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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강호의 모든 무림문파와 세가들, 하물며 강호를 떠도는 뜨내기 무인들까지 전쟁에 참여했으나 정마대전에 참여하지 못했던 유일한문파가 있었다.  거지들의 모임인 방마저 전쟁에 참여했음에도 말이다.정사연합세력에서 불러주지 않았던 단 한곳의 무 림문파.세인들은 그들을 가리켜 하오밀문이라 하였다.하오밀문(下午密門).문(門)이라는 이름을 걸고 3000년의 역사를 가진 곳이었지만 누구도문파라 생각하지 않았다.무림인의 범주에 끼지를 못하는 문파가 하오밀문, 일명 하오문(下午門)이었다.하남성(河南省) 북부에 위치한 성도(省都)로 춘추전국시대의 위(魏)나라부터 시작하여 5대10국인 양(梁), 진(晉), 한(漢), 주(周) 및 북송(北宋), 금(金) 등의 왕조가 이곳에 수도를 건립했던 중원 7대 고도중의한 곳이다.북쪽의 누런 강물인 황하(黃河)와 마주하고 서있는 야트 막한 구릉위에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듯, 퇴락한 장원 한 채가 서 있다.간간이 불어오는 강바람에 덜컹거리는 빛바랜 현판은 당장이라도떨어질 듯 위태로웠다.하오밀문(下午密門).3000년 전, 겁천십웅(劫天十雄)의 일 인이었던 십전수(十全手) 구약종(邱掠種 )에 의해 파(開派)한 하오밀문의 총단이 바로 이곳이다.왕조보다 더 오랜 세월동안을 문파라는 이름을 걸었던 하오밀문임에도 왜 이런 초라한 모습인지."휴우!"하오밀문의 최 심처인 공공각(空空閣)에서 나직한 한숨소리가 흘러나왔다. 팔자 수염을 기른 60대 의 노인, 현 하오밀문의 문주인 대도(大盜) 강웅삼(姜雄三)이었다. 망연한 눈으로 허공을 응시하고 있는 강웅 삼의 얼굴에 고뇌의 빛이 서렸다. 지난 100년간 하오밀문은 무림의 문파로 거듭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다. 조직을 정비하고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 는 등, 그들이 할 수 있 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세를 확장해 나갔으나 오직 외적인 성장에 불과했다. 여전히 하오밀문의 구성원은 소매치기나, 도둑들, 그리고 창기가 전 부였고, 무공을 익힌 무인은 없었다. 애초에 무공을 익힌 자들은 하오밀문에 입문을 하 지 않았고, 설령 뛰 어난 오성을 가진 인재가 입문했다 할지라도 그들에게 줄 무공이 없었 다. 하오밀문에서 가장 강하다는 문주의 무공이 무림세력의 일반제자와 거의 같은 수준이었으니, 어쩌면 하오밀문의 몰락은 당연한 결과였다. 그러나 무림인들의 무시와 멸시 속에서도 그들만의 자존심은 있었다. 한가지 방면에 있어서 만큼 최고가 되고자 하는 욕심이 있었고 어느 정도는 이루었다. 바로 정보였다. 정보에 있어서 만큼은 방과 쌍벽을 이룰 정도로 신속성과 정확성 을 자랑하지만 그 또한 전쟁의 시기나 난세에 쓰임새가 있을 뿐, 지금 처럼 평화의 시기에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어느 세력에서도 하오밀문에 청부를 해오지 않았다. "처음으로 강호세력에서 청부를 해왔는데……." 지난 100년이래 처음 들어온 무림세력의 청부인데 그게 문제였다. 자 칫 잘못하면 하오밀 문을 멸망으로 이끌 수도 있는 양날의 칼이었던 것 이다. "어서들 오시오." "그동안 별고 없으셨습니까." 강웅삼을 향해 고를 숙이며 자리하는 인물들, 하오밀문을 이끌어 가는 당주들이었다. 비록 무림에서야 삼류문파로 무시당하고 있지만 조직체계는 결코 삼 류라 할 수 없었다. 문주를 필두로 하여 다섯 명의 당주(黨主)와, 그 아 래에 있는 열 명씩의 향주(鄕主)를 포함하여, 데리고있는 조직원들을 전부 합치면 거의 이천에 달하는 인물로 구성된 곳이 하오밀문이다. 문 도 수로만 보면 방다음으로 큰 문파였다. "그럼 여러분들이 전부 오셨으니, 결정을 내리도록 합시다." 문주 강웅삼을 비롯한 5대 당주가 오늘 결정을 내려할 사항은 청부 의 수락여부였다. 단순한 청부, 즉 빚을 받아달라거나, 아니면 바람난 남편의 상대여자를 찾아달라는 등의 일반 양민의 청부였다면 지금처럼 문주와 당주가 전부 모이지 않았을 터였다. 강호무림의 지배자이고, 정파의 대표라 할 수 있는 10파의 청부였던 거였다. 십만대산(十萬大山). 100년 전 정마대전의 격전지였던 십만대산의 명교 성지까지 가는 지 도(地圖)를 만들어달라는 청부였다. 단 순한 지도 제작이 전부였지만 하오밀문의 입장에서는 쉽사리 수락 할 수 있는 그런 일이 아니었다. 십만대산이 광서성 남쪽에 있는 위치하는 곳이라 할지라도 아무나 갈 수 있는 그런 장소가 아니었던 탓이다. "여기 있는 모든 분들은 아실 겁니다. 그당시 성모 궁(聖母宮)으로 떠 났던 무림인 중 살아 돌아온 사람이 없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하오밀문의 정보 담당인 비당(秘黨) 당주 심뇌(心惱) 마석흠(馬奭欽) 이 좌중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성모궁(聖母宮). 명교의 정신적인 지주인 성모가 기거했던 백색의 궁을 말한다. 그당 시 10년의 세월에 걸친 전쟁에서 십만대산 곳곳에 흩어져 있던 명교도 들을 척살 했지만 단 한곳, 성모궁만은 어찌하지 못했다. 심지어는 성 모궁이 있다는 봉우리마저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해서 정사 연합맹은 강호무림의 최 절정 고수 100여명으로 구성된 성모척살대를 조직하여 길을 떠났다. 그러나, 성모궁을 향해 떠났던 성모척살대는 누구도 돌아오지 않았 다. 아울러 그들이 익히고 있던 무공들까지. 무공의 원본이야 각 문파 에 남아있을 터이지만 정마대전이 벌어졌던 십 년 동안 새롭게 터득했 던 그들의 무공이 성모궁과 함께 묻혀버린 것이었다. 구파일방과 사파연합체였던 마도련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 때문에 그들은 바로 십만대산을 금역(禁域)으로 선포해버렸습니 다. 자신들 외에는 누구도 십만대산에 들어가지 못하게 해버린 것이지 요" 결국 두 세력의 선택은 한가지밖에 없었다. 각 문파의 비전이 잠들어 버린 십만대산 전체를 금역(禁域)으로 지정하고, 자신들만 들어갈 수 있게 해 두었다. 즉 십만대산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구파일방과 마도련 의 허락을 동시에 얻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 처음 십여 년 동안은 구파일방이나 마도련도 성모봉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결국에는 포기를 했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30년 전 한 인물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됩니다." "잠사혈군(潛邪血君)을 말하는 겁니까?" 잠사혈군, 30년 전에 나타나 강호무림을 한바탕 휘저어 넣고 사라진 인물을 말한다. "그자가 성모궁에서 무공을 익혔다고 하였습니다. 그때부터 구파일방 과 마도련은 다시 십만대산의 수색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역시 마찬가지였다. 매년 인원을 선발하여 십만대산으로 들여보냈지만, 구파일방이나 마도련 어느 쪽도 성모봉을 발견하지 못했 다. 그나마 보냈던 무인들조차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한 마디로 십만대산행은 죽음의 길로 인식되어 버렸다. "그들이 하지 못한 일을 우리가 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강웅삼 이 우려 섞인 표정을 지었다. 절대의 세력이 하지 못한 일을 무공이랄 것도 없는 하오밀문에서 가능하겠느냐는 말이었다. "쉽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시도를 해볼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만일 성공한다면 우리 하오밀문의 염원을 이룰 수가 있습니다. 강호의 대문 파로 새롭게 태어난다는 말이지요." 무공, 하오밀문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었다. 무림문파로 거듭나기 위 해서는 무공이 있어야 하건만 그들이 가진 무공이라고는 몇 가지 조잡 한 무공이 다였다. "지금 하오비동(下午秘洞)에 있는 그 아이들에게 줄 무공을 구하 는 길은 그 방법밖에 없습니다." 젊은이들의 입단이 거의 없었던 하오밀문이었지만 웬일인지 이번에 는 5명이나 되는 영재들이 들어왔다. 강웅삼을 비롯한 5대 당주들이 가장 기대를 걸고 있는 자들로 하오 밀문의 미래였다. 강호 명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자 하는 하오밀문 의 염원을 걸머진 영재들. "그 아이들을 보낼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쓸만한 인물들을 조사해 왔습니다." 붉은 궁장을 입은 삼십 대 중반의 요염한 여인이 강웅삼을 향해 환 한 미소를 지었다. 젊어서 이름깨나 날렸을 법한 아찔한 미소를 짓는 이 여인은 봉의 기루를 담당하는 청당(靑黨) 당주 화소미(花小美)였 다. "그런 인재가 있었단 말입니까?" 강웅삼이 의아한 얼굴로 화소미를 쳐다보았다. 봉에 있는 대부분의 젊은이들에게는 거의가 한번씩 하오밀문의 입단을 권유했었지만 이곳 에 살 며, 하오밀문을 알고 있는 자들은 전부 고를 흔들었다. 