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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 다 깎고 섐푸 하고 머리 말리려고 자리에 앉았는데,
갑자기 맛사지 해드리겠습니다~
이러더니 여자직원 둘이 내 팔을 하나씩 맡아서 팔꿈치 있는 데까지 옷을 훌떡 걷어올리구는 거따대고 아로마 오일을 막 질컥
질컥...
이게 뭐하는 짓이야!
속으루 이랬지만 또 어디 한번 하는대로 해 보려무나 이런 마음도 있었기 때문에 그냥 가만히 있었음
손바닥도 꾹꾹 눌러주고 손가락도 하나하나 꼼꼼히 훑어주더라
시원하더군
이게 끝이 아녔음
파라핀 오일 찜찔입니다~
이러더니 병원에서 물리치료 할 때 쓰는 파라핀 담금질 용기를 갖고 와서 양손을 푸욱푸욱 뜨끈하게 지져주기까지 함
보습효과가 뛰어나답니당~
이러고 활짝활짝 웃고 간이라도 빼줄 듯이 굽신거리는데 순간 퇴폐 이발업소 놀러온 줄
나중에 계산할 때 알고 보니,
적립식 회원제에 나를 가입시키기 위해 회원이 되면 받을 수 있는 '맛보기 서비스'를 베푼 것이었다
그럼 그렇지~
이 모든 개 지 랄에서 내가 어떤 느낌을 받았냐 하면,
안마방 가서 꿀떡꿀떡을 할 때 언니가 연기랍시고 내지르는 신음소리를 듣고 그만 사타구니에 힘이 쪽 빠지고 마는 그러한
기분이었다고나 할까
인간을 전혀 인간으로 보지 않는 자본주의 식의 친절에는 항상 그러한 거짓 교성이 동반됨
[손님, 피부결이 너무 좋으세요 = 아응 아응 아흐응 아아아앙 = 빨리 돈 내고 꺼져 = 빨리 싸고 꺼져 ]
대형 체인점 미장원을 가본 경험이 다들 있을 터이니 내가 어떤 분위기를 묘사하는지 대충 알리라 본다
자본력을 바탕으로 하는 이러한 대형 체인점에 비해,
영세한 자영업자가 경영하는 동네 미장원의 분위기는 어떻게 다른가
나는 예전에 이와 관련된 매우 극적인 경험을 한 적이 있기에 여기에 소개한다
예전에 여친을 만나러 사당역 근처에 간 적이 있었는데,
마침 나의 머리는 감지 않아 심각하게 떡이 져 있었고 그 여친은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삥 여친이었기 때문에,
어떻게든 미리를 깔끔하게 감고서 어여쁜 모습으로 여친 앞에 나타나고 싶었음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근처에 있는 무슨무슨 헤어샵(대형 체인점) 으로 들어가서 물어봄
"섐푸만 하면 얼마죠? "
'만원입니다 손님'
'드라이는 안 할 건데요...'
'아 네 그래도 만원입니다'
'아... 네... 안녕히 계세요'
아니 싯팔 무슨 머리에 물칠 한번 하는데 만원을 받아 처먹어 제정신이냐?
약속시간까지는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나는 주변의 주택가로 스며들어 조금 쌈직한 동네 미용실을 찾기 시작했지
역시 어떤 동네든 미용실 없는 동네는 없으므로 금방 찾아낼 수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정형적인 동네 미용실 아줌마가 역시 동네 미용실에 올 법한 전형적인 동네 아줌마의 머리를 지지고
있었음
똑같은 서비스의 가격으로 반값을 부르더군
그래 난 생활의 흔적이 묻어나는 적당히 허름한 쇼파에 앉아 차례가 돌아오길 기다렸지
한국새끼들은 무엇이든 항상 새거, 반짝반짝 광나는 거, 모던한 거, 트렌디한 거라면 사족을 못 쓰지만,
이웃나라 니혼진들만 봐도 오래 되었지만 잘 관리된 것, 주인의 개성이 배어 있는 것, 전통적인 것, 은은한 품위가 깃든
것을 휠씬 높게 친다는 것을 알아두기 바란다
물론 그 동네 미용실이 그렇게 품위 있는 곳이었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여튼 대형 체인점의 알로 까진 미끈함에 비하면
휠씬 인간적인 곳이었다는 이야기임
휴머니즘이 별거냐 바로 이런 걸 휴메인하다고 하는 거임
이런 잡생각에 빠져 있는데 미용실 원장이 갑자기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이야기하더군
'아 거... 괜찮으시면 혼자 샴푸하시고 머리도 말리시고 하시면 돈 안받을께요'
'그래도 되겠습니까, 저야 그쪽이 더 편합니다만.. 돈이야 그럭하시면 안되구요.. 여튼 그럼..'
이렇게 해서 셀프로 머릴 감고 혼자 털고 말리고 돈은 사양하는 것을 굳이 삼천원을 놓고 나감
앉아서 머릴 하던 동네아줌마들도 진기한 것을 본 양 재미있어 하며 농을 던지더군
나로서는 어떤 인간과 딱 십분 정도는 매우 쾌할하고 명랑한 분위기속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저런 이야기
를 지어내며 같이 웃어줌
'오늘이 노총각 선을 보는 날이라 도저히 그냥 나갈 수가...'
'오늘 만난 아가씨랑 잘 되면 모든 것이 원장님 덕분....'
어떠냐
이러한 이웃사촌과의 우연한 만남 속에 꽃피어나는 진실된 인간적 상호작용과,
깍듯한 친절을 가장하지만 실상은 오로지 나의 지갑만을 노리는 저 대형 체인점 직원의 경직된 태도가,
너희들의 경제활동에 관한 실천적 지평에서 무척이나 많은 것들을 시사하고 있지는 혹시 않으냐?
아니 머리를 깎으러 갔는데 왜 아로마 오일을 팔에다가 처바르냐고?
미친거 아니야?
그런 데다 쓰라고 있는 아로마 오일이냐?
오일이라면 마땅히 보다 가치 있게 발라야 할 곳에 발라야 되는 거 아니냐?
이왕 오일을 바를 거면 의자도 좀 편하게 백팔십도로 눕혀놓고,
칸막이도 좀 치고,
조명도 좀 확 줄이고,
그런 다음에 오일이 부족한 곳에 정확히 발라서,
교묘하게 살살 문지르고 부드럽게 휘감아들고 때가 오면 단호하게 흔들어 대서 끝장을 봐야 되는 거 아니야?
그런게 마사지 아니냐고?
제대로 좀 해라
오랜만에 오셔도 여전하시네요~ㅎㅎㅎ
잘지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