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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저 혼자만 알게끔 주저리 주저리 발로 쓴 글을 다시 질문글로 올립니다.
제 나이는 30대 초반 미혼 여성.
절 고뇌에 빠지게 한 분은 30대 중반의 매력적인 미혼 남성입니다.
이런저런 삶의 경험도 풍부하고 더불어 연애경험도 충분한,
이제 며칠 후면 30대 후반이 되는 미혼 남성에게 '우정'이 그리 소중하고 절절한 것인지
(아~물론 30대 초반의 여성에게도 우정은 엄청 소중하며 무지하게 절절합니다만
제 경우는 '배신' 언저리에도 못 가고, '양해' 선에서 용납된다고 생각하거든요.)
다음과 같은 상황이라면 그 남자의 소중한 우정이 흔들리거나 변할 염려가 있는 건지
제가 어떻게 마음가짐을 다져야 하는건지, 다른 남성분들의 얘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그 남자와의 첫 만남은 올해 여름이었습니다.
주말에 뒹굴거리면서 잠 자다가,소설책 읽다가,먹다가 하는게 가장 큰 행복인 저는
여느 때처럼 금요일 퇴근하면서 식량을 잔뜩 사가지고 귀가를 하는 중이었습니다.
회사의 친한 여자 선배로부터 전화가 오기를...
"내일 뭐해?"
-방콕. 왜?
"나 신랑이랑 평창에 펜션 빌려놨는데 방도 많고 너무 커. 둘이 가면 심심해. 같이 가자. 아침에 데릴러 갈께. "
이 여자선배는 제가 주말에 방콕하는 것을 무지하게 싫어하며,
저를 집 밖으로 꺼내놓는 것에 무슨 사명감이라도 느끼는 것 같은 사람인지라,
그러한 것들이 다 저에 대한 관심과 (쓸데없는) 걱정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기에,
그간의 패턴상 별 약속 없는데도 거절하면 나중에는 화까지 내기에,
그 마음에 항상 감사하고 있기에 세 번 정도 거절 후 결국 따라가기로 했습니다.
평창 출발일 새벽 선배의 전화.
"펜션이 너무 크고 방이 많아. 신랑의 친한 선배 두 명도 평창으로 오라고 했어.
부담없는 사람들이야. 없는 셈 나랑 놀면 돼. 괜찮겠어?"
- 오라고 했다며. 알았어.
그렇게 저(도희), 회사선배(나정), 회사선배의 남편(칠봉), 남자1(해태), 남자2(휴지)는 1박2일 평창 여행에 가게 됐고,
1박 2일 내내 저와 남자 둘과는 대화도 없이, 이름도 모른 체, 서로 얼굴 인식도 못한 체 여행이 끝났습니다.
여행 후 칠봉의 전화.
"형들이 특히 해태형이 평창에서 재미있었나봐. 결혼 전부터 나랑 붙어다니던 형들이었는데,
결혼 후에는 나정이랑도 같이 만나고 싶어도 여자 혼자라 외로울까봐 망설여졌었는데,
도희 너 괜찮으면 같이 술모임 하나 만들자. 맛있는 거도 먹으러 다니고. 좋잖아~
형들 부담없었지? 착한 사람들이라 알아둬서 나쁠 것 없을거야."
속으로는 '재미있었다고? 자기들 둘이서만 대화하고 둘이서만 놀았던 것 같은데...'
라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모임이 하나 만들어졌습니다.
평창 뒷풀이에서 다시 만나게 된 해태와 휴지님.
이 날은 대화도 몇 마디 했고, 두 사람의 얼굴이 구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역시 안 친해진 건 마찬가지.
다섯이서 두루두루는 안 친한 상태였지만
어울리기 좋아하고 놀기 좋아하는 칠봉은 2차 여행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리하여 가게된 사이판.
강원도도 제주도도 아닌 사이판.
안 친한 사람 다섯이서 가게 된 사이판.
그런데...
사이판 가기 1주일 전부터 해태로부터 안부 문자, 카톡, 주말에 시간되면 밥 먹자. 라는 연락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사이판 여행이 왠지 불편할 것 같은 예감이 들기 시작했고,
사이판을 마지막으로 이 모임은 그만 나가야겠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여행을 가게 됐습니다.
첫 날.
휴지님의 이상한 돌발 행동이 몇 번 거슬렸습니다.
이동 시에 티나게 저랑 해태님을 나란히 앉게끔 하려는 행동.
제가 무슨 말을 하면 "그거 해태랑 해요~" "해태한테 부탁해요~"
등의 멘트.