그런데 화소미는 봉에 있는 인물 중에 일할 사람을 찾았다는 것이 다. 더구나 여기서 찬성만 한다면 문제없다는 표정마저 짓고 있다. "누구입니까?" "봉사괴(開封四怪)입니다." "그 괴짜들 말입니까 ?" 마석흠의 표정이 기괴하게 변했다. 봉사괴, 그 또한 잘 알고 있는 자들이었다. 아니 잘 알고 있는 정도가 아니라 하오밀문의 인물들에게 는 가장 골칫거리들이 바로 그들이었다. 육승(肉僧) 추기영 나이는 21세로 그의 전직은 상국사의 소사미였다. 어려서 어머니 손에 이끌려 절에 맡겨진 이후 십여 년 동안 잘 지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도 망을 쳐버렸다. 도망친 이유 또한 가관이었다. 고기가 먹고싶다는 단순 한 이유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아는 것이라고는 불경이 전부인 녀 석이 먹고살게 있을 리가 없었 다. 결국 봉의 이곳저곳을 떠돌며 탁발승 흉내를 내며 살다가 그마저도 밥벌이가 안 되자 저잣거리에서 시주통을 만들어 놓고 목탁을 두드리 며 스님 행세를 하고 있는 자였다. 누구도 알지 못한다. 중 행세를 하는 그놈이 가장 좋아하는 건 누런 황구라는 사 실을. 거패(巨覇) 태웅(態雄). 그 역시 추기영과 같은 나이로 5년 전 이곳으로 흘러들었다. 7척에 달하는 장신에 곰 같은 덩치를 가진 놈이었다. 그의 밥벌이는 두 가지 였다. 차력술과 비도술. 어디서 외공(外功)을 익혔는지 거대한 쇠망치를 준비해두고, 자신 을 한 발짝이라도 물러서게 만들면 걸었던 돈의 두 배 를 준다고 하여 호객행위를 하고 있다. 힘깨나 쓴다하는 이들이 그를 향해 쇠망치를 휘둘렀으나 지난 세월 동안 그를 물러나게 한 사람은 아직 없었다. 그렇게 차력술로 돈을 벌다가 손님들이 식상해하는 표 정을 지으면 곧바로 그의 두 번째 특기인 비도술을 시전하여 손님들과 내기를 한다. 곰같이 생긴 놈이 제 손가락 만한 비도를 날리는 기술 또한 신기여서 많은 손님을 끌어들이고 있었다. 옥면호리(玉面狐狸) 여호치(女好齒). 여인의 몸으로 봉사괴의 일인에 당당히 끼어있는 인물. 그녀의 직 업은 소매치기이다. 봉 최대의 사찰인 상국사에 행사가 있거나 아니 면 장이 서는 날 출현하여 저잣거리를 휘젓고 다니는데, 경공이 엄청나 그녀를 보았다는 사람도 없었고, 심지어는 얼굴을 아는 사람도 아직 없 다. 쌍면연 작(雙面燕雀) 야혼(夜魂). 야혼이란 놈을 처음 보면 누구나 놈의 잘생긴 얼굴에 혹하게 된다. 지나가는 처녀는 물론이고 아이 서넛 딸린 유부녀들까지도 이 녀석만 보 면 침을 흘리고 다리를 꼰다. 얼굴 생김새로 보았을 때는 여느 대갓집 자제라 해도 하등의 손 색이 없지만, 하는 짓거리는 영 아니었다. 봉사괴 중 가장 성질 더럽고  차반인 녀석이 바로 이놈이다. 해서 별호가 쌍면연작이 되었다. 그의 직업은 통틀어 3가지다. 오전에는 북문(北門)근처에 있는 도살장에서 소를 잡는 백정 일을 한다. 그 또한 고기를 얻기 위한 직업일 뿐이었다. 오후에는 그 반듯한 얼굴로 여자를 후리고 다니는데 지금껏 그놈에게 걸려든 처자들이 셀 수가 없다고 하였다. 심지어는 봉의 최고 실력자인 지부대인의 부인까지 건들었다는 소 문마저 은밀하게 돌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의 마지 막 직업은 역시 저잣거리가 주 무대였다. 야바위 , 세 의 통속에서 주사위가 들어있는 통을 찾아내는 으로 손님들의 주머니를 털어 돈벌이를 하는 놈이었다. 여자 후리는 기술이 주특기인 놈답게 놈이 가장 좋아하는 말은 '체력 은 정력이다' 라는 말 이다. 살아가는 목적이 정력증강에 있다고 떠버리 는 놈이 바로 야혼이었다. 구걸을 하는 육승, 차력사 거패, 소매치기 옥면호리, 그리고 쌍면연작 야혼, 이 넷이 돈을 버는 장소인 서대시전(西大市廛)은 하오밀문의 가 장 큰 돈줄이 되는 곳이었다. 수시로 그들 과 마찰이 생겨 싸움을 하곤 했으나 결코 몰아낼 수가 없었다. 네 사람 모두가 싸움꾼이었다. 무공을 익힌 것 같지는 않은데 일대 일로 싸워서 그들을 물리칠 제자들이 없다는 게 문제였다. 더군다나 하오밀문에서 자꾸 공격을 해대자 급기야 년 놈들이 야합 을 해서 공동으로 대항을 해오는 것이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꼴이 되어버렸다. 하는 수 없이 서로 공생하는 선에서 마무리를 짓고 말았지만 여전히 하오밀문의 골칫거리 가 그들이었다. "무슨 수로 그들을 끌어들인단 말이오." "저에게 맡겨두시면 됩 니다. 한달 안에 녀석들을 하오밀문의 제자로 만들어 보이겠습니다. 그 녀석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들을 이용할 겁니 다." 마석흠의 물음에 화소미가 빙긋 미소를 지었다. "무슨 말입니까?" 화소미를 제외한 5인의 얼굴에 궁금증이 가득했다. 따로따로 행동할 때 도 끌어들이는데 실패했는데, 지금은 같이 살고 있는 자들이 아닌가. "그 세 놈의 공통점이 뭔지 아세요? 전부 여자를 밝힌다는 겁니다. 그것도 거의 색골수준으로." 야혼이야 원래 그런 놈임에 의문의 여지가 없었지만 나머지 두 명도 여자를 밝힐 줄은 생각지 도 못했다. 야혼은 주로 작업을 걸어 여자를 취하는 반면에 육승과 거패는 돈을 주고 여자를 샀던 것이다. "옥면호리는 셋만 오면 무조건 따라오게 되어있습니다." "그건 또 무슨……." "두고 보시면 압니다." "좋소이다. 그럼 화당주를 믿고 청부를 수락한다는 연 통을 띄우겠 소." 제  목:[하오대문] 하오대문(2)-쌍면연작(雙面燕雀) 야혼(夜魂)(1) 2장 쌍면연작(雙面燕雀) 야혼(夜魂) 상국사(相國寺). 전국시대 위(魏)의 황태자 신릉군의 저택을 북제 때 불교 사원으로 바꾼 절로, 처음에는 건국사(建國寺)라 하였으나, 당 나라 예종이 상왕의 왕위를 계승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상국사라 칭된 곳으로 봉의 명 물중의 하나로 손꼽힌다. 4월의 나른한 오후. 내리쬐는 햇살이 버거운 듯, 섭선으로 얼굴을 가린 채 상국사 일주문 을 통과해 들어가는 인물이 있었다. 창백한 낯빛, 번 지르르한 새하얀 백의에 반듯한 이마에 두른 유생건. 산책을 나온 듯 한가로이 걷고 있는 모습이 고즈넉한 절간의 분위기와 어우러져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자아냈다. 사내의 아름다움을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대웅전 앞 목탑 주위를 돌 고 있는 여인네들의 모습 만 보아도 금방 알 수 있었다. 모두들 무슨 사연인가 있어서 소원을 빌러 왔을 터이지만 사내가 나 타나는 순간부터는 본분을 잊었는지 탑돌이보다는 사내의 움직임에 더 신경을 쓰고 있었다. "휴후-!" 사내의 입에서 흘러나온 깊은 한숨소리에, 여인네들의 다리 가 후들거 렸는지 잠시 탑돌이 행렬이 흐트러졌다. 힘에 겨운 표정으로 대웅전 계단에 걸터앉은 그의 모습은 다가가서 부축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물밀 듯 밀려오게 하였다. "저기……. 어디 편찮으신가요?" 탑돌이를 하던 젊은 여인 한 명이 다른 여인네들의 질시 의 눈을 뒤 로하고 사내가 있는 곳으로 다가와 안색을 살폈다. 병색이 완연한 사내 가 내심 측은하기도 했고, 조금 전부터 자신만을 쳐다보는 듯한 느낌 때문이었다. "아닙니다. 선천적으로 병약해서 그럴 뿐입니다. 휴-!" 약간은 힘이 없는 듯했지만, 묵직한 저 음의 매력적인 음성이 흘러나 왔다. "혹시 이곳에 약수가 있는 곳을 아십니까? 다른 곳에 또 있다고 하 던데…….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좀 힘들어서 말입니다." 물이라도 한 모금 마시면 몸이 괜찮아지겠다는 표정으로 여인을 쳐 다본다. 마치 안내를 해 달라는 듯한 얼굴로. "글쎄요, 이곳에 자주오기는 하지만 다른 곳에 약수가 있다는 말은 처음 듣는데……." 여인이 우물쭈물 말을 흐렸다. 그러나 그녀의 눈은 연신 사방을 두리 번거렸다. 이윽고 원하는 바를 찾았는지 사내를 향해 잠깐 기다려보라 는 말을 남기고 재빨 리 저쪽으로 뛰어갔다. "저 밖으로 나가면 있다고 하더군요." 지나가던 스님을 붙잡고 약수터가 있는 곳을 물어 보았던 거였다. 사 내가 물을 먹지 못하면 무슨 일이라도 생기는지 그녀의 행동은 정성이 가득했다. "고맙습니다. 그럼…… 으윽!" 일어서던 사내가 갑자기 가슴을 그러쥐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괜찮으세요?" 재빨리 사내를 부축한 여인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한순간 사내의 얼굴이 더욱 창백해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를 쳐 다보는 여인의 눈에 언뜻 안쓰러운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제가 안내해드릴게요." 사내를 가만히 주시하던 여인이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처음 본 사 내의 몸을 부축하는 것도 모자라 인적이 드문 곳으로 데려다 주겠다는 말을 서슴없이 하고 있었다. "울금향(鬱金香)이 좋군요." "네? 아…… 네." 여인이 깜짝 놀란 얼굴로 사 내를 쳐다보았다. 향낭 속에 조금 넣어 가지고 다니는 울금향을 바로 알아차린 사내의 마음 씀씀이에 감탄했 음이다. "그런데…… 어디가 아프신 지……." "우욱!" 물컹! 갑자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여인의 어깨 너머로 걸치고 있던 손을 와락 말아 쥐었다. 순 간 손바닥 가득 여인의 가슴이 잡혀들었다. "하악!" "쿨럭! 쿨럭!" 