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연재를 쓰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래도 내 스스로의 약속이니, 오늘은 정보중심의 이야기에서 벗어나 재미난 이야기를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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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슬러에는 일본인이 참 많다.
한국인은 거의 일본인 취급을 받는다.
위슬러에 처음 도착하던 날,,
저녁 6시가 되어서야, 숙소의 매니저인 서민호씨와 그 집을 소개해준 천리안보드동 후배가 위슬러 빌리지 정류장에
마중을 나왔다.
집으로 가서, 방값 계산하고, 대충 집 풀어놓고, 라면하나 끓여먹고 쉬고 있었다.
그 집에는 3명을 제외하곤 모두 일본인 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그때도 일본어는 단 한자도 알지 못했다.
그런던 차에,
천랸 후배가 일본애랑 빌리지에 가서 맥주나 한잔 하자고 한다. 처음 빌리지를 올라갔다.
선선한 까페에서 한가롭게 맥주를 마시다가, 2차로 바에서 당구를 치고 했다.
화려한 나의 쿳대가 돌아가고 있을때, 저기서 술취한 한 캐내디언 여인네가 뚜벅뚜벅 걸어오더니,
혀짧은 일본말로 뭐라뭐라한다. 그것두 못 알아먹을때 난 당당히 한국인임을 밝혔다.
같이 당구를 쳤다. 지지배가 워낙 사교성이 뛰어난 탓에 금새 친해졌다.
당구를 치다가, 고 뇬이 묻는거다.
"dropping next~" 가 영어로 뭐라는 거다.
(참고로 위슬러 하프파이프에선 dropping을 할땐, 항상 dropping next 라고 외친다.)
우씨.. 난 한국사람이라니까.. 한마디 했더니, 머리를 긁적인다. 그 옆에 있던 일본아이가 대답을 해주었다.
그 여자애 말은 하프파이프에 하도 일본애들이 많아서 그정도는 일본어로 쓸줄알아야 잼있을거 같다는 것이다.
그만큼 일본애들이 무척이나 많다는 이야기다...
참, 그때 나는 오기가 발동했다..
그래서, 한국말로는 알고 싶지 않냐고 했고, 난 dropping next 를 한국말로 가르쳣다.
"다음은 나야~~"
위슬러에 일본인은 몇가지 부류로 나뉜다.
1. 어학연수를 하러 와서, 이곳에 일자리를 얻으로 온 학생부류
일본애들은 캐나다에 올때 거의 working holiday visa를 받아서 온다.
우리나라의 경우, 100장 정도받게 안되는 이 비자가 일본애들한텐 1,000장이 넘게 나온다.
하여, 일본애들은 캐나다 어디에서라도 캐쥬얼한 일자리를 구할수있다.
이들은 벤쿠버나 빅토리아아일랜드등지에서 6개월 정도 어학연수를 마치고, 9월경부터 위슬러로 모여든다.
일본애들과 이야기해본 결과, 일본 학생들 사이에선 위슬러에 오는것이 일종의 붐인거 같다.
이곳에와서 영어도 배우고, 돈도벌고.. 하면,, 그 애들사이에선 알아주는 모양이다.
위슬러엔 일본인 관광객이 1년에 10만명이 넘게 온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스시집등 일본인을 상대로 한 레스토랑들이 많다.
이곳에선, 접시닦이, 웨이타, 웨이츄레스 등등이 필요한건 당연하다.
위슬러에는 호텔, lodge등에서도 일본 애들을 필요로 하는데, 이들이 하는 일은, 청소, 좀 영어가 되면,
호텔 안에 선물가게에서 일을 한다. 좋은 호텔의 경우는 시즌패스를 제공한다.
또하나, 이들이 노리는 일자리는 바로,
위슬러, 블랙콤의 위락시설 알바다. 9월 경, 위슬러 홈페이지에선 알바직원을 뽑는 공지가 나가고 워킹비자를 가진 일본애들이
대거 신청을 한다.
전체 위슬러, 블랙콤 알바직원이 500명이 넘는데 3/1이 일본애들로 채워진다.
이들은 위슬러,블랙콤의 식당에서 안내/서빙/접시닦이등을 하고, 영어가 좀 되는 애들은 리프트 안내요원등을 한다.
이들은 월급은 물론,, 숙소 제공, 시즌패스까지 받는다.
1주일에 5일을 일하고 2일을 쉬는데, 쉬는 날엔 시즌패스로 보딩이나 스킹을 즐긴다.
