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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초상

조회 수 269 추천 수 2 2013.03.29 21:51:19

나는 오늘 자고 일어나니까 벌써 아침 열가 되어간다


후...


머리가 깨질것 같따


어제도 술을 마셨따


지난밤 술김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한 것은 아닐까


아침에 눈을 뜨자 천장의 꽃무늬들이 두리뭉실하게 떠서 이리 저리 흐느적 대고 있었따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의문이 들었따


내가 당장 지친 몸을 일으켜 세워 이 세상에서 해야할 일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뭐 그러한 생각이 들었따


그러자 내가 죤나 병신같다는 생각이 들었따


그렇다


난 병신이다


견딜 수 없는 열등감에 흐느끼며 부스스 몸을 일으켜 오줌을 눴따


오줌을 누며 거울을 보니 안팎으로 망가진 사내의 모습이 추악하기가 이를 데가 없었따


괴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헛된 희망에 매달리다가 제풀에 스러져가는 그의 모습에서 불 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이 보였따


차라리 아무런 희망도 갖지 않고 살았더라면!


다 잘될거라는 어울리지 않는 희망을 갖지 않았더라면!


인간의 역사를 비집고 역류하는 눈물을 간신히 참으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외면했따


아무것도 생각하기 싫어졌기 때문에 다시 이불 속으로 숨어들어갔따


번데기처럼 몸을 오므리고 이불 속에 숨어 있으니 마음이 편안해졌따


그대로 영원히 잠들면 언젠가 아름다운 나비로 태어나게 될까


그런 생각을 했따


하지만 그래도 사람이 나비보단 낫다는 생각을 하자 조금 힘이 났따


몸을 일으켜서 무엇을 할지 잠시동안 망설이다가 컴퓨터를 켰따


하지만 컴퓨터로도 무엇을 해야할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따


이날 이때껏 살며 컴퓨터로 무엇을 해 왔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었따


그래서 마구 웹서핑을 시작했따


베가본드처럼 온라인 공간에서나마 유유자적하게 떠돌고 싶었으니까.


얼마나 헤맸을까, 어느덧 나는 희망이라는 도달할 수 없는 문 앞에 당도해 있었따

희망...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처럼 느껴졌따

떨리는 손으로 희망의 문을 잡자 그제서야 모든 것이 기었났따

후...

이러케 슬픈 찌질글을 쓰게 되는 날이 올 줄 그때는 몰랐지

아침부터 너무 많은 눈물을 삼켜서 목이 마르지 않을 지경이다

이 찌질글을 마치고 나면 세상 어디로 향하게 될지 나는 모른다

자전거를 타고 그저 목적지 없이 이곳저곳 떠돌다가 어느 이름모를 기차길 위에서 영원히 세상 밖으로 튕겨져 나갔으면

하는 생각을 한 번 해보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일은 분명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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