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마을의 꽃!

 

FSB를 소개합니다.

 

폭풍간지남 클짱님을 비롯해 보고만 있어도 재밌는 엣지남 부클짱님 외~~ 몇백명... ㅋㅋ.

 

20세전후반에서 30대전후반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있어 친해지기 어렵지 않아요. 

 

포천.의정부.노원을 중심으로 여러 곳에 클러버들이 분포(?)하고 있고요.

 

평일이든 주말이든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어서 친해지기 좋아요.

 

아참!

 

이번주는 다른 동네 원정도 있네요. ㅋㅋ.

 

친해지기 더할나위 없죠? ^^

 

아~~~ 정말 좋은 클럽인데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네.. -0-

 

그냥 들려보세요.

 

와서 한번 즐겨보세요.

 

http://freeboarder.cyworld.com

 

11/12 시즌.

 

후회없이 보내고 싶다면... 컴온요~. ㅋ.

 

P.S - 여성 라이더들 환영합니다. ㅋㅋ. 제가 여성인 관계로... ㅠ.ㅠ 친구가 필요해용. ㅋ.   

 

엮인글 :

임청하

2011.12.08 00:04:41
*.197.149.127

한성주 유출영상

한성주 유출영상바로가기 ◁Ω 바로받기~Good Good~℡

 

 

 

 

 

 

 

 

 

 

 

 

 

 

 

 

 

 

 

 

 

 

 

 

 

 

 

 

 

 

 

 

 

 

 

 

 

 

 

 

 

 

 

 

 

 

 

 

 

 

 

 

 

 

 

 

 

 

 

 

 

 

 

 

 

 

 

 

 

 

 

 

 

 

 

 

 

 

 

 

 

