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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대 초반 평범한 여성입니다.

여동생이 2년전 위암으로 생을 달리 했습니다.

원래 위염과 식도염을 달고 살던 동생인데 어느날 부터 먹은 것 없이 토하고 식도염때문에 힘들다며 투덜거리던 내동생...

회사생활에 스트레스를 받아그런것 같다며 웃던 내 동생...

뚱뚱하다고 할 정도로 체격좋고 키도 크고 활발하던 동생이 파릿해질 정도로 살이 빠지자 병원 검진결과 이미 암세포는 위는 물론 소장 간까지 전이된 상태였습니다.
그러기까지 얼마나 아팠을까 항상 넉살좋게 웃던 내 여동생은 그렇게 떠났습니다.

문제는 제부입니다.
아직 젊은 나이...가슴 아프지만 동생 잊고 새 삶을 찾아가면 다행이지만 그러질 못하고 있습니다.

주말마다 집에 들려 어머님 사위왔어요라며 엄마가 차려준 밥먹고 아빠랑 술 대작합니다.
그 자리에 동생만 없지 동생과 함께 모이던 가족풍경 그대로 입니다.
가끔은 동생은 친정왔다고 나 쉴래!외치고 내 방 침대에 잠들던 순간처럼 동생도 집에 같이 있는 기분도 듭니다.

부모님은 그런 제부가 고마우면서 속이 타십니다.
사부인께도 죄송하고 밝게 웃으며 이야기는 하지만 제부의 얼굴은 점점 말라가고 있습니다.

엄마가 넌지시 제부한테 이제 죽은 사람 잊고 다른 여자 만나볼 생각 없냐고 물은적 있지만 제부는 싱글싱글 웃으며 엄마!큰 아들 필요없어요?라고 넘어갈 뿐입니다.

제부가 저보다도 나이가 많아 딸 둘뿐이었던 우리집에선 이미 아들입니다.

몇 주전 동생 부부가 키우던 강아지가 새끼를 낳았다고 연락이 와서 엄마랑 같이 동생집에 갔었습니다.
제부는 회사에 있다고 금방 퇴근이니 먼저 가계시라고 현관 비번 가르쳐주길래 갔다가 엄마하고 펑펑 울었습니다

동생 있을 때와 변한게 없는 집...
화장실에는 동생의 칫솔도 그대로고 옷방에는 동생이 즐겨입던 옷들이 금방이라도 입을 수 있게 깨끗하게 세탁되어져 있었습니다.
동생 화장대엔 동생이 쓰던 화장품이 깔끔하게 정돈되어 먼지 한 톨 없었고요
쓰는 지금 눈물만 나네요.

제인에어를 너무 좋아해서 책이 헤져서 같은 책을 세권이나 샀었는데 침실 머리맡에 가지런히 놓여있었어요.

제부가 퇴근 후 오고 엄마는 제부 붙들고 오열하며 우셨습니다.
주먹쥐고 제부를 때리기까지 하셨습니다.

그만 하라고...
죽은 사람 잊고 00이 너도 살아야되지 않냐고...

제부는 처음엔 무슨 일인가 얼떨떨하다가 곧 알아차리고 그냥 씁쓸하게 웃기만 하더군요.

엄마 말리다가 저도 너무 가슴 아파 울었습니다.
결혼 액자도 그자리에 얼짱각도라며 예쁘게 나왔지하고 동생이 자랑하던 셀카들은 인화되서 보드에 붙여져 있고...
그냥 그 집 모든게 동생 그자체 였습니다.

그 날은 어떻게 동생 집을 나와 집에 왔는지 기억이 안나요.

그리고도 제부는 여전히 주말마다 집에 옵니다.
엄마가 몇주는 일부러 쌀쌀맞게 대하며 이제 오지말라고 내쳤는데 능글맞게 대처하던 제부가 저저번주 결국 주저앉더니 어머님 저 내치면 죽어요라며 우네요.

그 날 온가족 부둥켜안고 울었습니다.
제부말로는 집을 아무리 동생이 있던 그때대로 해도 너무 외롭고 힘들고 동생이 없는것만 뼈저리게 느껴지더래요.
그나아 우리집에 오면 동생한테 나던 냄새 동생하고 같은 말투쓰는 집안 사람들 동생이 해주던 음식 맛하고 비슷한 엄마 요리...
그나마 버틸 수 있게 해준다고 합니다.

그날 그렇게 부모님과 제부 저 넷이서 펑펑 울고 (동생 죽은 날보다 더운것 같아요)저번주부터는 다시 리바이벌입니다.

다시 동생은 내 방 침대에 잠들고 다른 가족들은 모여서 밥먹고 아빠와 제부는 술대작하고 그 상황으로...
옳지 않다는것도 이럴수록 제부는 더 동생 못놔주고 저렇게 죽은 동생 추억에만 갇혀 사는 건데...

