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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고라에서 퍼온글)

 

 

그러고 보니 제가 군생활을 마치고 제대한 지가 벌써 20년도 넘었지만 지금도 그때를 생각

치가 떨리는 마음을 감출 길이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33개월이라는 결코 적지 않은

간 동안 나름대로의 보람찬 일도 많았고 더욱더 강한 남자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계기가

것도 사실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지난 시간을 추억하는 한가한 마음에서 나오는 것일 뿐

시 상황은 그렇게 쉽지 않았습니다.

단 하루라도 맞지 않으면 잠이 안 올 정도로 맞기도 많이 맞아봤고,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극한의 추위에서도 벌거벗고 다니며 조금이라도 엄살을 떠는 이들에겐 가차없는 찬물 세례

가 있던 그때 그 시절.. 명령이라면 똥물도 마다하지 않고 마시고, 몇 날 며칠을 잠도 제대로

안 재우면서 조금이라도 눈꺼플이 처지면 개머리판이 몸을 강타하고, 고참들의 스트레스 해

소 차원에서 샌드백 신세도 마다할 수 없는..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도 어처구니가 없는 그런

시간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렇게 아주 밋밋한 맨바닥에 하는 원산폭격은 눈 감고 잠을(?) 잘 정도였고, 치약뚜껑에 머

리 박기, 반합뚜껑에 머리 박기, 관물대에 발 올리고 머리 박기, 일렬로 머리 박기를 시킨 후

제일 앞 사병을 발로 차 도미노식으로 무너뜨리기, 한강철교 후 그 위를 걸어가기, 10초 안

에 밥 먹기, 하급자에게 상급자 뺨을 때리라고 하기, 성추행 등등은 아주 기본적인 것에 불과

할 정도였으며 당시 얼마나 힘이 들었으면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이름 석 자를 잊지 않고 있

는 이들이 대략 4~5명은 되는 것 같군요. 사회에 나가면 네들은 다 죽었다 라는 군대에 갔다

온 사람들만이 아는 그런 복수심 같은 거 말이죠.

그래서 요즈음 젊은이들이 군대에 가기 싫다, 군대에 가서 고생을 많이 했다 라는 이야기들

을 들을 때면 콧방귀를 팡팡 뀌며 네들이 우리 군대 시절을 알아? 그게 군대냐? 천국이지 라

고 가끔은 비웃었는데.. 심심치 않게 언론을 통해 들리는 소식들을 보며 요즈음도 그러느냐

정말 많이 놀랬던 것 같습니다.

우리 때는 없었던 왕따를 시키는 문제부터.. " 병장은 하느님과 동급이다, 기독교를 왜 믿느

냐. 차라리 나에게 기도를 하라 " 며 성경책에 불을 붙이지를 않나, 성기를 불태우겠다며 전

투복 하의 지퍼 부분에 분무식 살충제(에프킬라)를 뿌린 뒤 불을 붙이기도 하고, 청소를 제

대로 하지 않는다며 주먹과 발로 30~40차례 때려 전치 5주의 '다발성 늑골 골절을 입히기도

하고..

식칼을 이용해 부하의 얼굴에 면도질을 하다 적발되고, 마늘을 2회에 걸쳐 5개씩 먹이기도

하고, 4층 창문으로 올라가게 한 뒤 다리를 흔들도록 강요하고, 귀를 물어뜯고, 멘소래담을

바르고, 1시간 동안 비를 맞게 하고, 2시간 동안 벽을 바라보고 서 있으라 하고, 담배를 피우

는 병사들을 모아 강제로 담배를 먹게 하고, 샤워장에 눕도록 한 뒤 찬물을 뿌리고, 누워서

머리와 다리를 들게 한 뒤 음식을 먹이고, 빨래집게로 코와 아랫 입술을 집어 고통을 주고,

군화 냄새를 강제로 맡도록 하고, 라이터로 화상을 입히고, 마늘과 비누, 음식 찌꺼기 등을

먹이고, 코털 뽑기를 하고.. 등등등

그렇게 옛날이나 지금이나 별로 다를 게 없는 이 군대라는 곳을 보면서 씁쓸한 마음이 들었

으며 제 자식도 나이가 되면 이런 군대를 가야 한다는 우울한 현실이 부모 입장에서 너무도

싫은 것 같습니다. 거기에 지금의 솔직한 심정은.. 당신에게 10억을 줄 테니 그때 그 시절과

같은 군생활을 다시 하겠느냐 묻는다면 절대 안 한다 손사래를 치고 싶고, 한편으로는 그때

나 지금이나 별로 변하지 않은 군대 소식을 들으며 서민 집안에서 너무도 건강한 신체를 갖

고 태어난 제 아들에게 때론 미안(?)한 마음마저 크게 드는데.. 여러분께서는 이런 저의 생각

에 공감하시는지 무척 궁금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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