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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의 일기

조회 수 263 추천 수 0 2013.03.12 13:35:49

나는 오늘 세상을 등지고 방에만 처박혀 지낸지 아좌주 오랜 세월이 흐른 것을 느낀다

세상 밖에 있을땐 비밀처럼 지나가던 시간들이 나의 작은 방에서는

천근만근의 가공할 무게로 날 죽음의 공포로 몰아넣었음을 고백한다

벌레 한 마리 조차 괴물처럼 느껴졌던 나날들...

때때로 거울 속 거대한 짐승의 모습에 소스라치게 놀라 몇날 몇일을 구석에서 시름하기도 했었지


그러나 스쳐지나가는 모든 말들이 가슴을 후비던 바깥세상의 고통에 비하랴

매일 똑같이 움직이는 기계처럼 동어 반복의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오늘 문득 깨달았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는지는 모르겠지만 창틈으로 흘러들어온 꽃잎들에 서서히 제정신이 돌아왔다


굳어 있던 두 다리로 힘겹게 땅을 딛고 일어서자 창문 밖으로 사쿠라 꽃들이 춤추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 순간 세상은 다시 내게 다가왔고 어두운 방에서 보낸 시간들은 무색해지며


예나 지금이나 아름다웠던 봄날의 아침노을이 내 작은 방의 어둠을 물리치는 것이 아닌가

꽤 긴 시간을 어두운 방에서 보냈다고 생각했는데...

바깥 세상의 풍경은 여전히 아름다웠고 길게만 느껴졌던 공포의 시간들이 아주 잠깐의 악몽처럼 빠르게 잊혀졌다

냄새나는 옷들을 벗어던지고 옷걸이에 걸려 있는 가벼운 옷들로 단장을 하자 짐승처럼만 느껴졌던

내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막 온천에서 나온 생기 넘치는 소년이 거울 앞에 서 있었다

갈아입은 옷에서도 아직 갓 마른 빨래의 향기가 가시지 않은 채였다

천천히 바깥세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떨리는 손으로 방 문을 열자 눈부시게 하얀 빛이 방으로 쏟아져들어왔다

나는 어디론가 떠났구

아무도 없는 작은 방 안으로

녹슨 자전거 한 대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음편에계속

엮인글 :

백만송이장미를

2013.03.12 13:55:15
*.184.130.178

" 스쳐지나가는 모든 말들이 가슴을 후비던 바깥세상의 고통에 "

음,,,

곽진호

2013.03.12 14:22:15
*.7.49.185

보드는 탑니까????

안타면 딴곳으로 가심이....

쿨럭~

2013.03.12 14:48:23
*.6.1.21

작년의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오는 것 처럼
또 오셨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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