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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희망(1)

조회 수 1115 추천 수 9 2016.03.04 00:41:59

불편한 몸으로 스노우 보드를 꿈꾸는 분들에게 쓰는 글






정말 스노우보드는 죽을생각으로 탔다.




죽기직전에 해보자는 심정으로 








의사선생님이 이야기 했던, 




서른이 지나면, 니가 안 아플수도 있어! 




라는 말을 마법주문처럼 외우면서-






서른, 서른, 서른, 서른, 서른, 서른, 서른, 서른






제대로 걷지도 못했던 나는 스물아홉살 때, 스노우보드에 도전했다. 




디지게 아팠다. 





스노우보드 한번 타고  2주동안 아팠다. 




그리고 즐거웠다. 







내가 아플 수 있다니!!





내가 스키장에 갈 수 있다니!!





내가 넘어질 용기가 있다니!!!




나는 그동안, 아프다는 핑계로 너무 온실속 화초처럼 -




메뉴얼대로 고대로만 살았었다. 



수많은 환자들이 그렇게 살았고, 




나도 그렇게 살아야 될 것 같아서 




나도 그렇게 살았다. 




가끔 티비에 나오는 나랑 비슷한 환자들도 다 슬픈 눈을 가지고 있길래




나도 그냥 대충 그대로 살았다.




일기도 안썼다.




어차피 눈물만 흘릴껄 왜 써~



하는 생각으로 




내 슬픔에 내가 중독됐다. 



철저하게 나밖에 몰랐다. 



그런 못되쳐먹은 내가 




정말 좋은 스승님을 만나서 




보드에 도전하게 되고-





인간이 되기 시작했다. (지금도 되고 있다. 아직도 띨띨하다.)





하얀 가운 입은 의사선생님도, 병원 팜플렛도, 티비도 나에게 가르쳐준 적이 없지만-




나도 꽤 즐겁게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더럽게 아프지만, 넘어질 용기를 내니, 



자빠질 용기를 내니 



인생이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잘 자빠지기 위해서 



살고 싶었다. 




살고 싶어졌다. 



이제 겨우, 드디어 재미있어졌는데,




죽는 건 억울했다. 



시간이 아까웠다. 



조금씩 움직일 수 있는 내가 맘에 들었다. 





다칠 수 있는 이 낭만적인 운동도 맘에 들었다. (누워있으니 다쳐본적이 없지)



나는




아픈걸  까먹기 위해서 일부러 빵냄새 나는 병원을 찾아가곤 했는데 -





스키장에선 




아예 그런 생각조차 할 수 없는게 너무 맘에 들었다. 





이 운동은 다 맘에 들었다. 




그리고 제일 맘에 드는건, 의사샘이 하지말라고 한게 제일 맘에 들었다.




(아무래도 나는 변태다.)




죽을 생각으로 탄, 




혹은 아예 그냥 죽어 버리지뭐!! 




하는 생각으로 탄 스노우보드는 






내 인생을 하얗게 리셋 시켜줬다. 




<다시 살아, 다시 멋지게 살것!>







그래서 나는 찌질한 내 인생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하나도 안 멋있고 하나도 안 그럴싸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지금 내 몸은 정말 괜찮다.




니가 왜 이렇게 무거운 글을 쓰는거야. 



글재주도 없는게 




라고 묻는다면,




인터넷 검색을 해도 해도 해도 해도 



괜찮다는 글이없어서 내가 썼다. 



불편하지만, 누군가의 희망이 되는것도 이제는 괜찮다. 






넘어질 용기가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 뿐만 아니라, 나와 비슷한 당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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