당혹스런 여인의 신음소리와 사내의 격렬한 기침소리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연신 고를 흔들며 기침을 해대면서도 여인의 가슴을 쥐고 있 던 손을 풀지 않았다.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가볍게, 기침의 강약에 맞추어 쥐락펴락하고 있는 거였다. 마치 자신은 여인의 가슴을 쥐고 있는 사실조차 모른다는 듯이. '흐미, 죽이는군! 예상은 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기침을 하던 사내의 눈이 묘한 빛을 발했다. 결코 지병 있는 환자의 눈빛이 아니었다. 마 치 먹이를 덮치기 전의 맹수처럼 날카로운 빛을 뿌 렸다. "죄송합니다, 소저. 기침이 한번씩 터지면 정신을 차릴 수가 없어서." "저기…… 근데 괜찮겠어요." 얼굴이 잔뜩 붉어져 어쩔 줄을 몰라하면서도 사내가 걱정되는지 외 려 그의 몸 상태를 걱정했다. "폐를 끼쳐서 죄송합니다." '너 같으면 이 순간에 진정이 되겠냐? 한 달간 노력한 대가를 받는 이 마당에? 피가 뜨거워지고 아랫도리가 힘들어 죽겠구먼.' 야혼(夜魂). 희멀건 얼굴에 병색이 완연한 것처럼 보이는 이놈이 하오밀문의 당 주조차 차반이라 하였던 쌍면 연작, 일명 두 얼굴의 제비였다. 그녀의 이름은 황수란. 봉부 관부 서열 2위인 동지(同知), 황인효 의 둘째 딸이다. 벌써 한 달 전부터 그녀를 점찍어 두었지만, 다가가기 가 쉽지가 않았다. 정5품 관리의 딸이다 보니 언제나 몸종을 데리고 다녔다. 그런 데 결 정적인 기회가 찾아왔다. 어찌된 일인지 오늘은 몸종 없이 홀로 상국 사를 찾아왔던 거였다. "얼굴이 더 창백하게 변했어요." "물 한잔 마시면 바로 괜찮아집니다." 야혼이 빙긋 웃으며 여인을 쳐다보았다. "아-!" 순간 황수란의 얼굴이 아득하게 변했다. 한순간 사내의 얼굴이 눈부 시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핏기가 거의 없는 창백한 얼굴에서 태양 빛 이 솟구쳐 오르는 듯했다. '그럼 창백하게 보이려고 분칠까지 했는데 혈색이 돌면 되겠냐?' 지금 얼굴은 야혼의 본 얼굴이 아니었다. 거의 다섯 달 동안 돈을 모 아 반투명한 면구(面具)를 장만했다. 얼굴 표정을 살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물건이었다. 지금처럼 환자 행세를 할 때는 원래 얼굴에 분칠을 한 다음 그 위로 면구를 쓰면 영락없는 병자의 인상이 나온다. 얼굴이 붉어질 수가 없다는 것이다. 매일 밤 야바 위 을 해서 버는 돈의 소용이 바로 그런 쪽이었다. 몸치장과 정력보강, 여인을 후리기 위한 치장에 절반 정도를 소비하고 나머지는 정력에 좋다는 모든 음식을 두루 섭렵하고 다녔다. 도살장에서 일을 하는 이유도 그 중 하나다. 처음 봉에 정착하면서 부 터 일하던 곳이기는 했지만 단순히 먹거리를 얻기 위한 곳으로는 최 고의 장소였다. 더하여 다른 것까지. "꽤 멀군요." 약간 경사진 곳이었기에 올라가기가 쉽지 않았던지 황수란이 가쁜 숨을 내 쉬었다. '이것 봐라? 이 정도가지고 쩔쩔매면 문제가 되는데?' " 다리가 아프십니까? 힘드시면 그냥 내려……." "아니에요, 다리는 아프지 않는데 간만에 오래 걸으니 숨이 차요." 야혼이 다시 내려가려는 행동을 보이자 재빨리 위쪽으로 잡아끌며 미소를 지었다. '으이그! 쏠린다 쏠려, 이건 완전히 날 잡아 잡수 하고 주는 거잖 아.' 황수란이 숨을 몰아쉬자 더운 숨결이 훅 끼쳐들었다. 덜렁대는 가슴 을 쳐다보는 야혼의 눈에 언뜻 핏발이 섰다. 벌써부터 아랫도리에서 심 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던 터였다. '이 정도에서 춘약을 슬쩍! 너무 강해도 안돼. 발정난 암컷은 싫거 든?' 야혼 의 손이 가볍게 흔들리자 분홍색 분말이 허공으로 날렸다. 여인 이 급하게 숨을 몰아쉬는 순간을 이용해서 춘약(春藥)을 뿌린 것이었 다. "저곳이네요?" 여인이 환하게 웃으며 한곳을 가리켰다.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무성한 나무숲에 가려진 그늘진 곳에 조그마 한 옹달샘이 보였다. "쿨럭! 쿨럭! 쿨럭! 하아! 하아! 저를 저곳으로 좀 데려다 주십시오. 힘들게 올라왔더니 기침이 너무 심하네요." 야혼이 옹달샘 조금 안쪽에 있는 동굴을 가리켰다. "처음이 아니신가 보네요?" 거의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곳임에도 불구 하고 대번에 동굴을 가리키자 황수란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조금 전에는 분명 모르고 있 다는 듯이 말하지 않았던가. "오늘 같이 기분이 좀 나아지는 날에는 가끔씩 오는데 길을 잊어먹 었습니다. 병 때문……." '내가 애용하는 방이다. 곰 가 살았던 굴이 었는데 쫓아내고 확장 공사 좀 했다. 내부도 아늑하게 곰 가죽까지 깔아두었고. 그리고 널 모른 체 하려면 길도 못 찾는 환자라고 해야할 것 아냐?' 잠을 자고 나서 뒤처리를 위해 기억을 잘하지 못한다는 말을 흘린 것이다. 그럴 경우는 거의 없지만 혹여 다음 에 다시 만날 경우에 모른 척 하기 위해서였다. "그랬군요……." 황수란의 얼굴에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가끔씩 다니던 길을 잊어버릴 정도로 병약한 사내에 대한 동정심이었다. "와! 좋군요. 언제 이렇게 만들어 두셨어요?" 동굴 안을 쳐다보던 황수란이 놀란 표 정을 지었다. 마치 방안에 들어 온 것처럼 깔끔하게 꾸며져 있었던 거였다. 작지만 서가까지 만들어져 있어 안쪽에서만 보면 동굴이라고는 생각 하기 힘들 정도였다 . "일 년 전에 만들었습니다. 만일 죽는다면 이런 곳에서 죽고싶다는 생각으로요." 야혼의 얼굴 에 쓸쓸한 기운이 가득했다. 마치 인생을 포기한 듯한 그 런 얼굴이었다. "미안해요. 제가 괜한 소리를……. 그런데 오늘, 날이 좀 더운가 봐 요." "참 성함도 안 물어봤네? 이곳까지 수고를 해 주셨는데." "황수란이에요. 사는 곳은 봉에 살고요. 아버지는……." '안다 알어. 그냥 접대용으로 물어보았다. 뭘 그렇게 세세하게 말하 냐?  !' 구구절절 늘어놓는 황수란의 행동에 야혼의 인상이 잔뜩 찌푸려졌다. 나에 대해서 말했으니 너도 알려달라는 뜻이 깔려 있는 듯해서였다. "저는 주전상이라고 합니다. 사는 곳은 북 경인데 일 년 전에 요양차 왔습니다." 야혼이 사냥감에게 자신을 소할 때 가장 많이 쓰는 이름이다. 우선 은 이 나라 황제의 성이 주(朱)씨라 했기에 그의 성을 땄고, 사는 곳을 북경이라 하면 나머지는 지들이 대충 알아서 판단한다. 황도에 살고 있는 황족( 皇族)정도로. "어머, 그러세요? 황궁(皇宮)은 아름답겠지요?" 야혼의 예상은 언제나 적중했다. 지금 황수란의 표정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북경에 산다는 말밖에 하지 않았는데 황실과 관련이 있는 인물 로 넘겨짚어, 꿈꾸는 듯한 얼굴로 상상의 나래를 펴고 있 다. 더하여 호 흡마저 약간씩 가빠지고 있었다. '좀더 자연스럽게 해야겠지? 지금쯤 약발이 오를 때가 되었으니까.' 황수란의 모습을 가만히 쳐다보던 야혼이 내심으로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미처 춘약 때문이지는 알지 못한 채 조금씩 뜨거워지는 몸 때문에 어 쩔 줄 몰라하고 있었던 거였다. "쿨럭! 쿨럭! 으윽!" 다시 격렬한 기침을 토해내던 야혼이 가슴을 틀어쥐며 바닥으로 쓰 러졌다. "공자! 공자! 어떡하지? 정신을 잃어버렸어……." 갑자기 쓰러진 야혼 때문에 황수란이 쩔쩔매는 얼굴로 사방을 두리 번거렸다. "으 -! 물…… 물……." "그래 맞다. 물을 먹으면 좀 괜찮아진다 했지?" 이곳에 올라올 때 야혼이 했던 말을 기억해낸 황수란이 동굴 안을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물을 떠올만한 그릇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년아! 미쳤다고 그릇을 놔두냐? 입으로 가져와야 할 것 아냐. 엄 마가 준 그릇 아껴서 뭐 할래?" "어떡한다……." 옹달샘에서 동굴까지는 십여 장 거리가 되었기에 손에다 받아올 수 도 없었다. 하다못해 넓은 나뭇잎이라도 있으면 어떻게 해볼 터인데 일 이 안 되려 했는지 그 흔한 나뭇잎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르르……." 설 상가상으로 기절해있는 야혼의 목에서 가래 끓는 소리까지 들려오 자 흠칫 얼굴이 변한 황수란이 옹달샘 쪽으로 달음질쳤다.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 우선은 황족 사내에게 물을 먹여야만 할 것 같았다. 입안 가득 물을 머금고 온 황수란이 서둘러 야혼의 입으로 가져다댔다. 그러나 꽉 다문 입술은 도무지 열리질 않았다. 할 수 없이 혀를 내 밀어 사내의 입을 뚫기 시작했다. 한참 동안 힘을 써대자 어느 순간 사 내의 입이 열림과 동시에 혀와 물이 한꺼번에 사내의 입안으로 빨려들었다. "아아!" 어쩔 수 없이 하 고 말았던 깊은 입맞춤에 황수란이 신음을 내질렀다. 더군다나 사내는 마치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처럼 혀를 빨아 당기고 있었다. 온 몸에서 뜨거운 기운이 확 밀려왔다. 문득 사내의 혀를 빨아 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내가 왜 이러지? 이런!' 머릿속을 잠식해 오는 낯뜨거운 상상에 황수란의 얼굴이 붉게 물들 었다. 자신이 그런 음란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질 않았 다. "으으……! 