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프트 기다리는데 30분, 올라가는데 5분, 스키 타고 내려오는데 2분'

본격적인 시즌을 맞아 설레는 마음으로 꽉 막힌 고속도로를 뚫고 스키장에 도착한 주말 스키어들의 이구동성은 "줄서는 시간이 너무 길어 정말 짜증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체증현상은 상급보다는 초.중급 슬로프가 심한 편인데, 이는 기본적으로 스키어들이 주말에 몰리는데다 초보자가 절대 다수인 반면 상대적으로 경사가 완만한 초.중급 슬로프는 공사비도 많이 들 뿐만 아니라 설계도 쉽지 않아 초급 슬로프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때문.

국내 스키 성수기는 겨울방학 기간인 12월말부터 다음해 2월초까지며 이 기간에도 주말인 토요일 오후에 가장 많은 인파가 몰린다.

토요일인 지난 11일 오후 강원도 모 스키장에 갔던 A씨는 "힘들고 비싸게 스키장비 갖추고 리프트권 사서 슬로프에 들어섰는데 리프트 줄이 너무 길어 2시간30여분 동안 2번밖에 못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는 주말 대부분의 스키장에서 겪는 공통적인 현상.

정선 하이원리조트 스키장 입장객은 지난주 목요일 2천337명, 금요일 3천171명에서 토요일에는 1만1천222명으로 급증한 뒤 일요일 7천399명, 월요일 3천85명으로 줄었다.

여기에 국내 스키어들이 스키를 타는 날은 1년에 평균 3∼5일에 불과해 마니아가 아닌 이상 몇 년간 스키를 타도 수준은 대부분 초급에서 멈춘다.

하지만, 국내 스키장들의 슬로프 난이도는 초급 20%, 중급 50%, 상급 30%로 구성된 것이 일반적이다.

이렇다 보니 스키장마다 초급 슬로프 앞에는 리프트를 기다리는 스키어들로 북적거리고 상급 리프트는 텅텅 비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초급 슬로프 추가건설 지적에 대해 스키장 업계 관계자들은 "겨울이 짧고 눈이 많이 내리지 않는 국내에서 스키장은 가능한 높은 산 정상을 중심으로 건설해야 하는데 완만한 초급 슬로프는 공사비도 많이 들 뿐만 아니라 설계도 쉽지 않다"고 말한다.

경사도를 낮추면 낮출수록 슬로프가 길어져야 하며 험준한 산악지형에서 길이를 늘리려면 구불구불한 '사행(蛇行)' 모양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 비용과 기술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이런 스키장 업계의 해명에도 국내 스키인구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주말 초보자들은 "리프트 탑승순서를 기다리면서 시간을 다 보내 4만원대에 이르는 토요일 오후권으로 몇 번 밖에 스키를 탈 수 없다는 것은 짜증에 앞서 억울하다"라고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