짧은소리!! 발에 땀을 지며 제h치있게 보고있는 드러머에요.. 자신이 조아하면서도 조아했다고 하지 못하고 있는 윤성(이민호)!! 만나기전부터 사진속의 나나(박민영)를 좋아했다는걸 후에 나 나가 알면 어떤 기분일까요... 둘이 잘 되면 좋겠는데... 둘이 참 잘어울리지 않나요...^^ 촬영장에서도 절친으로 친하게 지낸다고 하던데 제 작발표회에서도 분위기가 참 좋더라구요.. 박민영이 보기와는 달리 털털한 성격이라 남자배우들하고도 잘 어울리나봐요.. 하긴 그래서 성균관스캔들의 남장여인이 잘 어울렸는지도...^^ 아니 성균관스캔들을 찍으면서 남자배우들과 편해졌을지도 모르죠... 암튼 전 내숭안떨고 소탈한(?) 털털하며서도 여성스런 박민영이 좋더라구요.. 이번 나나역도 그래ㅁ서 더 잘 어울리는것 같아요...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밝은 캔디같은 나나쟎아요..^^ 어제 시피훈터 7회에서 마지막 이윤성이 시티터임을 모르는 나나의 총에 이윤성(이민호)가 맞으면서 끝났지요.. 아~~~ 어떻게 되나 싶었더니 8회 예고가 올라왔네요.... 시티터 8회 예고? 총상을 입은 윤성, 바닥에 쳐박힐 듯 떨어지고 가까스로 로프를 이용해 탈출한다. 나나가 창밖으로 뛰어 내리려다 기절한 서용학 때문에 어쩌지 못하는 사이 영주가 달려오고 뒤늦게 윤성을 쫒지만 간발의 차로 놓쳐버린다. 한편, 윤성은 다친 몸을 이끌고 세희의 병원을 찾아가는데... ? 세희의 동물병원의 역활이 이런 역활이였나봐요... 그럼 세희가 윤성을 좋아하게 되는걸까요... 흠~~~ 나나의 달달한 커피에 길들여진 윤성!! 맛있다는 표정.... 웃는모습의 이민호 참 보기좋아요... 이래서 이민호팬들이 많나보다 싶더라구요..^^ 하긴 번개맘도 시티헌터 제작발표회에서 웃는 이민호의 자체발광모습에 혹 했으니.. 볼수록 참 멋진 미소를 가진 이민호에요.. 총을 맞은 윤성과 윤성이 시티헌터임을 모르고 쫒는 나나 의 관계 어찌 될까요.. 조마조마 하네요.. “흥” 정각은 냉소를 흘리며 손에 힘을 더했다. 기기긱 드디어 워던트가 뽑혀 나왔다. 그때 가더락 꽂힌 기둥이 절단되면서 앞으로 무너졌다. 정각은 발을 디디고 있던 기둥을 걷어차 구멍 쪽으로 날려 보낸 후, 추혼선강을 거두고 오른손으로 가더러의 손잡이를 잡았다. “멈춰라!” 칼슨이 지팡이를 내밀며 소리쳤다. 그가 보기에 의식은 성공적으로 치러지고 있었다. 온갖 기기묘묘한 변화가 성공의 징조처럼 보였다. 그는 사대신기가 흘리는 섬뜩한 기운조차도 마왕의 기운을 뽑아내 흩어버리는 것으로 해석했다. 그런 그였으니 정각이 왜 저렇게 좌충우돌하며 여제의 일을 방해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당연했다. 이때까지의 모든 고생은 마왕을 저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감수한 것이었다. 이제 그 고생이 결실을 맺으려는 시점에 마왕의 하수인 같은 짓을 저지르는 것을 두고 볼수 없었다. 그는 경고가 무시되자 그 즉시 주문을 읊었다. 정각이 잠깐의 시름 끝에 가더러를 뽑았을 때 지팡이 앞에서 불덩이가 생성되었다. 칼슨은 그 즉시 지팡이를 흔들었다. 불덩이가 주변을 데우며 움직였다. 구멍을 지날 때 바람에 흔들려 위로 떠오르기는 했지만, 방향은 바뀌지 않았다. 불덩이는 칼슨 필생의 역작인 듯 힘이 있었고, 위풍당당했다. 말로 설득할 시간이 없었다. 어떻게든 마왕인지, 지옥의 왕인지, 아니면 단순한 괴물인지 모를 그놈이 지상으로 올라오기 전에 문을 닫아야만 했다. 그러기 위해선 문을 여는 열쇠 역할을 한 것으로 짐작되는 사대신기를 기둥에서 뽑아내야 했다. 정각은 양손에 갈라쥔 워던트와 가더러를 부딪쳐갔다. 순간 무시무시한 폭음이 일어났다. 귀청을 찢을 것같은 소리였다. 정각을 덮쳐가는 불덩이도 폭음에 놀라 움찔하는 것 같았다. 어느 정도 소리가 날 것은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소리란 것은 그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어 버렸다. 그 바람에 마지막 순간 힘이 빠졌고, 애초의 계획과 달리 워던트와 가더러는 부러지지 않았다. 그는 워던트와 가더러를 한 손에 움켜쥐었다. 그리고 비어 있는 오른손으로 물을 젓듯이 허공을 휘저었다. 부드러운 기류가 불덩이를 감싸 안아 둥실 띄었다. 그가 앞으로 뛰며 손을 내리자 불덩이는 구멍을 향해 날아갔다. 기운차게 날아가던 불덩이는 구멍위에서 주춤했다. 불어나오는 바람에 밀리는 것 같았다. 정각은 위로 솟구치며 장력을 발출 우격다짐으로 불덩이를 구멍속으로 때려넣었다. 기둥이나 불덩이가 어느 정도 괴물을 방해할 것인가? 그것은 알 수 없었다. 정각은 그저 그 행동들이 얼마쯤 시간이라도 벌어주기를 바랐다. 전에 싸워본 경험을 통해 괴물이 만만찮은 상대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면 싸우지 않고 일을 해결하고 싶었던 것이다. ‘올라오기 전에 구멍을 닫는다!’ 붙여놓은 사대신기의 두 개가 격하게 반발했다. 마치 두개의 자석을 같은 극끼리 맞댄 것 같았다. 왼손이 저려왔다. 하지만 그는 손아귀에 힘을 주어 반발을 억지로 눌러대며 오른손을 구멍 쪽으로 내렸다. 절원강이 모습을 드러낸 즉시 아래를 향해 쏘아졌다. 강기의 원반은 곧 불덩이 속으로 파고들며 모습을 감췄다. 불덩이가 절원강의 암습을 감추기를 기대하며 정각은 구멍을 건너뛰었다. 주문을 외우는 칼슨이 눈에 띄었다. 정각은 지풍을 쏘아 그의 아혈을 봉해버렸다. 주문을 외우지 못하면 마법사는 무용지물이다. 칼슨은 의지만으로 마법을 발현할 수 있는 마스터급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그는 양손으로 입주변을 주무르며 얼굴을 일그러뜨렸지만, 끝내 입을 벌리지 못했다. 샤롤리 기사들과 함께 돌진해왔다. 정각은 가더러를 오른손으로 옮겨 장난치듯 휘둘렀다. 그 궤적에 걸린 기사들의 검이 짚단처럼 베어졌다. 정각은 두 동강 남 검을 들고 멍하니 서 있는 그들을 지차니며 가더러를 집어던졌다. 고르고는 핏빛 기류를 찍어 누리며 확실히 전진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속도란 것이 너무나 느려 기둥까지 닿으려면 최소한 십 분은 더 밀어붙여야만 할 것 같았다. 그의 윗입술이 뒤집어지며 송곳니가 드러났다. 송곳니는 조금씩 자라는 중이었다. 이차 변신의 징조 같았다. 그때 빙글빙글 돌며 날아간 검이 고르고의 검을 저지하는 붉은 기류의 옆을 때리고 튕겨졌다. 그 부위가 쩍 벌어졌다. 그러자 고르고의 검이 기류를 가르고 기둥을 때렸다. 기둥이 조금 깨어지면서 돌조각이 튀었다. 흩어진 붉은 기류가 다시 뭉치려 했다. 고르고는 그 틈을 주지 않고 연속적으로 대검을 휘둘렀다. 기둥이 깎여져 떨어졌다. 정각은 튕겨져 돌아오는 가더러를 쥐고 퀴리스에게 다가갔다. 콘타건의 낯선 모습에 질렸는지, 아니면 어깨로 받은 부위의 상처가 깊었던지, 퀴리스의 안색은 푸르죽죽했다. 퀴리스가 중얼거렸다. “왜 저러지?” “원래 저랬어.” 정각은 말을 흘리며 뛰어 올랐다. 위로 솟구친 그는 아래로 떨어지면서 양손의 무기를 안으로 모아 콘타콘을 후려쳤다. 요물들 끼리 부딪쳐서 부서져버리라는 뜻을 가진 벼락같은 일격이었다. 세 개가 부딪치니 반발력이 더욱 커졌다. 그 어마어마한 힘에 기둥이 바스러져 무너졌다. 정각도 팔이 욱신거려 이를 악물어야 했다. 기둥이 부서져 콘타건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순간 고르고는 티스턴을 뽑아냈다. 이로써 사대신기를 모두 회수한 셈이었다. 정각은 가더러의 검봉을 아래로 비스듬히 내려 바닥에 대었다. 