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헝그리보더닷컴 이용안내] |
인생의 허무와 인세人世 의 비정함이라는 두 마리 승냥이에게 쫓기고 쫓긴 나는 그날 밤에
도 술에 취해 나 자신과 세상을 잊고 저주할 만한 모든 것을 저주하며 대로변에서 비틀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가 한 명 지나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무작정 말을 걸었다 살기 위해서였다
그랬더니 그 여자는 내 얼굴에 드러난 숭고한 고뇌의 표정을 읽어내고는 내 눈을 빤히 바라보며,
'당신은 예사 주정뱅이에게는 없는 그 무엇인가를 가슴 속에 지니고 살아가는 사람이로군요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당신 영혼의 주인은 동물적인 육체적 욕구일 뿐이에요, 당신이 그 포악한 폭군에게서
놓여나거든 다시 만나요'
라고 예상치 못한 대사를 또박또박 읊고 난 후 자신의 이름과 연락처를 가르쳐 주었다
나는 멍하니 서서 그 여자가 적어 준 쪽지를 손에 들고 그녀의 사라져 가는 뒷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주신酒神 바커스여, 그대가 나를 위해 빚어 놓은 운명의 밀주密酒 가 바로 이것인가? 그대는 하룻밤
우연의 손길을 빌어 이제 나로 하여금 그 밀주의 봉인을 풀게 하려느뇨?'
정신을 차리고 쪽지를 보았더니 이름이 우리 어머니랑 똑같은 것이었다
수희秀希... 으뜸 가는 소망이라...'
흐으음..
그래서 그날은 안마도 대딸방도 안 가고 그냥 집으로 들어와 얌전히 잤다
그리고 다음날 출근을 하여 일도 하는 둥 마는 둥 계속 어젯밤의 기억이 떠올라 마음이
들떠 있었다
'수희.. 수희라... 수희....'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온 나는 무심코 티비를 틀었다
티비에서는 어떤 서양 남자가 바에서 만난 여성에게 작업을 걸고 있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이 남자는 여자한테 이름을 물어보았고, 여자는 자기의 이름을 말해 주었는데,
아 이 무슨 믿지 못할 우연의 연속인가 그렇지 않으면...
남자의 대사는 바로 ,
'흠? 우리 어머니의 이름과 똑같군요'
이것이었던 것이다
전율이 등골을 타고 흐르며 왈칵 겁이 나기 시작했다
나는 그 순간, 그 어떤 알 수 없는 존재, 초자연적인 미지의 인격이 나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을 도저히 떨쳐버릴 수 없었다
알 수 없는 우주법칙의 어떠한 밑그림을 따라 우리는 이 표면 위의 삶을 살아나가고 있는 것일까?
혼돈 속에서 내게 찾아온 이 부정하기 힘든 확신을 나는 무엇이라 불러야 하는 것일까
그 뜻을 찾아라
그것이 당신이 태어난 이유일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