물……." 여전히 물이 부족한지 앓는 소리를 하며 신음을 흘렸다. "또?" 가까스로 정신을 수습한 황수란이 다시 옹달샘이 있는 곳으로 뛰어 갔다. 처음보다는 두 번째가 더 쉬웠다. 이번에도 역시 악다물고 있는 사내의 입을 강제로 뚫고 물을 넣어주었다. 단 두 번인데 익숙해졌다는 느낌마저 들며, 사내가 빨아주는 야릇한 혀의 감촉을 음미했다. 그리고 세 번째, 이번에는 무의식적인 듯 사내의 손이 가슴을 그러쥐 고 있음에도 별로 의치 않았다. 오히려 더 만져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머릿속 가득 들어찼다. "하악!" 사내의 손길이 몸을 더듬고 있었지만 거부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오 히려 자꾸만 애먼 곳을 만지는 손길이 야속하기만 했다. ' 드디어 걸려들었구나.' 이곳에 오기 전에 뿌렸던 춘약이 드디어 효과를 발휘하고 있었던 거였다. 야혼이 쾌재를 부르며 손을 움직여 나갔다. 지금부터는 바쁘게 서두 를 필요가 없다. 이미 여인의 몸을 뜨겁게 달궈져있고. 세 번의 입맞춤 으로 마음마저 완전하 게 풀어져버렸다. '야혼의 여인들' 이란 책자에 이름을 등재시키는 마지막 절차만 남은 것이다. "수란 낭자! 저의 아버님께 말씀 드려서 북경으로 데려가고 싶은 데…… 허락해 주실런지요." 부드럽게 가슴을 매만지며 말했다. 야혼의 작업방식이었다. 이미 넘어왔 다고 해서 급하게 서두르는 법이 없다. 지난 5년간 몸으로 터득 한 산지식이었다. 마지막 여운을 즐기며 몸을 부르르 떨며 일어설 때까 지는 아직 자신의 소유물이 아닌 것이다. "공자님! 더워요? 어떻게 좀." '어라? 하고 자빠졌네.' 야혼이 피식 웃었다. 황수란에게 쓴 춘약은 그리 강한 게 아니었다. 참고자 한다면 얼마든지 참아낼 수 있는 그런 약이었음에도 그녀는 정 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몸에 열이 많으신가 보네요. 자자, 이렇게 하면 좀 편해 질 겁니다." 아주 자연스럽게 황수란의 옷을 하나 씩 벗겨 나갔다. 그러면서도 몸 을 만지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래 바로 이거야! 이 야혼이 가장 좋아하는 것.' 야혼의 입안에 침이 가득 고였다. 그가 사냥감을 고를 때 가장 우선 순위로 치는 사항은 얼굴이 아니라 가슴이었다. 가슴 큰 여자만 보면 그녀가 유부녀 건 아니 건 바로 작업에 들어간다. 지금 커다란 육봉(肉峰)을 드러내놓고 숨을 헐떡이고 있는 황수란도 같은 맥락에서 선택된 여인이었다. 얼굴이야 별로 볼 것 없지만 가슴하 나는 끝내주게 큰 여자였다. 지부대인의 부인보다 더 큰 것 같았다. 파르라니 떨고 있는 유실을 가볍게 쥐며 가슴을 쓰다듬던 야혼이 이 번에는 치마를 벗겨나가기 시작했다. 반쯤 풀려버린 눈을 한 황수란은 야혼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부르르 몸을 떨며 엉덩이를 들어올렸다. '우화! 최고다. 이 정도 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야혼의 얼굴에 감탄의 표정이 서렸다. 가히 폭발적인 몸매였다. 얼굴 은 그냥 수수하게 생긴 여인이 몸매는 환상적으로 빠졌던 거였다. 한 손으로 다 쥐어지지도 않는 거대한 젖가슴과 상대적으로 가늘어 보이 는 허리, 그리고 그 아래쪽으로 탐스럽게 굴곡진 엉덩이 선 은 지금껏 그의 손을 거쳐간 여자들 중 열 손가락 안에 들 수 있는 엄청난 몸이 었다. '완전히 횡재했군.' 여자는 벗겨놓고 봐야한다는 진리가 다시 한번 입증되는 순간이었다. 평범하게 생긴 얼굴에서 이런 몸매가 숨어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 수란낭자 너무 아름답소이다. 평생을 같이할 만큼." 황수란의 귓불을 부드럽게 빨며 야혼이 나직이 속삭였다. 여전히 여 유 있는 얼굴에 느긋한 행동. 이 지경까지 왔는데도 급하게 서두르지 않는다. 여인이 우는소리를 할 때까지 달구려는 심산이었다. "주공자! 사랑해요." '그럼 당연히 사랑한다고 해야지, 그래야 분위기가 살잖아.' "나도 마찬가지오 수란. 나도 당신을 사랑하오." '자 이제 마지막 작업을 해볼까?' 야혼도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바지를 조금만 까내린 채 마지막 진입 준비를 했다. 여인을 후리는 작업 중 기본에 해당하는 사항이 옷 을 전부 벗지 않는 것이다. 언제 방해꾼이 나타날지 알 수 없는 상황에 서 벌거벗고 그 짓을 한다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기 때문이었다. 황수란의 두 다리를 버쩍 치켜든 상태에서 엉덩이를 힘있게 찍어눌 렀다. 제  목:[하오대 문] 하오대문(3)-쌍면연작 야혼(2) 푹! 퍼억! 두가지 소리가 동시에 들려왔다. 하나는 여린 살에 무엇인가 박히는 소리였고, 또 한가지는 무엇인가에 걷어차일 때 나는 파열음이었다. "이 는 조금만 풀어주면 이 짓을 한다니까?" 날카로운 음성과 함께 엉덩 이에서 밀려오는 엄청난 충격에 야혼의 몸뚱이가 한쪽 구석으로 거칠게 처박혔다. 여인이었다. 수수하게 생긴 여인이 눈에 쌍심지를 켜고 야혼의 항문 을 걷어찬 것이었다. 야혼은 데굴데굴 구를 수밖에 없었다. 숨이 턱턱 막히고 머릿속이 멍해졌다. 맞은 곳은 아래쪽인데 왜 호흡곤란이 오는지 그 이유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입에 게거품을 물며 온몸을 부 들부들 떨었다. "너? 이런 년!" 한동안 호흡을 고르던 야혼이 눈앞에 있는 여인을 확인하고는 거친 욕설을 뱉어냈다. 옥면호리 여호치, 봉사괴의 한 명인 그녀 가 나타나서 야혼의 작업 을 방해했던 것이다. "이런 ! 너 뭐라 했어." 야혼의 말에 발끈한 여호치가 품속에서 조그마한 소도(小刀)를 꺼내 들고 다가왔다. 그녀의 시퍼런 비수가 향하는 곳은 야혼의 얼굴이 아니 었다. 조금 전 작업에서 딱 한번 제 역할 을 했던, 아직 불끈 솟아있는 그놈 을 향해 천천히 뻗어가고 있었다. 괴짜란 말이 무색할 지경이었다. 시 집도 안간 처녀가 남자의 발기한 양물을 노려보는 것만 해도 놀랄 일 이건만, 그놈을 잘라 버리겠다고 비수를 들이대는 행동이라니. 봉사괴의 한 명이 된 이유가 바로 이런 행동 때문일 터였다. "뭐해, 이년아! 빨리 안 사라지고." 현실이 믿어지지 않는 듯 멍한 표정으로 있는 황수란을 향해 상스런 욕설 을 뱉어낸 여호치가 다시 야혼을 향해 다가왔다. "황소저 먼저 내려가 있으십시오. 이년은 북경에서 찾아온 제 정혼녀 입니다." 자신의 입에서 이년 저년의 상소리가 나왔다는 것조차 알지 못한 야 혼이 현 상황을 수습하고자 안간힘을 썼다. "알겠습니다, 주공자." 얼떨결에 대답을 한 황수란이 재빨리 자리를 떴다. 분홍빛 꿈이 이런 식으로 끝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는 표정이었다. 뭔가 잔뜩 기대를 했는데 딱 한번 들어왔다 나가고는 끝이었다. 그러면서도 처녀는 가져가 버렸다. "야! 여호치 말로, 말로 하자니까?" 도망치듯 멀어지는 황수란을 쳐다보던 야혼이 주춤주춤 물러나며 말 을 더듬었다. 얼마나 정통으로 맞 았는지 온몸에 힘이 전부 빠져버렸다. 반항하고자 해도 힘이 없었다. "셋의 여유를 주겠다. 그 동안에 네 녀석의 양물을 원상태로 만들지 못하면 이번엔 진짜로 잘라버린다." 정말 잘라버릴 듯, 한발 한발 다가서는 여호치의 눈에서 서릿발같은 기운이 흘러나왔 다. 그러나 한번 성을 낸 그것이 마음대로 조정이 되는 것이던가. 여전히 허공을 향해 고를 쳐든 야혼의 양물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 다. "야 이게 마음대로 조정되는 거냐?" "하나!" "호치야 제발 부탁이다. 그만 좀 괴롭혀라. 전생에 무슨 원수를 졌 다 고 이렇게 쫓아다니며 사사건건 못살게 구는 거냐." 후회막급이었다. 결코 같이 사는 게 아니었다. 하오밀문의 등살에 못 이겨 봉사괴가 같이 살게 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그땐 고의가 아니었다." 우연히, 정말 우연이었다. 물론 호기심이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남의 목욕하는 장면을 훔쳐보는 건 취향에 맞지도 않고 원하지도 않는 일이 었다. 그때는 단순히 물을 먹고 싶다는 생각에 주방으로 갔다가 여호치 의 알몸을 보고 말았다. 그 일이 있고 난 후부터 시작되었다. 작업을 할 때마다 나타나서는 일을 방해하는 것이었다. 그것도 지금처럼 결정적인 순간에. "셋!" "으악!" 시퍼런 칼날이 양물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날아오자 기겁을 한 야혼 이 한순간 눈을 질끈 감았다. 미약한 살기마저 풍기는 그녀의 비수가 정말 잘라버릴 것 처럼 횡으로 쓸어오고 있었던 거 였다. "이제야 줄었네." 한순간 고를 숙인 야혼의 양물을 주시하는 여호치의 입매가 만족 스럽다는 듯 살풋 치켜 올랐다. "이제부턴 너는 이놈이 빠지게 도망을 다녀야 할거야. 여기 동굴도 없애버리는 게 좋을 걸? 그리고 이건 압수다. 야혼 여인들? 까는 소 리 하고 있네." 야혼의 양물을 툭툭 건들인 여호치가 걸어나가며 남긴 마지막 말이 었다. 그녀의 말대로 야혼은 정말 큰일이 나버렸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동 지(同知)의 딸을 겁탈하려 했으니 황수란이 그녀의 부친에게 말이라도 하는 날이면 바로 극형으로 이 어질 상황이었다. "야, 그 책은 주고 가야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여호치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지난 5년간의 인생이 담긴 책자였다. 