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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인가 올해 초인가 가물가물한데.. 워크샵이 있어서 하이원으로 갔습니다.

3박 4일 일정이었는데... 뭐 낮엔 워크샵하고 6시 이후론 자유 시간이었지요.


그런데 같이 간 일행 4명 중 3명이 보드를 타고, 그 중 한 명이 잘 탄다고 하는지라... 

보드를 배워볼까? 다치면 어떻게 하지? 타다 죽으면 어쩌지? 나 결혼한지 얼마 안되었는데..

이러면서 갈팡질팡하였었죠.

제가 고민하고 있는 사이 저는 보드 타는걸로 신청이 되어있더군요-_- 

첨에 신청했다가 제가 겁나서 행사주최측에 보드 취소했는데 누가 다시 신청해버림..


어쨌든 워크샵 끝나고 보드를 빌리고, 제 인생 전체 걸쳐 입어본 옷 중에 젤 촌스러운 보드복도 빌리고...

지인들의 손에 이끌려 곤돌라 타고 마운틴탑까지 올라갔습니다. 

사실 정말 암것도 몰랐어요. 스키장에 올라온게 아예 이게 첨이었음

전 걍.. 여기서 기초를 알려주는건가? 했었지요.


뭐 대충 바인딩 어떻게 발을 장착하는지.. 어떻게 일어서는지 뭐 이런건 알려주더군요

그리고 지금이야 그게 뭔지 알지만... 사이드 슬리핑 갈쳐주고 낙엽이 어쩌구 하는데 그게 뭔지 모르겠고..


그러더니 한 10분 가르쳐주더니 가버렸습니다-_-

저 과정에서 제우스 상부 구간을 조금 내려왔는데.. 한 10분간 과장이 아니라 10초에 한 번씩 어딘가에 부딪히면서.. 그러니까 10분동안 제가 잘 걸어다니기 시작 한 이후 넘어진 횟수보다 더 많이 넘어지면서 아니 벽에 부딪히면서 내려왔지요. 

그러더니 지인은 '형 잘 타요' 이러며 가버림 (-_-) 아니 기억을 더듬어보면 답답해서 걍 쓱 사라진 것 같기도 하고


여튼.. 뭐 서서 좀 미끄러져 내려가면 부딪히고. 내려가면 부딪히고

인간 핀볼이 이런거구나를 느끼면서 비참하게 내려오기 시작했지요.

엄청 부끄럽고 무섭고 속상하고 뭐 그런 기분이 마구마구 들었지요.


그런데 뭐랄까.. 약간 오기가 있는 성격이라 그런지(라기 보단 어찌  할 도리가 없으니).. 벨리허브까지 한 시간 반(...)에 걸쳐 내려왔네요.

사실 이 정도면 기어서 갔다 해도 될 정도인데..  한 2km되는 구간을 한 시간 반이면 시속 1.3km ....

일어서서 한 20미터 내려가서 넘어지고 또 서서 20미터 내려가서 넘어지고 (벽에 부딪치고)

멍 하니 앉아있다.. 또 일어나서 넘어지고 넘어지고 넘어지고 부딪히고 부딪히고...


어쨌든 겨우 벨리허브까지 갔네요. 

심각하게 고민했습니다.

'이거 걸어가는 게 더 빠르겠다. 아니 기어가도 더 빠르겠다 내가 이걸 타고 가야하나? 아님 다시 마운틴 탑으로 올라가서 곤돌라를 타고 내려갈까?' 하고 엄청 고민을 하는데.........


걍 타고 끝까지 내려가기로 했지요.. 

그 이유가 자존심이나 오기 때문이 아니라 ....


리프트를 타는게 무서워서요-_-;;; 단지 그 이유였습니다. 뭔가 무섭고 어색하고..

보드를 안고 타야하는건지 타고 타야 하는건지..

한 발만 매고 타면 된다는데 그러면 어떤 자세를 잡아야 하는건지.. 타다 미끄러지면 어떻게 하지, 어떻게 내리지  등등 별 고민을 하다가..


그냥 기어가는게 더 쉽겠다 싶어서 또 다시 탔습니다.

그런데.. 지금이야 초급이구나 싶은 구간이지만 그 당시엔... 벨리 허브에서 제우스 하부 구간 가는 경사가 얼마나 대단해 보이던지요..

뭐 이건 걍 심리적으론 낭떠리지에 있는 기분이었음


고민고민하다 조금 내려오면 역시 안전그물에 걸리고.. 

나중엔 그물에 팔다리 걸려서 허우적대고...

물고기가 된 기분도 들고 뭔가 구석 몰이 당한 멧돼지가 된 기분도 들고


여튼 어디서 스키장 매너는 배웠다고.. 가운데는 못 가고 구석탱이에 쪼그려서 내려오다 넘어지고 내려오다 넘어지고를 수 십 번 반복했네요.

그 와중에 제 옆을 지나가는 지인들은 한 최소 네 번 이상은 왕복을 한 듯 했습니다. 


그 때.. 든 생각이. 아 정말 더러워서 나도 보드 배워야겠다 였습니다

뭐 한 때는.. 멋있어 보여서 타보고 싶다 했지만 겁 많기론 남녀 통틀어 상위 1%임을 자부하는지라... 걍 멋있네 ㅋ

정도로 말았는데.. 뭔가 다른 문제가 되어버린거였지요.


어쨌든 또 다른 1시간 반에 걸쳐 밸리콘도(가장 아래)까지 다 내려오니 거의 10시 반... 또 다른 한 시간 반 동안 2km를 내려온거죠 ㅋㅋ

그 와중에 멀리서 숙소인 힐 콘도는 보이는데 갈 수는 없고.. 무슨 마법의 성도 아니고.

아  걍 기어서 숙소로 가고싶다 했는데... 그건 안될거 같고..

다 내려오니 힐 콘도로 가는 곤돌라는 끊겠고..

그래서 한 삼십분 기다려 순환버스 타고 올라왔네요..


그렇게 미친듯 넘어지고 엎어지고 어디 걸리고 왔더니.. 몰랐는데.. 옷 겉은 얼음덩이러 되어있고.. 옷 속까지.. 눈이 한가득이더군요..


그 다음날은 고민고민하다.. 힐 콘도->벨리 콘도로 가는 길목을 내려오는데 비교적 덜 넘어지고 성공했네요..


어쨌든 삼일간 하이원에서 미친듯이 구르고 넘어지고 (놀라운 점은 그런데 어디 멍이 하나도 안들었다는 점.... 엉덩이가 두꺼운건지...)

해서 오기라든가 약간의 한 1%?의 즐거움이라든가 이런게 생겨서 여기 저기 남은 겨울동안 다니며 기초 연습을 했네요. 


물론 겁이 많아 별 발전은 없지만 최소한 잘 넘어지지 않는걸로 다행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또한 내가 잘 타게 되면 지인을 가르칠 때 성심성의껏 가르쳐야지 맘먹었구요.


저보다 더 오래 걸려서 하이원 내려온 분이 또 있나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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