그리고는 발로 검신을 밟았다. 다른 것들은 이종족의 것이라 걸리는 것이 있었지만, 이것은 제국의 것이라 가장 만만했다. 그는 아예 부러뜨릴 심산으로 발에 힘을 더했다. 검이란 게 검봉으로 찌르거나 날로 베기 위해 만든 것이라 옆면에 가해진 힘에는 약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가더러는 달라서 어지간한 힘에는 꿈적도 하지 않았다. 정각은 구멍을 힐끗 보고는 검을 바닥에 깊숙이 박아 넣었다. 여제는 아직도 구멍 근처에서 미친년처럼 배회하고 있었는데, 눈만은 무서울 정도로 차가워서 충혈된 눈동자로 사방을 쏘아보고 있었다. 마치 핏물을 얼려놓은 것 같았다. 정각이 말했다. “헤인워프, 여제를 잡으세요.” 헤인워프는 정각의 말에 반사적으로 달려가다 멈칫했다. 그녀에게서 범접하기 어려운 위엄이 줄기줄기 쏟아져 함부로 건드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일 내기 전에 어서 잡아요.” 정각은 재촉하며 그립을 꽉 움켜쥐었다. 사대신기는 워낙 견고한 물건이라 웬만한 물건과 방법으로는 부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는 모순(矛盾)의 고사(古事)를 떠올리며 다른 손으로 위턴트를 쥐었다.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것들끼리 부딪치면 어떻게 될까?’ 바다에 깊숙이 박혀 있는데도 위험을 감지한 듯 가더러의 검신이 가늘게 떨렸다. 정각은 내력의 반을 위던트에 실어 검신의 중앙을 두들겼다. 엄청난 폭음이 터져 나왔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아픈 귀를 손으로 틀어막은 채 음파에 밀려 휘청거렸다. 뚝 검이 부러지는 소리가 크고 똑똑하게 울렸다. “네가 제국의 보물을...... 네가!” 칼슨은 배신감에 겨워 말도 제대로 못하고 부들부들 떨었다. 충격이 컸는지 아혈은 풀려 있었는데 그는 풀린 사실도 깨닫지 못했다. 한 번 부러지자 그 다음은 쉬웠다. 정각은 손으로 검을 쥐고 조금씩 부러뜨렷다. 뚝, 뚜둑 그때마다 제국의 기사들이 경기를 일으켰다. 위던트도 멀쩡하지 못했다. 중간에 크게 금이 간 것을 본 정각은 위던트를 바닥에 내려놓고 콘타건을 쥐었다. 이것은 여느 활과는 달리 막대기처럼 생겨서 두들기기 좋았다. “헤인워프, 이것도 부러뜨립니다.” 말은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았다. 정각은 대답도 듣지 않고 콘타건을 망치처럼 휘둘렀다. 이미 결심한 그로서는 반대하든 말든 상관이 없었던 것이다. “그로지마!” 파블란드는 목청을 높여 반대했다. 막기 위해 뛰어가던 그는 귀를 감싸고 뒹굴었다. 정각이 반대를 묵살하고 워던트를 때린 것이다. 위던트의 머리가 두 개로 쪼개어졌다. 그는 콘타건으로 계속 두들겨 이것도 가더러처럼 조각내버렸다.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콘타건의 양끝을 양손으로 움켜잡았다. 정각은 힘을 주며 양손을 힐끗거렸다. 지름이 삼 미터 정도로 커졋던 구멍이 조금식 좁아지고 있었다. “됐어” 그는 승리감에 더욱 힘을 가했다. 콘타건이 엿가락처럼 구부러졌다. 목걸이처럼 둥글게 말아 한바퀴 돌린 후 계속 당겼다. “그만 둬.” 어제가 비명처럼 들리는 소리를 질렀다. 정각은 무시하고 가일층 힘을 더했다. 더 이상 견지지 못한 콘타건이 두 동강 났다. 정각은 바닥에 패대기치며 티스턴을 쥐고 있는 고르고를 향해 달라고 손을 내밀었다.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그때 여제가 소리치며 구멍을 향해 달렸다. 산발된 머리카락과 옷자락이 바람에 날려 펄럭거렸다. 좁아지는 구멍 속을 들여다보던 그녀가 히스테릭한 웃음을 터뜨리더니, 말릴 사이도 없이 안으로 뛰어들었다. 불길한 예감이 등골을 스치고 지나갔다. 갑자기 엄습하는 위기감에 정각은 티스턴을 뒤로 돌려 감추는 고르고를 내버려둔 채 번개처럼 달려갔다. 그리고는 몸을 날렸다. 머리를 앞으로 해서 미끄러지다 구멍에 걸쳐서 멈춘 그는 구멍 아래로 손을 뻗었다. 여제의 머리칼이 아슬아슬하게 손끝을 지나쳤다. 허공섭물의 재간을 발휘해서 그녀를 당기려던 정각은 구멍 속에서 뻗어오는 날카로운 기운에 손을 거두고 고개를 움츠렸다. 어느새 이만큼 기어 나왔는지 괴물이 바로 코앞에 있었다. 여제는 의기양양한 자세로 허리에 손을 얹은 채 괴물의 번들거리는 이마에 앉아 있었는데, 괴물은 좁아진 구멍에 꽉 끼어 있었다. 정각은 놀랐다. 예전에 이 괴물이 중원으로 나오려 했을 때는 몸통의 지름이 십 미터가 넘었었다. 해서 구멍의 지름이 좁아져서 삼 미터에 미치지 못하는 지금은 쉽게 나오지 못할 줄 알았다. 그런데 애석하게도 이놈은 유연성이 좋아서 크기를 조절할 수 있는 것 같았다. 대가리를 줄이는 것은 한계가 있어서 끼이긴 했지만 조만간 빠져나올 것 같았다. 정각은 호신강기를 두르고 구멍에 몸을 기댔다. 그리고 웃었다. 구멍에 꽉 끼어있으니 괴물은 피할 곳이 없었다. “이거나 먹어라.” 강환 삼십 개가 생겨 구멍을 가득 메웠다. 하지만 강환포를 쏘려고 하니 난감한 점이 있었다. 여제가 쏠 테면 쏘라는 듯 도도한 자세로 턱을 들어 올리고 있었던 것이다. 괴물이 대가리는 크고 그녀는 작으니 피해서 쏘려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러자면 아무래도 위력이 떨어져 큰 피해를 입히기는 힘들어진다. “네가 자초한 것이다.” 정각은 죽거나 말거나 강환포를 발사했다. 수십 개의 강환이 유성우처럼 떨어져 내렸다. 여제의 입에 비웃음이 걸렸다. 그녀의 머리 위에 붉은 색의 피막 같은 것이 형성되었다. 그 위로 강환이 쏟아져 내렸다. 푸슝, 푸슝 강환은 그것에 구멍을 내며 아래로 떨어졌다. 여제가 괴물의 궁근 대가리에서 미끄러져 옆으로 물러섰다. 순간, 강환이 괴물의 머리를 때렸다. 강환은 콩 볶는 소리를 내며 그것의 머리통을 유린했다. 소리만 듣고 판단하면 괴물은 벌집이 되어 쓰러졌어야 마땅했다. 그러나 붉은 막을 통과하며 약해진 강환은 단단한 피부를 쉽사리 뚫을 수 없었다. 정각은 신음을 흘리며 엎드린 채 뒤로 물러섰다. 괴물의 뿔이 가장 먼저 구멍 밖으로 나오고 곧 맨들맨들한 대가리가 튀어나왔다. 머리가 나오고 어깨가 나왔다. 구멍이 좁아져 그것의 피부가 벽과 마찰이 되었다. 귀에 거슬리는 역한 소리가 계속 터져 나왔다. 가슴으로 짐작되는 곳이 빠져나오자 그 다음은 쉬웠다. 기름 바른 미꾸라지처럼 그것이 빠져나왔다. 구멍 밖으로 나온 그것의 길이가 어마어마하게 길었다. 적어도 육십 미터는 넘는 것 같았다. 신전의 천장은 보통 건축물보다 훨씬 높았으나, 그것도 한계가 있어서 삼십 미터는 넘지 못했다. 괴물은 나오는 순간, 꼿꼿하게 몸을 세웠으므로 괴물의 대가리는 천장을 뚫고 밖으로 튀어나갔다. 그것이 나가는 순간, 정각은 그것의 복부로 짐작되는 곳에 추혼 선강을 박아 넣으려고 했다. 기름 바른 철판이라도 복부에 둘렀는지 추혼 선강은 허무하게 옆으로 미끄러졌다. 천장을 뚫고 나간 지름 삼 미터, 길이 육십 미터의 거대한 몸뚱이는 멀리서도 똑똑하게 보였다. 신전 밖은 그 바람에 대소동이 벌어졌다. 괴물의 출현에 신전 안이 사람들도 정신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정각만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있었을 뿐, 다른 이들은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랐다. 특히, 타국의 인물들이 그러했는데 그들은 여제가 마왕의 강림을 막고 있다고 착각해서 괴물이 올라왔을 때 잘못 본 줄 알고 눈을 비비기까지 했다. “여제가 괴물에게 납치됐다.” “마왕이다. 