그.래.서. 저녁 먹으러 가기 전에 결심을 했습니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남은 일정이 상당히 불편하겠구나.
정색 한 번 해야겠다.
그런데...안 친한 상태에서 정색하면 분위기 어색해지니까,
밥 먹으면서 말 좀 섞고 좀 친해진 다음에 부드럽게 정색을 하자.
라고 마음을 먹고 저녁을 먹으러 갔고, 그 때 휴지님과 대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의외로 사람 착하네? 라는 걸 느끼게 되었고, 분위기 상 목적했던 정색은 하지를 못했습니다.
둘째 날.
어제와 같은 휴지님의 돌발행동이 사라졌습니다.
제가 하는 실없는 말에 빵빵 터지십니다.
제가 하는 평범한 행동에 빵빵 터지십니다.
제가 하는 혼자말에도 바로바로 행동을 해주십니다.
저녁 식사 자리와 이후 술자리에서의 휴지님.
의외로 사람 착하고 괜찮네? 라고 느꼈습니다.
셋째 날.
휴지님에게 자꾸만
눈이 갔습니다.
마음이 갔습니다.
손도 갔습니다.
(가벼운 터치)
넷째 날.
그냥 짐 싸서 오기 바빴음.
내 마음이 내 세계가 불과 4일 전과는 "뭔가 다르다!" 라는 느낌...
가져본 적 있으세요?
제가 그랬습니다.
자꾸 휴지님 생각이 났습니다.
월요일 출근길이 평소와는 다르게 가볍고, 일을 하면서도 즐거웠습니다.
화요일...여행 사진을 받을 게 있었는데, 그 때문에 휴지님으로부터 네이트온 친구 신청이 왔습니다.
오후 4시 경 대화를 시작해서, 퇴근시간이 되서야 끝났습니다.
다음 날 오후 4시 경 또 대화를 시작했는데, 퇴근시간이 되서 끝났습니다.
그 다음 날...오전...
로그인 되어 있는 그 분 이름 석자를 보면서 말을 걸고 싶어서 손이 근질거려 죽겠지만 참았습니다.
이 분을 파블로프의 강아지로 만들어야겠다. 싶어서,
오후 4시 제가 말을 걸었고, 퇴근시간이 되어서야 끝이 났습니다.
그 다음 날 오전...
그 분이 네이트온 접속을 하지 않습니다.
괜한 불안감에 오전 내내 시달립니다.
점심 시간이 다가오는데도 접속을 하지 않습니다.
점심을 먹고 왔는데도 접속을 하지 않습니다.
그 때 깨달았죠.
파블로프의 강아지는 나구나.
2시 경에 접속을 하시길래 아직 4시가 되지도 않았음에도 어디 갔다 왔냐며 먼저 말을 걸었습니다.
이미 전 강아지가 되었으니깐요~
제가 원래 에둘러 말하는 화법을 좋아하는데, 슬쩍 던져본 미끼에도 바로 알아듣고 덥석 무십니다.
일단 빠져 나가보니 바로 또 던지시는 미끼.
'이 남자 센스가 보통이 아니군~'
센스와 빠른 눈치, 적은 말수임에도 적당한 유머감.
매력적이었습니다.
내일이면 주말인데,
주말엔 네이트온으로 대화는 못 하고, 평소에 카톡하는 사이도 아니었고,
전화번호도 모르고, 알았다 한들 연락하는 사이도 아니고.
월요일에 또 네이트온 해야지~~라는 설레임을 안고 주말을 보내려는 찰나에 카톡 연락이 왔고
또 많은 수다와 말장난을 하면서 사이버 연애를 했습니다.
월요일 아침 평소와 다름없이 같은 시간에 집을 나와 같은 출퇴근길을 걸어서 지하철역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그 때 울리는 전화.
"지하철역 가는 중이니~?"
-네.
"오늘도 우성아파트 주차장 지나면서 차 구경하고 있어~?"
- 네. 지금 구경하면서 걸어가는 중이에요~
"우성아파트 파란 철문 보이지?"
- ????????????????????? (맨날 다니던 그 문이 파란색이었다는 것을 그때 알았습니다.)
"그 문 나오면 나랑 사귀는거다."
요~요~~대한민국 여심을 죄다 흔들어놨던 명대사 응용하는 센스 좀 보소~!!!
그 날부터 사이버 연애는 끝나고 알콩달콩 현실의 연애가 시작됐고,
앞으로 행복할 줄로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휴지님과 해태님의 문제가 부각되기 시작됐습니다.
