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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글.. 이하 스키를 보드로바꿔보시면 잼날듯..해서....
한 시즌을 기준으로 스키장에 가는 회수를 토대로 살펴보면 대체로 아래와 같을 것이다.
5회 미만: 관광 스키. - 어쩌다 친구따라 강남가듯 스키장에 가는 단계. 스키장 가본 걸 자랑으로 여기는 단계. 슬로프에 올라 살아내려 온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뿌듯해 한다.
5회 이상-10회 미만: 양반 스키어들의 스키장 나들이. 본인은 스키를 좋아한다고 생각하지만 스키 매니어가 볼 때는 관광 스키어. 이 단계에서는 스키의 멋에 눈을 떠서 슬로프 상단의 산장식 까페에서 마시는 커피의 맛이 좋아진다. 열심히 스키만 타는 머슴 스키어들이 불쌍해 뵌다. 실버 직벽에서 내리 꽂는 스키어들이 미친놈으로 뵌다.
10회 이상-20회 미만: 스키 고행길의 시작. - 스키의 맛이 들리는 단계. 스키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면서 더 못 가는 게 아쉬운 단계. 스키 실력은 아직도 엉망. 잘 타는 사람을 구별해 낼 수 있다. 당연히 잘 못 타는 사람도 구별해 내는데, 자신은 안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아직도 어쩌다 한 번 산장 카페에서 커피를 사 마신다.
20회 이상-30회 미만: 머슴 스키 단계. 스키를 늦게 배운 게 한이 된다. 스키장에 못 가는 휴일이면 안달이 난다. 스키 관련 사이트에 못 들어간 날은 혓바늘이 돋기도 한다. 겨울에 결혼하겠다는 친구놈들과 상종을 해 온 게 후회된다. 가끔 스키 비디오를 본다. 다음 시즌엔 스키 시즌권을 꼭 사야겠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중경이 안 되는 때가 있다. 강습을 받으라는 Dr. Spark의 말이 자주 생각난다. 일주일에 한 번만 야간 스키를 탈 수 있는 직장에 다니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30회 이상-40회 미만: 매니아 단계(가장 아름다운 시절). 스키 시즌권은 필수. 중경으로 스키를 타고, 카빙에 대한 확실한 감을 잡는다. 장동건보다 한정재가 멋져 보이고, 김희선보다 이은아가 훨씬 더 예뻐 보인다. 연예인들에 대한 관심보다는 스키 데몬들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진다. 박효훈 박사를 만나고 싶다. 운전할 때 구비길을 가다 보면 회전 코스를 상기하게 된다. 앞서 코너를 도는 오토바이는 내경(inclination)이 좀 부족하다는 생각을 한다. 시즌마다 새 스키를 사게 된다. 뱃지 테스트를 보고, 준강사를 꿈꾼다. 휴가를 안 쓰고 모았다가 여름엔 뉴질랜드에 가야만 한다는 생각이 든다. 술값을 모아 비행기표를 사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로시뇰과 살로몬의 신제품이 궁금해진다. 비시즌에 인라인을 안 탄 걸 뼈저리게 후회한다. 기선전 중계 방송을 녹화해 두고 자주 본다. 집에 돌아가다가 스키 정비 도구를 사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40회 이상-50회 미만: 치유 가능의 스키 매니아. 가끔 두 개 이상의 스키장 시즌권을 구입하고 뿌듯해 한다. 종목별로 스키 하나씩을 가지게 되니, 기본이 세 개다.(회전, 대회전, 올라운드나 모글 스키.) 스키장에 갈 때마다 자가 정비를 해 간다. 컨트롤 가능한 롱 카빙이 되고, 숏턴도 카빙 숏턴으로 바뀌어 간다. 자기보다 잘 타는 아마추어 스키어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직장마저 때려치우고 스키에 전념한 후, 아마추어 대회를 휩쓰는 홍선의가 자신의 미래 모습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모글 스킹을 잘 못 하는 게 영 쪽 팔리는데, 모글은 에어도 잘해야 된다는 얘기에 걱정이 되어 김태일 모글스쿨 입교도 고려한다. 비시즌에 트램폴린 연습을 꼭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박수철 데몬이 참 앞서간 사람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베른트 그레버의 죽음에 눈물을 흘린다.
50회 이상-60회 미만: 치유 불가능의 골수 스키 매니아. 기선전 출전을 꿈꾸거나 기선전에 출전하여 넘어지는 꿈을 꾸다가 일어나 식은땀을 흘린다. 레이싱 스키스쿨 입교를 이번 시즌에 할지, 내년 시즌에 할지를 고민한다. 오승준 데몬의 스킹 모습을 본 이후에는 잠이 잘 안 온다. 아와노(Awano) 같은 카빙 숏턴을 할 수만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일찍 스키에 입문하여 데몬이 되지 못 한 게 한스러워 후생(後生)을 기약한다.
60회 이상-70회 미만: 스키 도착증세의 아마추어 및 프로 스키어. 스키 수입상 등으로부터 스키를 공식으로 스폰서링 받지 못 하는 게 왠지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 김학래 데몬을 보면 괜스레 그 앞에서 무릎을 꿇고 싶어진다. 스키에도 도(道)라는 게 있음을 느끼게 된다.
70회 이상-80회 미만: 스키 안 타고도 살던 때가 그립다. 시즌 중에 결혼하는 사람들은 왠지 더 잘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식을 핑계로 스키장에 안 가는 날은 머슴 스키 시절에 스키장가던 때만큼 기쁘다. 가끔 중동이나 아프리카에 가서 사는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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