마왕이 나타났다” 경악에 찬 고함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정각이 외쳤다. “입 닥치고 싸울 준비나 해.” 네리하도 맞받아 고함을 질렀다. “도대체가 어떻게 된 거야?” “보면 몰라. 마왕이 강림했잖아.” “저게 마왕인가?” 이제는 구멍이 없어져 흙바닥으로 변한 바닥을 킁킁 밟아대며 정각은 퉁명스럽게 말했다. “나도 몰라. 마왕을 봉인했다는 신전의 바닥을 뚫고 놔왔으니, 마왕이겠지. 누구 마왕 어 떻게 생겼는지 아는 사람 있어?” 아무도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니반이 물었다. “사대신기는 왜 부순 거냐?” “너희들은 모두 눈뜬장님이야? 그것들이 흘려대는 요기도 느끼지 못했어?” 고르고는 사대신기 중 유일하게 부러지지 않은 티스틴을 들고 중얼 거렸다. “이게 마왕을 부른 건가? 아니 봉인을 깬 건가?” “ 내 생각은 그래.” 정각은 슬픈 눈으로 워던트의 잔해를 보는 혜인워프를 향해 덧붙여 말했다. “그러니 너무 애석해하지 마세요.” 클루쿠스는 크게 당황했다. 정말 마왕이, 아니 마왕으로 의심되는 괴상망측한 괴물이 튀어나올 것이라고는 예상을 못했기 때문이다. 그가 외쳤다. “이제 어쩌지?” “어쩌긴 뭘 어째? 당신들이 여기에 모인 목적대로 마왕을 상대로 싸워야지.” 괴물이 튀어나올 때부터 망연자실 해 있던 칼슨이 달려와 정각의 멱살을 쥐었다. 그리고는 재갈리 물린 사람처럼 읍읍거렸다. 앰한 소리를 할까 걱정이 되었던 정각이 아혈을 다시 봉해버렸던 것이다. 그의 입이 사납게 비틀거리고 코가 움찔거렸다. 말을 하려고 안간 힘을 쓰는 바람에 안색도 새빨개졌다. 그냥 뒀다가는 큰 일이 날 것 같았다. 정각은 어쩔 수 없이 점혈을 풀었다. 순간 벼락같은 칼슨의 고함이 터져 나왔다. “무슨 짓을 저지른 거냐?” 그는 여제의 선의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래서 그녀가 구멍으로 뛰어들고 잠시 후 괴물이 밖으로 날아오자, 이 모든 것이 정각의 짓으로만 생각되었다. “내가 일을 저지른 게 아니라 여제가 저지른 거야.” “거짓말 하지 마라. 구멍으로 떨어진 여제는......” 아무리 생각해도 여제는 죽은 것이 분명했다. 하늘에서 떨어져서 가루가 되었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틀림없이 괴물이 먹어치웠을 것이다. 정각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말을 하려다 말고 우물쭈물댔다. 여제가 음모를 꾸몄고 그 결과 괴물, 혹은 마왕이 강림했다는 사실을 시원하게 밝힐 수가 없었다. 다른 이의 귀 때문이었다. 만약 여제가 마왕을 불러냈다는 소식이 신전 밖으로 흘러나간다면 제국에 주둔한 각국의 군대는 제국을 침략할 것이다. 어쩌면 대륙 전체로 전쟁의 불길이 번질 수도 있었다. 그런 상황이 되기 전에 어떻게든 막아야 했다. 그가 우물거리자 칼슨의 의심은 더욱 굳어졌다. “무슨 수작을 부린 거냐?” 정각은 진실을 감추기로 작정했다. “너무 늦었어.” 프랑보, 클루크스, 네리하가 동시에 외쳤다. “늦었다니? 뭐가?” “무슨 소리냐?” “자세히 설명해봐.” 정각은 짐짓 비난하는 눈초리로 각국의 요인들을 쏘아보았다. “당신들이 암중에서 방해를 하는 바람에 여정이 늦어졌고, 그 때문에 의식이 너무 늦어져서 마왕이 강림한 거야.” 칼슨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 “정말이냐?” “정말이다. 보면 모르냐? 마왕이 거의 부활한 바람에 원래는 그를 저지했어야할 기둥이 오염되었고, 사대신기를 망친 거란 말이야. 신의 보호를 받아 마왕과 대적해야할 여제가 미쳐버린 것도 마왕이 거의 강림해 그 강대한 힘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란 말이다.” 정각의 설명에 각국의 요인들은 머리가 아파왔다. 오늘 여제가 보인 행동은 확실히 정상이 아니었고, 특히 의식이 시작된 다음은 정말 미친 여자 같았다. 정각은 거짓말이 먹힌 것 같아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제 괴물만 처치하면 된다.’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칼슨은 망연자실해서 중얼거렸다. “마왕이 여제를 먹어버렸으면......” 그는 근심걱정에 사고잡혀 안색이 시들어가는 채소처럼 변했다. “나약한 소리 마시오.” 헤인워프는 부러진 기둥 위로 뛰어오르며 소리쳤다. “벽에 붙어 있지 말고 나와서 싸울 준비를 하시오.” 클루크스가 소리쳤다. “사라졌는데 어떻게?” 헤인 워프는 손을 쳐들어 위를 가리켰다. “보시오.” 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고개를 쳐들었다. 곧 두려움에 찬 신음이 곳곳에서 흘러나왔다. 하늘이 검게 물들어 있었다. 낮고 두껍게 깔린 먹장구름은 신전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세상의 구름이란 구름은 전부다 먹칠을 해서 신전 위에다 올려놓은 것 같았다. 위기감을 느낀 사람들은 몸을 떨었다. 정각은 호기롭게 말했다. “전투준비! 괴물이 온다.” 그의 호쾌한 소리가 사람들의 두려움을 얼마간 가시게 했다. 하늘에서 먹구름을 뚫고 괴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밑에서 보니 꼭 거대한 햄 덩어리 같았다. “괴물을 죽이자!” 정각은 마왕이라고 칭하면 전의가 떨어질까봐 일부러 괴물이라고 칭했다. 그 편이 좋다고 생각했는지 헤인워프도 따라 말했다. “괴물이 내려오거든 동시에 공격합시다.” “전투준비!” 프랑보가 명령했다. 정각은 마법사와 기사들이 일사분란하게 공격준비를 갖추는 것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대륙에서 가장 강한 사람들을 뽑아 와서 그런지 힘이 있었다. 처음 보았을 때는 은근히 자신을 위협하는 행동에 짜증이 났었는데, 같은 편이 되고 보니 지금음 믿음직스러웠다. “온다!” 헤인워프의 나직한 목소리가 신전 안을 긴장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끝까지 당겨진 시위처럼 팽팽했던 분위기는 괴물이 천장 밑으로 내려오는 순간, 깨어졌다. 공격의 시작은 마법사들이 열었다. 칼날 같은 바람이 괴물의 피부를 찢으려 했고 불덩이가 태우려 했으며, 사방에서 가해진 압력이 몸통을 찌그러뜨리려 했고, 가중된 중력이 추락하는 속도를 더욱 크게 했다. 번개가 그것을 지지려고 했고, 독이 그것을 중독시키려고 했다. 검은 구름이 그것의 눈을 가리고 시끄러운 소리가 귀를 먹먹하게 하고 차가운 냉기가 발을 얼리려 했다. 그리고 정신계열의 마법이 그것을 혼란과 공포 속으로 빠뜨리려고 했다. 정각도 혀를 내두를 만큼 무시무시한 공격 일색이었다. 재수 없었으면 저것이 나한테 쏟아졌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니 등골이 오싹해졌다. 괴물의 전신에 붉은 막이 처짐과 동시에 다종다양한 공격 마법이 그 막을 강타했다. 시끄러운 소음이 연속적으로 귓전을 두들겼다. 마지막으로 난 소리는 횃불을 강물에 던졌을 때 날 법한 치이익, 하는 소리였다. 그 마지막 소리는 마법사들의 공격이 먹히지 않았음을 알려주고 있다. 쿵 괴물이 바닥에 착지하는 소리가 묵직하게 울렸다. “젠장!” 정각은 욕설을 내뱉었다. 괴물이 마법공격에 죽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얼마간의 타격은 입을 줄 알았다. 