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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일기는 자게에 쓰는거라고 배워서... ㅡㅡ;;;
조금 .. 길어요. 게다가 일기라서 높임말도 아니어요~
거의 10년이 넘는 헝글 눈팅을 하면서
오프라인에서 누구를 만난 적은 거의 없었다.
과거 헝글이 생기기 전 김준범 사이트에서 정보를 얻어가던 시절이었다.
헝글이 생긴 후에도 김준범 사이트가 훨씬 붐볐던걸로 기억한다.
그 당시에 유일하게 오프에서 만난 사람이
현재 헝글 강사진에 있는 Prin님 이었다.
그렇게 친해진 Prin님과 02년 시즌을 지산에서 함께 지냈다.
내가 결혼하기 전에 만났는데 은성이가 벌써 열 살이 되었으니...
그렇게 시간은 레인보우 123을 직활강하듯 그렇게 지나갔다.
당시에는 개인적으로 바깥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그저 게시판에서나 사람들의 사는 모습 - 솔직히 말하면 친해지는 모습만 바라보면서
한 해 두 해 그렇게 계속 유령회원으로 살았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집안을 유지하고 (일으키지 못한건 함정)
물론 보드는 여전히 좋아하지만 여유롭게 즐길 처지까지는 되지 않기에
시즌에 한두 번 가는게 고작이다. 그렇게 따지면 작년엔 정말 운이 좋았다.
작년에 은성이와 시즌권을 사서 방학동안 함께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헝글분들을 만나고 친해지고
아들 자랑을 하면서 게시판에서 레벨도 막 바뀌고... ㅡㅡ;;;
직업상 밤 늦게 들어와 게시판을 전전하면서 쓸데없는 글도 쓰고...
그러다가 어느때부터 보고싶은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옛날같으면 그저 생각만으로 그칠 일이었지만
지금이야 뭐 어디에 매인 몸도 아니고....
사실 신청 게시판에 RightFe님의 참가신청 댓글이 없었다면 나는 참가하지 않았을거다.
새벽마다 게시판에 정성스런 (?) 댓글을 달고 계시는...
게다가 역시 같은 유부남에 애들아빠. 레고를 좋아하는....
은성이 은채를 좋아하고 누가 악플을 달면 나보다도 화를 내고 지워주기도 하고...
‘저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라는 막연한 호기심으로부터 시작된 관심은
이제 슬슬 애정으로 변해가고... (음.. 이상하다..)
그래. 다른사람은 몰라도 윤재아빠는 한번 보고싶다. 소주도 한잔 같이하고... 즐거울 것이다.
그렇게 세운 결심은 결국 신청댓글을 남기기에 이르고...
10월 13일 토요일
날씨 참 좋다.
이런 날은 뚜껑 열리는 차를 타고 어디론가 달려야 할 것 같은데...
아침부터 엔진 뚜껑을 열고 엔진오일을 보충하고 있는 나를 보니 참으로 답답하다.
어제 자유로에서 K5 터보와 배틀을 하고 난 이후로 차가 이상하다. 보닛 안쪽으로 엔진오일이 많이 튀었다.
게이지에 오일이 많이 찍히지 않는다... 음.... 불안하다. 또 피스톤이 깨진건가....
이젠 제대로 된 차를 타고 싶다.
어쨌든 부족한 오일을 보충하고 수업을 하러 출발.
일 하는 중간에 허슬두님에게 전화해서 내가 안산으로 가겠다고 했지만
머플러에서 파란연기가 점점 심해지는 것이 아무래도 차가 금방이라도 퍼질것만 같다.
부천에 정비소에 우선 차를 세워두고 허슬두님에게 다시 전화를 한다.
결국 허슬두님은 나를 데리러 송내역까지 오고야 말았다.
막히는 주말 서울의 도로를 그렇게 둘이서 프렌치카페를 쪽쪽 빨아대면서
차얘기, 만나게 될 사람들 얘기, 전화기얘기, 두산이 롯데한테 진 얘기....로 서로의 어색함을 쫓으려고 애쓰면서 목적지로 향했다.
정체가 심해서 조금 걱정은 했지만 다행히도 약속시간에 늦지는 않았다. 長君님이 알려 준 무료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長君님과 만나서 약속장소로 이동했다. 6시 20분.
현관에서 맞아주시는 파마머리의 킁님.
봄에 신촌에서 만났을 때 보다 더 멋있어졌다고 거짓말을 섞어서 인사치레를 했더니 무척이나 좋아하신다.
정말 착하고 순진하신것 같다.
얌얌잉님께 회비를 내고 입장을 하니 이미 많은 분들이 와 계시다. 후후... Prin님은 벌써 와 있군. 어? 혼자왔네?
제수씨랑 같이 올줄 알았는데... Prin님께 다가가서 반갑게 아는척을 한다.
앞자리에는 동영상에서 많이 보던 Ricky!님이 앉아계신다. 게시판에서 미리 공지를 하신것처럼 머리카락이 닭벼슬 스타일이다.
역시 헝글에서 한 벼슬 하고 있는 분이라야 저런 닭벼슬 스타일이 가능한거라고 생각하면서 자리를 잡기 위해 두리번거렸다.
함께 간 長君님이 자리를 잡았는데 이건 뭐 그날의 최고 명당이었다.
배수진을 연상하게 하는, 벽을 등지고 앉은 배벽진에 좌휘팍 우성우 꽃보더 테이블이 배치되어 있었으며
정면으로 두 테이블에는 강남스타일의 여성분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계셨다.
長君님은 연신 “이 자리 제가 고른겁니다. 정말 탁월한 선택이지 않습니까? 핫!핫!핫!핫!핫! ”
그랬다. 네 명이 앉을 수 있는 그 자리엔 長君님만 미혼이었다.
나는 RightFe님을 찾기 시작했다. 이미 어제 쪽지로 전화번호를 교환하고 그날 못찾으면 전화를 해서라도 아는척을 하겠다고
반 공갈을 쳐 놨었다. 도착하기 전에도 문자메시지로 도착했냐고, 나는 지금 거의 다 왔다고 메시지를 교환하면서
첫 데이트를 할 때의 그 두근거림으로 이곳에 오지 않았는가.
킁님한테 다가가서 RightFe님이 어디에 있냐고 물었다. 킁님의 손짓에 따라 한 곳을 응시한 나는
가게 입구 테이블에서 sky티커를 자르고 있는 한 남자를 보게 되었다. 아.......
이건 아무리 봐도 신입생 OT때 신입생을 위해 이것저것 준비하던 과대표의 보조 2학년의 모습이다.
얼굴이 저렇게나 동안이라니!!!!!
자게에서 그렇게나 능글능글한 RightFe님이 저렇게 순진무구하고 천진난만한 솜털 가득한 대딩의 얼굴이라니.....
가위질을 하고 있는 그에게 무작정 다가가 명찰을 내밀었다. 그리고
우리는 손을 잡고 뜨겁게 끌어안았다.
p.s
헝글에서 그토록 흠모하던 분들을 만나 인사 나눌 수 있어서 정말 기뻤습니다.
올 시즌도 처음부터 끝까지 부상 없이 모두 안전한 겨울 즐기시길 빕니다.
물론 슬롭에서 또 뵙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