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할아버지는 6.25때 인민군에게 끌려가 처형당하셨습니다. 당시 청년단인가 하는 우익활동을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할머니는 북한, 빨갱이라면 치를 떠셨습니다. 할아버지의 부재로 그 어려운 시절 여섯 자녀들을 혼자 키우면서 신산스러운 삶을 살아오셔야 했을 터이니 당신의 그런 심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저희 엄마는 아마도 박근혜를 뽑으셨을 겁니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하루 한 끼 조죽도 감지덕지 하며 살아오신, 6.25때 피난을 다니며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긴 경험을 하며 사신 당신에게, 하루 세 끼 밥 굶지 않고 먹고 살 수 있도록 만들어준 '훌륭한'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생각을 바꾸게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 될 겁니다.
하지만 부유하진 않아도 밥 굶을 일 없이 자란 저와 제 자식의 세대는 말입니다.. 글쎄요..
최근에 자식을 키우면서 아이에게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 이것 저것 설명하다 보면 말문이 막힐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안중근 의사 기념관에서 단지동맹을 하여 혈서를 써내려갈 때의 독립지사들의 심정이 어떠했을지 상상하며 눈물을 글썽이는 11살 꼬마 앞에서 왜 우리는 국권을 회복하고도 그런 독립지사들을 잡아들이고 고문하고 죽였던 사람들을 처단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 사람들에게 대한민국의 통치를 그대로 맡길 수 밖에 없었는지,
국내 진공작전이 펼쳐지기 직전, 갑작스러운 일본의 항복으로 인해 우리 민족의 힘이 아닌 다른 세력에 의해 한반도의 해방이 이루어져서 우리 스스로의 정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게 된 안타까운 상황과,
우리의 힘을 길러 독립시키기 보다는 또 다른 외세의 힘을 빌려 독립을 하려 했던 초대대통령이 국내에서 가졌던 부족한 지지기반을 만회하기 위해 친일파들을 그대로 쓸 수 밖에 없었던 상황들을 설명하다 보면 지난 역사임에도 제가 다 한숨이 나옵니다.
장준하 선생 장례식에 가서는 이 분이 얼마나 훌륭하신 독립군이자 사상가이자 언론인인지 설명하다가 그런 분이 어떻게 돌아가시게 되었는지 설명하면서 저도 모르게 울컥하더군요.. 장준하 선생 두개골 사진을 아이에게 보여줬습니다. 이 분은 어떻게 해서 돌아가시게 된 것 같냐고요.. 아무 것도 모르는 아이도 힐끗 보더니 "망치 같은 걸로 맞아서요.." 했습니다.
일왕에게 혈서로 충성을 맹세하고 독립군 잡으러 다니던 일본군 장교 출신의 군인이 쿠데타를 일으켜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되고, 장준하 선생처럼 이 나라의 독립과 민주화를 위해 애쓰신 많은 분들을 그렇게 잡아다가 고문하고 감금하고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이고 하면서 종신집권 하려다가 결국 자기 부하에게 총맞아 죽었지요.
그 때 장준하선생처럼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 뻔 하면서 민주화 운동을 이끌어 오신 분이 김대중대통령이십니다. 다리 절고 말도 어눌하게 하는 병신이라고 그 분을 모독하는 분들, 그 분이 왜 다리를 절게 되었는지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그 분은 당신들이 그렇게 찧고 까불고 욕해도 되는 분이 아니란 걸 알게 되실 겁니다. 저는 진심으로 님이 그 언사에 대해 스스로 부끄러워 하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버스에서 박정희 비판 한 번 했다고 끌려 가서 두드려 맞고 십수 년 감방살이를 해야 하는 시절에, 지금처럼 전직 대통령 개새끼라고 하든 소새끼라고 하든 그래도 마음껏 떠들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워 온 사람들이 있습니다.
변호인이라는 영화는 그런 분들 중의 한 명에 대한 영화이고요.
드라마에서 정의롭고 멋진 판사, 검사, 변호사를 보아온 10살짜리 아이는 또 물어봅니다. '경찰과 검찰이 정말로 그런 일을 했을까요?' 하고요.
얘기가 길어질듯 해서 부페로 데려갔습니다. 제가 대학 1학년때 있었던 '김기설 유서 대필사건'에 대해 설명을 시작했습니다. 경찰과 검찰이 분신자살한 김기설씨의 유서를 그의 친구이자 동료인 강기훈씨가 대필해 주고 자살을 강권한 것으로 둔갑시켜 당시 뜨거웠던 민주화 세력을 '인간의 목숨을 함부로 내던지게 사주하는'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하여 전세를 뒤엎은 아주 유명한 사건이었지요. 저는 이 사건의 재심을 청구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조사관을 개인적으로 알아서 이 사건의 전개 상황을 비교적 소상하게 아는 편입니다. 국과수에서 어떻게 말도 안되는 감정 결과를 내왔는지, 사설 감정소에서 검찰에 반대되는 의견을 냈을 때 그들이 권력을 이용하여 그 감정소들을 어떻게 쑥대밭으로 만들어놨는지, 굉장히 디테일하게 아는 편이지요..
그 정의롭고 멋져야 할 경찰과 검찰이 실상은 이 나라에서 그런 일들을 해왔다는 것에 대해 어린 아이조차 얼굴이 새빨개져서 분노하고 눈물을 글썽거립니다. 2월 공판에는 자기도 가서 직접 보고 싶다고 합니다.
저는 님의 성장 과정에 이런 우리 나라의 현실을 알려줄 누군가가 없었다는 것에 대해 참으로 마음이 아픕니다.
저 역시 어린 시절, 할머니의 말씀을 들을 때는 북한 괴뢰 빨갱이가 세상에서 제일 나쁜 놈들이라고 생각하고 자랐습니다. 엄마 말씀 듣던 사춘기에는 그나마 이렇게 밥 먹고 살게 된 게 고마우신 박정희 대통령 덕이라고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나이를 먹고 성장을 합니다. 그리고 성인은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가 어떤 현실에 처해 있는지, 어떤 정치적 맥락 속에서 이런 상황에 처해지게 되었는지 듣고 보고 배우고 생각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그 성인은 또 다른 자신의 자식 세대에게 올바른 길을 일러주고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경험에서 배우는 법을 가르쳐 줄 수 있지 않겠습니까.
대중 무현 개자식이라고 스스럼 없이 내뱉는 님에게, 저는 역사를 제대로 가르치지 않은 기성세대로서 참담함과 부끄러움을 느낄 뿐입니다. 확실한 건, 그건 님의 잘못이 아니란 겁니다.
뚠디보딩님에게... 같이 전직대통령이라고요??? 전두환이는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 받고 특별 사면으로 겨우 목숨 부지한 범죄자입니다 그 판결에서 전직 대통령 예우및 대우를 전부 박탈 당한 사람이구요 전직 대통령이라고 부르는 것 자체가 잘못된 거 입니다 언론등에서 그렇게 부른다구요? 그러니깐 이 나라가 한심한겁니다 뚠디보딩님은 오원춘에게도 오원춘님이라고 부르실껀가요?? 참 한심해서 가장 기초적인 것만 언급해봅니다
오래삽니다.. -_-;