그런데 보아하니 전혀 타격을 입지 않은 것 같았다. 구멍 속에서 괴물이 강환포를 막아낼 때만 해도 그는 설마 했다. 그런데 설마가 사람 잡는다더니 짐작이 맞았다. ‘마법을 부릴 줄 아는구나!’ 하긴 마왕쯤 되면 마법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을 것이다. 정각은 괜히 억울해 고함을 질렀다. “그럼 예전에는 왜 그런 거야?” 중원에서는 분명 마법을 쓰지 않았다. ‘너무 먼 곳이어서 그런 걸까?’ 자신의 경우를 생각하면 그것은 아닌 것 같았다. 그는 중원에서건 여기서건 무리 없이 기공을 운용할 수 있다. 따라서 괴물도 마땅히 그래야만 하지 않을까? ‘무공과 마법은 체계가 달라서 그런가?’ 한 번 시작된 상념은 끝도 없이 이어졌다. 마왕이 처음 나타난 것은, 지금도 그저 전설로써 전해져올 만큼 까마득한 옛날의 일이었다. 그래서 우리가 마왕의 부활을 막기 위해 대륙을 여행한다고 아무리 열변을 토해도 각국의 사람들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었다. 그런데 내가 이곳으로 온 지 불과 몇 년 후에 마왕이 강림한 것이 과연 우연일까? 혹시 삼안마군이 저놈을 불러낸다고 을 떠는 바람에 놈이 이곳으로 튀어나오게 된 것은 아닐까? 정각은 고개를 흔들어 상념의 고리를 끊어버렸다. 만약 그렇다면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괴물의 거대한 몸뚱이가 검은 구름에 가려지고 스산한 바람이 몰아치자, 웅성거림은 더욱 커져 종래에는 시장바닥처럼 시끄러워졌다. 신전을 둘러싸고 있는 담장 밖의 사람들은 곁에 있는 사람을 붙들고 저게 무엇인지 쉬지 않고 물어댔다. 누군가가 마왕이라고 소리치자 소리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캉캉캉 방패를 두들기는 소리가 웅성거림을 잠재웠다. 대외적으로 내세우는 직함은 황제의 숙부 체스터의 보좌역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제국 주둔군 사령관의 임우를 띠고 제국의 수도로 파견된 밀루나 남부사령부 사령관 크일트리스 후작은 소동을 제압한 후, 검을 집어넣었다. “각국을 대표하는 기사들이 이깟 사태에 우왕좌왕해서야 체면이 뭐가 되겠나?” 그는 신전으로 들어가는 문을 막아서고 있는 제국의 근위대원들에게 다가갔다. “비켜라!” 부대장 오스비트는 그립에 손을 올리며 단호하게 말했다. “저걸 보고도 그러나. 안에 사단이 난 게 분명한 만큼 들어가야 겠다.” “전 바지 못했습니다.” 근위대원들은 문을 등지고 선 탓에 신전 천장을 뚫고 공중으로 치솟아 핏빛을 퍼뜨리다 먹장구름 안으로 몸을 숨긴 괴물을 바지 못했다. 어둑어둑한 느낌은 받았지만 결코 뒤를 돌아바지 않았다. 그들의 임무가 타국의 병력이 더 이상 신전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는 것이기 때문이다. 크일트리스가 그의 어깨를 잡았다. “어딜!” 오스비트는 상체를 뒤로 젖히며 검을 뽑으려하였으나, 크일트리스가 더 빨랐다. 오십대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만큼 민첩하게 파고들어 바짝 붙은 그는, 오스비트의 손목을 잡아 검을 뽑지 못하게 만든 다음 다른 속으로 어깨를 잡아 당겨 그를 비틀었다. 왼손으로는 검을 제압하고 오른손으로는 어깨를 지나쳐 목을 비튼 그는 오스비트를 돌려 세웠다. 쉐엑 그 사이 검을 뽑아든 근위대원들이 후작의 목에 검을 들이댔다. 후작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찌르고 싶나?” 움찔 검 끝이 떨렸다. “그러면 너희들 상과니 먼저 죽을 텐데.” 근위대원의 검이 오스비트의 목을 지나쳐 후작의 목에 대어져 있기 때문에 그를 죽이려 하다가는 부대장이 크게 다칠 상황이었다. 오스비트가 소리쳤다. “난 상관말고 죽여!” 자신의 목숨과 밀루나 남부사령관의 목숨을 바꿀 수 있다면 밑지는 장사는 아니다. 크일트리스가 말했다. “쯧쯧쯧, 절음이 목숨이란 소중한 것이네. 좀더 자중자애 하시게.” “흥, 더러운 침략군 들.” 후작은 그의 목을 조였다. “컥컥!” 숨이 막힌 그는 소리를 지르며 버둥거렸다. 그 바람에 당황한 근위대원의 검이 더욱 떨렸다. 후작이 말했다. “내가 죽은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 생각을 좀 해봐라. 네 말대로 밀루나가 그걸 핑계로 제국을 침략하면 어찌하려고 그런 소리를 함부로 하는 것이냐?” 후작은 그를 놓아주고 물러섰다. “널 어찌하려 했으면 진즉에 죽였다.” 후작은 하늘을 가리켰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하늘을 보란 말이다, 너희들도.” 궁금해서 더 이상 외면할 수가 없었다. 고개를 숙이고 컥컥거리던 오스비트는 후작을 죽일 듯 노려본 후, 그의 말대로 하늘을 보았다. 순간 그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신전 위만 뒤덮고 있는 검은 구름이 심상찮아 보였다. 후작이 말했다. “안에는 황제의 숙부가 계시고, 지체 높은 기사들이 있으며 황실 마법사들이 있다. 그분들의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는 지금 문 밖에서 한가하게 구경만 할 수는 없어.” “신전은 좁아서.......” 후작은 말을 끊었다. “젠장, 답답한 위인이로군. 이봐, 누가 신전 안에서 싸운다고 그랬어? 저길 봐, 괴상한 물체가 신전 밖으로 나왔잖아. 우리는 신전 밖 정원에서 진을 치고 있다가 싸울 거야. 신전 안의 부상자들도 후송해서 치료하고 교대하기도 하고...... 신전이 좁다는 핑계는 지금 상황에서 통하지 않아.” 크일트리스 후작은 신전 밖에 있는 사람들 중 최고위직의 인물이었다. 그래서 그의 말에는 무시할 수 없는 무게가 실려 있었다. 두르판의 풀톤 백작이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은 채, 꽤나 불량한 자세로 걸어 나왔다. 그는 1군단장 제 2보좌역이었는데, 군단장은 물론 제1보자역까지 안으로 들어가서 여기 있는 두르판군 중에서는 최고위직이었다. 그가 말했다. “들어가 봐야겠군.” 파트리지에서도 한 명이 걸어 나왔다. 정보부장 거버스였다. 그는 이곳에 모인 사람들 중 유일하게 민간인 복장을 하고 있었다. 그 뒤로 군인이라기보다는 살인자처럼 보이는 냉혹한 인상의 청년들이 도열했다. 제 형제자매도 웃으면서 죽일 것 같은 냉혹함이 그들의 미소 사이를 헤집고 다녔다. “막으면 치우고 간다.” 오스비트는 그제야 검을 뽑았다가 도로 집어넣었다. 저 안에는 여제가 계셨다. 걱정으로만 치자면 그의 걱정이 가장 컸다. “함부로 행동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신다면.” 셋은 동시에 대답했다. “약속하지.” 하지만 그들은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리라고 확신했다. 그건 약속을 받아낸 오스비트도 마찬가지였다. 오스비트는 생각했다. ‘제발 별일이 없어야 할 텐데.’ 거버스는 걸음을 옮기는 크일트리스 후작과 풀톤 백작을 은밀하게 불렀다. 신전에 들어간 지휘관들을 대신해 임시 지휘부를 구성한 그들은 한동안 쑥덕거린 후, 오스비트 몰래 전령을 보냈다. 군사계획 2-1의 섬광작전이 발동한 것이다. 테오도르는 팔짱을 풀며 신음을 흘렸다. “흐음.” 파울로가 말했다. “왜 그러십니까?” “저 구름이 심상치가 않다.” “정말 마왕이 강림한 걸까요?” “들어가 보면 알게 되겠지.”