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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우리집에서 제일 음식 잘하는 뻬뼤뽀입니다.
사실 최근 음식을 하면서 약간 매너리즘 비슷한 걸 느꼈었는데요.
아시다시피 조리방법은 한정되어 있고, 제 상상력도 일반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수준이라,
요즘 느끼는게 무슨 음식을 해도 다 비슷한 맛이 난다...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열심히 먹어주는 마누라는 저런 소리는 전혀 안 했지만요.
그래도 15년간 꾸준히 밥을 해오다보니, 이제 대충해도 먹을만한 음식이 나오기는 하는데, 비슷비슷해요.
그런데 그저께 저녁을 뭘 먹을지 고민하다가
향신료도 대강 있으니 진짜 커리를 해 볼까... 라는 생각이 들어 해 봤습니다.
아참, 이건 그냥 시험삼아 해 본거라 사진이 없어요...
집에 있는 향신료를 다 꺼내놓고 보니
정향, 팔각, 고수 씨, 딜 씨, 겨자 씨, 프릭키누 가루, 흑후추, 커민, 강황.. 정도가 있더군요.
카다몸이나 넛멕은 없었지만 저걸로 어떻게 해 보기로 했습니다.
고기도 냉동실에 있는게 돼지고기 밖에 없어서 그냥 돼지고기를 쓰기로 했구요.
인도인이라면 기겁할 일이지만..ㅎㅎ..
일단 돼지고기를 소금, 후추, 다진마늘, 다진 생강, 강황에 넣고 반 나절 정도 재웁니다.
버터 적당량을 중탕한 다음, 양파 다진걸 볶아주다가 적당히 자른 토마토를 넣고 계속 볶습니다.
토마토가 살짝 익었다 싶을 때, 고수 씨, 정향, 커민, 후추, 프릭키누 가루, 소금, 설탕을 한데 섞어 갈아낸 페이스트를 넣고 계속 볶다가, 코코넛 밀크를 넣고 끓입니다.
옆 프라이팬에서는 큼직하게 썰어서 재워놓은 돼지고기를 따로 볶아줍니다. 속까지 다 익히는게 아니라 센 불에 겉을 태우듯이 시어링만 합니다.
코코넛 밀크가 살짝 졸아들면 구워둔 고기를 넣고 20분 정도 끓여주면서 소금간을 합니다.
그리고 난과 밥, 오이/양파 레몬즙 무침을 곁들여서 냅니다.
이게.. 정말 정말 맛있더라구요.
향신료의 세계는 넓고 깊다더니, 인도에서 먹었던 것 보다 더 맛있었습니다..ㅠㅠ..
마누라도 깜짝 놀라서 세상에 이게 이런 맛이 나나..하고요. (커민 갈 때는 불평이 장난 아니었거든요.. 온 집에서 인도인 암내 난다고..)
간단한 향신료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걸 보니.. 카다몸, 훈제 파프리카 가루, 케이엔 페퍼, 메이스, 넛멕, 펜넬 씨 등등.. 다른 향신료는 어떤 맛이랑 향이 나는지... 너무너무 궁금해지더라구요.
이번 주말에는 커리 한 종류랑 탄두리에서 안 구워낸 탄두리 치킨을 해 보려고 합니다.
주말이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