그를 거쳐간 모든 여인들을 기록해둔 책자로 500장의 책장 중 절반정도를 채웠던 것이다. "두고 봐라, 여호치. 언젠가는 너를 내 밑에 눕히고 말테다. 그때도 지 금처럼 자르겠다고 난리를 치는가 확인하고 만다. 빌어먹을 년." 사실 여호치의 몸 또한 그가 본 최고의 몸이었다. 조금 전 실패한 황수란의 몸보다 훨씬 빼어났다 단지 한기가 풀풀 날리는 차가 운 얼굴 만 빼면은 말이다. 한데 이상하게도 그녀의 몸을 떠올려도 욕구가 생기지 않는다. 가슴 큰 여자만 보면 무조건 요동을 치던 그놈이 꼼짝도 하지 않는 것이었 다. 그 또한 묘한 일이었지만 야혼 본인도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그나저나. 이 아까운 곳을 없애려니 마음이 아프구나. 마지막 남은 은신처였는데……." 여호치의 말대로 무조건 없애버려야 한다. 일이 제대로 끝났으면, 다 음에 다시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떠나면, 자연스럽게 헤어졌을 터인데 여호치 때문에 모든 일이 틀어져버렸다. "나쁜 년…… 으 윽!" 하초에서 밀려드는 고통을 참으며 동굴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정말 최고의 날에서 최악의 날로 떨어지는 건 한 순간이었다. "내 봉을 뜨고 만다. 반드시 올해 안에 뜬다." 더 이상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먹고사는 거야 도축이라는 확실 한 직업이 있 으니 어딜 가더라도 굶어죽지는 않을 터였다. "아이고 알이야. 어디 가서 좀 쉬어야겠다." 동굴을 전부 정리한 야혼이 어기적어기적 산을 내려왔다. 최소한 하 루정도는 요양을 해야할 것 같았다. *   *   * "자 골라봐! 서역에서 가장 귀하다는 향료가 은자 한 냥이요!" 주변을 오가는 행인들의 주머니를 노린 호객꾼들의 고함소리가 사방 에서 울려퍼지고, 환하게 불을 밝힌 주루에서는 술취한 취객들의 호탕 한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서문 쪽의 마(馬)시장 부근에 형성된 봉최고의 시전. 이곳에서 생 산된 물건은 물론이고, 멀리 서역에서 들여온 갖가지 진기한 물건들이 이곳저곳 타오르는 횃불 아래에서 그 빛을 발하고 있었다. 야혼의 밤 직업이 있는 서대시전(西大市廛)이었다. "자 여기서 주사위를 찾아내면 세 배의 돈을 드립니다. 마누라 그곳 을 찾는 것보다 더 쉽습 니다. 자자! 운을 시험해 보시기 바랍니다." 서대시전 북편으로  즐비하게 서 있는 기루 앞의 조그마한 좌판에서, 지나가는 행인을 향한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꼬박 하루 동안을 숨어서 요양을 한 야혼이 몸이 좀 나아지자 밤일 을 나온 것이었다. 그런데 그의 얼굴이 어제와는 딴판으로 달랐다. 살 짝 검은 색으로 치장한 얼굴은, 여기저기서 일렁이는 불빛으로 꽤나 거 친 분위기를 풍겼다. 야혼의 주고객은 당연 기루에서 한잔 걸치고 나온 취객들이다. 그들 에게는 호기를 자극하는 몇 마디 말만하게 되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자 보세요. 이놈을 찾는 겁니다. 흰색도 아니고 청빈루의 월향(月香) 이의 그곳처럼 새카만 이놈을 찾아내면 걸었던 돈의 세 배를 드립니 다." "자넨 월향이의 그곳을 보았나?" 야혼의 호객소리에 혹한 행인 한 사람이 관심 어린 표 정으로  다가 왔다. 비틀거리는 모양새로 보아 초저녁임에도 술 한잔 걸친 게 틀림없 었다. 보통 이곳 서대시전에서의 취객들은 2차에 걸쳐 술을 마신다. 처음부 터 기루에서 술을 먹기에는 그 비용에 만만치 않기에 근처에 있는 조 그마한 주점에서 1차를 한 다 음 기루를 찾는다. 기루를 찾는 주목적은 여자를 안는데 있기 때문이었다. "당연 보았지요. 같이 잠을 잔 적은 없지만 그녀의 목욕하는 장면을 훔쳐보았지 않았겠습니까. 근데 말입니다." 야혼의 은근한 말에 취객의 눈에 호기심이 가득했다. 청빈루라면 이 곳 서대시전에서 가장 비싼 곳이고, 몸을 팔지 않는 기녀들로 유명하 다. 그곳에 있는 기녀들 중 가장 빼어난 기녀 네 명을 청빈사기(淸貧 四妓)라 하는데 그중 한 명이 월향이었다. 봉에서 난다하는 한량들의 갈구하는 대상이 바로 그녀들이었다. "꺼억! 그래서 ?" "자자! 돈을 거십시오. 월향의 그곳처럼 새카만 이놈을 찾으면……." "좋네 돌리게 걸지." 돈을 벌겠다는 목적에 거는 게 아니었다. 야혼이 하다가 멈춘 다음 이 야기를 듣고 싶어서 통을 돌리라는 것이었다. "네 잘 보십시오." 검은 색의 주사위 하나를 행인의 눈앞에 들이밀며 확인을 해준 야혼 이 맨 오른쪽 통에 집어넣고 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히 신기에 가까운 빠른 손놀림이었다. 탁! 탁! 타타탁! 빠르게 또는 느리게, 한순간 멈췄다 다시 움직이는 그의 손놀림은 거 의 육안으로 분간하기 어려웠다. "월향이는 말입니다. 우리가 흔히 미인의 조건으로 치는 삼백(三百), 삼흑(三黑), 삼홍(三紅), 삼협(三峽) 중에 삼흑을 가지고 있는 여인입니 다. 혹시 삼흑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돈을 건 사람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유도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통을 돌리는 기술은 거의 경지에 달했지만 혹시라도 벌어질 불상사에 대비 해 묻는 말이었다. "글쎄 들어본 적은 있지만……." 취객이 야혼 앞으로 바짝 얼굴을 들이밀었다.  주사위의 위치보다 야 혼의 입에서 나올 다음 말을 더 기다리는 듯했다. "삼흑이란 말입니다. 자 거십시오." "이 사람이……. 자 이곳이네." 중간에 말을 끊어버리자 행인의 얼굴이 다급하게 변했다. "네네 알았습니다. 삼흑이란 우선 눈동자가 흑진주처럼 검어야 하고, 눈썹이 검어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흔히들 머리카락이라고 하는데 실은 그곳의 털을 말하는 것입니다. 여인의 그곳을 말하는데 아무렇게 나 까놓고 말하지 못하기에 머리카락이라고 했을 뿐입니다. 어이쿠 안 됐습니다. 제가 먹었습니다 그려." 야혼이 환하게 웃으며 오른 쪽에 놓았던 은자를 주머니 안으로 집어 넣었다. 은근슬쩍 월향이에 대한 말조차 거둬들이 며. "돌리게." "또 하시게요? 알겠습니다. 제가 작년 여름에 청빈루 주변을 배회하 고 있지 않았겠습니까. 그런데 어디선가 물을 끼얹는 소리가 들리는 겁 니다. 벌건 대낮에 말입니다." 꾸울꺽! 술 취한 사내의 목에서 천둥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어이쿠 이번 에도 제가 먹었습니다, 그려. 한번 더 돌릴까요?" "그렇게 하게." 사내에게서 즉각적인 반응이 왔다. "저도 물건 달린 사내인지라 그냥 지나질 수가 없더군요. 그래 뒤쪽 으로 돌아가 담을 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월향이었습니다. 실오라기 조차 걸치지 않은 태어날 때 모습 그대로 씻고 있는 겁니다. 이번에도 제가 먹었습니다." 은자를 가져가는 야혼의 눈이 예리하게 빛났다. 지금껏 술꾼에게 벌 어들인 돈이 세 냥. 여기서 더할 것인지 아니면 그만 둘 것인지를 결정 해야하기 때문이었다. 도 단순하게 해서는 안 된다. 상대의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서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를 지어야 뒤 탈이 없다. 그런데 사내는 다시 은자 한 냥을 꺼내고 있었다. 아주 자 연스러운 행동으로. 주머니 속에 아직 여유가 있다는 의미인 게다. "그런데 말입니다." 야혼의 목소리가 조금 전 보다 은근해지고 낮아졌다. 이제는 앞에 있 는 취객에게만 들리게 하는 말이었다. "그녀의 숲은 너무 검었습니다. 아랫배 부분을 온통 감싼 그 울창한 숲이라니……." 그 때를 떠올리는 듯 야혼의 숨결이 약간 거칠어졌다. 그러자 호객의 눈빛도 같이 풀어지며 거 친 숨을 뱉어냈다. "월향이는 아니지만 그녀와 닮은 기녀가 있는 곳을 소해 드릴까 요?" "그. 그곳이 어딘가?" "네 저쪽에 황루(黃樓)라고 있지 않습니까. 그곳에서 모녀(毛女)를 찾 으시면 됩니다. 제가 보냈다고 말하십시오." "그런가? 알겠네. 많이 벌게." 벌진 얼굴의 취객이 서둘러 자리를 떴다. 방금 야바위꾼에게 걸려 은(銀) 4냥을 잃었다는 사실을 잊은 듯 황루를 향해 줄행랑을 쳤다. "사악한 중생이로세. 시주는 특히 만장지옥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살살처(殺殺處)에 떨어질 것임이 분명하도다. 나에게 조 금만 시주를 하 면 그 죄를 면하게 해줄텐데 의향은 없는고. 나무관세음보살!" 목탁소리와 함께 번쩍거리는 민대머리 하나가 야혼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자그마한 체구에 둥그런 얼굴을 가진 육승 추기영이었다. "왜 오늘은 돈벌이가 안 돼냐?" 목탁을 두드리 는 것만 보면 추기영의 돈벌이를 쉽게 알 수가 있다. 손님이 많아 시주통에 돈이 좀 들어오면 목탁소리의 장단이 노류장화 들이 치는 거문고 소리처럼 흥겹지만, 지금처럼 아무렇게나 두드려대는 경우에는 공쳤다는 표시인 게다. " 타불이네, 시주. 비도 안 오는데 빌어먹을 보살들이 전부 어디를 쳐갔는지……." "그러게 임마 나와 동업하자고 했잖아. 