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았을 때는 많이 섭섭했었는데, 먹구름을 보게 되니 왠지 들어가고 싶지가 않아졌다. 그가 중얼거렸다. “그래도 들어가 봐야겠지.” 제국의 수도 바전트 성문 밖은 다채로운 신분과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로 북새통으로 이루고 있었다. 마땅히 통제할 만한 사람이 없었던 탓에 그들은 소란의 극치가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하도 많은 사람이 소리를 질러대는 통에 무슨 소리를 하는지 말하는 자신조차 모를 지경이었고, 워낙 좁은 지역에 많은 사람들이 부대끼다보니 몸싸움은 곧장 주먹다짐으로 발전하기 일쑤였다. 급기야 소동이 심해지자 폭동의 조짐마저 엿보였다. 그들 사이사이에 드워프 일행을 따라다니던 자들이 섞여 들었다. 쿠이는 멀찍이 떨어져 그 소동을 구경했다. 그는 자신을 들어가지 못하게 한 동료(그는 헤인워프 이하 인간들을 동료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들의 배신행위에 대해서 아직도 꽁해 있었다. 에푸는 안으로 들어가게 해달라고 소란을 피우는 군중들을 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영주님, 하늘로 솟구친 그게 마왕이었을까요?” “난 못 봤어.” 그때 그는 개미들이 지나가는 것을 구경하느라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아무것도 바지 못했었다. “마왕을 막아야 한다고 동분서주했으니 마왕이 맞겠지.” 심드렁한 대답이었다. 역사의 현장에 동참할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이 매사에 의욕을 떨어뜨린 것 같았다. 에푸는 고개를 저었다. “저 사람들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뭐가?” “저들이 기를 쓰고 안으로 들어가려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마왕이 강림했으면 도망쳐야 정상 아닙니까? 왜 죽을 길을 찾아들어가려는 거죠?” “용사들을 믿는 거겠지. 마왕을 처단할 용사들을.” 새삼 화가 솟구쳤다. 자신도 분명 그 용사대의 일원일진대, 다른 어중이떠중이와 똑같은 대우를 받아야 하다니! “말이 안 되잖아!” 그는 콧김을 불어대며 서성거렸다. 애꿎은 돌멩이가 차이고 풀이 짓이겨졌다. 그때 누군가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에푸가 그를 막아서며 날카롭게 소리쳤다. “누구냐?” 대머리에 남은 몇 가닥 머리카락 애처로워 보이는 사내, 그는 아비아난이었다. “전 아비아난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쿠이 경이시죠?” 아비아난은 고개를 빼 에푸 너머의 쿠이를 쳐다보며 외쳤다. “맞네.” 쿠이는 거만한 손짓으로 에푸를 물리친 후, 그를 불렀다. “나를 어찌 아는가?” 아비아난은 종종걸음으로 다가갔다. 정각을 뒤쫓던 무리들 틈에 섞여 여기까지 왔는데, 쿠이를 모를 리가 없었다. “노래에도 등장하는 위대한 용사 쿠이 경을 어찌 모르겠습니까?” 쿠이의 입가에 흐뭇한 웃음이 피어올랐다. 엔리오가 지어서 부른 그 노래는 정각이 유명해질수록 빠르게 퍼져나가 요즘은 거의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 덕에 그는 대륙의 기사들 20판이 나오면 자신에 대한 서술이 바꾸어질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어서 개정판이 나왔으면 좋겠군.’ 그는 거만하게 말했다. “무슨 용건으로 나를 찿아왔는가?” “용사께서는 어찌 여기에 있습니까?” 아비아난은 분개해 소리쳤다. “안에 들어가셔서 마왕을 처치해야할 어른께서 어찌 거친 황야에 홀로 서서 고독을 고 계시냔 말입니다.” 아비아난의 격앙된 감정은 쉽게 쿠이에게 옮겨갔다. 쿠이도 내내 분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피가 끓어오르는 것 같았다. “말도 안 되는 일이지.” 쿠이가 동감을 표하자 에푸는 고개를 흔들었다. 저런 뻔한 감언이설에 넘어가 동조하고 있는 그가 한심스러웠다. 에푸는 근심스런 눈길로 아비아난을 살폈다. ‘무슨 속셈으로 접근한 걸까?’ 심히 걱정스러웠다. 아비아난이 말했다. “마왕이 튀어나온 지금, 용사께서 이러고 계셔서는 안 됩니다.” “그러게 말이다.” 쿠이가 동조하자 에푸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비분강개한 척 연기하는 것이 분명하거늘, 저것을 알아바지 못하고 넘어가 장단을 맞추다니! ‘그동안의 고생으로 좀 변했나 했더니 여전하구만.’ 사람 성격이란 참 변하지 않는 것이구나! 그가 그런 생각을 여툴 때 아비아난이 빽 고함을 질렀다. “이러고 계실 것이 아니라 안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그래야지.” 맞장구를 치던 쿠이는 금방 시무룩해졌다. “하지만 방법이 없어. 정각처럼 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 ?" 정각이 언급되자 아비아난은 볼을 실룩거렸다. ‘내 마누라를 뺏어간 나쁜 놈!’ 그는 억지로 얼굴을 펴며 살랑거렸다. “문을 열면 됩니다.” “어떻게?” 그는 성문 밑의 군중을 가리켰다. “대충 보기에도 100은 넘겠죠?” “글세, 내 눈에는 200만으로 보이는데...... 그런데 그게 무슨 상관이지?” “물방울도 뭉치면 강물이 됩니다.” 마왕과 싸우다(1) 괴물이 유리창을 뚫고 나가면서 천장에 어마어마한 구멍을 뚫어 놓았다. 그럼에도 신전 안은 여전히 어둡기 짝이 없었다. 구름이 하늘을 완전히 뒤덮어버린 탓이다. 기사들이 횃대에 불을 붙였다. 처음 그들이 횃대를 들고 다니는 것을 보았을 때는 대낮에 왜 횃불을 준비하는지 어리둥절했었다. 그런데 이제 보니 선견지명이 있었던 셈이다. 괴물은 핏빛 막에 휩싸여 미동도 하지 않았다. 커다란,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효과는 전무하다시피 했다. 괴물은 움찔하는 시늉도 하지 않았다. “나 같으면 수고하는 마법사들이 애처로워서 아픈 척이라도 하겠다.” 헤인워프가 말했다. “정말?” “말이 그렇다는 거죠.” “근데 저 괴물은 왜 가만히 있는 거냐? 사람 불안 하게끔.” “그러게요...... 어!” 정각이 놀란 소리를 내자 가슴이 철렁했다. 헤인워프는 빨라지는 맥박을 느끼며 얼릉 물었다. “왜?” “크기가 작아졌어요.” “작아져?” 괴물이 순식간에 천장을 뚫고 올라가는 바람에 헤인워프는 자세히 바지 못했다. 그래서 그것의 원래 크기를 몰랐다. 하지만 정각은 중원에서도 보았고, 구멍 속에서 꿈틀거리는 것도 보았으며 튀어나왔을 때도 유심히 보았다. 그때그때 크기가 달랐는데 지그 보이는 것이 가장 작았다. 정각이 말했다. “예, 작아졌어요.” “어째 불안하다.” “저도 그래요.” “꼭 번데기 같아요.” 스에인이 오랜만에 입을 열었다. 콘타건이 부러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는지 안색이 핼쑥하다. 콘타건이 불러일으킨 현상이 너무도 엽기적이라 없애버리라는 것이 당연했다는 생각도 잠시 했지만, 오랫동안 엘프의 보물로 여기던 것이라 착잡함을 떨쳐버리기 힘들었다. 특히, 연인이 직접 손으로 분질러버려서 충격이 오래가는 것 같았다. 정각이 말했다. “정말 그러네.” 