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장기출장 중에 휴일에 할 일이 없어서 발버둥 치다가 근처에 있는 실내스키장을 알아보게 됐습니다.

결론적으로 현재 있는 폴란드에는 실내스키장이라고 할 만한게 없군요....

아래의 표에 전세계의 실내스키장이 완벽하게 정리되어 있다고는 할 수 없으나, 그래도 구할 수 있는 자료 중에서는 제일 리스트가 풍성하더군요.(위키피디아에서 발췌)

 표만 달랑 올려드리기 뭐 하니까, 제가 가본 곳과 안 가봤지만 흥미로운 점이 있는 곳 이야기를 좀 할까 합니다.

1. 벨기에

벨기에는 정말 특이하게도 실외 스키장이 정말 드뭅니다. 눈이 적게 오는건 아니지만, 지형 자체가 스키장을 만들기가 참 애매하거든요. 설사 실외 스키장이 있다고 해도, 피스트 하나에 T바 하나 떨렁 있는 곳이 대부분입니다.

근데 의외로 실내 스키장은 또 많습니다. 인구는 약 1200만명 밖에 안되는데, 실내 스키장은 위에 표만 보더라도 3개나 됩니다.

그리고 규모도 꽤 되구요. 작년 여름에 프랑스 출장 갔을때 무료함에 발버둥치다가 Comines에 있는 실내스키장에 가 본적이 있는데, 관리를 정말 열심히 하더라구요. 정설도 아침에 한번, 저녁에 한번 하구요.

다만 야간에는 운영을 안한다는 점이 좀 아쉬운 점이었죠..

2. 인도

인도 중부 도시인 하이데라바드의 실내 스노우파크인 스노우월드는 스키장은 아닙니다만, 인도 지역적 특성상 사실 실내 스키장으로 개장하기엔 무리가 많이 따르죠.

거래처의 인도인들과 이야기를 해 보면, 보통 인도인이라면 겨울스포츠는 고사하고 눈이 내리는 것 자체를 평생 통틀어 몇 번 봤는지 셀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보통 눈을 본 적 있는 사람은 북쪽 히말라야 근교에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인 경우가 많고요.. 그래서 거래처의 인도 사람들은 한국에 출장 올때 되도록이면 겨울에 오고 싶어합니다. 정말 어린애처럼 기뻐해요.. 눈 내리는 날이면요.

이런 상황에서 실내 스키장으로 개장해봐야 누가 스키나 타겠습니까.. 그래서 스노우 월드는 눈 자체를 체험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또 특이한점은 1회에 1시간 관람(?) 시간 제한을 두고 있으며, 1회에 300명 한도로 투어(?)를 합니다. 즉 이용객이 맘대로 돌아다니면서 즐기는 것이 아니라, 가이드 요원의 지시에 따라서 시설을 이용한다는 거네요.

이것도 인도의 지역적 특성이라 할 수 있는데, 제가 지금까지 살면서 공항 출입 자체를 통제하는 국가는 인도밖에 못봤습니다. 즉, 여권이랑 E티켓이 없으면 공항에도 못 들어가요... 사실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인 것이, 만약 출입제한이 없다면 공항 로비는 금새 거지, 잡상인, 백수, 피서객 등등으로 꽉 차버릴 겁니다. 그렇게 사람이 많다는 거지요..

또 또 특이한 점은, 마치 우주선에서 실외유영 후 감압실에서 감압을 거치는 것 처럼, 20도, 0도의 2번의 변온 시설에서 몸을 적응시킨 다음에야 입장한다는 겁니다.

이것도 인도 기후 특성상, 만약 -5도인 실내 온도에 바로 접하게 되면, 분명히 쇼크사 하는 사람이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평생 겪어본 적이 없는 온도인걸요. 제작년 인도 남부지방의 첸나이에서 이례적인 겨울 혹한(?)이 오는 바람에 영상 20도에서도 동사자가 속출한 것만 봐도 충분히 예상할 만한 일이죠?

또 또 또 특이한 점은, 1시간의 투어시간 중에 10분동안 눈이 내린다는 겁니다. 그야말로 눈을 체험하기 위한 공간이라 아니할 수 없군요.

3. 독일

세계에서 제일 긴 단일 실내 슬로프(640m)가 있는  Alpincenter Bottrop,

건물 길이는 400미터밖에 안 되지만 내부에서 트레일을 비비 꼬아 놔서 슬로프3개에 파크 1개, 그리고 강습용 공간까지 마련한 현대 건축의 총아인 Skisporthalle Oberhof,

세계 최초 평균 각도 31도의 블랙다이아몬드 코스를 가지고 있는 SnowFunPark 등... 정말 뛰어난 실내 스키장이 많습니다.

하지만... 아시겠지만 가격도  약간 비싸죠. 1일권이 약 40유로 정도니까.. 한화로 6만원 되겠습니다 고객님.

여튼 독일의 기술력은 세계 제일이네요....

4. 프랑스

프랑스 로레인주에 있는 도시인 암내빌(!!)에 위치한 Snowhall 입니다.

올해 프랑스에 있었을 때 근무지가 암내빌(!!) 바로 근처인 메츠였기 때문에, 한 번 다녀온적이 있습니다. (딱 한번만 다녀온건 보통 주말에 왕복 600KM를 달려서 프랑스 북알프스 지방인 Gerardmer로 갔기 때문에..)

위에서 언급한 세계 최장 단일 슬로프라는 자리를 겨우 20m 차이로 독일 Alpincenter Bottrop에게 넘겨주고 말았습니다.

즉 슬로프 하나로 구성되어 있고, 길이는 620m네요.

하지만 여기는 파크 구성도 잘 되어 있고, 슬로프 너비 자체도 넓어서 초중급자에게 아주 좋은 곳이었습니다. (제가 즐거웠다면 초중급자에게 좋은 곳이 확실합니다.)

근데 가격이 너무 좋지 않습니다.

특이한것이 1일권이나 반일권 같은 선택지 자체가 아예 없고, 포인트를 구매해서 시간제로 타야 합니다. 8시간에 70유로쯤 하니까.. 8시간에 10만원이죠? 이제 제가 왜 한번 다녀오고 나서 그 먼길을 다녔는지 아시겠죠?

5. 마치면서

 상기 표에서 *Endless 라고 표기된 게 무슨 의미인지 궁금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저건 말이죠. 러닝머신 위에서 타는 거랍니다. 아래쪽에 폴란드 유일(!)의 실내 스키장이라는 제 게시물에 링크된 동영상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과연 저걸 스키장이라고 불러야 할지는 여러분의 판단에 맡깁니다. 제 개인적인 의견은 "신개념 체감 액션 게임" 정도가 좋을 것 같군요.

이래저래 보면서 느낀 거지만, 웅플 정도면 정말 어디 가서 빠지지 않는 곳인 것 같습니다. 일단 싸고요(유럽권 실내 스키장 종일권 가격은 거의 5만원 이상 10만원 이하입니다. 그리고 저 러닝머신 위에서 타는건 10분에 6천원이에요!). 파크도 있고, 아쉽지만 라이딩도 할 수 있지 않습니까!

게다가 인도에 태어나지 않은걸 얼마나 다행으로 여겨야 할지, 이제 충분히 아시리라 믿습니다...

그러니까 한국에, 그것도 부천에 사시는 웅플 근처 주민들께서는 평소에 여러분이 얼마나 넘치는 복을 누리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눈이 그립고 보드가 그리워서 근무시간에 이런거나 하고 있는 놈팽이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