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에 밝히지만 이제 감이 오기 시작하는 전 초보입니다.

보드가 너무 좋아서 장비도 마련하고
매일 야근 특근하면서 잘 거 못자고 쉴 거 못 쉬면서 스키장 다니는 직장인 보더지요.
저 역시 잘 못 타지만 도움이 될까하고 몇 자 적어봅니다.

저 역시 잘 타고 싶으니까 헝글에서 특히 칼럼 많이 봅니다.
좀 더 정석으로 배우고 싶으니까요.
그러나 종종 보면 전경인 상태에서 인클레이션을 어떻게 가져가고 앵귤레이션은 어떻고...
초보입장에서는 머리속에 그리기도 어렵지요.

게다가 뒷발차기는 안된다. 상체는 펴는 게 좋다. 구부리는게 어떨 땐 유리하다.
갑론을박이 펼쳐지는데요. 이런 다양한 논의가 헝글의 장점이기도 하겠지요.

그러나 중요한건 초심자나 그러한 조언이 필요한 레벨의 사람들에겐
그것을 그대로 하는 것 Just do it 자체가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는겁니다.
즉, 그러한 말들 자체가 형상화가 좀처럼 잘 안된다는 것이지요.

헝글에는 똑똑하신 분들도 많으니 한 가지 예를 들면,
양자역학이 왜 어려울까요? (고전 역학은 쉽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양자역학이 어려운 이유는 그 현상들이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 한 이벤트들이기때문입니다.
그 현상이 구체화가 안되니까 그 이벤트를 구술하는데 어려움이 있는거죠.

그래서 초보의 입장에서 라이딩을 생각해보면 제일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제가 보기엔 제일 중요한 것은 적응입니다.

예를 들죠.
수영선수가 물을 두려워해서 수영이 될까요?
전 어려서부터 수영을 했는데 수영장 가는게 세상에서 제일 싫었습니다.
잘 못했고요. 근데 언제부턴가 갑자기 수영이 확 늘었죠.
그게 언제냐하면 왠만하면 물은 안먹는다는 확신이 들었을때죠.

다시 스노우 보드로 돌아와서,
첨에 자세를 잘 잡아라. 뭐는 넣고 뭐는 빼고 뭐는 펴고 뭐를 봐라라는 것이
눈이 쌓여 있는 그라운드라는 것 자체가 아직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선
그 발전 속도가 느리기 마련이고
저처럼 스키장 다닐 시간이 부족한 사람이나 운동신경이 현저히 떨어지는 사람에겐
그다지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수영에도 처음 배울때 조건이 많습니다.
제일 처음 하는 말이 '허리를 펴라! 몸이 구부러지면 가라앉는다!" 팔은 귀에 붙이고
숨은 입으로! 등등 많죠. 알고만 있으면 됩니다. 물과 친해 지는 것이 먼저죠.
폼이 안좋아도 물을 안먹기 시작하면 겁이 사라지고 여러가지 시도를 하게 됩니다.

어떤 방법이 더 좋은 지는 모르겠지만, 초보입장에선 즐거운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계속 취미를 즐기는데 좋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럼 어떻게 친해질까요? 제 경우에는 무리하지 않고 자주 넘어지며 속도에 조금씩 적응해나갔습니다.
몸도 기억력이 있는 것 아시죠? 굉장히 지속기간이 짧지만 기억력 있지요.
넘어지고 그 속도와 노면, 그 때의 기분을 기억하고 또 타고 넘어지고 계속 반복되면 생각해보고
조금 극복되고 다음에 또 재현하고 극복못하면 또 기억하고 생각하고 극복하고 재현하고
반복...또 반복입니다.

저희 도장에 가면 "연습은 배신하지 않는다"라고 써있지요.
그렇지만 스킬의 점프를 위한 무리한 연습은 지양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무리하지 말고 누구나 처음엔 흰띠를 매야하는것이죠. 부끄러울 일 아니죠.
첨엔 누구나 발차기가 세련되기 어렵습니다. 가르쳐줘도 안되죠.

발차기 메뉴얼은 하나지만 발차기가 안되는 이유는 천차만별입니다. 그리고 한가지가 원인이아니죠.
유연성이 떨어져서,(그것도 어떤 부위는 유연한데 특정 부위는 딱딱하고..아니면 다 딱딱하고..)
허리와 몸이 따로 놀던지 아니면 통짜로 돌아가던지...
말해서 고쳐지기도 하지만 보통 하다보면 됩니다. 익숙해지면서 유연성 밸런스가 살아나거든요.
그러면서 자기 스타일이 나오죠.
그래서 즐거워야합니다. 한번에 한가지씩 스스로 찾아내는 겁니다.

