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In Ski Resort

-세 번째 이야기-

[제일 아름답고 멋진, 주리♡항승 커플을 만나다!]

Before interview

주리누님은 내가 헝그리보더에 20인 스키장을 업로드 할 때마다 응원댓글을 남겨주셨다. 그런데 한 줄 짜리 응원이 아니라, 진심이 느껴지는 응원이었다. 그래서 어떤분일지 궁금했다. 그래서 헝그리보더 쪽지를 이용해 연락을 하게 되었고, 1월 29일 휘팍에서 처음 만나기로 약속했다!! 떨린다~ 떨려~~~~~ 응? 그런데! 커플이시다!!? 남자친구분이 의족을 착용한 보더라고 하신다. 설마..... 하는 마음인데 정말이라고 하신다!! 헉!!

난 그냥 몸이 불편한 친구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어요. 해서 안될 것은 없다고요!!!

조준희: 동시에 두 분을 인터뷰하는 것은 처음이네요! ㅠㅠ 성함이랑 나이 소개해주세요!

권주리: 저는 권주리. 27 살이에요!

박항승: 저는 박항승이고 26 살이에요!! 그런데 빠른년생이라.. 음.. 학년으로는 동갑이죠~

조준희: 오 !! ㅋㅋㅋㅋ 저도 빠른 95에요~~ 그런데.. 두 분이 커플이시라고 ㅠㅠ

(‘하하하!!!‘ 우리는 모두 웃었다. 주리누나와 항승이형은 해맑은 웃음. 나는 씁쓸한 웃음.)

조준희: 그런데 두분은 어떻게 보드를 타시게 되었나요?? 항승이형은 체격이 좋아서 정말 잘 타실 것 같으세요~~

권주리: 잘타요 얘! 일년차인데!! 음.. 나는 작년에 이 친구를 만나기 전에 친구들이랑 보드를 타다가 푹~ 빠져서 탔었어요. 그런데 작년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 날에 항승이와 사귀게 되었고, 항승이한테 이렇게 말했어요! “난 겨울에는 보드 타느라 서울 못 가! 괜찮아? 이해해줄 수 있어??” 라고요. 그러다가~ “혼자보낼 수 없다.” 해서 항승이는 저를 따라 이번 시즌 처음 타는 것이에요!

박항승: 사실... 이게 뭐랄까.. 스노우보드가 어느정도 고급 스포츠이다 보니까 주리가 아니었으면 거의 접할 기회가 없었을거에요. 그런데, 타다 보니까 너~무 재미있는거에요. ㅋㅋ 그래서 빠지게 되었죠!!

조준희: 헉.. 2월 14일 제 생일인데!!!! 흠... 음...

권주리: 와 진짜요?? ㅋㅋㅋ 다 같이 파티하면 되겠네~!

박항승: 진짜 신기하네 ㅋㅋㅋ

조준희: 그런데.. 두분은 어떻게 만나시게 된 거에요~??

권주리: 원래.. 대학은 다른데 같은 학과이거든요. 그래서 친구의 소개로 만나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친구였는데 사이가 발전하게 된 거죠! ㅎㅎ

조준희: 아~~ 두분이 같은 과 이면.. 어떤 학과세요??

권주리: ‘특수교육 학과’에요! 장애우들을 위한 교육을 하기 위한..ㅎㅎ

여러분은 이 두 분이 어떤 커플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마 일반적인 커플이라고 생각을 하셨겠죠?

네, 맞아요. 이 두분은 서로 사랑하는 일반적인 커플입니다.

하지만 모두에게 작은 상처가 있듯이, 항승이형도 작은 상처가 있습니다.

그 상처가 외관상으로는 우리들보다 커 보이죠.

네, 항승이형은 다섯 살 때 한 쪽 팔과 한 쪽 다리를 잃으셨습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은 위의 대화를 보았을 때 ‘일반적인 커플 이구나’라고만 느끼셨죠?

맞습니다. 비록 몸은 불편하신 분들도, 우리와 같은 일반적인 삶을 살아갑니다.

그걸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다시 인터뷰 보겠습니다!^^

조준희: 근데 형.. 이런 질문 드리긴 좀 그렇지만.. 언제부터 몸이 불편하신거에요?

박항승: 다섯 살 때부터.. 교통사고로 이쪽 팔이랑 다리를 잃었어요 ㅎㅎ 진짜 교통사고는 조심해야되요~ 이렇게 되는 사람들은 교통사고가 대부분이에요!

조준희: 아.... 그런데 저는 주변에서 의족을 착용하신 분을 본 적이 없거든요!