사이판 여행 전에 두 사람이 한 얘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해태 "나 도희에게 관심이 간다. 너는 어떠냐?"
휴지 " 나는 관심없다. 적극 써포트 해줄테니 잘해봐라."
그런데 사이판에서 어느 순간 제가 여자로 보이기 시작했고, 좋아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래도 본인이 친구에게 한 말이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저희 관계를 밝힐수가 없다고 합니다.
해태님이 제게 딱히 대시를 한 것도 아니고, 딱 한 번 밥 먹자고 했던 것, 안부 묻는 문자 몇 번 보낸 것.
그게 전부이기 때문에 전 대수롭지 않게 여겼기에, 편할대로 하라고 했습니다.
이 두 사람은 일주일에 1번, 많게는 3번의 술자리를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친구를 만나고 있는 동안에는 제 연락에 답을 안하기는커녕,
제가 연락하는 것 자체도 못하게 합니다.
친구랑 만나고 있는 동안 핸드폰이 번쩍이다 걸릴까봐 염려하는거죠.
저녁 시간부터 술자리가 끝나는 시간인 밤 11시, 늦으면 새벽 1시까지는 연락을 하지도 받지도 못합니다.
"화장실도 안 가~?" 라고 물으니 "해태가 따라와." 라고 합니다.
밝히고 말고는 저랑은 크게 상관 없습니다. 그렇지만...
저한테 연락을 하지 말라고 했으면, 최소한 휴지님이 중간에 문자라도 하나 보내야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을 못합니다.
제가 빈정 상해서 "해태님이 본부인 같아~" 라고 말하니,
"그런 표현은 좀..................(침묵).............걔랑 손을 잡겠니~ 안기를 하겠니~"
기분이 상한건가 싶어서..
"그런 걸 세컨 놔두고 누가 본부인이랑 해~" 라고 했더니 장난으로만 받아들였나봐요.
그 후로 저한테 "울 세컨~울세컨~" 이럽니다.
이런...휴지.....같은.........
저한테 사귀자고 했을 때 친구 문제에 관한 고민은 끝났어야 할 것 같은데,
시간이 흐를수록 더 철저히 제 존재를 숨기려고만 하는 휴지님께 서운합니다.
그 서운함이 우리 관계에 영향을 미쳐서 속이 상합니다.
당장 달라질게 없는 사람에게 서운하다는 같은 얘기를 반복하면 서로 힘들기만 하잖아요.
그런 문제도 해결 못하고, 잦은 술자리 가지면서 매번 잠적할거면 (저번주에는 7일 중 4일 저녁 6시 이후 연락두절)
우정에나 충실해!
라는 마음에 헤어질 생각도 했습니다.
이 남자 지금 친구, 우정이라는 최적의 퇴로를 만들어 놓는건가,
저랑은 언제 헤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는건가 싶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 글을 쓰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네요.
지금 이 사람을 얼마나 좋아하고 있는지요.
이 남자...
원하는 방식으로 우정 지키도록......
하고싶은대로 하도록 그냥 지켜만 봐야 하는건가요?
긴 글 읽으시느라 까먹었을테니 맨 위에 써놓은 질문 다시 붙여넣기 할께요.
<이와 같은 상황이라면 이 남자의 소중한 우정이 흔들리거나 변할 염려가 있는건지,
제가 어떻게 마음가짐을 다져야 하는건지, 다른 남성분들의 얘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다 쓰고 나니 질문글을 빙자한 연애 일기가 되었네요.
솔로이신 분들 유치하면서도 달달한 연애세포 재생시켜서 연애하세요~~~~^^
지난 질문에 이어서 읽었더니 반전이...;;
싫다고 끝내고선 2편은 연애한단 이야기였어.. ㅜㅜ
각설하고,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밀어주기로 했던 친구 입장인데... 진짜 애매하긴 합니다 ㅜㅜ
친구의 뒤통수를 후려친 경우니까요.. 둘 사이에 무슨 이야기가 오가는지 모르지만 해태님이 휴지님과의 자리에서
아직 도희님의 이야기를 하는 경우라면 기다릴 수 밖에요..
호감이란게 진척이 없으면 시간이 지나면서 없어지기도 하니까요
그때를 기다리시는게 아닌가 싶네요~
사귀기 전이라면 몰라도 이미 만나시는 관계시니 좀 더 기다려주시는게 좋을거에요~
애들 장난치듯 연애할 나이는 지났으니까요 ㅜㅜ
칠봉이와 나정이는 우리 관계를 알고 있구요.