두번째는 역시 시선입니다.
바이크의 와인딩 탈출 매카니즘은 스노우 보드의 턴하는 것과 거의 유사합니다.
바이크를 눕힘으로써 앞바퀴 서스에 압력을 가해서 더 큰 회전을 만들어내죠.
오토바이 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때 반드시 코너의 탈출구를 바라보는 것이 정석입니다.
즉, 겁을 먹고 바로 앞을 쳐다보면 바이크는 코너를 소화하지못합니다. 회전이 부족해지죠.
그래서 반드시 시선이 먼저 탈출 구간을 바라봐야 합니다.

항상 우리의 몸은 시선이 고정되면 몸이 따라가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태권도와 같은 무술의 뒤돌려차기할때 보면
머리부터 돌고 눈이 가격할 지점을 먼저 보죠(그럴라면 허리는 꼬여있겠죠?)
그 다음에 꼬여있던 허리를 제자리로 돌리는 허리의 탄력으로 회축이 들어갑니다.
물론 연결해서 한 동작으로 차지만 실제 시퀀스는 이렇게 가져갑니다.

시선은 반드시 내가 하는 턴의 진행방향의 끝을 보고 있어야합니다.
멀리보라는 말과 같은 말입니다. 사실 그래야 몸도 편합니다.

마지막으로 중심은 앞발에!라고 하고 싶습니다.
무의식중에 저도 뒤로 쏠릴 때가 있습니다만 죽고자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 경우죠.
우리는 두 발이 묶인채로 경사면을 내려가고 있습니다.
이 때 한발을 살짝 들어 지면에서 띄우게 되면 직진을 유지하려는 성질은 약해지겠죠?
좌우로 흔들릴 확률이 커집니다.
그럼 앞발을 드는게 방향전환에 유리할까요? 뒷발을 드는게 유리할까요?
우리는 경사면을 내려가고 있습니다. 앞쪽이 들리면 넘어지겠죠?

실제 발을 들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예를 들기 위해 쓴 것 입니다.
우리는 경사면을 내려가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조금은 겁이 나더라도
앞발에 무게를 실어주는 것이 유리합니다.
사실 앞쪽에 중심을 싣는다고 의식해야 우리 몸은 노면의 법선방향과 보더의 중심이 일치하게 되죠.
우리는 경사진 노면을 미끄러져 내려가는 중이니까요.

이 세 가지가 초보가 말해주는 초보에겐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참고로 곳휴를 넣어라 빼라 엉덩이를 빼라 넣어라 허리를 세워라 펴라는 옵션이 아닐까요?
우리의 몸은 엉덩이가 뒤로 나오면 어깨는 앞으로 다시 머리는 뒤로 가는 식으로
어떻게든 균형을 맞추게 되어있습니다. 엉덩이를 뒤로 빼면 어깨도 뒤로 빠지는 경우는 없죠.
그런 것은 드러눕는다고 표현하는 것이죠.
균형을 맞추면 잘 타던 못 타던 적응이란 것을 하게 됩니다.
따라서 그땐 자신이 더 높은 목표를 향해 폼을 수정하면서 그 취미에 계속 의미를 두거나
혹은 귀찮아도 그냥 그대로 즐기게 되는 것이죠.

꼭 어떤 기준에 맞춰서 배워야하고 나쁜 습관은 반드시 고쳐야하고 지양해야 것이라면
이미 이것은 취미의 범주를 지나치고 있는 것이 아닐까하네요.
예를 들어 축구할때 디딤발이 공에서 멀어도 차는발과 반대손을 들어도 축구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스포츠의 세계에서는 모두에게 자신만의 즐거운 범주의 기준이 있는것이니까요.
어떤이에게 슬로프를 S자로 쪼개버리는 카빙은 자존심이고 최고의 즐거움일지 모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단지 보드에 올라타고 슬로프를 내려오면서
바람소리를 듣는 것 자체가 최고의 즐거움일 수도 있으니까요.

마치 모두가 고속카빙과 같은 고수의 길을 원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착각이 들 때도 있거든요.
예전에 사진을 찍었을때보면 어느 순간부터 모두들 멋진 사진보다는 좋은 장비에 집착하고
좋은 장비로 찍은 사진에 열광하며(실제로는 그다지 멋진 사진이라 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제가 보기엔 거의 프로수준의 후보정으로 만들어진 과장된 이미지나
비싼 렌즈로 찍은 아가씨 슴가 사진에 혹하는 것을 보고
fact와 story는 이미 먼산으로 가버렸다고 생각하고 발길을 끊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야기가 살짝 딴데로 샌 감이 있지만...
결론은,

1. 그라운드에 적응하라.
2. 시선 처리
3. 중심은 앞쪽에.

폼도 중요하지만, 일단은 즐거움이 먼저!(남에게 피해주지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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