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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여자사람이 스윽 지나가는 말로
"머리를 길러서 귀를 덮어 버리면 참 이쁘겠어요"란 한마디에
조선시대때 셔플댄스를 가미한 현란한 칼춤으로 아낙네의 가슴에 불을 지폈던
망나니처럼 한번 길러보리라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이게 여간 신경쓰이는게 아니였다
어느정도 머리카락이 자라서 내 귀에 맞닿을 즈음
스쳐부는 봄바람에 흩날리던 머리카락은
문득 유난히 마늘을 좋아하던 첫사랑 혜진이의 콧바람만큼이나 내 귀를 간지렵혔다
그 간지러움에
급기야 길을 걷다 혼자 부르르 떨기도 했고
미친사람마냥 혼자 히죽히죽 웃기도 했으니 말이다
머리카락만 기르면 나도 잘생겨질 수 있을꺼라고 굳게 믿던 어느날
길을 걷다 우연히 쇼윈도에 비친 내 모습은
흡사 한달동안 씻지못한 서울역 노숙자의 모습과 닮아있었고
아무런 재제없이 당장이라도 대한적십자사 봉사단체에서 점심한끼 거뜬히 해결할 수 있는 모습이었다
머리가 붕 뜬 상태로 출근을 했다가
퇴근할때즈음 겨우 진정된 머리상태로
집앞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고를 요량으로
옆머리를 조금만 잘라주세요~라고 말을 했는데
금방이라도 세렝게티 초원에서
맨손으로 사자를 때려 잡을것 같은 원주민의 뽀글머리로
빠마를 한 미용실 원장은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옆머리를 조금만 남기고 바짝 잘라주었다
오히려 모히칸스크레치가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모습에
한껏 멋을 낸 김씨 할아버지 빽구두에 똥밟은 표정으로
"으즈므니 그긴 즈르지 믈르그 흐쓸튼드"가 빙의되어
혼잣말로 어벙벙하게 주춤주춤 따졌더니
왠일인지 환한 표정으로 밝게 웃으며
머리통을 한대 톡 때리더니
"원판 불변의 법칙"이라고 딱 짤라 말하는 모습에 큰 깨달음을 얻고는
집에서 라면 끓여먹고 잤음.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