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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할 일이 없어 잡글을 하나 써 보고자 합니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타면서 느낀 데크/바인딩/부츠의 플렉스에 대한 글인데, 절대적으로 주관적인 관점으로 쓸 예정이오니 다른 의견이 있으신 분들은 망설이지 말고 추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데크의 플렉스
데크의 플렉스는 크게 두 종류가 있습니다. 보통 플렉스라고 부르는 것은 종 플렉스, 즉 팁과 팁 사이의 말랑함을 말하는 플렉스와, 토셔널 플렉스, 즉 토사이드와 힐 사이드 사이의 횡 플렉스가 그 두 가지인데요.
보통 플렉스라고 할 때는 팁과 팁 사이의 플렉스를 말하는 경우가 많고, 데크 제작자들도 플렉스 단계를 표시할 때 이 플렉스만 표시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토셔널 플렉스도 표시해 줬으면 합니다만, 종 플렉스보다 횡 플렉스가 사용자 개개인의 스펙에 영향을 더 받는 점을 고려하면 표기하기 곤란한 점도 이해는 합니다.
다만, 표기가 안 되어 있다고 해도 제 생각에는 종 플렉스보다 이 토셔널 플렉스가 보드를 타는 스타일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는데요, 그 이유는 토셔널 플렉스에 따라서 엣지를 더 능동적이고 빠르게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종 플렉스가 하드한 데크가 토셔널 플렉스도 하드한 경우가 태반이지만, 티타날 등이 종방향으로 들어가 있는 데크의 경우 철판떼기 처럼 느껴지는건 종플렉스가 하드해서가 아니라 토셔널 플렉스가 하드해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데크들은 종 플렉스 이상으로 토셔널 플렉스가 단단한 느낌이에요. 굳이 숫자로 나타낸다면 일반 우드 데크의 종 플렉스가 10인 경우, 토셔널 플렉스는 9에서 10정도로 느껴진다면, 티타날이 들어간 데크는 종 플렉스 표기는 10인데, 토셔널 플렉스는 11처럼 느껴진다는 말씀이죠.
사실 종 플렉스와 토셔널 플렉스가 차이가 많이 나는 데크들은 플렉스 6~8 사이의 소위 올마운틴 스타일에 분포하고 있습니다.
종 플렉스에 비해 토셔널 플렉스가 말랑한 데크도 있고, 비슷한 데크도 있으며, 더 단단한 데크도 있는 카테고리가 바로 이 올마운틴이죠.
그래서 리뷰등에서 굉장히 주의깊게 봐야 되는 것이 이 토셔널 플렉스입니다. 사실 종 플렉스는 제작사들도 적극적으로 홍보를 하고, 리뷰도 많지만, 토셔널 플렉스는 몇몇 리뷰어가 아니면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않거든요.
종 플렉스는 사실 캠버와 인서트 소재들을 보면 대략적으로 감이 옵니다. “아 노즈와 테일은 좀 더 단단하고, 발 사이는, 복합캠버니까 발 밑은 단단하겠구나.” 라는 대략적인 감이 오죠. 그리고 위에 예시를 든 플렉스가 요즘 대체적으로 유행하는 복합캠버의 플렉스 특성이기도 하고요. 노즈 테일을 단단하게 만들어서 올리나 널리의 하이를 높여주고, 허리는 좀 더 부드럽게 만들어서 상대적으로 적은 프레스로도 유효엣지를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해 주고, 발 밑은 단단하게 만들어서 팝 성능에도 도움이 되는 아주 좋은 플렉스 형태라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근데 토셔널 플렉스는 좀 더 주관적인 것이 사실입니다. 근육몬스터인 사람은 보드 머렐같이 얼티밋 라이드 같은 딴딴한 데크도 물엿마냥 낭창낭창하게 만들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한테는 꼼짝도 안 하는 하드한 플렉스거든요. 이건 종 플렉스에 비해 체중을 걸기가 쉽지 않은 토셔널 플렉스의 특성 때문입니다만, 아래쪽에 하중이 걸려있는 라이딩 중이 아니면 쉽게 체감할 수 없기 때문에 설명이 힘든 부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앞에서 말씀드린 것 처럼 자신에게 적절한 토셔널 플렉스를 선택할 수 있다면 라이딩 중의 안정감과 퍼포먼스가 진짜 거짓말처럼 차이가 많이 납니다. 스타일에 종플렉스보다 더 영향을 많이 끼친다고 말씀드린 것도 이것 때문입니다.
앞서 예시를 든 티타날이 들어간 데크를 예를 들어 볼게요.
만약 티타날이 들어간 하드한 데크의 토셔널 플렉스를 전혀! 쓸 수 없는 물근육인 사람이 이 데크를 탄다면, 아마도 적극적인 턴 래디우스 변경과 균형을 잃었을 때의 리커버리를 즉각적으로 할 수가 없을 겁니다. 소위 말하는 반응성이 떨어진다고 느끼는 게 저는 이 토셔널 플렉스가 본인 스펙에 비해 너무 하드해서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길게길게 쏠 때는 단단한 판떼기니까 안정적으로 느껴지겠지만, 돌발상황이 발생했을때의 리커버리는 발 전체가 그냥 판떼기에 묶여있는 느낌이라 즉각적인 반응이 힘들게 되는 거죠.