권주리: 아, 저도 의족을 착용한 사람은 항승이를 처음 봤어요! ㅎㅎ 특수교육 전공을 하면서도요.. 실제로 이렇게 하는지 몰랐어요~

박항승: 하하하하하~~~

조준희: 아.. 닉 부이치치 아세요?? 저 그 분 보고 엄청 감동받았었는데..ㅎㅎ 그 분은 양팔, 양다리가 없어도 자연스럽게 모든 일을 해내시더라구요! 혹시 형님은 생활에 불편한 점 없으세요??

박항승: 저는 음.. 그냥 생활하는데에는 문제가 없어요. 밥 먹고 씻고 뭐.. 음.. 컴퓨터 자판도 한 손으로 600타 정도 나오구요~!

조준희: 헉..... 저는 양손으로 300타인데 ㅠㅠㅠ 그럼 하나도 어렵지 않으세요??

박항승: 그래도 어려운 점이 없지 않아 있죠! 하지만, 장애가 있다고 측은하게 바라보거나 동정 하는게 오히려 저희에겐 힘이 들어요. 나도 일반인처럼 잘 할 수 있고, 더 열심히 해서 더 잘 할 수 있는데 왜 불쌍하게 보는지 모르겠어요. 오히려 몸이 불편한 친구들은 그렇게 상처를 받기도 해요. 저는 특히 오기가 강해서 '못한다, 못한다‘하면 더 하고 싶어지거든요. 물론 저희를 걱정해주시는 마음은 고맙지만, 이런 것을 아시게 된다면 그냥 일반인처럼 편하게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ㅎㅎ

권주리: 맞아요.. 오늘 의무실 갔는데 항승이를 보고 정말 동정의 눈빛을 보내서.. 하하..

박항승: 흐흐하하하~~

조준희: 그런데 두 분 모두 특수교육 전공이시잖아요~! 주리누나는 특수교육학과를 가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권주리: 저는 제 동생이 장애를 가지고 있거든요. 그런데 동생이 학교를 입학하려는데, 학교에서 받아주지 않겠다는 거에요. 지금은 법으로 입학거부가 되지 않지만, 그 때만 해도 법이 없었거든요. 내돈내고 세금내는데 왜 안받아주는지 불만이 참 많았어요. 그래서 너무 화가 나서 그 때부터 특수교육의 꿈을 가졌어요, 지금은 대학원에서 조금 더 심도 있게 공부하고 있고요!ㅎㅎ

조준희: 동생분이 불편하군요.. 주리누나는 정말 멋진 선생님이 될 것 같아요! 항승이 형은 짐작은 가지만.. 그래도 특수교육학을 공부하시는 목적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요?

박항승: 난 그냥 몸이 불편한 친구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어요. 해서 안될 것은 없다고요. 항상 용감하고 자신있게 행동하는 모습을 보이면서요!

조준희: 그런데 정말 몸이 불편해 보이지가 않고 굉장히 자신감 있어 보이세요!! 해맑으시고요 ㅎㅎ

박항승: 하하하 뭐 그런 칭찬을 다, 하하하하. (많이 웃으셨다)

조준희: 항승이형 친구들은 형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박항승: 그냥 난 5살 때부터 이렇게 자라서, 그냥 난 ‘이게 내모습이구나’ 하고 살아왔어요. 그래서 나에 대한 어색함이 없기 때문에 제 친구들도 저를 편하게 대하죠. 놀 때도 다 같이 신나게 놀 거 다 놀고~ 그리고 다른 장애우분들 보면 오히려 일반인 보다도 잘 노는 친구들 많아요~! 우린 다 같은 사람이니까!

조준희: 마음가짐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TV에서 보았는데 후천적으로 장애를 가져서 희망을 잃고 사회와 단절을 택하는 분들도 많더라구요!

박항승: 맞아요. 그런 분들 많이 있어요. 하지만 희망이 있잖아요! 이 세상에 감사할게 많아요. 난 지금 숨을 쉬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희망을 잃으면 안되는거에요!

권주리: 얘 너무 교과서적이다 그쵸 ㅋㅋㅋㅋㅋㅋㅋㅋ

박항승: (당황) 아이..아이.. 진짜야 ㅎㅎㅎ

조준희: 그런데 주리누나는 항승이형이랑 사귀면서 불편한 것 있으세요?

