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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남자들은 으레 그렇듯
왠만하면 집에서 요리를 하지 않는다
보통은 밖에서 해결하고 들어가려고 하지만
어쩔수 없이 집에서 해먹어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 된다면
누구나 그러하듯 라면이나 인스턴트 식품따위로
그저 오늘도 한끼를 해결했다는데에 의의를 두고 있을 뿐이다
그러던 어느 점심시간..
여느때처럼 점심한끼 때우고 다시 회사로 들어가는 길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걸 발견하곤
미녀라도 있는겐가라는 호기심에 기웃거렸더니..
왠 아저씨가 민방위교육장에서 봤음직한 커다란 마이크를
댄스가수들의 이어마이크 인냥
아니면 기타치며 노래를 하다가 반주 중간에
난 하모니카도 불수있단다 라고 뽐내 듯...
하여튼 그런 형식으로 목에 마이크를 매달고선
얼마전 홈쇼핑에서 보았던 바로 그[다이아몬드 칼갈이]를 팔고 있었다
그 아저씨는 관객을 전혀 의식하지 않은 채
대수롭지 않은듯 칼을 두세번 휙휙 갈더니만
속사포 랩을 뱉음과 동시에 리듬에 맞춰 A4지를 착착착착 베어버리고
바람을 가르는 자유로운 칼부림으로 나무토막을 마치 무우처럼 썰듯이
깍뚝썰기 신공을 펼치는가 싶더니
급기야 칼로 칼을 내려치는 시범까지 보여주었으니...
대략 5분간 그 자리를 벗어날 수가 없었다
나에게 저 칼갈이만 있다면
난 무슨 요리든 즐겁게 해낼것만 같았고
오나라 대장금의 뺨을 후려칠 정도의 일류 요리사가 될 것만 같은 생각에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집에 있는 칼이 산지 얼마되지 않은 새칼이라는 생각에
금세 포기하고 그냥 지나갔지만
회사에서 다시 생각해보니까 아무래도 사야겠다 싶어
퇴근길에 결국 난 칼갈이를 사가지고 집에 갔고
아빠미소와 함께 뿌듯한 마음으로
읍내 5일장 칼갈이 김씨 아저씨로 빙의되어 집에 있는 모든칼을 갈고 또 갈았다
데크나 바인딩이 아닌, 칼갈이를 몇분간 보고 고민하고 있는 내모습에
아~나도 이제 요리를 하는 사랑받는 남자가 되어가는구나 싶었지만
칼갈이를 사고 난 뒤 칼로 신문지 두어번 짤라본게 전부.끗
[한줄요약] 칼국수가 아닌 칼라면 해먹을 기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