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평이 17일까지로 예정했던 시즌 일정을 24일까지 연장하겠다고 오늘 공지했는데, 앞으로 날씨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잖아요. 해서 검색을 좀 해봤습니다.

대관령 주간예보입니다. 3월 햇볕은 워낙에 따가워서, 3월 중순부터는 낮 기온이 5도 이상으로만 올라가도 슬로프 옆에 졸졸 시냇물 생기는 거 아실 텐데요. 심지어 3월 15일에는 낮 최고 기온이 10도로 예보돼 있습니다. 이 정도면 슬로프에 군데군데 팥죽 자국이 생길 정도죠.

그런데 잠시 낯선 수치 하나 투척. 이건 ao, '북극 진동'이라고 불리는 arctic oscillation 예보 모델입니다. 통상 우리나라 11~3월(겨울)에 영향을 줍니다. 북극이랑 한반도가 뭔 상관이냐..라고 할 수 있지만,

'북극 진동'이라는 건, 북극의 '소용돌이'가 얼마나 세냐 약하냐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이게 마이너스로 간다는 건 힘이 딸린다는 얘기입니다. 북극 소용돌이가 약해지면? → 고무줄 빠진 빤스처럼 흐물흐물 흘러내립니다. 그러면 → 북극의 꽁꽁 얼어붙는 한파 공기 덩어리를 잡아둘 수가 없어서, 북극 한파는 시베리아까지 흘러내립니다 → 기존에 있던 시베리아 한파 공기는 가만히 앉아있다가 쳐맞고 동북아(만주, 한반도)까지 밀려 내려옵니다. 즉 북극 진동이 마이너스가 되면, 한반도에 추위가 올 가능성이 매우 높아집니다.

지금의 예측 모델로는 다음 주까지 북극 진동이 약화하고, 12~17일 정도의 시간차가 생기는 한반도에서는 3월 3째 주(17~23일)에 평년보다 기온이 낮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물론 시기상 내리쬐는 햇볕이 강해지므로(일사량 증가) 한낮에 슬로프 좀 녹는 건 어쩔 수 없겠으나, 상대적으로 낮은 기온이 유지된다면 눈이 최대한 버티는 걸 기대할 수 있겠습니다.

용평 다니면서 스키장 상태에 관심을 갖게 된 게 2009년부터라 2008년 이전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2009년부터는 기억에 남는 시기가 3번 있습니다 :

1. 2009년 : 폐장은 그전이었겠지만, 3월 26일과 3월 31일에 각각 20cm 수준의 폭설이 왔어요. 핑크 등 2~3개 슬로프를 1만 원에 임시 오픈했던 기억이 납니다. 못 가니까 하루 종일 웹캠으로 보고만 있었던.

2. 2014년 : 3월 20일 밤에 갑작스럽게 눈이 내려서, 3월 21일에 갔던 기억이 납니다. 오전 렌파는 그럴싸했지만, 12시 이후부터는 완전 슬러시.

3. 2022년 : 3월 중순 엄청 따뜻한 날씨에 슬로프가 다 작살났는데, 폐장일인 20일을 앞두고 18일부터 폭설. 19일 눈 쏟아지는 발왕水플래시를 거쳐 20일에는 환상적인 눈꽃 연출. 이 때문에 레인보우만 27일까지 급하게 연장 영업했었죠.

이때를 제외하고서는 보통 3월 중순에 클로즈 했던 기억입니다. 2015년에는 3월 14일에 골드밸리에서 12시에 모이자고 헝글에 글 올라와서 일제히 인사 나누고 질주했던 기억이 나고, 2018년에는 (당시 시즌권 이월 제도가 있는 줄도 모르고) 폐장일에 17/18 시즌권 뒤늦게 발급받아서 주간 하루 타고 무려 40만 원짜리를 날려보냈던 븅신 같은 기억이 나네요(3월 18일이었나? 흐리던 날).

이번 시즌이 역대급이 될지 아닐지는 알 수 없습니다. 세계적으로 가장 뛰어난 유럽 모델>미국 모델도 최대 10일이 한계인 데다, 정확도는 형편없이 떨어지니까요. 그래도 한번 기대를 걸어봅니다, 2024년 3월이 역대급 시즌으로 기록되면 좋겠다고 - 말도 안 되는 욕심 하나를 더 걸어보자면, 용평이 3월 31일까지 영업(스플래시는 3월 30일에!) 하면 좋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