제부를 어쩌면 좋죠?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3년 후

3년전에 적은 글이 여러 사이트에 퍼져 당황했네요.
제가 오유 눈팅족인데 베오베에 있는 글을 보고 우리 제부같은 사람 또 있네했다가 다시 읽어보니
제가 썼던 글이네요.
제부는 내년 봄 재혼예정입니다.
상대는 저랑 각별하게 친한 동생입니다.
2년 전쯤 동생과 제부와 같이 술마실 자리가 있은 뒤 종종 같이 만났었습니다.
둘이 호감이 있는것 같아서 조심스레 응원을 해줬었는데 어렵게 연결되었어요.
제 동생은 왈가닥에 활발하고 여장부스타일인데 그 동생은 조용하고 말이 적고 생각이 깊은 사람입니다.

어느날 동생이 보자고 해서 만났는데 미안하다며 얘기하더라구요.
언니 제부를좋아한다고...
저는 그둘이 잘됐으면 하는 마음이라서 축하한다고 했는데 제부가 마음을 안받아주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그자리에서 제부불렀습니다.
제부도 이 동생한테 마음있는거 눈치챘었거든요.
제부가 오고 동생있는거 보고 당황해하는게 보였지만 앉으라하고 얘기했습니다.

이제 제부라 부르지 않을꺼다.
내 친오빠라 생각하고 말한다.
왜 이 애 마음 안받아주냐?
오빠도 얘 좋아하는거 안다.

좋아하는 감정 맞다.
근데 아직도 난 xx가 그립고 내 유일한 여자다.
그리고 귀한게 자란 oo이를 내가 어떻게 넘보냐

등등 한참을 얘기한것 같습니다.
동생은 한마디안하고 듣고만 있었고 저랑 제부랑 30분 넘게 말씨름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제부가 얘기한 결혼한 적이 있는 자기가 감히 아가씨랑 어떻게 잘하겠냐는 말을 하자마자 동생이 제부 머리를 빡 소리나게 때렸어요.
ㅋㅋㅋㅋ(죄송합니다 그때 저도 답답해서 이 벽같은 남자 쥐어박고 싶었는데 속이 다 시원했던 기분이 들어서)
평소 내향적이고 조용하던 동생이 그러니깐 저나 제부나 얼음되고...
동생은 얼굴벌개지고 손 부들부들 떨고 있고...
그러더니 애가 랩을 내뱉더니 나가버렸습니다.
기억나는대로 적겠습니다.

내가 첫번째가 안될건 안다.
그리고 지금 오빠가 이러는건 착하고 지고지순한게 아니라 등신천치인거다.
이러고 살면 좋냐?xx가 퍽이나 내 신랑 이쁘네하고 있겠다.
나도 이젠 됐다 나도 등신같은 너 트럭으로 줘도 싫다

저랑 제부 둘다 동생이 나가고도 얼어있다가 제가 빨리가서 잡으라고 후회할 인생살지말라고 제부 등떠밀었고 제부는 주저주저하다가 동생잡으러 갔습니다.
그 뒤는 제부가 동생의 맘 돌리려 노력했고 석달간 동생에게 대쉬 후에 연애하게 되었습니다.

동생 집안에서는 반대가 없던건 아니지만 제부가 제 동생을 사랑했던 지고지순한 마음을 보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해 결혼 승낙하셨습니다.

저희집에서는 동생 패물 팔아서 사돈댁이 해주는 예물에 따로 얹어 예물보냈고요.
동생집에서 저희집에도 작게 예단비 주고 싶어하셨지만 거절하고 대신에 oo이를 딸처럼 생각해도 되겠냐며 조심히 여쭸고 동생 집에서도 흔쾌히 받아주셨습니다.

제부는 예전처럼 저희집에 매주오는건 아니지만 한달에 한번 정도는 찾아오고 있습니다.
동생은 진짜 저희집 딸이 된듯 가끔와서 놀다가고 합니다.

둘다 너무 착하고 선남선녀라 보기만 해도 흐뭇하고 예쁘다고 저희 부모님도 좋아하세요.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될지...
이 글 읽는 모든 분들이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엮인글 :

2017.08.26 05:30:53
*.226.82.144

그나마 해피엔딩이군요.. ㅋㅋ

근데 따라 죽는 사람도 있습니다.

정신과 치료나 심리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한국에선 그 딴건 없을테니...

아마 어렵게 이겨내던가.. 아니면 극소수 나쁜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을 듯..

뮤직맨스팅레이

2017.08.26 08:31:11
*.67.237.71

강아지 완전 무심눈빛 ㅋㅋ

6500rpm

2017.08.26 09:09:02
*.252.212.106

드라마같아요...드라마로 만들어도 감동적일듯...

종이컵에똥너

2017.08.26 19:01:58
*.7.19.88

아 원글 봤던건데ㅠㅠ
후기도 너무 좋다ㅠㅠ

핼시온

2017.08.27 22:28:25
*.47.177.96

아 눈물 나네요. 떠나간 사람 빈자리가 참 크지 말입니다. 멋진 가족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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