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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나이 31살. 뒤늦게 배운 스노보드에
매년 지름신만 찾아오네요

나름 매니아라 자부하는 저도 사실
어린시절엔 스키장을 혐오했어요
싫어하는 정도가 아니라 혐오했죠

저희 집은 어렸을 때 꽤 어려웠어요
친구들이 겨울방학마다 2-30만원씩
내고 스키캠프를 갈때 전 그럴수 없었죠
부모님은 버럭 화를 내며 그런 위험한
것을 왜 타냐며 돈을 주시지 않았지만
알고 있었어요.

내가 스키캠프를 가면
분명 우리집 한달이 어렵다는 것을요

그래서 친구들이 왜 넌 스키캠프 안가냐
물어보면 그냥 싫다고 했죠.

점점 나이가 들수록 스키장을 싫어하는
이유를 찾아 갔어요. 20대 초반에는
브루주아 스포츠라면서 보더 스키어를
혐오하는 발언도 했었죠.

그러다 우연히 대학교 졸업까지 딱 1학점
모자란 순간이 왔고 남아있는 강의는 오직
스노우보드. 어쩔수 없이 신청했죠.

3박4일을 구르고 넘어지면서 왜 이딴걸
돈을주고 배우나 생각했죠
하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 거의 마지막
날에는 간신히 비기너턴을 성공했고
혼자서 중급 슬로프에서 천천히 내려오기도
했습니다.

재미가 생겼던 것이죠.

턴이 되는 순간 아! 이래서 사람들이
겨울마다 이곳을 찾는구나 했어요.

동기들이 전부 마지막 날 점심을
먹으러 갈때도 전 데크 반납을 미루고
끝까지 보드를 탔어요.

슬로프 정상에 올라 앉아 아래를
내려보면서 생각했죠. 어렸을 때
스키캠프를 조르면 부모님이 버릇처럼
말했던 그 말. “나중에 어른되면 니가
니 돈 벌어서 가!”

네. 전 어른이었고 돈도 벌고 있었죠
제가 정직하게 번 돈으로 스키장을 갈 수 있는
시간이 된 것이었습니다

그 이후론 미쳐서 혼자 보드를 타러 다녔어요.
새벽에 들어오는 저를 보면서 부모님도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더니” 하시곤
별 말을 안하십니다.

어렸을 때의 한을 풀기라도 하는지
정말 보드에 미쳤다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전투보드를 탑니다 ㅎㅎㅎ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고 남은 시간도
적으니 더 열심히 타고 싶어요.

해외 원정도 더 가보고 싶고
파크도 더 정복하고 싶고
파우더도 더 타고 싶어요

그리고 예쁜 와이프와 저 사이에
이쁜 아가가 생기면 세 식구가
모두 스키와 보드를 타고 같이 라이딩
해 보는게 꿈이랍니다.

헝그리보더 여러분도 오래오래
스키장에서 만날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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