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을 좋게 말해서 순박한 것인지 달리 표현해서 어리석은 것인지 잘 모르겠으나,
다른 사람들 하는 말을 액면가 그대로 곧이 곧대로 받아 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게시판에 이따금 주절거리는 몇몇 글에 붙는 댓글도, '보고 싶다' 면 글자 그대로,
'고맙다. 술 사겠다' 하면 상대방이 연락을 할 것이라고 막연히 추측하곤 합니다.
헝그리 게시판의 댓글에 대한 대댓글 기능이 생겼을 때 기뻐했던 일이 거억납니다.
알림 기능이 생겼을 때도 무척 좋아했었죠, 항상 완벽한 기능은 아니었을지 몰라도
상당한 편리함을 제공해 주었으니까요.
다시 보고 싶은 댓글에 대해서는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알림' 창에서 없애지 않고,
왼편 위 한켠에 남기게 되었습니다. 그런 알림이 한개 두개, 수십개가 쌓였습니다.
단 한번의 기회일 망정, 언제고 다시 읽어 보는 기쁨을 누리고 싶어서.
날아 갔네요. 허망하게.
아쉬운 마음에 쓸쓸함이 느껴지지만, 그동안 모아 두기만 하던 자신을 돌아 봅니다.
한번 더 읽으려고 했던 책은 도대체 몇권인가. 나중에 읽으려고 컴퓨터에 저장했던
파일은 또 얼마나 많았던가.
집에서 플로피로 백업하는게 귀찮아서 하드를 미러링 했음에도 자료가 모두 날아간
96년의 어느 날, 실로 크나큰 아픔에 괴로와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 내용을 지금껏
가지고 있다고 한들, 다시 음미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점에서 위안 삼습니다.
'크게 버려야만 크게 얻을 수 있다' 하신 현자의 가르침을 늦게나마 되새겨 봅니다.
스스로 발목을 묶어 두던 것을 버려야겠습니다, 무언가 얻을 수는 없을지 몰라도..
사는게 그런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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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 지난 겨울 용평에서 사용하던, 닳아 빠진 막데크를 나눔할지도 모릅니다. ;;
덧 2 : 몇년간 친분있는 어떤 헝글 분이 보내 준 시가 생각나서.. 덧붙입니다. ^^
들국화를 위하여
꽃을 피우지 못한들 어떠랴.
두 팔 벌려 서 있는 것만으로
가슴 가득 하늘을 마실 수 있고
씨를 맺지 못한들 어떠랴.
향기를 피우는 것만으로
가을은 알차게 익어가는데
돌보지 않는다고 시든 적 없고
사랑하지 않는다고 눈물 흘리지 않는
들국화를 위하여
조금은 외로운 곳에서
그리움 가득
그대 이름 불러보는 것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