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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의 영원한 떡밥! 군대얘기.
언제 들어도 재미있죠.
군 시절 얘기만으로도 2박3일은 충분히 떠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ㅎㅎㅎㅎㅎ
입대 전에 형들이 말하기를
보충대에서 군용트럭을 타고 가면 그나마 후방으로 가는데,
관광버스를 타게 되면 너는 저 멀리 험한 최전방 오지로 가게 될거라고 했었죠.
그렇게 저는 관광버스를 타게 되고........... -_-;;;
춘천 102보를 나온 관광버스는 하염없이 북한강을 끼고 북으로 북으로 가더군요.
그리곤 신병교육대 정문을 들어서는데,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먼저 입소한 선배 기수의 훈련병들이 양쪽으로 도열해서 박수를 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말입니다.....
분명 환영의 박수일텐데, 박수를 평범하게 "짝짝짝짝짝~ 와~~ 짝짝짝~" 이렇게 치는 게 아니라
2분음표 박자에 맞춰서 칩니다. 짝! 짝! 짝! 짝!
복장은 위 아래 민무늬 침투복에 엉덩이는 기워져 있고 온통 흙투성이.
눈빛은 방금 사람 하나를 살해하고 온 듯한 광기를 띤 무시무시한......
그렇게 빛나는 눈으로 관광버스 차창을 노려보면서 박수를 짝! 짝! 짝!
버스에서 본 바깥 풍경은 말 그대로 "여기가 지옥이구나" 싶더라구요. ㄷㄷㄷㄷㄷ
6주간의 훈련을 마치고 저는 81미리 박격포를 주특기로 받아 자대로 갑니다.
부대 뒷문으로 나가면 바로 민간인통제선.
한밤중에는 대남방송이 웅웅웅웅 들리던 .....
당시 겨울은 얼마나 춥던지.....
이등병 때 처음 겪은 혹한기 훈련 마지막날 조명탄 쏴준다고 논바닥에서 대기하다가
발이 시려워서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_-*
훈련 중에 연대장을 만났던 기었도 있는데요,
대대 ATT였는지, 연대 RCT였는지 기억은 가물가물한데,
야영 마지막 밤. 당시 물조(식수담당)였던 저는 소대원들 수통을 모아서
야영지 인근 민가에 물을 얻으러 갔었습니다.
마지막 날이어서 군장도 풀고 철모도 쓰지 않고 (어차피 밤중이어서) 갔습니다.
물을 얻어서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제 옆으로 지프가 휙 지나가더군요.
그러더니 갑자기 멈춰 섭니다. 속으로 '아.... 망했다!' 를 외치는 순간 지프가 폭풍후진. 어어어어?
제 옆에 멈춘 지프 차창으로 머리가 쑥~ 나왔는데, 보니까 연대장. ㄷㄷㄷㄷㄷ
"자네 지금 어디에 다녀 오는 길인가?"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목이 터져라 외쳤습니다.
"다안~ 겨얼 할 쑤우~ 있씀미다!! 네! 부대원들 식수 추진 중이었습니다!"
"아. 그런가? 자네 소속은 어딘가?"
"4중대 소속입니다"
"박격포 메고 다니느라 고생이 많구만. 부모님께서 걱정 많이 하시겠네"
"아~~닙니다아~~!! 자랑스러워 하고 계십니다아~~~!!! "
응? 어디서 이런 거짓말이 순식간에 술술 나왔는지.....ㅋㅋㅋㅋㅋ
제 말에 기분이 좋았던 연대장은 운전병에게 갑자기 휴가증이 있는지를 물었고
안타깝게도 당장 휴가증이 없다는 말을 하더라구요.
겉으로는 군기가 바짝 들어 있었지만 속으로 아깝다 아깝다를 외치고 있었고......
그래도 아쉬웠는지 연대장은 부대에 들어가면 조치를 취해 주겠다고 약속을 해 주었습니다.
그러더니 지갑에서 3만원을 꺼내서 맛있는거 사 먹으라고.......
훈련 중에 연대장에게 용돈 받아 본 사람은 아마 저밖에 없을거 같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군대 얘기가 나왔길래 앨범을 꺼내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