그야말로 1석2조인 이 알바는 워킹비자가 없는 한국인에겐 그저 그림의 떡일 뿐이다.. (이것이 국력의 차이일까..)
뒤에서 이야기하겠지만,
죽어라 보드를 타는 애들은 절대 위슬러 위락시설 알바를 하지 않는다. 왜냐면 주 5일 근무니까..
이애들은 오히려, 스시바에서 저녁에 접시를 닦는다. 아침과 점심엔 죽어라 보드를 타고 저녁에 식당에서 접시를 닦는거다.
정말 독하게 보딩을 하는 놈들은 1주일에 7일을 보딩을 하면서도 7일내내 접시를 닦는다.
11월 18일 경 개장하는 위슬러는
개장 2일전 저녁에 위슬러 정상에서 알바애들을 모아놓고 파티를 한다.
그들만을 위해 저녁 10시경 곤도라를 운행하는데, 마침 그날 나는 저녁늦게 산책을 나왔다가 이 광경을 목격했다.
그때 그 파티를 가던 일본애덜이 얼마나 부럽던지...
여기서 한가지,,
위슬러에 장기간 가려는 25세 이하 대딩들은 꼭 워킹비자를 받아서 가라고 추천하고 싶다.
돈 벌면서 보딩을 하는 기쁨이 얼마나 크겠는가..
2. 프로에 입문하려는 열헐 보더들
일본은 1월 부터 프로에 입문할 수 있는 각종 테스트들이 열린다고 한다.
그런데 일본 보드장 역시 한국과 비슷해서 하프파이프는 12월 중순이 넘어서야 연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11월 18일 개장과 동시에 오픈하는 블랙콤의 하프파이프는 이들의 몫이다.
이들은 10월 부터, 이곳에 와서 시즌을 준비하는데 오픈과 동시에 하프파이프 만을 위해 산을 오른다.
실지로 11월 18일 8시 오픈 시, 나는 8시 30분에 블랙콤을 올랐다.
그때 이미, 리프트 밑으로 내려다 보이는 하프파이프에는 일본 애들이 득실거렸다.
이들은 미친듯이 하프파이프와 파크에서만 탄다.
그리고 이들은 1월 경 프로 데뷔를 위한 테스트를 향해 일본으로 향한다.
3. 국제대회를 준비하는 프로들
일본의 프로는 우리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버튼 일본 프로가 있고, 포럼 일본 프로가 있을 정도이니
일본의 보더들은 이미 우리와 겜이 안되는 정도이다.
각종 국제대회를 준비코저 위슬러에 오는 이들은 위슬러에 있는 보더들 가운데서도 무척 대우를 받는다.
이들이 하프에 한번 뜨면 일본 애들은 밑에서 진지하게 구경을 하고, 서로 박수를 보낸다.
포럼 일본 대표 프로인 리오를 1월에 보았다. 그 녀석의 카리스마란 대단했다.
droppoing 하자마자 빽플립 돌리더니 계속 6번 연속으로 빽플립과 로데오 만 돌리면서 끝까지 내려가는데
진짜, 부럽더라..
참, 일본 프로중에서 샵 프로와 브랜드 프로를 비교하는 방법이 있는데,
1월경에 다음년도 프로모델을 타는 일본애들은 바로 진정한 의미의 브랜드 프로다.
(그런 면에서라면 한국의 프로는??? 글쎄)
4. 무작정 보딩 파 일본 애들
나처럼 무작정 보딩을 즐기러 온 애들이 있다.
이들은 매일 보딩을 즐긴다.
일본애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통해, 몇가지 일본애들의 보딩을 분석해 보면,
# 연구파 보더들..
우리집에는 일본 SESSION 프로 , 프로에 입문하는 준프로 몇명과 나머지 무작정 보딩파 들이 섞여있었다.
이들은 대부분 라이딩 보다는 에어나 하프파이프에 몰두했는데
재밌는것은 에어와 하프파이프중에서 한가지만 택해서 죽어라 그거만 탄다.
에어도 그냥 에어가 아니고, 늘 나한테 빽플립이 360보다 쉽다는 둥, 이번 여름에 뉴질랜드에서 로데오를 성공했다는 둥
기본적으로 3,4년차 되는 애들이 겁이없다.
그리고 이들은 뜻이 맞는 몇몇씩 몰려다니면서 늘 비디오 카메라를 가지고 다닌다.