니 녀석이 바람만 잡아주면 지금보다 두 배의 매상은 가능하다고." "럴 시주. 돈이 있으면 뭐하겠나. 쓸 곳이 없는걸. 벌써 두 달째 인신공양을 못했더니 부처 님께서 진노하고 계신다네. 새벽마다 이 육승 을 닦달하는데 잘라버리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라네." "내일 오전에 도축장으로 와라, 내가 안 아프게 잘라주마." 육승과 거패의 고민거리였다. 돈을 준다고 하는데도 서대시전에 있는 기루에서 받아주지 않는 거였다. 서대시전에 돌고 있는 소문 때문이었 다. 육승과 거패가 화류병에 걸렸다는 소문이 급속하게 돌아서, 기녀들 이 술 한잔 같이 먹는 것도 꺼리고 있는 실정이었다. 당연 이삼일에 한번씩 기루를 출입하던 둘은 죽어날 지경이었다. 사 소한  일임에도 인상 을 쓰며 게거품을 물곤 했다. "뒈지려면 부처님 가운데 토막을 붙잡고 용두질을 못할까." 나지막한 육승의 말에 살기 같은 기운이 감돌았다. 가뜩이나 화나는 데 기름까지 붙느냐는 의미였다. "이 야, 부처님 그것이 필요한 놈은 너지 내가 아니야. 어디서 대가리에 주름을 잡아 !" 야혼 또한 그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추기영이나 태웅은 소문 때문 에 양물 목욕을 시키지 못하지만 야혼은 순전히 여호치 때문이었다. 더 구나 입맛마저 까다로워져 절대 기루에 있는 기녀들은 상종을 하지 않 는 터라 그 또한 신 경이 잔뜩 곤두서 있었다. "이런! 호로 들, 틈만 나면 싸움질이야." 컸다. 걸을 때마다 땅이 울릴 정도의 거구 청년이 두 사람을 향해 인상을 쓰며 다가왔다. 거패 태웅. 어벙한 표정의 얼굴이지만 겉모습을 보고 판단해서는 절 대 안 된다. 봉사괴 중 가 장 신중한 놈이 바로 그였다. 거의 칠 척에 달하는 거구를 가진 놈이 가장 좋아하는 게 손가락 만 한 비도인 것만 보아도 짐작할 수 있는 일이었다. 전부 36의 비도가 그의 허리춤의 요대(腰帶) 속에 촘촘하게 박혀 있었다. "어서 와라. 곰탱이!" 제  목:[하오 대문] 하오대문(4)-30냥! 3장 : 30냥! 언제 인상쓰며 싸웠나 싶게, 두 사람이 환하게 웃으며 거패를 맞이했 다. "이거 황루에서 주더라." 태웅이 야혼 앞으로 조그마한 꾸러미 하나를 던졌다. 방금 손님을 보 내준 대가였다. 야혼이 푼돈을 버는 또 한가지 방법 이었다. 지나가는 행인들을 부추겨 주루를 소시켜주고 구전을 받아먹는 일 또한 그에 게는 짭짤한 부업이었다. "어제는 뭔 일 있었냐?" 비오는 날을 제외하고는 단 한번도 쉰 적이 없었던 야혼이 나오지 않았기에 묻는 말이었다. "어제? 아니 그냥 좀 쉬고 싶 어서." 여호치에게 맞아서 거시기가 엉망이 되었다는 말은 절대 할 수가 없 었다. 해서 집에 들어가지도 못했던 거였다. 녀석들이 알게 되면 며칠 내에 이곳 서대시전에 전부 소문이 날 터 였다. "근데 아직도 기루에서는  안 받아주냐?" "그 때문에 미치겠다. 완전히 터져버릴 지경이다 지금. 육십대 할머닐 보아도 벌떡거린다." 태웅 역시 추기영과 마찬가지 입장이었다. 두 달, 무려 60일 간을 계 집의 살 냄새를 맡지 못했더니 거의 폭발할 지경이었다. "그러니까 기루 한두 곳 엎어버리자니까?" "야 야. 사내 체 면이 있지, 오입 못한다고 기루를 박살내랴?" "그럼 미치겠다는 소릴 하지 말던지. 아니면 손장난을 하지 말던지, 날이면 날마다 손장난이나 하는 놈들이 체면은 무슨 체면이야, 임마." "이건 분명 화소미 그년 짓인데. 증거가 없으니……." 그들도 화소미가 이런 소문을 냈다는 사실을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 만 정확한 물증이 없으니 속수무책이었다. 이미 포기한 줄 알았는데 아 직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하오밀문에 들기를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하오밀문의 당주였기에 마음대로 잡아 족칠 수도 없어 더욱 답 답 했다. "이봐 오늘은 영업 안 해?" 태웅과 추기영이 한숨을 푹푹 내쉬며 신세 한탄을 하고 있을 때 일 단의 무리들이 다가오며 말을 걸어왔다. "저건 또 웬 화상이야?" "오늘 영업은 끝났습니다. 굳이 시주를 하고 싶다면 저기 보이는 시 주함에다 넣어주시면 됩 니다." 인상을 잔뜩 쓰는 야혼과 달리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은 추기영이 다 가온 무리들을 향해 공손하게 말했다. "하! 이놈 웃기네. 혹시 염불이나 욀 줄 아냐?" "아미타불! 어디서 오신 분인지……." 누구인지 왜 모르랴. 이번에 저잣거리를 새로 맡게된 하오밀 문의 향 주라는 건 모두가 알고 있었다. 단지 먼저 시비를 걸지 않는다는 불문 율이 있었기에 참고 있을 뿐이었다. 또한 추기영의 겉모습은 완벽한 중이었기에, 접대하는데 있어서는 일 행 중 가장 정중한 모습을 보인다. 일행을 제외하고는 절대 화를 낸다 거나 상소리를 하는 법이 없었다. 마치 득도한 고승처럼 말이다. "나 육덕칠이다. 지금껏 동문 쪽에서 활동을 했었는데 이번에 이곳으 로 영전을 해왔다." 그 또한 봉사괴에 대한 소문을 들어 알고 있었다. 봉에서 감히 하오밀문에 반항하는 놈들이 있다는 말을 들었고, 언젠가 손을 봐주겠 다고 벼르고 있던 참이었는데 마침 서대시전으로 발령이 난 거였다. "나무관세음보살. 영전을 축하드립니다, 시주님. 그럼 영전기념으로 저기 보이는 시주함에 축의금이라도 좀 넣어주시는 게……." "이 자식이 말끝마다 타불이로 세. 영전은 내가 했으니 축의금은 너희들이 내야지 왜 내가 돈을 내냐 임마, 안 그러냐?" 추기영의 볼을 쿡쿡 찌르며 이가 보이게 웃었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 만 해도 꽤 기대를 했었는데 막상 대하고 보니 전혀 아니었다. 동문 쪽에 있는 애들보다 훨씬 약해 보였다. 이런 자들을 처리하지 못하고 있었다니, 의아한 생각마저 들었다. '어쩌면 당주자리도 가능할지 모르겠군.' 육덕칠의 얼굴에 회심의 미소가 어렸다. 지난 5년간의 하오밀문 골칫 거리를 정리하게 되면 그 공은 전부 자신의 것이 되는 게 아니겠는가.  봉사괴는 신고식 겸해서 육덕칠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희생물로 선 택했던 거였다. "형님! 적당히 손봐주고 갑시다. 이런 아이들 데리고 무슨 장난입니 까." 거의 태웅과 덩치가 비슷한 장한이 육덕칠을 향해 말했다. 그 또한 동문 쪽에 있던 거양(巨陽)이라는 자로 이번에 육덕칠을 따라서 함께 온 인물이었다. 거양 역시 육덕칠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역시 소문은 믿을 게 못 된다는 생각뿐이었다. 세 놈 중 싸움을 할만한 자는 곰같이 생긴 놈 한 명밖에 없었다. 지금 육덕칠과 말을 나누고 있는 놈은 왜소한 체격에 한 주먹이면 나가떨어지게 생겼고, 가만히 앉아서 콧구멍을 후비고 있 는 놈은 상판이 계집처럼 생겼다. 싸움꾼이면 절로 풍기는 투기자체가 없는 이런 자들에게 저잣거리를 내주었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시주님은 제가 중이라는 걸 못 믿으시는 모양인 데. 그럼 이게 뭔지 아십니까?" 추기영이 들고 있던 목탁을 육덕칠의 가슴 앞으로 내밀었다. "이런 썩을 놈이. 그건 목탁이잖아 임마! 목탁만 있으면……." 퍼억! 그러나, 육덕칠은 말을 끝맺지 못했다. 가슴 앞에 있던 목탁이 허공 을 가르며 턱을 강타해버린 것 이었다. 창졸간에 턱이 부서지면서 뒤쪽으로 나가떨어졌다. "이런 죽일 놈들이!" 육덕칠이 당한 모습을 본 하오밀문의 인물들이 우르르 세 사람을 향 해 달려들었다. "싸움이다! 싸움 났다." 주변의 장사치들과 오가는 행인들이 급속하게 몰려들어 둥근 공터를 형성했다. 세상사 중에 가장 재미있는 일이 남들 오입하는 것과 싸우는 것을 구경하는 일이 아니겠는가. 더구나 지금 싸우고 있는 자들은 서대시전에서 가장 차반들인  봉사괴였으니. 둥근 원을 형성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는 벌써 혀를 차 는 소리가 들려 왔다. 멋모르고 봉사괴에게 시비를 거는 자들에 대한 동정이었다. 와장창! 야혼의 살림밑천인 좌판이 한순간에 부서지며 그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추기영에게 달려들던 거양이 그가 피하는 바람에 좌판을 덮쳐 버린 것이었다. "이런 의 들이 아예 죽으려고 발광을 하는구먼." 상스러운 욕을 뱉어낸 야혼이 몸을 살짝 피하며 바닥에서 무엇인가 를 주워들었다. 언제나 좌판 밑에 넣어두고 있던 도(刀)였다. 먹을 양식을 얻기 위해 도축장에서 사용하는 팔 길이 크기의 직도(直刀). 그러나 직도를 사용하기 위함이 아닌 듯, 부러진 나뭇조각 몇 를 주워들더니 끝을 뾰쪽하게 다듬으며 하오밀문 제자들의 공격을 살짝 살짝 피하고만 있었다. 이윽고 다섯 의 나무 송곳을 만든 야혼이 구석으로 도를 던져 놓 으며 히죽 웃었다. "야, 곰, 이름이 뭐냐?" 자신에게 달려드는 거양을 보고 물었다. "자식 일단 네 놈을 잡고 나서 가르쳐주겠다." 처음부터 가장 약해 보이는 야혼을 노렸는지 거패를 비롯한 다섯 명 의 인물들이 거칠게 달려들었다. "내가 제일 만만해 보인다 이거지?" 허리춤에 네 의 송곳을 찔러 넣은 야혼 이 오른 손에 쥐고 있던 하 나를 가장 앞서 다가오는 거양의 어깨를 가리켰다. "의 " 바닥에 걸죽한 침을 뱉어낸 후, 순식간에 앞으로 달려나가던 야혼이 얼굴로 내질러 오는 주먹을 어깨 쪽으로 흘리며 처음 목표로 잡았던 거양의 오른쪽 어깨를 향해 나무송곳을 힘차게 박아 넣었다. "아악!" 처절한 비명소리와 함께 야혼의 고 또한 한쪽으로 사정없이 돌아 갔다. 나무송곳을 찔러 넣는 순간에 다른 녀석의 주먹이 얼굴에 작렬해 들었던 거였다. "약해!" 