반면 자기에게 맞는 토셔널 플렉스를 데크가 가지고 있다면, 너무 말랑거리지 않으므로 긴 턴에도 안정감을 주는 동시에 필요시에 데크를 횡방향으로 휨으로써 유효엣지의 조절도 용이하고, 턴을 무리하게 변경하는 것 또한 가능해집니다.
이렇게 길게 말씀드린 이유는, 꼭 단단한 데크가 라이딩에 좋은 건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분명히 직빨이 좋은 데크의 맛도 있고, 다른 많은 장비를 거쳐서 거기에 정착하시는 분도 있으시겠지만, 자신의 스펙에 비해 너무 단단한 데크를 타는 경우라면 자기에게 맞는 말랑한 데크에 비해 사용하는 유효엣지가 더 짧아질 수도 있다는 말씀입니다. 어차피 데크를 휘어서 옆 래디우스를 설면에 갖다붙여야 되는데, 이게 잘 안되면 당연히 설면에 엣지가 닿지 않는 부분이 생기게 되니까요.
2. 바인딩 플렉스
바인딩의 플렉스는 단단한 플렉스일수록 가격이 올라가는 경향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아래와 같은 라인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이백 하드, 베이스 플레이트 하드 -> 하이백 미디움, 베이스 플레이트 하드 혹은 그 반대 -> 하이백 미디움, 베이스플레이트 미디움
개인적으로 올마운틴용으로 추천하고 싶은 것은 하이백 하드에 플레이트 미디움입니다. 보통 보면 하이백에는 카본이 들어가고, 베이스 플레이트는 알루미늄이 아니라 플라스틱이 바인딩들이 있는데, 이런 바인딩이 사용자의 편의성도 살려주면서 장비 자체가 주는 안정감도 있는 라인업이라 생각해요.
이건 앞에서 말씀드린 데크의 토셔널 플렉스와 깊은 관계가 있는데, 기껏 자기에게 맞는 토셔널 플렉스의 데크를 구했다고 해도 바인딩의 플레이트가 알루미늄으로 되어있는 하드한 제품일 경우에는 토셔널 플렉스를 쓰는데 지장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특히, 데크가 굉장히 하드한 해머데크 같은 경우에, 바인딩까지 너무 하드한 놈으로 매칭하실 경우 라이더가 적극적으로 뭔가를 하기에 굉장히 불편한 세팅이 되어버린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비싼 하드한 데크에 비싼 하드한 바인딩 조합에 개인적으로는 좀 의문이 드는 것이 사실이구요.
3. 부츠 플렉스
부츠는 사실 저는 단단하면 단단할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지빙이나 그라운드 트릭등과 같이 적극적으로 발목을 사용하시는 분들은 각각 취향이 있으시겠습니다마는, 부츠는 발목을 보호하는 안전장비의 요소도 겸하기도 하고, 사용횟수에 따라 급격히 플렉스가 변하는 제품이라 그냥 단단한 제품이 낫다고 생각하거든요.
아무리 단단한 부츠라고 해도 사람이 체중을 실어버리면 충분히 구부릴 수 있고, 데크나 바인딩의 플렉스에 비해 극복하기가 쉽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부츠는 스타일 불문으로 하드한 플렉스가 여러모로 좋습니다. 플렉스 5짜리 부츠는 진짜 한 시즌 신으면 운동화 되요…
이상 영양가 없는 글을 길게 길게 썼습니다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최근들어 “한방에 가라” 라는 답변이 장비추천요청글에 많이 달리는 걸 보는데요, 그 한방이라는게 다들 단단한 데크+단단한 바인딩 조합인게 태반이더라구요.
이런 조합이 라이더 스펙에 따라서는 라이딩에 더 안 좋을 수 있다는 마이너한 의견을 내고 싶었다고 할까요 ㅋㅋㅋ..
자기 스펙과 성향에 잘 맞는 데크를 골랐을 경우에, 다른 사람들이 다 좋다고 하는 하드한 데크, 하드한 바인딩에 비해 훨씬 “살아있는” 눈놀이가 가능하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특히 이제 첫 장비 구입, 혹은 두 번째 장비 구입을 하시는 분들이 장비 구입하실 때 좀 더 많은 점을 고려하셨으면 하는 바람도 있구요.
보드복도 자기한테 어울리는 스타일, 색상이 있는 것인데, 하드 굿이라고 그런 게 없겠습니까. 사실 요즘 메이저 회사들은 데크 다 잘 만들거든요. 자기한테 안 맞는 장비는 있을지언정 안 좋은 장비는 없으므로 이것저것 많이 시도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