1월 중순부터 산에 눈이 쌓이기 시작하면 산의 곳곳에선 이들이 만들어놓은 키카(우리식으로 램프)가 생긴다.
그 키카에서 이들은 죽어라 하루에 한가지씩만 연습한다,
어떤 놈은 로데오만, 어떤놈은 360만 어떤놈은 빽플립만,, 이런식이다.
그리고는 저녁에는 꼭 그들끼리 토론회를 갖는다. 시끌벅적하게 몰려앉아서, 분석을 한다.
분석을 할때에는 그림판이나 무슨 인형같은 것을 갖다놓고 지들끼리 움직여보면서 서로의 자세를 교정시켜준다.
하루는 이 놈들이 지빙을 하는 날이었나 보다. 저녁에 비디오를 보는데 신기한건
아침엔 베이직 지빙만 하던 놈이 비디오 끝날때쯤엔 꼭 180정도는 성공한다..
정말 연구파 보더들이다.
이렇게 하루하루씩 무언가를 연마하는 이들은 가끔씩 부상을 입는데, 부상을 입으면 편안하게 불평없이 3,4일 쉰다.
매일 잠만 자는 놈, 겜만 하는 놈, 만화책만 보는 놈, 별놈이 다있다..
진짜 연구파 이면서도 낙천적인 놈들이다.
# 겸손파 보더들..
이들은 참으로 겸손하다.
하루는 곤도라에 나하고 일본애 딱 둘이만 있었다. 한 20분을 타고 올라가는 탓에 지루한 나머지 그애한테 말을 걸었다.
일본 더브 프로란다. 나이가 꽤 있어 보이는데 옛날에는 하프파이프 대회를 나가곤 했는데 지금은 나이를 먹어
보드크로스대회를 준비한단다. 한참 보드이야기를 하면서 올라가는데, 보드 잘 타냐니까, 아니라면서 아직 멀었단다.
꼭대기에 올라가 그 놈을 따라갈 요량으로 스트랩을 조이는데, 벌써 내눈앞에 사라졌고, 한 100미터쯤 내려갔을때
이미 그 놈은 저 밑에 개미처럼 작게 보이는 곳에 다다라 있었다..
참으로 이 놈들은 겸손한 척 하는건지, 원래 그런건지, 잘 타도 잘 타는 티를 내지 않는다.
하프파이프에서 한창 비비적 대면서, 진짜 허접하게 타던때, 우리 방 놈을 만났다.
그놈에서 파이프를 가르쳐 달라니까, 그렇게 잘 가르쳐줄수가 없다. 그놈은 진짜 a,b밖에 영어를 모르는 애라
진짜 나한테 손짓 발짓 다 써가면서 가르쳐 주고, 밑에서 자세를 봐주기 까지 하는데 이놈들은 이렇게 친절하기 까지 하다.
또 이 놈들 중에 그럭저럭 보드를 타는 애들은 꼭 여자친구를 데리고 다니는데,
그 여자친구라는 애들이 주로 집에서는 그 남자친구의 밥을 하루 세끼 꼭 챙겨준다.
개장 전엔 무슨 밥순이 하러 왔는줄 알았다.
개장을 하고서는 아침을 차려주고, 점심으로 샌드위치까지 싸서 빽팩을 준비하는데 그 빽팩 또한 여자애가 들고 다닌다.
12월 경 산에서 그 쌍쌍보더들을 처음 만났는데,
그때 마침 여자애가 나보고 같이 라이딩 하자고 해서, 그러자고 내려가는데 파크로 내려가는게 아닌가..
자세도 좋고, 따라갈만 해서 따라가 봤더니, 갑자기 파크에서 젤 큰 키카앞에 선다. 나를 씩.. 쳐다보더니 같이 에어 뜨잖다..
허걱.. 그 키카는 키카 정점에서 랜딩 존 까지의 높이만 7미터는 족히 되는 비됴에서나 보드 대박 램프다.
바로 비겁해지는 나.. 먼저 가라고 손짓을 하고 뒤에서 쳐다보니, 허걱 속도도 줄이지 않고 베이직을 뛰는데 ,
밥순이가 저럴 줄이야....
그리고 바로 하프에서 다시 만났다.. 이번엔 두번째 어멈..
난 파이프 초입에서 dropping을 하는데 이 여자애, 쭈욱 내려가더니 파이프 중간에서 뚝, 떨어지더니,
빽플립을 팩 돌리는게 아닌가..