괴물은 몸을 동그렇게 말고 앉아 있어서 꼭 번데기처럼 보였다. 애벌레가 번데기에서 탈피해 성충이 되면 급변하는 법이다. ‘아마 이것도 그렇겠지.’ 거기까지 생각한 정각은 기겁해 달려 나갔다. 괴물이 변태하면 아주 무섭게 변할 가능성이 농후했다. 결국 마법사들에게 맡겨놓고 이렇듯 손을 놓고 있을 상황이 아닌 것이다. 그가 달려 나가자 용기를 얻은 샤롤이 뛰쳐나가고 제국의 근위기사들이 돌격했다. 정각은 그들을 돌아보며 생각했다. ‘여제를 구하겠다는 속셈이로군.’ 과연 저 안에 여제가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칼슨의 짐작대로 먹어버린 게 아닐까?’ 변태하자면 영양분이 필요할 테니깐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차라리 먹혀버리는 게 편할지도.’ 훗일을 생각하면 그게 나을지도 몰랐다. 여제나 그나 나중에 책임을 추궁당하는 골치 아픈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니지, 여제 입장에서는 책임 추궁을 당하는 것이 죽는 것보다는 훨씬 낫겠군. 생명은 누구에게나 소중한 법인데, 너무 이기적인 생각을 했어.’ 그는 양손을 모아 부드럽게 밀어냈다. 금빛 찬란한 원반이 생겨나 집채보다 더 큰 번데기를 향해 날아갔다. 펏 직선으로 쏘아진 절원강이 핏빛의 막을 때렸다. 막은 기름을 칠해놓은 것처럼 미끄러웠다. 그 바람에 절원강은 막에 흠집을 내며 천천히 미끄러져나갔다. 정각은 여전히 달려 나가며 손을 당기는 시늉을 했다. 순간 길게 미끄러지던 절원강이 도로 돌아와 그의 손에 들렀다. 막에 당도한 그는 절원강을 손바닥 위에 가볍게 띄웠다. 윙윙 소름끼치는 소리를 내며 절원강이 회전을 시작했다. 정각은 그것을 막에 갖다댔다. 막은 질겼다. 절원강이 맹렬히 회전하면서 파고드는 데도 쉽게 속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회전하는 속도가 더욱 빨라지자 질긴 막도 버텨내지 못했다. 막이 조금씩 베어져 벌어졌다. 웬만큼 두껍지 않다면 조만간 안이 드러나리라! 피처럼 보이는 액체가 벌어진 틈 밖으로 흘러나왔다. 그 액체에서는 시큼한 냄새가 났는 데, 오랜 악의(惡意)가 천년만년 고여 부패한 듯한 검은색을 띠고 있었다. 게다가 독성까지 있는 듯 바닥에 떨어지자 치익 하는 함께 연기가 피어났다. 강철도 부식시킬 수 있을 듯했다 그사이에도 머리 위에서는 계속 마법이 작렬하면서 시끄러웠다. 정각이 가일층 내력을 돋워 한참 열을 올리고 있을 때 근위기사들이 당도했다. 그들은 달려들던 기세를 실어 검을 힘껏 찔러 넣었다. “으아아악!” 근위기사들이 비명을 내지르며 비틀거렸다. 막의 탄력에 손목이 접질린 듯했다. 절원강으로도 겨우 잘라 낼 수 있을 정도인데, 기사들의 검이 들어갈리 없었다. “그만두세요.” 정각은 점잖게 충고했다. 그러나 기사들은 그만둘 수가 없었다. 안에 주군이 잡혀 있을지도 모르고 그게 아니라 해도 괴물이 해친 게 분명하니, 복수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들은 양손으로 검을 잡고 막을 베어갔다. 베일 턱이 없었다. 그래도 그들은 열과 성을 다해 비저버스를 날리고 검 끝으로 찔러대기를 멈추지 않았다. 네리하는 정각과 괴물을 번갈아 노려보며 잠시 고민에 빠졌다. 구멍 속에서 마왕으로 의심되는 괴물체가 튀어나왔을 때는 그도 크게 당황했다. 하지만 그것이 번데기처럼 변한 후 가만히 있는 것을 보니, 그다지 위험해보이지 않았다. 아니, 위험하게는 보였다. 그러나 정각과 비교하면 덜 위험한 것 같았다. 보고서가 쌓일 때마다 커져가던 정각에 대한 두려움은 지금 절정에 달해 있었다. 보라! 그와 니반, 로메인이 공격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그들과 비교해도 크게 손색이 없는 마스터들이 공격에 가담했는데도 번데기는 부서지지않았다. 오로지 정각의 손길에 따라 조정되는 저 금빛 찬란한 원반만이 그것을 착실하게 훼손시켜나가고 있었다. ‘뒤에서 정각을 공격하면 어떻게 될까?’ 순간 지팡이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니반은 그와 생각이 달랐다. 세컨드 웨이브의 마스터 다섯이 공격을 하는데도 끄덕 없는 저 괴물이 정각보다 더 섬뜩했다. 무시무시한 정각의 공격도 피해를 입히지 못하고 있어서 더 그랬다. ‘정각보다는 저걸 먼저 해치워야 한다.’ 그가 나서기 전에 변화가 생겼다. 각국의 기사들이 돌진한 것이다. 그와 함께 자연스럽게 공격부위가 나뉘어졌다. 예컨대 팔이 닿을 수 없는 지점은 마법사들이 공격하고, 그 아래는 기사들이 공략하는 식이었다. 괴물이 크긴 해도 수백의 기사가 공격할 수 있을 만큼 크지는 않았다. 하여 그들은 교대로 검을 휘두르고 창을 찔러 넣었다. 상처가 벌어질수록 체액은 많이 흘러나왔다. 어느덧 정각의 발치가 질척해졌다. 그걸 밟았던 기사의 신발이 녹는 것을 본 기사들은 더 이상 그의 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거치적거리지 않아서 정각도 그게 편했다. 절원강은 계속 회전시켜 밀어 넣자 어느 순간 손에 헛헛한 감각이 느껴졌다. 드디어 번데기를 잘라낸 것이다. ‘무슨 두께가 일 미터나 되냐?’ 정각은 심호흡을 하며 이제는 크기가 절반으로 줄어든 절원강을 벌어진 틈 사이로 날려보냈다. “크아악!” 벌어진 틈 사이에서 괴성이 흘러나왔다. 동시에 절원강이 박히는 감각이 생생하게 전해졌다. 정각은 실망했다. 절원강이 괴물의 몸에 박힌 것이 아니라 상처를 입히고 지나가 반대편 번데기 안 쪽에 박힌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상처를 입혔지만 치명타는 아니다.’ 그저 피부를 상하게 하는 정도에 그친 듯했다. 정각은 일단 호신강기를 끄어올려 몸을 보호했다. 그리고 손을 구멍 속으로 깊숙이 집어넣었다. 번데기의 끝이 만져졌다. 손을 호신강기가 둘러싸고 있었기 때문에 감각이 정상적이지 않았다. 그러나 안쪽 표면이 우툴두툴하고 수많은 실들로 연결되어 있는 것은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는 손을 휘저어 마구 실을 끊었다. 그리고 손바닥을 활짝 펼쳤다. 그의 장심에서 노란 기운이 뿜어져 나와 호신강기를 거쳐 손 밖으로 튀어나갔다. 주먹만한 강환이 나오는 즉시 탄환처럼 쏘아졌다. 이번 것은 꽤나 묵직한 느낌이 왔다. 분명 괴물의 신체 일부에 박혔다. “좋었어!” 그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잘하면 쉽게 없앨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는 다시 주먹을 폈다. 작은 강환 삼십 발이 번데기 안에 생성되었다. 그것을 막 쏘려는 찰나, 뒷골에서 위헌신호가 척추를 타고 내달렸다. 정각은 온힘을 다해 강환포를 밀어내며 그 반작용으로 몸을 뒤로 뽑아냈다. 그리고 외쳤다. “피해!” 오랫동안 그와 동행했던 시림들은 갑작스런 그의 경고성에 화들짝 놀랐다. 이토록 다급하게 소리친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가 얼마나 다급했으면 저렇듯 소리를 질렀을까? 그들은 반사적으로 돌아서 벽 쪽으로 뛰었다. 그러나 기사들과 마법사들은 아니었다. 그 중 정각과 싸워본 적이 있었던 세컨드 웨이브의 마법사들만이 기겁해 물러섰다. 파아앙 가죽 북 터지는 소리가 나며 번데기가 터져나갔다. 소고기 살점 같은 번데기 잔해가 사방으로 튀었고, 그보다 먼 곳까지 코를 마비시키는 썩은 내를 풍기며 체액이 튀었다. 악기(惡氣)의 정수를 뽑아낸 듯한 그 체액이 기사와 마법사들을 덮쳤다. “으아악!” 