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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일이 없으니 계속 뻘글만 쓰네요



제가 쓴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참고로 제 마누라는 결혼 전까지 평생 자력으로는 시속 3km 이상으로 움직여 본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자전거도 탈 줄 모르는 사람이었기 떄문이죠.. 




1. 결혼 날짜가 잡히면(혹은 이 사람이랑은 꼭 결혼해야겠다 라는 사람을 만나면)



 일단 여자친구 모르게 슬금슬금 여성용 장비를 삽니다...  보드복 류는 좋은거 사봤자 자기 맘에 안 들면 말짱 황이기 떄문에, 무난하고 저렴한 걸로 삽니다.



 부츠도 적당히 발 안 아플 사이즈로 싼걸로 삽니다.(물론 부츠가 진짜 중요합니다만, 초보 시절에는 부츠 안에서 발이 노는게 낫지, 아프면 안됩니다. 금방 포기해요)



 바인딩도 싼걸로 삽니다.



 보호대는 정말 좋은거 사는게 좋습니다. 이유는 2번에서 설명.



 하지만! 데크는 절대로 아무거나 사면 안 됩니다. 데크 그래픽이 맘에 안 들면 스키장 가기 싫어해요.


 성능? 캠버? 플렉스? 아무 상관 없습니다. 무조건 그래픽입니다.


 평소 취향을 고려해서, 후보를 여러개 만들어 둔 다음에,  사준다는 말은 하지 말고 그냥 넌지시 물어봅니다. 뭐가 이쁜거 같애?


 근데 여기서 "이게 제일 낫네" 라는 미적지근한 대답이면 이번에 고른 후보들은 다 탈락입니다.


 "오! 이거 이쁜데" 정도의 답변은 나와야 성공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고른 데크가 역캠버라면 금상첨화입니다. 턴 배울때 역캠이 확실히 덜 넘어져요.




 그렇게 사 모은 장비를 


 "선물이야.. 사 놓은지 꽤 되서 환불은 안돼" 라면서 증정합니다.



 렌탈로는 지속적인 스키장행을 결정할 동기부여가 안 됩니다. 무조건 자기 장비로 시작해야, 장비에 대한 애착 -> 보드에 대한 애착으로 변해갑니다.





2.  스키장을 간다..




여성분의 성격에 달린 문제이긴 합니다만, 너무 몰아부치면 안 됩니다.



처음 스키장 가면, 정말 힘이 듭니다. 보호대를 좋은 걸 사야하는 이유도 이것 때문입니다.


수도없이 넘어지다 보면, 진짜 정신이 혼미할 겁니다. 


보호대 없이 아이스반에 엉덩이 쪼개져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의욕이 홀랑 사라져 버립니다.


무릎으로 넘어지면? 내가 여기서 뭐 하고 있나 하는 회의감이 듭니다.


보호대를 해도 힘듭니다.


엉덩이는 얼얼하고, 종아리는 쥐 날 거 같고, 안(못) 움직이니까 춥고...



참고로 저희 마누라는 원래 욕을 안 하는 사람이었는데, 씨발이라는 말을 스키장에서 처음 배웠습니다.




이렇게 힘들 때는, 그냥 커피숍에서 커피나 한 잔 마시고 돌아오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제일 안 좋은 것이, 하루 종일 주구장창 쫓아다니면서 강습하는 겁니다.



가르치는 사람이야 눈밭이 익숙하니까 체력소모가 상대적으로 덜 하지, 이제 시작하는 사람은 바인딩 묶은 다음에 일어서는 것만으로도 탈진에 가까워집니다.


이런 사람 쫓아다니면서 




"시선! 시선! 밑 말고 앞을 보라고 앞! 앞!!!!"


"무릎! 무릎! 무릎 굽혀! 무릎!!!!"




이런 소리 듣고 있으면 굉장히 힘들고 서럽고 그렇습니다. 짜증과 서러움이 울컥울컥 올라온답니다.



가르치는 사람은 가르치는 사람대로 짜증이 납니다.


주말에 겨우 시간내서 왔는데, 맘대로 타지도 못하고 이제 걸음마 하는 사람이랑 다니면 짜증이 나고, 시간이 지나면 앞에 걸음마하고 있는 여자친구가 미워지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선택지가 두 가지가 있습니다.