난 , 그날, 그 밥순이를 존경하기로 했다.
일본애들은 그렇게 표도 내지 않고 겸손하게 묵묵히 보드를 즐기고 있었다.....
# 마리화나 보더들..
블랙콤 파이프에서 만난 일본애들 입에선 가끔 마리화나 냄새가 난다.. 그 쾌쾌한 풀냄새란..휴
위슬러는 세계적으로 마리화나가 유명하다. 어느 동계올림픽 스키대회에서인가 우승했던 알파인 스키어가 마리화나때문에
실격을 당할 위기에 놓여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당시 마리화나는 마약으로 분류가 되어있지 않아 실격이 되지 않았단다.
그뒤로 위슬러 마리화나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나..
그런데, 그 마리화나를 피면,
세상이 구분동작으로 천천히 보인단다.
심지어 마리화나를 피고, 영어방송을 보면 영어가 술술 들린다고까지 하니..
파이프에서도 마찬가지란다. 마리화나를 피고 파이프에 들어가면, 구분동작으로 파이프를 탈수있다나..
뜬다,, 다리를 접는다, 그랩을 잡는다,, 착지.. 뭐 이런식이겠지..
파이프에서 허접을 떨때, 얼마나 마리화나를 피고 싶었던지.. (정말이지 그 힘으로라도 구분동작을 하고 싶었다니까..)
이들은 정말 마리화나 중독이다.
저녁이 되면, 물통에 마리화나를 뿜어 피우는 거의 heavy smoker가 된다.
이들은 가끔,, 마리화나를 피고 나면, 혀 꼬불아진 소리를 나를 부른다.
"제레미~~ " 어쩌구 하면서 영어를 쓴다..
암튼 우리집 일본애들이 나하고 1시간 이상씩 영어로 대화하는 날은 그 애들이 마리화나 핀날이라고 보면 된다.
# 미친, 파티 보더들..
이들은 정말이지 한번 놀기 시작하면 무슨 정신병 환자처럼 즐긴다.
그리고 대단히 서구화 되는것이 빠르고 서로간에 벽이 없다.
서로 맘에 들면 눈치 보는것 없이 무조건 콜이다.
크리스마스 파티를 위해, 당시 눈이 많이 싸운 집앞의 눈을 이용해 일반 쿼터 파이프의 4/1 수준 파이프를
만들어 집앞에서 파티를 하는데 그걸 만드는 열정도 대단하고,
그 위에서 별짓을 다하더라,, 마지막엔 스트립쇼까지 하는데, 일본 티비에서 보는 온갖 추잡한 짓은 다한다.
때론 무슨 광신도 같은 느낌까지 드는 정도이니..
# 준비 보더들..
우리집에 일본인과 나를 비교했을때 젤 틀린게 있었다면 바로 아침의 행동이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샤워하고 밥 먹고, 샌드위치 만들어서 산에 올라간다.
그러나 이 애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꼭 30분 이상씩 스트레칭을 한다.. 그것도 매우 체계적으로..
그리고 이들은 시즌전부터 운동으로 몸을 다진다.
개장 보름 전 어떤 날 우리방의 어떤 놈은 40키로 나 되는 길을 뛰다 걷다 해서 하루종일 다녀와선 아무일도 없었다는듯이
쓰려져 자는데, 헐.. 정말 혀를 두를 지경이다..
# 예의를 지키는 보더들
물론 내경험을 일반화시키기는 힘들다.
그저 내가 느끼는 수준에서만 이해하면서 읽어달라~~
내가 묶고 있던 집이 전통적으로 일본애들이 많은 이유는 집주인이 일본애들과 한국애들을 동시에 받아본 결과에서 비롯되었다.
일본애들은 뒷탈도 없고, 위태위태하면서도 사고가 없고, 무엇보다 뒷말이 없다고 하는거다.
첨엔 그말이 무척 기분이 나빳지만, 생활을 하다보니 그 애들은 그랬다.
무질서속에 지켜지는 그들만의 질서는 참 대단해 보였다.
물론 속단할 문제는 아니지만, 그럭저럭 나도 일본인 예찬론자가 되고 있었다.
그토록 싫고, 얄밉고 말도 통하지 않던 우리집 일본애들 몇몇은,
내가 위슬러를 떠나던 새벽 5시, 소리없이 잠에서 깨어나 배웅을 해주었다.
일본인 보더들..
그들에게 배울것이 참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