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출산 후 스키장 복귀 가능 시점에 대해 묻는 글을 보며
남자이자 남편인 제게 출산이라는 과정이 여자의 몸에 어떻게까지 부담이 되는지를 귀가 따갑게 설파한 아내의 영향일까요?
보더는 자나깨나 보드 생각이구나 싶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몸에 부담이 될지도 모를 스키장 복귀를 진심으로 응원하고 빠른 회복을 빌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합니다.
이는 비단 제가 특이해서 그런게 아니라 우리 커뮤니티를 이용하는 모든 유저가 한 마음이겠지요?
여기선 이렇게 지극히 일반적인 마음이 보드를 즐기지 않는 이들의 시선에선 무슨 병리적 현상인 듯 이상하게 보이는가 봅니다.
네.. 그렇습니다. 제 아내는 저를 보드에 미친 사람쯤으로 봅니다. ㅠ
한때는 제게 이렇게 재미있는 취미생활을 아내가 재미없어 할 리가 없다는 신념을 가지고 아내에게 아픔 없는 재미를 선사하고자 부단히도 노력한 바 있었습니다.
그렇게 아내의 눈엔 환자인 제가 아내도 같은 병을 앓길 바라며 감염시키고자 애를 쓰던 시기에 아내와 심야 스키장에 방문한 어느날이었습니다.
리프트 대기줄 옆에서 앳된 부부 보더가100일은 지났을까 싶은 아기를 추위로부터 지키기 위해 꽁꽁 싸매 태운 유모차 지키기를 교대하며 리프트에 몸을 싣더군요.
이를 나란히 지켜보던 우리 부부는 각자 이렇게 바라봤습니다.
나 : 얼마나 타고 싶었으면 저렇게해서라도 나왔을까?
아내 : 얼마나 타고 싶길래 저렇게까지 해서 나왔어야 했을까?
올해로 아내와 결혼한지 12년차...
아내를 보드에 입문시키고자 노력했던 그 시기에 아내에게 가장 좋은 추억은 추위에 떨다가 돌아올 때 먹었던 뜨끈한 뼈해장국이 전부입니다.
그리고 저는 매 시즌이면 갖은 집안일과 아양을 반복하며 스키장을 구걸하지요.
평상시에는 비보더인 행색을 하며 철저히 보더 정체성을 숨기려 노력하고요. (물론, 폭설이 내리면 광견마냥 흥분하고 쳐오르는 심박수를 주체 못 합니다만...)
그렇게 제 나름대로는 무척이나 자제하지만 어쩔 수 없이 튀어나오는 숨은 진심이 엿보이면 아내는 질색팔색합니다.
가끔 생각합니다. 결혼해서 배우자를 감염시킬 수 있을 거라는 오만을 버리고 동병상련이 가능한 사람을 만났더라면 하는 발칙한 상상 말입니다.
하긴 이 또한 12년이라는 세월이 쌓여 깨달은 것일 뿐 불같은 연애를 했던 과거로 되돌아가면 다시 그 오만을 반복하겠지만요.
그래서 혹여라도 아직 미혼인 분들께 제안합니다.
보더는 보더를 만나야 시즌이 행복합니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