고를 다시 원래의 위치로 휙 돌리며 그 자리에 주저 앉아 허리춤에 있는 송곳을 하나 뽑아들어 날아오는 다리를 향해 힘차게 밀어 넣었다. 퍼억! 다시 등위에 느껴지는 충격에 몸을 한바퀴 굴리며 일어섬과 동시에 왼손에 들고 있던 송곳을 다른 한 놈의 다리를 향해 찔러버렸다. 그가 노리는 부분은 오직 다리와 팔이었다. 죽이려고 마음을 먹으면 못할 것도 없지만 하오밀문과 관계를 고려해서 참고 있을 뿐이었다. "이런 들이 안 그래도 혈압 올라 죽갔구만 어디 와서 행패 를 부려 들아." 입가에 새하얀 미소를 머금은 야혼은 한마디로 성난 황소 같았다. 하 오밀문 인물들의 주먹이 날아오던지 말던지 무조건 원하는 놈을 향해 돌진해 들었다. 도살장에서 일을 하다가 생긴 그의 싸움버릇이었다. 절대 물러서는 법이 없었다. 피할 수 있는 주먹은 피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맞으 면서 상대에게 접근하여 나무송곳 을 박아 넣었다. 보통 때의 싸움방식이 그럴진대 하물며 지금은 여호치 때문에 근 한 달간을 여자를 굶었으니,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랴. 봉사괴 중 세 놈의 공통점은 밥은 굶어도 여자는 절대 굶고 살지 않는다는 신조를 가졌는데 세 사람이 공히 두 달에 서 한 달간 여자알 몸 구경을 하지 못했다. 육덕칠을 비롯한 서대시전으로 새롭게 온 그의 부하들은 임자를 만난 꼴이었다. "없어 야." 다시 송곳하나를 뽑아들고 상대를 물색하는 야혼의 귓전에 태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미 상대가 없었다. 야혼이 셋을 처리하는 순간에 추기영과 태웅이 세 명씩을 정리해버렸던 거였다. 그리고 나머지 둘은 아랫도리를 붙잡고 주저앉아 있었다. 봉사괴의 마지막 인물인 옥면호리 여호치가 나타나 뒤쪽에서 두 놈의 낭심을 걷어차 끝내버렸다. "색시, 오늘은 그 얼굴이냐?" 야혼 이 웃는 얼굴로 여호치를 쳐다보았다. 속으로야 이를 바득바득 가는 한이 있더라도 겉으로는 웃어야 한다. 사실 봉사괴 중에 가장 강한 이가 바로 여호치였다. 그녀가 익히고 있는 경공 때문이었다. 서로의 삶에 대해선 도통 말이 없었기에 무슨 사연이 있는지 는 알 수 없지만 다른 방면은 몰라도 경공(輕功)과 보법(步法)만큼은 그녀를 따를 사람이 없었다. 치고 도망가면 잡을 방법이 없다는 말이다. "살만 한가보네? 쌈질을 하고 있는 것을 보니." 면구를 쓰고 있어서 표정은 알 수 없지만 야혼의 색시라는 말에도 별 대꾸 없이 흘낏 아랫도리를  쳐다볼 뿐이다. 그녀가 면구를 사용하는 이유는 소매치기라는 직업의 특성 때문이었 다. 수십 의 면구를 가지고 있어 같은 동료인 봉사괴조차도 본 얼 굴을 알지 못한다. 다만 야혼만이 그녀의 목욕하는 걸 훔쳐보다가 얼굴 을 보았을 뿐이었다. 아침에 해어졌다 하더라도 그녀가 먼저 알은 체를 하지 않으면 전혀 알아보지 못한 경우가 허다했다. 여호치의 역용술이 그만큼 대단하다는 말이었다. 야혼이 면구를 구입하게 되었던 이유도 사실 그녀 때문이었다. 아울 러 변장하는 기술도. " 이곳에 가만히 죽치고 있는데 저 들이 먼저 와서 달려들었다. 우린 살기위한 발악을 했을 뿐이고." "살기위한 발악이 저거냐?" 여호치가 추기영을 가리키며 인상을 썼다. 추기영의 모습은 가관이었다. 지금까지도 육덕칠을 앞에 목탁을 들이 밀고 있었다. " 아미타불! 시주 이것이 무엇입니까?" "목탁입니다. 제발……." 겁에 질린 육덕칠이 앉은걸음으로 물러나며 더듬거렸다. 입안이 온통 엉망으로 부서져 말도 나오지 않았지만 대답을 해야했다. 계속해서 같 은 말만 물어오면서 목탁을 휘둘러 대고 있었다. 그런데 단 순한 목탁이 아니었다. 재질이 철로 된 철탁(鐵鐸)이었던 것이다. 처음 맞았을 때 바로 정신을 잃어버릴 정도로 충격이 왔고 그 다음 부터는 일방적으로 얻어맞았다. 퍼억! 여전히 같은 자리인 턱을 향해 철탁을 휘둘러 버린 추기영이 다시 또 물었다. "시주! 이 것이 무엇입니까?" "저  목탁하고 철탁도 구분 못하는 녀석이 무슨 향주라고." 지금껏 추기영이 주어 패고 있는 이유였다. "철. 철탁입니다." 야혼의 말을 들은 육덕칠이 재빨리 말을 바꿨다. 이번에 한방 더 맞 으면 몇  남아있지 않던 모든 이가 사라져 버릴 것 같은 불안감 때문 이었다. "맞습니다. 시주. 이건 철탁입니다. 철탁, 나무괸세음보살!" 철탁이라 인정해주어서 고맙다는 듯 철탁을 두드리며 불호를 외는 품새가 정말 중처럼 보였다. "육승! 그 철탁에 피 좀 닦아라." "본승의 임무는 이 철탁을 혈탁(血 鐸)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해서 닦 을 수가 없습니다. 나무아미타불! 이젠 쌍면연작께서 일보시기 바랍니 다." 이래서 괴짜라는 말이 나왔다.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는 성격들. 어 찌 보면 정신이 나간 자들의 행동 같고 달리 보면 지극히 정상적인 사 람으로 행 동을 하고 있다. 지금만 해도 그렇다. 철탁이라는 한마디를 듣기 위해 육덕칠의 안면 을 망가트려 버린 것이었다. "허억!" 쌍면연작이란 추기영의 말에 육덕칠이 나지막한 비명을 질렀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의미였다. 더구나 쌍면연작이라 하였다. 봉사괴 중 가장 독종이란 놈에게 일을 보라니. "이제 내 좌판 값을 계산하자고." 한쪽에 던져두었던 도(刀)를 들고 육덕칠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야, 덩치 너도 일루와." 가장 먼저 좌판을 덮쳤던 녀석을 부른 야혼이 빙긋 웃으며 도를 툭 툭 쳤다. "이 손가락이 아 까 우리 보현보살의 볼을 건드렸던 그 손가락 맞 나?" 보현보살이란 술과 고기를 먹는 파격적인 보살인데 야혼은 추기영을 보현보살로 부르곤 한다. "다행이다. 손가락이 전부 열 가 있어서." "무슨…… 으아악!" 야혼의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짓던 육덕칠이 고통 스런 비명을 질렀다. "쉿! 사람들 보잖아 임마." 육덕칠의 오른손 검지손가락을 부러트려버린 야혼이 빙긋 웃으며 나 지막이 말했다. 야혼의 잔인한 행동에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고를 내두르며 멀어 져갔다. 지금부터는 볼 수가 없다는 뜻이다. 야혼이 하고 있는 짓을 보 면 저녁 먹은 게 넘어오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기에 서둘러 자리를 피해버린 것이었다. "형님! 잘못했습니다. 제발……." "나도 알아. 그래서 벌주는 거고." 부드러운 얼굴로 육덕칠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이번에는 가운데 손 가락을 천천히 손등을 향해 젖혀가고 있었다. 뚝! "아악!" "시끄럽다 그랬잖아 자식아!" 고통을 이기지 못한 육덕칠이 고함을 지르자 그의 손을 땅바닥에 가 져다 붙이더니 이미 부러져 있던 손가락을 향해 들고 있던 도(刀)의 도 환을 이용해서 사정없이 짓이겨버린다. "으으으! 으 으으!" "조용하니까 서로 좋잖아. 어른이 되어서 울면 되겠어? 뚝!" "제발 형님……." 육덕칠이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다. 손가락이 부러지는 아픔보다 웃고 있는 야혼의 모습이 더 무서웠다. 투기가 없는 자들이 아니었다. 이자들의 몸에선 살기 자체가 갈무리 되 어버렸다. 마치 무공을 익힌 무인들이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르면 기세 를 감출 수 있는 것처럼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자신들은 감히 상대가 될 수 없는 실력자들이었다. 무공을 익힌 무인 이 아닌 싸움꾼으로서는 최고의 경지인 것이다. "나는 21살밖에 안됐어 임 마." 뚜둑! 두 의 손가락이 동시에 부러지자 육덕칠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기절해버렸다. 그러나 야혼의 행동은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오른손에 유일하게 남아있던 엄지손가락을 부러뜨린 다음 다시 땅바닥에 대며 도를 들어 올렸다. 기절해 있는 놈의 손가락을 짓이겨버리겠다는 의미였던 거였다. 지금껏 야혼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던 거양의 얼굴이 하얗게 탈색되 었다. "설마……." 거양이 두려운 얼굴로 야혼을 쳐다보았다. 보통 사람은 상대가 기절 해버리면 더 이상 손을 쓰지 않는데 앞에 있는 저자는 전혀 그럴 마음 이 없는 듯했다. 바닥에 손가락을 차례로 펴놓더니 그곳을 향해 도를 사정없이 내리 찍어버리고 있다. 더군다나 육덕칠의 손가락을 짓이기면서도 눈동자는 자신을 향하고 있지 않은가. "아-악!" 몇 번에 걸친 절구질에 혼절해 있던 육덕칠이 고통스런 비명을 지르 며 다시 깨어났다. 기절했던 자를 다시 정신을 차리게 하는 방법 또한 기절을 시킬 때와 똑같은 방법이었다. "응? 빨리 왔네. 나는 좀더 쉬었다가 올 줄 알았지." 정신을 차릴 줄 알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육덕칠을 쳐다보던 야혼이 이번에는 그의 왼 손 엄지손가락을 천천히 그러쥐었다. "이제 절반밖에 안 왔어." 아직 손가락이 다섯 가 남았다는 말이었다. 여전히 곰 같은 놈에게 시선을 둔 채 육덕칠의 엄지손가락을 사정없이 젖혀버렸다. "아악! 아악!" 육덕칠과 거양의 입에서 동시에 비명소리가 터져나 왔다. "이제 그만하지 동생. 그 정도면 저들도 동생을 알아봤을 것 같은 데." 