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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때문에 남자친구한테 차였어요. 절대 거짓말 못하는 성격이 매력적이어서 반했는데 끝까지 매력적이네요 헤헿ㅎㅎ. 물질적인 이유로 차였지만 전 남자친구를 원망하지 않아요. 차이면서도 미안하네요.

저희 집은 가난합니다. 많이 가난해요. 아버지는 아무 일도 안하시고 집에 계시고 어머니는 식당에서 월 70받고 일하십니다. 그럼에도 아버지가 약간 가부장적이시라 챙겨드려야해요. 어릴 땐 아버지 원망도 많이 했었는데 이젠 괜찮습니다. 국가에서 밥은 챙겨먹으라고 하루 4000원씩 줍니다. 저녁은 돈이 생기면 먹는데 하고 있는 알바로는 핸드폰 요금과 월세도 내기 빠듯해서 챙겨 먹진 않습니다. 사실 점심 챙겨먹기에도 돈이 빠듯합니다. 남자친구와 데이트 하는 날이 저녁 먹는 날이에요! 다행이도 가난한 제 사정을 알아줘서 장학금에다가 외부 장학금까지 받습니다. 하지만 집이 어렵다보니 외부장학금은 대부분 집에 보내야돼요.

...

남자친구님! 1년 동안 연애하면서 항상 미안했어. 너는 기념일 마다 선물과 편지를 챙겨주는데 난 편지만 써줬으니까. 정말 너한테 선물 주고 싶었는데 미안해. 그리고 같이 여행 못가서 미안해. 내일로 여행도 가고 싶었는데 기차표가 5만원이 넘더라ㅎㅎ... 너랑 바다도 보고 싶었는데 아쉬워. 음..또 초밥뷔페도 생각난다. 초밥붸페를 갔을 때 내가 초밥을 처음 먹는거라 하니까 작은 네 눈이 동그래지는게 너무 귀여웠어. 데이트 때 계속 똑같은 옷을 입고가서 미안해. 겨울이라 걸칠 옷이 한 개밖에 없었어. 하지만 내가 이 말을 했으면 넌 너의 돈을 털어서라도 옷을 사줬겠지? 그래서 말할 수 없었어. 눈치는 챘겠지만 말하는건 다른 차원이니깐ㅎㅎ 항상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해. 너 영화 좋아하는데 부담지게 해서 미안해. 너가 사주는 치즈팝콘 나도 진짜 좋아해. 치즈팝콘 없어지고 흔들어먹는 걸로 바뀌니깐 시무룩해하는 모습도 너무 귀여웠어. ddp 유료전시도 못가서 미안해. 이것마저 너한테 의지하는게 너무 미안했어. 자기가 커피 좋아한다고 나한테 커피 많이 사줬는데 난 한번도 못사줘서 미안해. 언젠간 사주리라 벼르고 있었는데 막상 사려니 비싸더라...ㅎㅎ뷔페 안가봤다니까 뷔페 데려가줘서 고마워. 나중에 알아보니까 진짜 비싸더라. 먹고나서 미안했어. 너랑 연애하면서 행복했던 기억밖에 없는데 막상 떠오르는건 미안한거 뿐이네.

조심스레 돈 때문에 힘들다고 말할때 사실 난 알고 있었어. 넌 힘든 티는 못숨기더라ㅎㅎ 하고싶은 거 많을텐데 같이 못해줘서 미안해. 그리고 항상 날 배려해줘서 고마워.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마워. 영화 많이 보여줘서 모마워. 맛있는거 소개해줘서 고마워. 네가 날 데려간 맛집들 전부 맛있었어.

어..이런 글은 어떻게 끝내야 될지 모르겠네... 그냥 복잡한 감정을 말하고 싶었는데ㅎㅎ..어 음... 나같은 여자랑 사귀어 줘서 고맙습니다. 평생 잊지 않을게요. 행복했습니다


====================================


왠지 찡하네요...사는 건 참 힘든 겁니다...

특히 아버지가 힘들게 하면 더 힘들다는 걸...안 겪어본 사람은 이해 못하죠 ... 