1) 생각보다 진척이 되고 있고, 나름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


- 이런 경우에는 그냥 가르칠 생각보다는 같이 놀다가, 상대방이 "이게 잘 안 되는거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해?" 라고 물을 때만 원포인트 식으로 봐 줍 니다.


 그리고 "같이 타면서 한 번 봐 줄까?" 정도로 타는 걸 본 다음에 슬롭에서 다 내려와서 자세히 설명하는 게 좋습니다.


 슬롭 중간에서 자세를 뜯어고치려고 하면 절대 안 됩니다.

 

 그리고 펜듈럼 - 낙엽 - 비기너턴으로 점점 진행 될 떄, 절대 펜듈럼, 낙엽을 완벽하게 만들고 넘어가려고 하지 마십쇼.


 어차피 다들 독학 할 때는 곱등이 자세로 턴까지 갔다가, 고칠 사람은 고치고, 안 고칠 사람은 안 고치게 되어 있습니다.


 그냥 기본적인 발란스만 잡을 수 있게 되면 진도 쭉쭉 빼는 게 좋습니다. 


 이것도 따라다니면서 가르쳐 주는게 아니라, 먼 발치에서 바라보다가 어느정도 됐다 싶으면 




 "야, 니가 이 슬롭에서 상위 20프로야. 슬슬 다른거 해봐야지?" 




 하면서 데몬 정도만 해주면서 해당 스텝의 시작만 시켜 주면 됩니다. 


 

 말하자면 게임과 같은 겁니다. 난이도가 너무 높아서 스테이지 1만 해야되는 게임을 누가 재밌어 할까요?


 초반 스테이지는 쭉쭉 진행되되, 게임에 어느정도 익숙해지기 시작한 떄 부터 난이도가 올라가는게 도전욕을 불러일으키는 게임이죠.


 초반에는 무조건 칭찬! 무조건 칭찬입니다.





특히, 이제 막 뒷발 차면서 턴을 시작하고 있는 여자친구한테


"야 너 지금 니가 턴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 그거 뒷발차는거야 뒷발"



이런 식으로 찬물 끼얹지 마십쇼. 의욕 사라집니다.





2) 진척이 되지 않는다.....



이런 경우도 있긴 합니다. 이런 경우는 여러분의 능력 밖입니다. 제대로 된 강습 두시간 끊어 주십쇼. 대부분 해결 됩니다.


이런 경우에 붙들고 늘어지면 보드 자체에 아주 그냥 정이 떨어져 버릴 수 있습니다. 


프로 강사는 다릅니다. 두시간이면 아무리 몸치라도 눈 위에서 미끄러지는 법 정도는 충분히 가르켜 주실 분들입니다.




3. 신혼여행을 보드장으로 간다.



 여자분들 북유럽 좋아하시죠? 저희 마누라도 좋아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신혼여행을 북유럽으로 갔습니다. 프렌치/오스트리아/이탈리아 알프스도 좋죠.


 유럽 분위기 좀 나는 헬싱키/파리/인스부르크는 아마 모든 여성분들이 좋아하실겁니다.


 그리고 광활한 알프스에서, 자기 실력 때문에 초급코스 밖에 못타고 나면 거기까지 가서 제대로 즐기지 못한 데 한이 맺힐 겁니다.



 동기부여가 되죠. 다음번에 왔을 때는 전 코스를 다 타고 말겠다!!



 실제로 저희 와이프의 가장 큰 동기가 이거였습니다.





 이 쯤 되면, 왠만큼은 시동이 걸렸다고 보셔도 됩니다.




 원래 자전거도 못 타는 저희 마누라가, 이제 겨울이 다가오면 스쿼트를 하고, 벽 붙잡고 기울기를 고민합니다.


 

 네 시즌(혹은 세 시즌)만에 하이원 빅토리아 1에서 너비스턴으로 부드럽게 내려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름이 한창인 지금, "지금 칠레는 시즌이 한창인데, 칠레 가고 싶다" 라고 헛소리하는 제 말에 맞장구도 쳐 줍니다.





 물론 이건 제 마누라가 좀 오기가 있어서 그런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아마 어느 여성분들이든지 눈에서 미끄러지는 즐거움을 안다면 푹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스노보드라는거.. 아시겠지만 정말 재밌잖아요?



 처음 시작만 살짝 도와 주면, 여러분 곁에도 고글쓰면 미인인 여자친구가 충분히 있을 수 있습니다.





ps. 여자친구 만드는 법은 못 가르쳐 드립니다. 이건 알아서 하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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