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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처음 본 너.
홍익 대학교 총 학생회장.
미안, 이름도 못물어봤네
잘생겼더구나. 속으로 흥 미모로 뽑혔나보군 했다.
미안 물론 아니겠지..
주민 분들께 홍대의 지금 상황을 알리러나가셨다가
그제서야 막 들어오신 어머님들이 너를 맞으셨지.

난 한쪽 구석에서 국이 넘치지 않게 보고 있었고. (사실은 트윗보고 있었지ㅋㅋ) 
너와
어머님들과 나누는 얘기 듣고 있었어.
네 얘기의 요지는 
어머님들 도와드리고 싶다. 진심이다.
하지만 난 "비운동권"이라고 해서 뽑힌 사람이다.
나를 뽑아준 학생들은,
어머님들을 돕는 건 돕는 거지만 
자신들의
학습권이 침해받는 거 싫다한다.
학교가 "외부사람"들로 채워지고
투쟁적인 분위기가 되는 거 싫다 한다.
그게 사실이다. 그런 입장을 가진 학생들이 날 뽑아서 내가 회장이 된거다.
돕고 싶다 .
그렇지만 먼저 "외부 분들"은 나가주셨으면 좋겠다. 
학습 분위기 저해하는 현수막등을 치워 주시라.
그럼 학생들과 뜻을 모아 어머님들을 지지 하겠다.
진심이다
맞나?

옆에서 들은거라 확실한지는 모르겠다.

국은 다 끓었고 저녁식사를 하려고 반찬들을 담기시작했지.
어머님들은 너에게 저녁을 먹고 가라고 했고.
서로의 입장이야 어떻든
때가 되었으니 밥은 먹자고.

나도 그렇게 말했지.
사람은 밥을 먹어야 더 친해지고 그래야 말도 더 잘 통하는 법이라고.

넌 내옆에 앉았지.
내가 
"자기도 많이 힘들지? 일단 밥은 먹자."
그 한마디에, 잘 못 본 걸까? 약간 울컥하는 것 같았어.
얼굴은자꾸 더 굳어지고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던
너.

난 아주 짖궂게,집요하게 같이 밥을 먹자했지 
어머님들이 밥먹고 가라는 데 안 먹고 가면 더 욕먹을 거라고..

넌 정말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았어.
"정말, 그러고 싶은데요...정말..이 밥을 먹고 나면, 밥도 대접받고 외면한다고 또 뭐라고 할텐데.."

물만 한 잔 달라고 해서 입만 축이고 
우리가 거의 밥을 다먹을 동안 
그저 앉아 있기만 할 뿐 결국 한 술 뜨질 못하더구나.
어머님들도 나도 안타까웠다.

무엇이 널 그렇게 복잡하게, 힘들게 만들었을까?
누구의 잘못일까?

스펙에, 취업에, 이기적이길 "강요"받고 있는 
너와, 너를 지지하는 학생들만의 잘못일까?

너희들을 그렇게 두려움에 떨게하고
아무것도 못 보게하고
언론의 화살을 다 맞게 만들고
어머님들이 주시는 밥 한끼 맘편히 뜨지 못하게 만드는 건
누굴까?

나부터 반성한다.

나의 두려움과 경쟁심과 무관심과 
너희를 비난하고 책임은 지지않으려했던 
그 날들을 반성한다.

너.
네가 받고 있는 지금의 비난과 책임은 
너의 몫이 아니다.

어머님들이 "노조"를 만들어 
이렇게 맘대로 부려먹고 잘라버릴 수 없게 될까봐
어머님들의 시급의 몇 배에 달하는 
대체 아르바이트생을 구해 쓰고 있는 학교당국
어떠한 대화도 나누려들지 않는 학교 당국

너희들의 총장, 이사장, 재단, 스승
그리고 이 사회가 져야할 책임이다. 비난이다.

스펙에 취업에 이기적이길 "강요"받고 있는 
너와 너를 지지하는 학생들 

너희들을 그렇게 두려움에 떨게하고
아무것도 못보게하고
언론의 화살을 다 맞게 만들고
어머님들이 주시는 밥 한끼 맘편히 뜨지 못하게 만드는 건
누굴까?

나부터 반성한다.

나의 두려움과, 경쟁심과, 무관심과 
너희를 비난하고 책임은 지지않으려했던 
그 날들을 반성한다.

너.
네가 받고 있는 지금의 비난과 책임은 
너의 몫이 아니다.

어머님들이 "노조"를 만들어 
이렇게 맘대로 부려먹고 잘라버릴 수 없게 될까봐
어머님들의 시급의 몇 배에 달하는 
대체 아르바이트생을 구해 쓰고 있는 학교당국
어떠한 대화도 나누려들지 않는 학교 당국

너희들의 총장, 이사장, 재단, 스승

너의 책임도 없다 못하겠다.
아무리 양보해도,
"학습권"과 "생존권"
중에,
너의 " 지지자들과의 약속"과 
타인이지만,
한 사람으로써공정한 대우를 요구하는 그 분들의 호소 중에 
너희의 권리와
보편적 정의중에

너, 무엇이 더 우선된다고 생각하니?
정말은 무엇이 맞다고 생각하니?


그렇더래도 난 
네가 지금 짊어진 짐은 부당해보인다.
네가 받아야 할 몫은 아니다.

"악용"이라는 단어를 썼었지?
너희의 입장이 악용된다고.

그래 맞다.
넌 지금 악용당하고 있다.

너의 뒤에 지금 누가 숨어 있는지.
보이니?

맘이 아팠다.
네가 자리를 뜬 후 
목이 메더라.

그리고 
많이 미안해졌다.

힘들다. 이제 그만 그 짐 내려놔라.
그리고 꼭 
밥 한번 먹자.


======================


홍대 91년 학번 으로서 후배들이 너무 부끄럽습니다.

머리 깨지고 끌려가 구타당하면서 얻어낸 학원 자율화가 저렇게 변해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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