다시 검지 손가락을 거머쥐고 있는 야혼의 등뒤에서 간드러진 여인 의 음성이 들려왔다.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고 있는 화소미였다. 육덕칠은 원래 이곳에서 일을 시키기 위해 데리고 온 자였다. 그런데 오자마자 당주인 자신에게 인사도 없이 이곳으로 출동을 해버린 것이 다. 제딴에는 첫인사 선물로 봉사괴를 굴복시켜보겠다는 생각으로 왔 음에 틀림없었다. 육덕칠의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왔는데 깨지다 못해, 오줌까지 지리 고 있다. "어 ? 큰 색시도 왔네?" 화소미를 힐끗 쳐다본 야혼이 다시 하던 일을 마무리 짓겠다는 듯 육덕칠의 손가락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아이! 동생 그만하고 우리 말로 하자고 말로." "30냥." '이런 도동놈 .' 야혼의 어깨를 잡고 있던 화소미의 손에 힘이 가해졌 다. 서른 냥이라 니 일가족이 6달을 먹고 살 수 있는 거금을 좌판 값으로 달라는 것이 었다.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널빤지를 주어다 만들었다는 사실은 이 시 장 누구랄 것 없이 전부 알고 있다. "싫음 말고." "알았어 알았다고. 그렇게 하지." '자식! 며칠만 기다려라.' "근데, 덤으로 한번 주면 안되나?" 빙긋 웃으며 화소미의 가슴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팽팽하게 당겨진 옷을 당장에라도 찢고 튀어나올 듯 그녀의 가슴은 상당했다. 그녀 또한 야혼의 기준에 합당하는 여인이었기에 기녀와는 절대 자지 않는다는 불문 율마저 깨트리게 만든 여인이 바로 화소미였던 것이다. 여호치에게 빼앗긴 야혼의 여인들이란 책자 가장 앞쪽 다섯 줄에 기 록될 여인의 한 명을 화소미로 점찍어 두었었다. "호홍! 미안해서 어쩌나 나는 애들하고는 같이 안 자는데. 설령 내가 허락한다 하더라 도 저기 있는 옥면호리가 허락하지 않은 것 같은 데……." 한쪽에서 도끼눈을 뜨고 야혼을 노려보고 있는 여호치를 가리키며 화소미가 빙긋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보란 듯이 야혼 앞으로 가슴을 바짝 디밀며 요란하게 흔들어댄다. "돈이나 줘!" 아랫도리에서 후끈 한 열기가 치미는는 것 같아 재빨리 돈을 받아들 고 집으로 향했다.모여서 전흠은 엉겁결에 되물었다; "장문인의 친구분이시오?" 백t심중연인의 미소가 조금 냉랭해졌다; " 그 요석이 감히 내 친구가 될 수 있겠나?" 다시 전흠은 보기처음에는 그의 말뜻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고 어리둥절한 표정이 었으나 이우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당신은 누구요? 무슨 일로 본파의 장문인을 만나려는 거요?" "장문인이나 불러와; 다른 녀석들과는 볼일이 없으니까;" "뭐라고?" 전흠 의 눈꼬리가 하늘로 솟구쳤다; 전흠이 화가 솟구쳐 백삼중년인을 향해 무어라고 소리치려 할 때였다; 아까부터 백삼중년인의 얼굴을 요모조모 살펴보고 있던 전풍가 불쑥 입을 열었다; "자네 혹시 백씨 성을 가지고 있지 않나?" 백삼중년인은 전풍에게로 시선을 돌리더니 의외로 정중하게 포권을 하는 것이었다; "그 동안 안녕하셨습니까? 백동일입니다;" 전풍의 얼굴에 가느다란 경련이 일어났다; "정말 백동일이구나; 네가 이곳에 오다니;;;" 전풍가 격동에 찬 모 습인 반면 백동일은 담담하기 그지없었다; "이곳이 제가 못 올 곳이라도 됩니까?" "네가 본파에 등을 돌리고 초가보에 적(籍)을 두 고 있다는 말을 들었 다; 그게 사실이냐?" 백동일은 너무도 순순히 고를 끄덕였다; "사실입니다;" 전풍는 어처구니가 없는지 한동안 백동일을 응시하다가 점차로 눈가에 살기가 감돌며 전신에서 맹렬한 기운이 뿜어 나왔다; "네놈이 그러고도 뻔뻔스럽게 이곳을 찾아오다니;;; 오늘 네 사부 대신 네놈을 응징해 본파의 법도가 살아 있 다는 걸 증명하고야 말 테다;" 전풍의 살기등등한 모습에도 백동일은 오히려 입가에 엷은 미소를 우올렸다; "종남파의 법도라;;; 그러고 보니 일전에 누군 가가 그러더군요; 종남파에 법도 따위는 없다 고; 어떤 일이 있어도 살아남는 것이 유일한 법도라고 했던가?" 전풍는 이를 부드득 갈았다; "본파에 법도가 없다고? 어떤 놈이 그 따위 망발을 지껄였다는 게냐?"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나는 이미 종남파를 떠난 사람이니 내 앞에서 종남의 법도가 어떻다느니 하 는 말은 모두 무의미한 겁니다; 아시겠습니까? 나는 더 이상 종남의 문하가 아니란 말입니 다;" 전풍의 주름살 가득한 얼굴에는 격앙된 흥분으로 가느다란 경련 이 계속 일어나고 있었다; 그의 마음속에는 당장이라도 심장이 터져 버릴 듯한 폭풍 같은 분노와 무언지 표 현 못할 야릇한 슬픔이 함께 자리잡고 있었다; 백동일은 전 풍의 사제인 풍뢰검 관소양의 하나뿐인 제자였다; 어려서부터 무공에 특출난 재능이 있었고, 누구보다도 사부를 존경 하고 따르던 아이였다; 종남파의 커다란 인재가 될 줄 알았던 그가 절명검이란 별호로 장성에서 이름난 살성(殺星)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별로 실감이 나지 않았고, 그가 초가보의 부하가 되어 오히려 종남파 의 고수들을 사냥하고 다닌다는 동중산의 말에도 설마 그러겠느냐 싶었다; 그런데 이십여 년 만에 만난 백동일의 입에서 직접 이런 말을 듣게 되자 전풍는 분노 이전 에 진한 서글픔을 느끼고 있었다; 그토록 성실하고 장래가 촉망되었던 젊은 인재가 가슴속에 흉심만 가득한 중년인이 되어 버린 것이다; 어쩌다 일이 이렇 게까지 꼬여 버렸단 말인가? 전풍가 마음속의 격동을 억누르지 못하고 있을 때 옆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전흠이 백동일을 향해 어슬렁거리며 다가왔다; "그러니까 당신이 사 숙뻘 된다는 말이지? 하지만 본파에서 나갔다니 다행 이군; 당신 같은 사람이 내 사숙이라면 정말 성질나는 일이라서 말이야;" 전흠이 자신을 향해서 노골적인 적의(敵意)를 드러 내며 검을 뽑는 광경을 보고 백동일은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네놈과는 볼일이 없다니까; 어서 장문인이나 불러와라;" 전흠은 하얀 이 를 드러내며 웃었다; "본파의 장문인이 당 신 같은 어중이떠중이가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사람인 줄 아나? 우선 솜씨나 한번 보자구; 장문인을 불러낼 자격이 있는지 알아보게 말이야;" 전흠이 계속적으로 반말을 하자 백동일은 표정의 변화가 없는데 전풍가 오히려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하나 전풍는 입을 굳게 다문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백동일은 허리춤에 찬 검을 뽑을 생각도 하지 않고 담담한 시선으로 전흠을 응시했다; "애송이, 무어라고 떠들어도 상관없지만, 어른 앞에서 함부로 검을 뽑는 건 실례라는 걸 알아야지;" "본파를 배신한 주제에 어른 노릇까지 하려고? 어림 반푼 없다;" 전흠은 벼락 같은 호통을 내지르 며 출검(出劍)을 했다; 파앗; 눈앞에 섬광이 번뜩인다 싶은 순간 전흠의 검은 어느새 백동일의 미간을 향해 날아들고 있 었다; 그야말로 눈부시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 는 무서운 쾌검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전흠, 멈춰라;" 어디선가 그리 크지 않은 음성이 들려왔다; 그 음성을 듣자 전흠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하나 그의 검 은 날아오던 속도보다 더욱 빠르게 거두어지더니 이내 그의 검집 속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백동일의 눈에서 기광(奇光)이 번뜩였다; "큰소리칠 만한 솜씨 를 가지 긴 했군; 제법 쓸 만한 천하제탄(天河齊彈) 이었다;" 조금 전 전흠이 펼친 초식은 천하삼십육검 중의 천하제탄 일식이었다; 하나 백동일이 경탄한 것은 천하제탄을 펼친 이 러다 내가 아무래도 제 명에 못살 거 같군; 아예 귀라도 막고 다니든지 해야지, 이거야 원;" "멀쩡한 귀를 왜 막고 다녀요? 그러지 말고 이 요리를 해보는 건 어때요? 양반포어(凉 拌鮑魚 : 전복냉채)나 내유어시(?油魚翅 : 상어 지느러미 튀김) 같은 건 간단해서 하기 쉬울 거 같은데;;;" 장승표의 얼굴이 우거 지상으로 구겨졌다; 이런 한겨울에 어디가서 전복 이나 상어 지느러미를 구한단 말인가? 그녀가 다시 또 무어라고 말하려 하자 장승표는 아예 귀를 틀어막더니 앞으로 마구 달려나갔다; "으아아;;;"방금 전 사제가 했던 방법대로 하면서 호흡을 그렇게 하는 거예 요. 기억할지 모르지만……." 그 정도는 말해주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십전수 구약종의 내 공심법을 찾아낸 당사자인 야혼은 전혀 그런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아 내심 미안하기도 했다. "그렇게 하면 정력이 좋아질까?" "풋!" 제법 심각한 어투로 묻는 야혼의 모습에 초영완이 나직한 실소를 흘 렸다. 참으로 편하게 사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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