비명소리가 신전 안을 가득 메우다 못해 무너진 천장을 통해 멀리멀리 퍼져나갔다. 살이 타는 냄새가 체액의 악취와 뒤섞여 도저히 참지 못할 구토증상을 유발시켰다. 에스텔라는 목불인견의 참상에 고개를 숙이고 구역질을 해댔다. 기사와 마법사들의 갑옷, 혹은 옷 밖으로 드러난 살은 약체에 닿는 족족 물집과 고름이 잡히더니 이내 썩어 들어갔다. 마치 심한 화상을 입은 것 같기도 했다. 아직 정신과 능력이 있는 자들은 정화 마법을 걸기도 했지만, 입은 피해가 워낙 커서 목숨을 건지기는 힘들 것 같았다. 살더라도 평생 불구 신세를 면치 못할 게 뻔했다. 썩어 들어가는 곳을 절단해야할 테니까. 게다가 그들을 살리려면 지금 당장 치료를 해야 하는데 그럴 여유가 없었다. 퍽 괴물이 아직 몸에 붙은 고치의 잔해를 털어내고 크게 한 걸음 내딛었다. 그 발밑에 깔린 어느 기사의 머리가 투구 째 우그러들었다. “으헉!” 경악에 찬 신음소리가 살아남은 자들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히스테릭한 비명소리가 뒤섞여 들려왔다. 정각은 그 소리를 듣고 미간을 찌푸렸다. ‘이건 생각보다 더 지독하군.’ 늘어지게 기지개를 켠 괴물이 분노에 찬 눈을 정각에게 돌렸다. 괴물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두 개의 뿔은 작아져 머리 중앙으로 이동했고, 체구도 십 미터 남짓으로 작아졌다. 가장 놀라운 점은 사람과 비슷한 체형으로 변했다는 사실이었다. 오관이 뚜렷했고 팔다리도 인간과 흡사했다. 단지 두꺼운 꼬리가 길게 이어져 마치 기둥처럼 바닥을 디디고 있는 것과 날카로운 손톱발톱이 달려 있다는 것과 삐죽삐죽한 가시가 뒷목에서 시작해 등을 거쳐 꼬리까지 이어져 있다는 것이 다를 뿐이었다. 괴물이 비웃는 것처럼 씨익 웃었다. 넌 이제 죽었어! 그렇게 선언하는 것 같았다. ‘다른 게 또 있군.“ 웃으면서 드러난 이빨이 상어 이빨처럼 날카로워 보였다. 정각은 애써 외면하고 있던 괴물의 가슴 쪽 시선을 이동시켰다. 가장 다른 것은 가슴과 배였다. 이것은 너무 엽기적이라 슬쩍 보는 것만으로도 속이 메슥거렸다. 고통에 찬 비명을 제외한 일체의 비명은 그것 때문이었다. 괴물의 가슴, 그 한복판에 여제의 얼굴이 박혀 있었다. 목과 상체의 일부도 밖으로 조금 튀어나와 마치 부조(浮彫)처럼 보였다. 배 아래는 완전이 괴물 속으로 잠겼는데, 특이하게도 발은 밖으로 삐죽이 나와 있었다. 괴물 배에서 튀어나와 꿈틀거리는 그녀의 발은 솜털이 곤두서는 으스스함을 자아냈다. “맨발이라 보기가 그렇군 .” 정각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의뭉을 떨며 도움이 될 만한 자들이 누가 있을까 곁눈질을 했다. 일단 삼대 마법사들은 건재했다. 다른 이들과 좀 떨어져 있었던 데다, 즉시 실드를 쳐 체약과 살점을 뒤집어쓰는 사태도 면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마스터급에 속하는 자들도 대다수는 건재했다. 그 이외에 싸울 수 있는 자는 스무 명 남짓 되는 마법사들과 기사 서른 정도가 전부였다. 결국 거의 몰살이라 할 만한 피해를 입은 것이다. 정각은 등 뒤로 돌린 손을 까딱거려 같이 공격하자는 신호를 보내며 앞으로 걸어 나갔다. “부상을 입었군.” 정각은 괴물 옆구리에 그어진 긴 혈선과 허벅지에 난 깊은 구멍을 가리키며 이죽거렸다.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괴물이 말을 했다. ‘오늘 여러 번 놀라는군.’ “뭐야, 말도 하잖아!” “내가 말을 못하는 머저리로 보였나?” “알면서 왜 물어? 넌 뱀처럼 기어 다닐 때가 가장 똑똑해 보였어.” 괴물은 정각의 빈정거림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여유로운 몸짓에서 절대 강자의 여우가 묻어났다. 네리하가 말했다. “당신은 마왕입니까?” “나는 마왕 따위가 아니다. 나는 신의 아들이다.” 정각은 배를 잡고 웃었다. “하하하하.” 너무 웃겨서 참을 수가 없었다. “참말로 가지가지 한다.” 정각은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렸다. “내가 들은 헛소리 중에서 단연 최고다.” 순간 괴물의 꼬리가 바닥을 쓸었다. 천장에서 쏟아져 내린 잔해가 튀어 오르며 부옇게 먼지가 일었다. 정각은 내력을 바짝 끌어올렸다. 하는 짓을 보니 크게 분노한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짐작이 옳았다. 괴물의 꼬리가 바닥을 치는 순간, 괴물이 번개처럼 튀어 나왔다. 한데 그 속도가 절정고수보다도 빨랐다. 최소한 신이주이십이성의 수준에 육박하는 듯했다. 정각은 얼른 비켜서며 손가락을 튕겼다. 두 가락 지력이 괴물의 눈동자로 날아갔다. 괴물은 팔을 들어 팔뚝으로 받았다. 탁탁 황금지는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못했다. “겨우 이 정도냐?” 자신만만하게 소리치던 그가 갑자기 신경질적으로 발을 굴렀다. 빠른 속도로 바닥을 기어간 추혼선강이 그의 종아리를 감아버린 것이다. 정각은 밧줄을 걸어 당기듯 추혼선강을 힘껏 잡아당겼다. 그러자 괴물은 발을 바닥에 막아 넣고 끌려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팽팽한 힘겨루기가 시작되었다. 힘은 괴물이 좋았지만 상황은 그가 천일의약속12회했다. 추혼 선강이 종아리를 파고들었기 때문이다.종아리에 푸른 줄이 새기더니 붉은 줄로 변해갔다. 이윽고 피가 터졌는데, 번데기에서 흘러나온 것처럼 그것 역사 거무스름한 색을 띠었다. 몸을 비틀거리던 괴물은 다른 발로 추혼선강을 밟아 짓눌렀다. 발을 비비며 다른 발을 힘껏 당겼다. 순간 강기의 줄이 뚝 끊어졌다. 그때, 하얗게 발광하는 기다란 창이 괴물의 등판을 작렬했다. 퍽 도시에 눈부신 빛을 발하며 사라졌다. 니반이 시전한 마법이 상당한 통증을 유발한 것 같았다. 괴물은 니반을 노려보았다. 정각 다음은 너라고 위협하는 것 같았다. 정각이 말했다. “확실히 몸이 좋은 것 같군.” “무슨 뜻이지?” “싸워보니까 옛날 피부가 더 질긴 것 같아서.” “그렇게 보이나?” 말이 끝나는 순간, 정각은 몸을 날렸다. 그가 있던 자리가 움푹 파였다. 마치 무영장(無影掌)에 공격당한 것 같았다. 정각은 괴물의 뜻을 이해했다. 아마도 피부가 약해진 대신 마법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리라. 곰곰이 생각해보면 피부도 그리 약해진 게 아니었다. 전에는 이마를 집중적으로 공격했었는데 이마는 지독히 단단했던 반면, 목 같은 곳은 예전에도 상당히 약했었다. ‘목을 공격해야겠군’ 오십 개의 강환이 허공에 생겨났다. 그리고 즉시 바람에 흩날리는 가랑비처럼 괴물에게로 날아갔다. 순간 괴물의 신형이 흐릿해지더니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마치 이형환위를 펼치는 것 같았다. 괴물이 있던 자리를 지나친 간환들은 한데 뭉쳐졌다가 삽시간에 쪼개져 괴물이 새로 나타난 곳으로 날아갔다. 로메인이 경악해 소리쳤다. “순간이동!” 정각의 몸이 미끄러지듯 이동했다. 거의 동시에 그가 있던 자리에 괴물이 나타나 주먹을 휘둘렀다. 강환이 다시 방향을 틀어 괴물을 덮쳤다. 괴물의 신형이 또다시 사라졌다. 그순간, 정각의 신형도 흐릿해지더니 십 미터 옆으로 이동했다. 진짜 이형환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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