엮인글 :

히쿠

2015.12.19 12:33:56
*.62.213.90

아...ㅜㅜ

산골바람

2015.12.19 12:51:43
*.7.14.178

괜히 울쩍해지네요 힘내세요 ㅌㄷㅌㄷ

타이밍벨트

2015.12.19 13:03:07
*.202.135.114

ㅠ_ㅠ

圖弧鬼

2015.12.19 13:44:04
*.42.20.20

짠하네요...

bbffv

2015.12.19 13:56:42
*.161.209.167

어우 뒤늦게 글로 저렇게 마음 전달해도 사귈때 커피하나 못사주는 여친 만나면 절대 이해 못할거 같네요 사람이란게 1이라도 바라는게 있게 마련이라

3185

2015.12.19 14:11:36
*.33.181.172

덤덤히 쓰고 얼마나 펑펑 울었을까 생각하면 먹먹하네요..

스팬서

2015.12.19 14:20:45
*.227.253.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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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남자친구와 데이트 하는날이 저녁 먹는날일 정도로 모든걸 남자가 부담했음에도
자존심때문에 말은 못하고 센스있게 눈치채고 알기 바랬다는거죠.

남자친구가 자기 자존심 구기면서 조심스레 돈때문에 힘들다 라고 말했다면
' 유럽의 남녀커플처럼 우리 벤치에 앉아 그냥 이야기만하자. 혹은 천원짜리 음료, 2천원짜리 맥주 한병 마시면서
데이트하자 ' 라고 말하면서 계속 연애를 이어가야 하는거 아닐까요?
남자친구가 힘들어해도 자신은 계속 이전처럼 받기를 원했기에 남자친구가 헤어짐을 고했겠죠.

헤어진후 자신도 해주고 싶었지만 이래서 못했다고 남들에게 이해를 바라는 글이 아니라 헤어진 남자친구에게만 이 글을
보여줬어야죠.

항상 자식에게 주는 유일한 사람인 부모조차 자식에 바라는게 있고 받고 싶은게 있는데 자존심까지 접으면서
데이트비용때문에 힘들다고 말한 남자친구에게 무엇을 바라고 요구했을까.

제가 한국에선 여성혐오자로 간혹 찍히는데 자신을 합리화 시키는 윗 글 속의 연애만 놓고 봤을땐 남자친구만 힘들었네요.

그리고 여성분에게도 불성실하고 무능한 남자가 더 자기 자존심 내세우고 자기주장을 이기려 드는데 넉넉치 못한 환경에서 태어났지만 노력하셔서 독립적인 여성이 되어 행복한 삶을 만들어나가길 빌어요.

시즌권은피곤해

2015.12.19 14:59:57
*.163.24.76

실컷 뜯어먹다 차였네

트럼펫터

2015.12.19 16:38:46
*.90.138.184

저도 살다 보니 고마움을 아는 여자를 만난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아갑니다. ㅋ
가난한 자기의 환경을 알고 또 자기를 도와준 헤어진 남자친구에게 고맙다고 하는 여인을 보니
왠지 감동적이라~

그게 감동적이라 퍼왔습니다.

여자가 남자에게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것~

김진영팬클럽

2015.12.19 18:51:14
*.70.14.118

...

SOOpreme

2015.12.19 23:02:23
*.35.66.154

슬프네요.. ㅠ.ㅠ

...

2015.12.19 23:10:49
*.244.76.210

남자쪽 글이 잠깐 올라왔는데
사는게 힘들어서 데이트 비용 줄이는 문제로 계속 다투고 갈등했나보더라구요.

ysybest

2015.12.20 01:16:54
*.255.233.184

아흑 ㅠㅠ

볼아도리

2015.12.20 08:30:43
*.62.179.44

ㅜㅜ

눈사이로막까

2015.12.21 05:44:36
*.37.40.85

흠////

Nills

2015.12.21 11:18:55
*.90.45.155

음... 와이프랑 연애할땐 제가 다 사줬었는데...
결혼하고 나니 와이프가 차를 사주네요.. 똔똔?

큐이이

2015.12.21 12:00:51
*.247.149.100

저정도면

글로 못적은 사연은 더 많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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