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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거실에 누워서 불을 껐더니 어디선가 무슨 소리가 들린다.

 

 

 

무슨소리일까?

 

 

 

잠이 오지 않아 한강에서 몇 번 던졌던 농구공이 열린 창문 바람에 저절로 굴러가는소리.

 

아니면 마트에서 사온 맥주안주거리를 담아왔던 봉지가 펴지는 소리.

 

또 아니면, 샤워기에 고여있던 물이 마저 떨어지는 소리.

 

혹은 차마 끄지 못했던 컴퓨터의 절전모드가 아예 off 상태로 바뀌는 소리.

 

뭐가 됐든, 좋다.

 

나는 누웠으니 그냥 이대로 잠시 쉬어야겠다.

 

 

 

.

 

 

 

사람에게는 누구나 자기만의 룰이 있는 법이다.

 

또한 살다보면 사람사이에 그 룰이 겹쳐지는 부분들이 상당히 많다.

 

예를들면, 자동차 운전.

 

내가 양방 1차선 도로에서 이길을 100km로 달릴때,

 

반대편에서 뜬금없이 나에게 돌진해 올리는 없다는 믿음을 가져야 나의 운전은 성립한다.

 

약속이다.

 

특별히 강조하진 않아도 지켜져야하는 묵언의 약속.

 

그러한 것들이 은근히 모여 사회의 근간을 이루고 기본적인 바탕이 되어 간다.

 

 

 

 

 

작은 마을이 있었다.

 

사람이 모이는 곳엔 늘 그러하듯 묵언의 약속이 필요하다.

 

하지만, 워낙 다양한 사람이 세상에 존재하고

 

또 점점 더 그 마을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수록,

 

그러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아니, 더러는 아예 생각의 범주가 다른 사람들도 나타난다.

 

때로는 중앙선의 아슬아슬한 경계를 밟고 가는 것 처럼

 

약속을 지킨건지 안지킨건지 애매한 행동을 하는 사람도 있다.

 

묵언의 약속이란 말 그대로 약속이기에

 

애매하기에 짝이 없다.

 

 

 

 

 

처음 애정을 가지고 마을에 모였던 사람들이

 

마을의 혼란을 막고자,

 

자율방범대원으로서 제제권을 가지고

 

몇 가지 사항을 지켜달라고 전달하고 당부했다.

 

마을사람들은 환영하고 무슨일이 있을 때 방범대원을 찾게 되었다.

 

돈을 받고 하거나, 특별한 큰 메리트가 있는 자리도 아니었지만

 

방범대원들은 마을의 구석구석을 개인적으로 남는 시간을 활용해 돌보았다.

 

마을은 점점 더 커지고, 살기좋은 마을로 소문이 나기까지 했다.

 

 

 

 

 

그런데 마을이 커지면 커질수록 자연스레 방범대원의 일들은 늘어났다.

 

또한 그들 역시 평범한 사람이므로 종종 실수도 저지르곤 했다.

 

마을이 커지고 사람이 많아진만큼 다양한 사례들도 늘어났고

 

정해진 룰을 가지고 상대적 변화성을 가진 마을사람들의 일을 체크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을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정해진 범위 안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을 했다.

 

그것이 내가 마을을 사랑하는 방법이고 지키는 것임을

 

누가보다 오래 보아왔고 잘 알기에.

 

 

 

그냥, 그들은 내가 해 왔고 할 수 있는 것들을 했다.

 

누가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던

 

묵묵히.

 

 

 

 

 

그런데, 역시 사람이기에 그들도 조금 지쳤었나보다.

 

우연히 오늘

 

마을에 개인적으로 좋아하던 한 방범대원이 그만둔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쉬웠다.

 

그래서 뭐라도 전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

 

 

 

몸을 일으켜

 

쉬는걸 멈추고.

 

생각을 멈추고.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자판에 글을 옮겼다.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라고 쓰니 뭔가 아쉬움이 밀려왔다.

 

그래서

 

 

 

 

 

"끝이 아님을 알기에, 괜찮습니다."

 

 

 

 

 

라고 한줄 더 추가하니 마음의 무거움이 조금은 덜해졌다

 

 

 

 

 

자다 깬 밤이 다시 쉽게 평온해지진  않으므로,

 

냉장고는 남아있는 맥주나 한 잔 더 하고

 

얼른 자야겠다.

 

내일도 비슷한 시간에 해는 뜨고 세상은 돌아가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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