권주리: 음.. 여름에는 사실 깜짝놀라긴 하죠. 반팔에 반바지 입으면 깜짝깜짝 ㅎㅎ 그래도 뭐 항승이는 운전도 혼자 하니까 ㅎㅎㅎ

조준희: 와.. 운전까지....... 대체 형이 불편한 것은 무엇이죠 ㅠㅠ? 그럼 혹시 스키장에서는 불편한 것 없으세요?

박항승: 글쎄요.. 음.... (한참고민) 리프트도 탈 수 있고.. 음.. 아!! 슬로프에 사람 좀 없었으면 좋겠네요 ㅠㅠ 성우를 다니다가 여기 휘팍에서 좋다고 느낀 것이 한가지 있는데, 왕~초보 코스가 있더라고요ㅋㅋ 초보도 아니고 왕~초보 코스요! 그래서 처음에 배울 때 여기서 배웠으면 훨~씬 수월하지 않았을까..ㅋㅋ

권주리: 또 하나 있잖아! 그거 부츠!!

박항승: 아.. 맞아요! 부츠를 신을 때 스포츠의족이 아니라 일반 의족을 착용하다 보니 부츠를 신고 벗을 때 너무 오래 걸려요. 의족을 부츠에 넣을 때에는 강제로 넣고 뺄 때가 정말 문제이죠. 이건 정말 불편해요. 혼자는 못 하고 주리의 도움을 받죠! KOPARA 라는 스노우보드 장비회사 차린다고 했죠? 부츠의 다양성이 생기면 좋겠어요!ㅎㅎ

조준희: 아... 그렇네요. 평소에 제가 느끼지 못했던 불편함을 이렇게 이야기로 들으니 실감이 되는군요. 그런 불편함이 있을 줄은 생각하지 못했어요! 역시 기업도 소통이 이루어 져야 해요, 소통이!!

박항승: ㅋㅋㅋㅋ 국회로 한번 나가 보는거 어때요?하하하하

권주리: 하하하하하하하!!

조준희: 두분의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박항승: 일단 저는 보드도 열심히~ 타서 의족보더들에게 큰 희망이 되고 싶어요,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고요! 여름엔 보드를 탈 수 없기 때문에 주리 따라서 수영도 한 번 배워보기로 했어요! 제가 운동을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하하

권주리: 그리고, 이제 우리도 진심어린 논문으로 다져진 대학원 생활을 마치고, 결혼하고 같이 특수교육을 제대로 해보려고 생각 중이에요. 저희 어머니 아버지도 그걸 준비하고 계셔요. 장애우들이 일반인들과 어울리는것도 중요하지만, 자폐나 정신지체장애 같은 경우는 일반인들과의 소통을 피하는 경우가 많은데 오히려 그럴 때에는 시골에서 사는 것이 굉장히 좋아요. 그래서 시골에 장애우를 위한 작은 마을 하나를 생각중이에요!ㅎㅎ

조준희: 대단하시네요! 사실, 저는 장애우분과 이렇게 대화해보는게 처음이에요. 그런데 이렇게 일반인보다도 더 자신감이 넘치실 줄은 몰랐어요. 저는 편하게 지내다 보니 절실함 같은 것이 많이 부족해서 그런지 조금만 어려워도 쉽게 포기했었는데 부끄러워 지내요...ㅠㅠ 오늘 인터뷰 정말 감사합니다!! 성우리조트 가게 되면 꼭 연락 드릴게요!ㅎㅎ

박항승: 잘가요! ㅎㅎ KOPARA의 좋은 CEO 가 되길 바랄게요!^^

권주리: 다음에 뵈요! ㅎㅎㅎ

[ FREE NOTE ]

내가 너무 작아지는 하루였다. 항승이형은 못하는 운동 없이 거의 다 즐긴다고 한다. 그런데 난, 다양한 운동을 경험해보았지만, 나에게 맞지 않는 것은 바로 포기해버렸다. 나에겐 ‘절실함’ 과 ‘오기’가 부족했다. 그냥 편한것만 찾았지 나의 발전은 편한 배게 밑에 숨어 있었던 것 같다. 형의 끝없는 도전은 형을 빛나게 하고 있다. 형은 외관상으로 보이는 곳이 불편하지만 난 어쩌면 의지력에 장애가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형이 빛나는 또 다른 이유는 곁에서 지켜주는 든든한 애인, 주리누나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역시, 커플은 아름답다. 솔로로 지내겠다고 발악해 보아도, 커플은 아름답다. 그리고, 이 커플은 더 아름다웠다. 난 비록 오늘 작아졌지만, 오늘의 작아짐은 내일 더 커지기 위한 SET UP 일 뿐이다. 강한 정신력을 가지자 조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