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중반 한 몇 년을 비기너 나비스 턴만 연습하다가 겨울 스포츠와 거리가 먼 남편 만나며 자연스레 멀어졌어요.
딸이 작년에 6살 되며 스키 1:1을 두 번 정도 받았는데 재미있어해서 올해는 엄마와 같이 타자고 약속했는데 코로나 뙇!!
너는 둘째고 에미는 더이상 시간이 없ㄷㅏ!
작년엔 둘째 출산한지 얼마 안되어 못탔어도 더이상 슬금슬금 아파오는 무릎이 언제까지 견뎌줄 지 모르는데다가 딸 부츠 사놓은게 올해 딱 맞아서 포기하고 지나가기엔 너무 아쉬워서
스키장 가서 밥 안먹고 마스크 절대 안 벗기로 약속 약속 거듭하고 둘째는 남편한테 맡겨놓고 어제 곤지암에 다녀왔어요.
내눈엔 여전히 예쁜 10년 된 보드복 입고ㅎㅎㅎㅎ
여전히 겁 많고 앉으면 일어나지 못했었던지라 의자에 앉아 바인딩 채우고 일어났는데 앞에ㅋㅋㅋㅋ 바인딩 채우는 분들 넘나 많으심.
못 피해서 그분들 다 채우고 내려가실때까지 기다렸고요 ㅠㅠ
그래도 비루한 몸뚱이가 고맙게도 턴하는 방법을 기억해줘서 처음에만 두 번 넘어지고 재미있게 타고 내려왔어요
웃긴건 아가씨때도 잘 안들고 다녔던 데크인데 딸 데리고 가니 내 데크, 딸 부츠, 딸 플레이트ㅋㅋㅋ 다 내 몫이야!
다 늙어서 이게 무슨 일?
결혼전에 남친들 힘들게한 죗 값 치루는 기분이 들더군요=_=;;
미안해 ㅠㅠ 내가 잘못했어!!
코로나 여파로 확실히 슬로프에 사람은 없어서
리프트 대기시간 제로로 계속 본의 아니게 뺑뺑이라 두시간만 타도 그만 타고 싶은 마음 들었습니다.
강사샘과 리프트 타고 있던 딸이 슬로프에서 내려오는 절 발견하고 “엄마”외치는데 왜때문에 뿌듯한건지!
엄마 정말 멋있다고 엄지 척 해주고 앞으로 강습 안받고 엄마랑 타고 싶다고 하는데 딸이랑 타는 것에 이런 빅재미가 있을 줄이야!!
아이가 커서 사춘기를 견디는 힘에 부모와의 추억이 중요하다고 해서 용기내어 다시 시작한 보딩인데
오히려 제 몸뚱이가 생각보다 상태가 괜찮다는 걸 알게된 선물같은 하루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