해태는 더이상 제 얘기를 언급하지는 않아요.
해태의 카톡 프로필 글에 심상치 않은 문구가 뜬 어느 날.
그 날 휴지는 해태에게 저와의 관계를 말하려고 결심을 했었어요.
그런데...해태가 저에 대해 심한 오해를 하고 있는 거에요.
칠봉이가 우리 사이를 알게된 후 사태 수습을 위한 초석을 깔려는 의도로,
해태에게 한 말이 있었대요.
"형은 차밍 포인트가 떨어져. 이유는 1~2~.3~4~야. 형은 안 될 것 같고,
그나마 가능성 있는 휴지 형이 잘해보든가~"
라고 했는데...
"십년 넘게 알아온 칠봉이가 새삼 내게 그런 말을 할리가 없어!!!
도희가 칠봉이에게 1.2.3.4.의 이유로 나는 부족하다고 했나봐."
라면서 저에 대한 원망을 쏟아냈기에, 차마 사귄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대요.
그 당시에는 너무 터무니 없어서 웃었지만,
생각할수록 맘 상하더라구요.
해태가 저를 그렇게 생각하든지 말든지는 상관이 없어요.
그렇지만 해태가 저를 완벽히 오해하는 상황에서 휴지는 제 편도 아니고 그저 방관자였다는 사실이...
속상했어요.
와마.. 엄청 재밌게 읽었네요. 필력이 상당하신 듯 ㄷㄷㄷㄷ
작가신가요 그렇다면 책 사다보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저는 남자로서, 두분이 그렇게 돈독한 사이라면 충분히 대화해볼만 하다고 봅니다.
휴지분은 자신의 상황과 친구의 감정을 모두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글쓴이에게 사귀자고 했으니,
글쓴이는 굳이 혼자 앓고 있을 필요없다고 생각합니다.
위에 어떤 분의 댓글 처럼 일단 남자친구분에게 진실되게, 감정이 상하지 않도록 속마음을 전달하고
남자친구분과 친구분이 해결할 수 있도록 지켜보는 게 낫지 않을까요?
제가 제 친구와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if, 처음엔 마음이 상하여 잠시 소원해질 수 있지만 다시금 '우정'으로 다시 회복 될 것 같습니다.
더욱 더 시간이 지나 오해가 쌓이기 전에 하루빨리 진심을 전달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이런 일로 두분의 우정에 금이 간다면, 그럴 인연이었을 겁니다~
결론적으로, 정말 진실된 '우정'이라면 잠시 소원 ㅡ> 원상복귀.
굳이 나서서 해결하려고 하기 보다는, 남자친구에게 진심전달.
이라고 생각해봅니다.
꺄~~~ 기분좋은 댓글 감사드려요.
글짓기 칭찬받아서 하루종일 기분 좋았어요. ㅎ
"조속히 밝혀라!" 라고는 월권 같아서 말 못하지만,
연락 안되는 부분에 한해서는 '잠적은 최악이다.' 라고 의사표현 확실히 했어요.
듣기 싫은 같은 말 반복하면 서로 감정만 상하니,
어제부로 해태님을 '그 언니~' 라고 호칭하면서 불편한 티는 내고 있어요.
어제도 그 두 사람의 술자리는 저녁 6시 30분에 시작해서 새벽 1시 경에 끝났거든요. ㅡ.ㅡ
휴지님은...시간이 많이 흐른 후가 아니고서는 밝힐 것 같지는 않아요.
저는 알아듣게 말했고, 휴지님은 중간중간에 연락을 하겠다 했지만,
자꾸 같은 사안으로 트러블이 생긴다면...
그로 인해 제가 해태언니를 계속 질투하게 된다면..
놓아야 하는게 맞는 거겠죠~~?
이러면 어떨까요?(제가 윗글을 잘못 이해하고 답글을 다는 것일 수도 있지만......)
도희님이 해태님에게 여자분을 소개해준다 -> 해태님 연애돌입 -> 휴지님이 도희와의 관계를 말함 -> 모두가 해피.
하지만 해태님이 연애할 때까지 계속 소개를 해주어야 한다는 함정이 생길 수 있음......어때요?
어짜피 안좋게 갑니다.. ㅎ
미리 말해서.. 푸시는게.. ㅎ
정독했음..
저도 그런적 있었음..
미리 말해서 잘 풀어보세요.. ㅎ
놔두다간 크게 상처 받을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