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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이 시작되던 어느날

 

1학년때 친하게 지냈던 창범이라는 친구가 우리반에 놀러왔었다

 

때마침 교실로 들어온 담임선생님이 창범이를 발견하고는

 

"곧 있음 수업종치니까 어서 너희반으로 돌아가~"라며 좋은말로 타일렀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미동도 하지 않았던 창범이 모습에 화가 난 선생님이

 

"야이 쒜끼야 빨리 니그반으로 꺼지라고~"라는 썅욕드립을 날리자

 

"와예? 슨생님이 요~  전세냈으요?"라는 말로 선생님을 멘붕시켰고

 

가뜩이나 월세집을 구하느라 밤낮으로 뛰어다니셨던 선생님은

 

옳다구나 싶어 신나게 두들겨 팼지..거짓말 안하고 진짜 비오는날 먼지나도록 때리고 두 대 더 때린듯 했어

 

원없이 맞던 창범이는 씩씩대며 학교를 뛰쳐나갔고

 

그렇게 사라졌던 창범이가 다시 돌아온건 수업 끝시간쯤인가 그랬을꺼야

 

반쯤 눈이 풀린 얼굴로 본드냄새를 풍기며 우리반에 찾아온 창범이는

 

연습장 한 장 찢어달라고 하고는

 

어디서 본건 있는지

 

[자태서-나 이창범은 금일부러 학교 그만둚]이라고 끄적이더니

 

적성에 맞지 않는 학교는 더 이상 다닐 필요가 없다는 말과 함께 정말 학교를 그만 두었어


 

 

그리고 얼마 후 창범이는 부잣집 아이들만 신었었던 부산 사상에 위치한 프로스펙스

 

주식회사 동양고무에 취직하였는데

 

모두들 본드냄새때문에 기피하던 접착부에 스스로 자원하여

 

월등한 기량의 실력과 남다른 재능으로 회사에서 인정을 받기 시작했고

 

적성을 찾은 듯한 창범이는 그렇게 열심히 일하더니 몇년 후 결국 자기집 마련이라는 엄청난 결과를 이뤄냈지

 

비록 크고 화려한 집은 아니였지만

 

당시 300원, 500원 용돈을 받던 우리들에겐 엄청난 충격 그 자체였어

 

학교를 일찍 그만둔 아이들이 늘 그렇듯..아니나 다를까 동거를 하는가 싶더니 이내 아이를 낳았고

 

이듬해 결혼을 했어

 

그렇게 늘 우리곁에 있을것 같았던 친구는

 

제대 후 연락이 끊어졌고

 

친구들과 술을 마시면서도 창범이 얘기를 종종했었는데

 

이젠 성공을 해서 가스공장에 취직했다는 소식도 들었어

 

어쨌든,

 

 

 

오늘 문득

 

강남 전세값이 9년만에 집값의 절반 수준까지 올라왔다라는 소식과

 

심각한 유럽 재정위기 해결에 필요한 것은 유로본드 도입이 필요하다는 뉴스를 접하니

 

뜬금없이

 

홀어머니를 모시고 살던 창범이가 어머님이 갑자기 편찮으신 관계로 어쩔수없이 직접 산업현장에 뛰어들어야만 했지만

 

어린시절 그런게 너무 부끄러워서 결국 자퇴의 명분을 만들어야만 했었고

 

일하는게 너무 힘들었었지만 친구들에게는 너무 재밌고 적성에 맞는다고 말할 수 밖에 없었으며

 

평생 전셋집을 전전하며 사셨던 고아이셨던 홀어머니께

 

어머님 명의의 집과 하루빨리 손주를 안겨드리고 싶었노라고

 

창범이 어머님 장례식때

 

울면서 얘기하던 내 친구 창범이가 생각이 나서

 

문득 가슴 한쪽이 너무 아려온다..

 

 

 

 

하늘은 맑은데 소주한잔이 생각나는 장마철 저녁에...

 

 

 

 

엮인글 :

토드

2012.07.03 17:44:06
*.209.145.129

저도 먼저간 친구가 보고싶네요... ㅠ.ㅠ

DandyKim

2012.07.03 17:58:58
*.218.32.218

아... 짠하네요~ ㅠ.ㅠ

Gatsby

2012.07.03 18:19:55
*.45.1.73

.......생각이 깊었던 친구네요....

reddawg

2012.07.04 09:50:55
*.52.8.14

후아.. 딱 날씨에 어울리는 글이네요.
맑은데 소주한잔 생각나는 장마철 저녁
글귀에 빠져드는 필력
ㅠ.ㅠ 슬프다

포크맨

2012.07.04 11:49:10
*.43.230.21

와 반전좋네요

내친구엿던놈은 멀하고 살지 궁금하네요

갸도 중2때 가출해서 공장취직햇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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