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해 보았을 땐 아름답던 그녀가 술 깬 뒤엔 왜 이리 달라 보일까? 취한 사람의 눈에 추녀도 미녀로 보이는 현상을 영어로 '비어 고글(Beer Goggles·맥주 안경)'이라고 한다.

영국 로햄턴 대학 루이스 핼시 박사 연구팀은 지난 8월 비어 고글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음주측정기와 노트북을 들고 학내 주점을 찾았다.

연구팀은 남녀손님 64명에게 좌우대칭이 좋은 얼굴과 그렇지 않은 얼굴 사진 40장을 보여주고 '가장 매력적인 얼굴'과 '좌우 균형이 가장 좋은 얼굴'을 고르게 했다. 진화유전학에 따르면 사람은 좌우대칭이 완벽한 얼굴일수록 아름답다고 느낀다.

실험결과, 취하지 않은 그룹은 대칭이 좋은 얼굴을 압도적으로 선호했다. 반면 취한 학생들은 대칭적인 얼굴과 그렇지 않은 얼굴을 잘 구분하지 못했다. 술로 인해 대칭성을 감별하는 안목이 떨어지는 것이 비어 고글의 원인임을 보여준 것이다.



비어 고글 탓에 원치 않는 이성의 추파에 넘어가는 건 불유쾌한 경험이다. 하지만 숙취와 알코올 중독, 간과 뇌의 손상, 교통사고와 심지어 사망에 이르는 술의 다른 부작용에 비하면 비어 고글은 애교로 봐줄 수 있는 수준. 한국 만 해도 술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이 한해 20조원이라는 통계가 있을 정도다.

과학의 힘으로, 한 알만 먹으면 술이 확 깨는 '마법의 약', 불의의 사고나 건강문제는커녕 비어 고글조차 염려할 필요가 없는 '착한 술'을 만들 수는 없을까?

◆26년 전 개발된 '마법의 약' 시판조차 못하고 실패

지난 1984년 다국적제약사 로슈 연구팀은 'Ro15-4513'이라는 물질을 술에 취한 쥐에게 투여했더니, 단 2분 만에 쥐들이 생생해지는 것을 확인했다. 당시 연구팀은 그 이유를 정확히 몰랐지만, 어쨌든 전 세계 애주가들을 사로잡을 '초대형 블록버스터'를 찾았다며 흥분했다.

하지만 Ro15-4513은 발작 등의 부작용이 있었고, 특히 혈중 알코올농도를 전혀 낮추지 못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게다가 약효가 불과 30분밖에 지속되지 않았다. Ro15-4513을 먹고 술을 깨 운전을 시작했더라도 운전 도중 취기가 오를 수 있다는 의미였다. 로슈의 변호사들은 "교통사고로 인한 소송이 봇물을 이룰 것"이라며 시판을 반대했다. Ro15-4513은 결국 잊혀지고 말았다.

Ro15-4513의 비밀은 나중에 밝혀졌다. 이 물질의 성분이 술의 주성분인 에탄올이 뇌의 특정부위에 작용하는 걸 막는 특성이 있었던 것이다. 술을 마시면 나타나는 유쾌한 기분, 이완감, 졸림, 구토, 운동능력 저하 등은 에탄올이 뇌의 각기 다른 부분과 작용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만약 음주의 결과로 나타나는 이런 현상을 좌우하는 뇌의 개별 부위와 그 작용 방식을 알아내면, 이를 차단할 길이 열리는 것이다. 아쉽게도 현재의 뇌과학으로는 술이 뇌에 작용하는 메커니즘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한다. 마법의 알약이 실현되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인간과 술의 악연을 끊기 위한 또 하나의 과학적 대안은 '착한 술'.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되 자제력 상실, 운동신경 마비, 숙취와 간 손상, 중독과 같은 부작용을 없앤 새로운 물질을 만들자는 것이다.

미국 메릴랜드 의대 해리 준 박사팀과 캘리포니아주립대 리처드 올슨 박사팀은 정신안정제용으로 사용되는 화화물 등을 이용, '착한 술' 만들기 연구를 하고 있다. 지난 40년간 환자들의 긴장을 풀어주는 데 사용됐던 이 물질들은 장기간 섭취해도 장기에 부담이 거의 없고 중독성도 없었다. 특히 올슨 교수팀은 쥐와 개코원숭이를 통한 동물실험도 했다.

이들 '착한 술'의 가장 큰 문제는 실제의 술과 같은 맛을 어떻게 낼 것이냐는 점. 영국 브리스톨 대학의 데이비드 넛 교수는 이에 대해 "사람들이 술을 좋아하는 것은 기분이 좋아지는 경험과 술 맛을 연결시키기 때문"이라며 "새 물질도 이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교육을 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http://kr.news.yahoo.com/service/news/shellview.htm?linkid=477&articleid=2010121403062266734&newssetid=1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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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