꿀빨려고 의무대 가는걸
진짜 아픈건 외진가도 못고치기에 기적의 화타의 손길로 병을 치유하고 있던 와중
내가 탄옮기다가 허리다쳐가지고 너무 아파서 화타를 만나러감
그래서 허리 삐끗했다고 하니까 저기 누우라고 하면서 전기방석으로 허리를 좀 따시게 한다음에
침을 놓는데
와 시발 거 침 잘놓는데 가면 하나도 안아프다매
진짜 그 쐬침이 들어오는데 하나도 안아픈거임 존나신기함
그래서 와 진짜 화타인가 해서
침 어디서 배웠냐고 물어봄. 한의대 나왔냐니까
한의대 나온건 아니래
?
그럼 무슨 한방간호사 그런건가
그런것도 아니래
집이 한으사인가 그럼 어디서 배웠냐니까
유튜브 보고 배웠다는거임 이 씨1발롬이
그소리 듣자말자 내 교감신경은 데프풋 격상시켜서 온몸이 경직됬고
방금까지 위치도 모를거 같았던 침들의 위치가 파악이 되기 시작함
갑자기 아파 씨1발
거기서 욕하진 못하니까 ㅎㅎ ㅎㅎ 흐흐 하고 웃기만하는데
막 식은땀 존나게 나고
나 진짜 저러다가 강철에 나오는 그 소위마냥 평생 다리 병1신되는건가
이생각 존나 들면서 막 머리가 존나 복잡해짐
그리고 기절함 （실제로）
눈뜨니까 저녁이고 우리중대 당직사관 와서 너 많이 안좋냐 그러는데
와... 목소리가 안나옴ㅋㅋㅋㅋ 몸이 굳어섴ㅋㅋㅋㅋㅋㅋㅋ
몸이 굳어서 안움직이니까 입으로 뜨ㄸㄸ뜨ㄸ뜨ㄸㄸ뜨 하면서
막 울기시작했음
뜨ㄸㄹ뜰ㄹㄷㄹㄷ뜨ㄸㄹㄷ ㅡㄹ ㄹ ㅠㅠ 뜰드ㄸㄹ 크헣ㅎ헣ㅎㅎ 하면서
뭐지 진짜 몸이 마비된건가
저새끼가 드디어 신경을 잘랐구나
나 평생 이래살아야되나 라는 공포감이 존나게 몰려옴
씨1발씨1발씨1발 화타 씨1발새 하면서 욕이 머리위로 쭈루루룩 흘러감
군의관이 나 보더니 그냥 과로때문에 일시적으로 스턴먹은거라며
푹 자고 내일 일어나면 괜찮을꺼라고 하더라고
그리고 자고 일어나니까
다들 화스트페이스 터져서 개지1랄 떨고 있는데
환자라 열외함
나중에 화타아저씨 싸제담배 （당시엔 귀했음） 한보루 사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