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원은 시민이 아닙니까? 직원이 있어야 시민을 위해서 일할 것 아닙니까.”
서울시청 본청 1층 로비에 설치된 추모의 공간. |
2014년 서울시 7급 행정직에 합격한 A씨는 2015년부터 서울시 본청에서 근무했다. 입직 후 청소년 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A씨는 지난 1월 예산과로 발령을 받았다. B씨는 “예산과에서 일한 뒤 아들 얼굴 보기가 힘들었다”며 “6월부터 거의 매일같이 야근하고 주말마다 출근했다”고 말했다. 평소 공무원이 된 것을 자랑스러워하던 아들은 어느 순간부터 “업무가 너무 많아서 힘들다”고 토로하기 시작했다고 B씨는 전했다. B씨는 “아들이 워낙 바빠서 같이 저녁 먹자고 시청 근처에서 약속해도 아들이 밥 먹기 직전에 ‘일이 너무 많아서 나갈 여유가 없다’며 끼니도 챙기지 못하고 일했다”며 “사람이 다 살자고 일하는 건데 매일 야근하고 새벽 3∼4시에 퇴근해서 아침 8시에 출근하는 직장이면 사람 죽이려고 작정한 거 아니냐”고 울먹였다.
한동안 말을 잊지 못하던 B씨는 “아들이 초등학생 때 얼굴에 큰 화상을 입어 중학교도 다니지 못하고 힘들게 치료 받으면서 검정고시로 중졸 졸업장을 땄다”며 “어린 나이에도 힘든 내색하지 않고 치료를 견딘 아이인데 이렇게 떠난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아들이 왜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지 철저하게 조사해달라”고 부탁했다.
지난 28일 서울시청 본관 1층 로비에서 열린 이별식에서 참석자들이 A(28)씨 죽음을 애도하며 묵념을 올리고 있다. |
A씨와 함께 입직한 동료 직원은 추모사에서 “언제부터 우리는 힘들면 안 되는 세상이 됐을까. 힘들다고 말하면 ‘나약하다’는 편견 때문에 우리는 힘들다고 말할 권리조차 빼앗겼다”며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깊은 유감을 표현했다.
1시간에 걸친 이별식은 서울특별시청지부 김경용 위원장의 ‘잊지말자 000아, 잘 가라 000’이라는 외침으로 마무리됐다. A씨를 추모하며 기둥을 빼곡히 채운 포스트잇에는 다음과 같은 메모가 하나 남아있었다. ”당신은 갔지만 또…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더 두렵습니다.” 2011년 박 시장 취임 후 7번째 자살사건을 마주한 서울시 공무원들은 문제를 두고 변화하지 않는 조직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커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직원은 “직원은 그대로인데 새로운 사업만 자꾸 벌이면서 조직을 키우다보니 과부하가 걸리지 않을 수 없다”며 “자살한 8번째 동료가 생기기 전에 반드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임직원은 고객이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