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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베트남을 갈 것인가 말 것인가
요즘 회사에서 설립하는 베트남 현지법인 초기 설립 멤버를 선별하고 있습니다.
경력에 큰 도움이 될 일이라 사업부별로 경쟁이 치열한데, 사실 저는 일단 신청 명단에는 이름을 올려놨는데 기분이 복잡합니다.
앞으로 내부 인터뷰 등등 선발 일정이 있는데, 이걸 열심히 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건데요.
일단 가기로 하면 앞으로 몇년간은 겨울 구경은 연말 휴가때나 할 수 있을 거고, 저는 더운 날씨는 진짜 치가 떨리게 싫어하거든요.
그리고 이게 몇 년이 될 지 알 수가 없다는게..
그런데 가기만 한다면 회사 내에서의 입지와, 앞으로 경력에 있어서 큰 어드밴티지가 생기고요.
과연 이를 악물고 치를 떨면서도 가야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게 첫 번째 고민이고,
2. 두 번쨰 고민은 사실 오랜 고민이었는데 그냥 미뤄둔 건데요.
아이를 안 낳아도 되는 건가 하는 생각입니다.
사실 소위 말하는 딩크..입니다.
일단 제가 아이를 엄청 싫어합니다.
지금까지 사람의 아이가 귀엽다고 생각한 적이 단 한번도 없습니다. 오히려 전혀 상관없는 남의 자식은 보기 싫을 때 뿐인데, 이게 내 자식이라고 별로 달라질 것 같지 않거든요. 다들 자기자식은 다르다지만, 그렇게 치면 세상에 패륜 부모는 없어야죠.
설사 아이를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아이가 생김으로써 포기해야되는 내 생활이 많은 상황을 견딜 수 있을지 모르곘습니다. 지금까지 하고 싶은건 상황이 허락하는 한 그냥 하고 살았거든요.
그런데 아이가 생기면 수 많은 것들을 긴 시간동안 포기하면서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제가 뭐 갑부라면 상관 없겠지만, 그게 아니니까요.
애초에 이걸로 끝이면 고민도 없을텐데..
부모님께 많이 죄송합니다.
특히 어머니는 아이를 정말 좋아하시는데, 장남인 저는 애 안 낳는다고 하지, 차남인 동생(34살)은 연애는 하고 있는데 결혼은 평생 안 할거라고 하지...
제가 결혼 4년차인데, 한 2년까지는 은근히 "무슨 소식 없냐"는 식으로 물어보시다가, 제가 도저히 못 참고 애 가질 생각이 없다는 말을 한 이후로는 저런 것 조차 묻지 않으십니다.
그런데 미안한 마음도 크고, 불편한 마음도 커요. 명절 때 저보다 늦게 결혼한 사촌, 육촌들이 간난쟁이들 안고 오면, 그 가시방석이란 말도 못 합니다.
그런데 이 불편함을 부모님께 뭐라 할 수도 없는게, 압박은 안 주려고 노력하시는거 같아서 그렇습니다.. 제가 이렇게 불편하니 자기 집도 아닌 시집인 마누라는 저보다 더 불편하겠죠..
마누라도 그렇습니다. 마누라 입장은 지금은 별로 생각이 없긴 한데, 언젠가는 가져야 하지 않겠냐.. 라는 애매모호한 입장이에요.
저도 결혼 초기에는 단호하게 가질 생각이 없다고 말해 왔습니다만, 그리고 지금도 가지기는 싫습니다마는.. 이게 부채감이 장난이 아닙니다.
부채감으로 아이를 갖는다는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짓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도, 요즘에는 한 해 한 해 지날 때 마다 이게 점점 더 무거워져요.
시즌이 다가오는건 정말 기쁜데, 옛날만큼 속 없이 좋아할 수가 없다는게 슬프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