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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사소한 일 때문에 오래전 쪽지함을 뒤져 보았습니다.

받은 쪽지함이 100 페이지가 넘더군요. ㅋ

"댓글"로 전해져 온 것들을 제외하고도, 받은 쪽지들이 꽤 많은데

한개 두개 읽다 보니 재미도 있고 추억도 스쳐 가고.. ^^

헝그리 게시판이 몇년마다 유실되어서 지나간 글들은 없어졌건만,

10년도 넘은 제 글을 모두 잡아서 갖고 있던 분이 계시더군요. @.@

(이 분은 진정... 나의 스토커.. ㅋ)

그 분께서 보내 주신 내 글중에, 4월 29일에 자게에 썼던 글 한개를

복기해서 올립니다. ㅋ

 

~~~~~~~~~~~~~~~~~~~~~~~~~~~~~~~~~~~~~~~~~~~~~~~

 

제목 : 생일 기념으로 헌혈 한판 때리고서.. ^^

 

*. 핸디폰 알람을 무시한채 늦잠을 자려는데, 난데없는 유선 전화. 아침부터 웬??
'형~ 생일 축하해.' 짜~슥, 혼자 유학생활하니 별걸 다 기억하네. 그래도 기특 ^^.
어제같은 오늘, 하루하루 지나는 일상에서.. 뭐 좀 다른걸 해야 하는데~. 하다가
결국 헌혈을 때렸습니다. 달력에 표시해 놓고 하던 헌혈인데, 몇달을 못했었네요.
이번에도 영락없이 간호사분은 양쪽 팔을 훑어 보고는, "... 많이 하셨군요..."
따끔한 바늘을 느끼며 누워 있자니.. 오래전 기억이 스쳐 갑니다.

 


고등학교 1학년 봄. 문득 TV에서, 공익광고 비슷한 것을 본적이 있다.
교통사고가 일어나는 장면에 이어, 앰뷸런스에 환자가 실려가고.. 병원 응급실..
그러나 의사들이 아무것도 하지 못한채 환자를 바라만 보는 장면. 문제는 바로 피!
대한 적십자사의 헌혈 장려 캠패인이었다.

 

별다른 생각없이 '그저' 헌혈 버스를 찾아 헌혈을 해 봤다. 당시는 320ml 한 종류.
기념으로 주는 볼펜 한자루를 받아 들고 나와서는... 그냥 잊었다.
그로부터 보름쯤 되었을까. 집으로 헌혈한 혈액으로 검사한 내용 결과가 배달되었다.
지금은 모두 전산화되어 날아 오지만, 당시는 봉함엽서에 사람이 수기로 기록한 형태.
엽서를 받아든 내 눈이 무언가에 멈췄다. 봉함 엽서를 풀로 붙이는 자리에 찍혀있는
한줄기의 문구...

 

"귀하의 헌혈이 한 생명을 구했습니다."

 


이 얼마나 가슴을 흔드는 표현이란 말인가.
어느 건물 출입구 문에는, 겨울철에 이런 말이 붙어 있었다.
'문을 잘 닫아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귀하의 헌혈이 한 생명을 구했습니다"... 이 말은, 당시 감수성 예민하던 사춘기
소년에게 하나의 충격으로 다가왔고, 가슴속에서 무언가가 꿈틀거리게 만들었다.
첫 헌혈로 부터 2개월이 되던 날. 나는 학교 수업이 끝난뒤 시간에 늦지 않게
헌혈을 하러 가기위해, 수첩에 꼬불쳐 두었던 비상금을 꺼내 택시를 탔다.
그렇게 시작된 헌혈 인생(?).
연초에 달력을 펼치면, 맨 처음 하는일이 두달마다 동그라미를~. 일년에 다섯번도 하고
여섯번도 해 본거 같다. 양쪽 팔꿈치 안쪽엔 계급장 같은 바늘 구멍이 무수히 만들어졌고
간혹 친구들로부터 '뽕 맞은 자리냐?' 하는 농담도 들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수술하는 친구 / 백혈병으로 헌혈증 구한다는 사람.. 이리저리
헌혈증을 주고도 여기저기 굴러 다니던 어느 날, 남부 적십자 혈액원에서 전화가 왔다.
다회 헌혈자들 대상의 비영리 봉사 모임인 '단비 XX 봉사회'라는 것에 나도 모르게
가입이 되었고, 30회 이상이 확인된 사람에게 준다는 '적십자 헌혈 유공장 (은장)'이란게
나왔으니 기념품 시계랑.. 이것 저것 찾아 가라는.
또 몇년이 흘렀다. 이번엔, 헌혈 유공장 금장 이란걸 준단다. 기념품은 역시나 팔목 시계.
미리 연락해서 여성용 시계로 받았다. 나중에 결혼하면 예물 시계로 해야지~. 하면서..


 

'다 됐습니다. 수고하셨어요~' 하는 간호사의 말에 퍼뜻 정신이 들었다.
대한 민국 현대사에 언론 탄압으로 치욕의 한장을 장식한 동아일보 백지 광고 사건때
이런 광고가 나온것을 본 적이 있다.

 

"먼 훗날 나의 아들이 1974년도에 무엇을 했느냐고 나에게 묻는다면,
새마을 운동보다 자유 언론 수호 운동에 앞장 섰다고 자랑스럽게 말하겠다."

 

당시 서울 시내 어느 부부 명의로 게재된 이 글은, 그로부터 대략 10년의 시간이 흐른 뒤
우연히 그 내용을 알게 된 이땅의 어느 아들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흐르게 만들었었다.

 

나중에 내 아들이, 20XX년 생일에 무엇을 했냐고 나에게 묻는다면, 매양 비슷한 일상이었지만
얼굴 모르는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헌혈을 했다고 조그맣게 말해야지...

 


여러분~, 헌혈 하세요. 여러분의 피 한 유닛이 한 생명을 살릴수도 있습니다.
주기적으로 헌혈 번개 할까요? ^^

 

다들, 행복한 하루 하루 되세요~~~.

 
WATCH.jpg

 

그나저나 저 시계의 주인공은 대체 어디에 있는겨..

잡히기만 해 봐, 그냥 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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