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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랑법

조회 수 186 추천 수 0 2012.12.22 09:21:27
나는 행복하다
 
한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아주 우연히!
 
예기치 않게 말이다
 
어제도 아침까지 술을 마시고 첫 차로 그 사람의 집에 들른 나는
 
그 사람이 집을 비운 틈을 타 서랍이며 옷장이며 하여튼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변태처럼 그 사람의 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알 수 없는 호기심에 시작한 짓이었으나 그러고 있자니 점점 그 사람의 내면을 넘어 본질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사람이 좋아하는 옷, 그 사람의 서랍 정리법, 그 사람이 읽는 책, 그가 먹다 남긴 음식, 그의 은은한 체취...
 
연애란 상호간의 본질 탐색이겠지만
 
그 순간 나는 일방적으로 그의 내면을 훔쳐보며 그 사람의 밑바닥까지를 이해하고 있었다
 
서랍의 정돈된 방식을 보며 그 사람의 기질을 느끼고
 
그가 즐겨먹는 음식을 살짝 맛보며 그와 하나되는 기분을 느꼈다
 
그 사람의 존재를 마음 깊숙이 각인시키며 나는 뜨거운 사랑이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한 번도 연애에 성공한 적이 없는 내가 스스로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랑법을 찾아낸 것이다
 
그 사람이 읽다 만 책을 따라 읽으며 그 사람이 되어 보려고 노력하고,
 
그 사람이 쓰다 만 손톱깎이로 나의 손톱을 잘라보기도 하며 나와 그의 연결고리를 확인했다
 
그렇게 그 사람의 방을 한참이나 뒤졌으나 그 사람은 좀체로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 사람이 돌아오지 않을 것임을...
 
그 방의 주인이 바로 나였기에
 
지친 육체를 방바닥에 끌며
 
정신병자같은 내 얼굴을 보려고 거울 앞으로 향했다
 
나는 거울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움푹 폐인 눈, 불거진 광대뼈, 어수선한 머리카락, 날카로운 턱선...
 
슬프지 않았다
 
망가진 내 모습이 썩 맘에 들지 않았을 뿐
 
나는 오래도록 씻지 않아 더러워진 몸을 깨끗하게 씻고 파해쳐진 방을 깔끔하게 정리한 후에,
 
아무런 목적지도 없이 그렇게 나의 방을 떠났다
 
나는 지금 그곳에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이 지저분한 여관방에서 잠들었다가 다시 깨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뿐이다
 
하지만 또 어김없이 눈이 떠지고 말겠지
 
아 정신이 흐려진다
엮인글 :

BUGATTI

2012.12.22 09:42:47
*.70.168.60

토닥토닥 레드x한잔 하실래에!?[요]

킨지12

2012.12.22 10:13:10
*.98.215.64

제 생각이 맞다면..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계신건가요? 헤헤

숭숭숭

2012.12.22 10:29:01
*.92.209.125

문체가 상당히 문학적이네요.... 글 쓰시는 중인건가요??

아니면 정말로 외로움에 사무쳐서 이런 글을???

노출광

2012.12.22 12:27:48
*.156.92.49

어느 아파트 지하2층



어둠



습기



퀴퀴한 곰팡이 냄새



물속에 반쯤 잠겨 25일동안 계속 느끼는것은



누가 무슨 이유로 날 죽여서 여기 내버렸다는 사실보단



그저



외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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